여행 이야기/15 동남아시아 57

여행 지랄을 다 떨고 난 후의 이야기...

2월 16일 귀국, 3월 16일 첫 출근, 4월 16일 오늘.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지 딱 2달이 되었다. 첫 출근을 해서 다시 일을 시작한 지는 딱 한 달이 되었고... 여행을 할 때에는 이렇게 일을 빨리 할 생각이 없었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자 채용공고를 보고 지원 한 후에도 이렇게 바로 일을 시작하게 될 줄 몰랐다. 그런데 어떻게 하다보니 이렇게 된 것이다. 작년부터 하고 싶었던 일이기도 했고, 들어가고 싶기도 했던 회사에서, 이곳에서도 역시 정규직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렇게 한 달째 일을 하고 있는데, 꽤 할 만 하고 재미도 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집과 회사가 너무 멀어, 출퇴근 시간이 왕복 4시간을 넘는 다는 것이다. 그래도 처음만 조금 힘들었지, 한 달째 되니 나름대로 적응도 해서, 아침..

[꽃보다 신혼 47] 익숙한 곳을 떠나 다시 익숙한 곳으로

2015. 02. 16(월) 집에 가기 위해 공항철도를 기다렸다. 삐리리리리리리. 지하철 오는 소리가 들린다. 47일 동안 들어보지 못했던 소리. 그런데 몸이 반응한다. 무섭다. 한 달 반 정도 이곳을 떠나 있었으면 조금 어색할 것도 같았는데 너무 익숙하다. 이젠 여행지에서 배낭을 꾸리는 일이 익숙해졌다 싶었는데 더 익숙한 곳으로 와버렸다. 깨기 싫었던 꿈속에서 나온 느낌이랄까. 아, 이렇게 이번 여행도 끝이다. 공항과 멀어져가며 이제 점점 현실로 들어가는 느낌이다. 나의 다음 여행은 언제가 될까. 기약 없는 다음 여행을 괜스레 기대하며 집으로 향한다. 아침에 일어나서 부지런히 분보남보를 먹으러 떠났다. 걸어갈 수는 있는 거리였지만 그래도 가깝진 않았다. 마지막 날이라고 카메라도, 핸드폰도 챙겨 나오지 ..

[꽃보다 신혼 46] 호찌민은 살아있다

2015. 02. 15(일) 싸늘하다. 어둡고 침침하다. 작지도 크지도 않은 공간이다. 사방이 대리석이다. 그 가운데 유리관이 하나 놓여있다. 그리고 그 안에 두 손을 가지런히 모은 남자가 누워있다. 호찌민이다. 죽은 지 40년이 지났지만 방부 처리되어 조용히 잠을 자는 모습으로 보존되어 있다. 금방이라도 일어날 것 같다. 숨소리도 나지 않는다. 유리관 주변에 서 있는 군인들, 그리고 ㄷ자 통로에 서 있는 군인들은 눈동자조차 움직이지 않는다. 호찌민을 둘러싸고 정면만 응시하고 있다. 베트남의 영웅, 호찌민을 이렇게 바로 옆에서 지키는 군인들, 그들은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을지 궁금하다. 30초도 안 되는 짧은 시간이지만 호찌민을 보러 온 사람들은 모두 눈을 떼지 못한다. 천천히 걸어갈 뿐이다. 멈춰서는 ..

[꽃보다 신혼 45] 사파 타반 마을 홈스테이 이야기

2015. 02. 14(토) 이번 여행의 처음이자 마지막 홈스테이를 하면서 재미있는 것을 많이 봐서 너무 좋다. 불편하면 어떡하나, 사고라도 생기면 어떡하나 걱정도 했지만 호텔에서 안자길 너무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우선 한 집에서만 잔 것이지만 이들과 가까이 지내면서 사는 모습들을 자세히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어제는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엄마가 아들의 운동화를 사들고 와서 아들이 잘 챙겨놓는 모습을 보았는데, 나의 어릴 적 모습도 생각나면서 기분이 묘했다. 엄마가 없을 때는 큰딸 호아이를 비롯한 애들이 우리에게 간식도 챙겨주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괜히 대견하기도 했다. 아침에는 신기한 구경도 했는데, 다음 주면 돌아오는 설을 위해 음식을 준비하는 모습이었다. 심심해서 윗집으로 놀러갔는데 여기에 호아이..

[꽃보다 신혼 44] Why not?

2015. 02. 13(금) "Why you stay here?""Why not?""..." 할 말을 잃었다. 타반마을 가는 길에 들린 식당에서 나이가 조금 있는 서양 아저씨가 서빙도 하면서 일을 해서 호기심에 물어봤다. 어디서 왔냐고 하니 뉴질랜드에서도 10년, 영국에서도 10년 정도 살았다고 했나 그랬고 여기서도 7년이나 되었다고 했다. 그래서 내가 물어봤다. 왜 여기에 있냐고. 그러자 하는 말, Why not. ... 뭔가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그러게, 안 될 이유가 없는데 나는 이상하게(?) 생각하고 그 이유를 물어봤던 거였다. 그런데 그 사람은 그냥 나에게 왜 안 되냐고 되물은 거지. 아... 이런 게 삶을 대하는 태도의 차이인가? 아침도 조식을 완전 많이 먹었다. 특히 연유를 타서 마시..

[꽃보다 신혼 43] 베트남 북부의 조용한 시골마을 깟깟

2015. 02. 12(목) 베트남은 다 하노이 같이 시끄러울 줄 알았는데 이런 곳이 있다니, 정말 신기하다. 산 속에 있는 베트남 북부의 시골마을, 깟깟이다. 너무나도 평화롭고 여유로운 분위기가 물씬 풍겨서 우리가 마치 루앙프라방에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비가 조금 온 날씨라 안개인지 구름인지 하늘부터 산봉우리까지 가득 찼지만 우중충하다는 느낌보다 차분하고 고요한 분위기다. 계단식 논에는 벼가 하나 없이 물만 있었지만 마치 하늘로 올라가는 계단 같다. 하노이에서 투어로 오는 것이 아니라면, 그냥 여기서 며칠씩 멍 때리면서 푹 쉬어도 기분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버스는 새벽 3시쯤 사파에 도착했다. 2시쯤에는 잠을 깼는데, 버스가 산길을 올라가서 그런지 흔들렸기 때문에... 은근히 잠자리 가리고 예..

[꽃보다 신혼 42] 육지의 하롱베이, 땀꼭투어의 적정한 팁은?

2015. 02. 11(수) 여행을 하면서 줘야지 하면서도 익숙하지 않은 문화에 계속해서 고민하게 되는 문제, 팁. 육지의 하롱베이라고 불리는 땀꼭투어를 가고 싶으면서도 계속해서 걸리는 문제가 2시간 정도 배를 저어주는 뱃사공에게 팀을 얼마나 주어야 하는지였다. 블로그를 찾아보면 다 각기 다른 가격들에 도통 감이 안 왔다. 어떤 사람은 버릇을(?) 고쳐야 한다면 아예 주지 않아 소리치는 뱃사공을 뒤로 하고 도망쳤다는 이야기도, 누구는 그들의 하루 벌이를 알기에 넉넉히 줬다고도 했다. 사실 정해지지 않은 것이기에 더 어려운 문제였다. 어렸을 때부터 익히던 문화도 아니었고... 일단 우리는 부정적인 마음을 갖고 배를 탔지만, 내가 몇 번 노를 저어보고 정말 힘들다는 것을 깨닫고, 보조로 놓여있는 노를 아내도..

[꽃보다 신혼 41] 하노이에서 투어 예약 전 확인 사항

2015. 02. 10(화) 1. 다른 가격이라고 해서 다른 것은 아니다. 여행사마다 다른 가격을 내걸고 있어서 이 가게는 마진을 조금 남기고 많이 남기고 하는 것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맞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중요한 것은 여행 상품이 어떤 것이냐이다. 하롱베이투어의 경우 탑승하거나 숙박하는 배의 급에 따라 가격이 다르다. 우리는 하롱베이를 다녀올 때 1박에 80달러로 다녀왔지만 나중에 45달러짜리가 있다는 것을 알고 나서 엄청난 바가지를 당했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물론 45달러와 80달러의 차이가 실제로 어느 정도일지는 둘 다 가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내용은 비슷하겠지만 배의 급이 다른, 아예 다른 상품이었다. 그러나 조금씩 차이 나는 가격은 가게마다 마진을 얼마나 남기는지..

[꽃보다 신혼 40] 이색체험, 29시간 슬리핑버스(라오스-베트남)

2015. 02. 09(월) - 어제 오후 5시, 슬리핑 버스 탑승- 어제 오후 6시, 비엔티안 출발(남부국제터미널)- 어제 밤 10시, 식당 도착(저녁 식사)- 어제 밤 11시, 검문소 몇 개 통과- 새벽 2시 반, 산길을 가는 것 확인(자다 깸)- 새벽 3시, 라오스 국경 도착(그대로 대기)- 오전 6시, 출국 도장 받으러 나감- 오전 7시, 출국 도장 받음(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2등을 함)- 걸어서 라오스 국경 넘어 산길을 지나 베트남 국경으로 감- 오전 8시, 베트남 입국 도장 받고 대기(1달러 뇌물은 필수)- 오전 9시 반, 배고파서 과자 사먹음(아침 식사)- 오전 11시, 버스 탑승 및 출발- 오후 1시, 식당 도착(점심 식사)- 느릿느릿 국도를 달림(사람들 내려주고 태워주고)- 저녁 8시, ..

[꽃보다 신혼 39] 이 길로 못 가면 저 길로 가지 뭐

2015. 02. 08(일) 이렇게 또 하노이로 가게 되는 것인가. 왜 베트남은 항상 신정, 구정 기간에만 방문하게 되어 이렇게 어려운 것일까. 다낭으로 가고자 했던 꿈(?)은 3배나 올라버린 버스 가격 덕분에 과감히 포기하게 되고 우리는 어쩔 수 없이 하노이를 선택했다. 그래도 가고 싶은 곳을 못가는 것이 예전보다 괴롭지는 않았다. 한 달 넘는 여행이 우리의 마음을 단련시켜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하게 됐을 때의 감정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 뭐, 다낭으로 가든 하노이로 가든 어디든 즐거울 수 있으니까 다낭에 못 간다고 해서 나라 잃은 것 같은 슬픔까지 느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20대를 살아오면서 꿈이 좌절 되어 다른 일을 하게 되면서도 새로운 경험을 하며 나름 잘 지냈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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