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15 동남아시아 57

[꽃보다 신혼 38] 시멘트도 예술작품인 불상공원

2015. 02. 07(토) 온통 시멘트조각 뿐이다. 아니, 시멘트로 조각을 한 것인지, 조각상 모양으로 시멘트를 굳힌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시멘트 천지다. 오래된 시간의 흔적에 거뭇거뭇하게 변해버린 시멘트 덩어리들. 그래도 같은 것 하나 없이 모두 다 다른 모양들이다. 불교와 힌두교의 융합으로 이런 모양들이 있다고 하는데, 공부를 해 보지 않아서 수많은 시멘트조각들의 의미는 잘 모르겠다. 다만, 입구에 있는 가장 큰 건물(?)의 1층, 2층, 3층은 각각 지옥, 현세, 천당을 의미한다고 했던 것 같다. 들어가 보면 3층에 올라가서 옥상으로 나가는 순간 환한 빛이 보이면서 탁 트인 전경은 어쩌면 불교나 힌두교에서 말하는 천당의 느낌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시멘트도 예술작품으로 ..

[꽃보다 신혼 37] 갈 수 없다면 제자리에 있는 것도 방법

2015. 02. 06(금) 비엔티엔을 떠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그렇지 못했다. 여행사에 버스를 알아보는데 설 연휴라서 버스표 값이 다 올라버린 탓이었다. 물론 버스비를 더 지불하면 얼마든지 갈 수 있었겠지만 그러긴 싫어서 비엔티엔에 더 머물기로 했다. 계획도 꼬였는데 돈까지 더 쓰기는 싫었다. 그래도 지난 번 홍콩 사건(?) 이후로 이런 것에 마음이 많이 여유로워진 것 같다. 계획이 틀어지는 것에 대해 대처를 조금 더 잘 하는 것 같은 느낌? 나도 그렇고 아내도 그렇고. 여행을 시작하기 전에 세웠던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고 해서 이제 엄청난 멘붕이 오지는 않는다. 당연한 것이지만 오늘 느낀 것은 ‘갈 수 없다면 제자리에 있는 것도 방법’이라는 것이다. 계획대로만 될 수 없는 것처럼 가려던 계획이 틀어지..

[꽃보다 신혼 36] 다시 찾은 라오스에서의 여유

2015. 02. 05(목) 계획에 없던 라오스, 비엔티엔에 비싸고 힙겹게 도착했다. 아침 비행기로 내려서 숙소를 구하고 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우연히도 게스트하우스 최고층, 창가 쪽 방을 받아서 지금 발코니에 나와서 그동안의 일정을 회상하며 글을 쓰고 있는 것이 전부이다. 공항에서 쪽잠을 자느라 피곤했던 아내는 점심도 거른 채 잠을 잔다. 비엔티엔에 볼거리가 별로 없다고 해도 우린 본 것이 전혀 없는데 이러고 있어도 되나 싶다. 여행 와서 이러고 있는 게 조금 어색하긴 해도 그냥 이러고 있는 게 조금 좋기도 하다. 여행에서 꼭 뭘 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니까. 한 달 쯤 전에 라오스, 특히 루앙프라방에서는 이렇게 여유를 부리면서 지냈었는데... 라오스에만 오면 뭔가 나도 여유가 생기는 것 같다. 정말 ..

[꽃보다 신혼 35] 대박은 쉽게 오지 않는 법

2015. 02. 04 (수) 싱가포르에서 마지막 날, 처음으로 우리 돈을 걸고 카지노에서 놀아보기로 했다. 남은 돈은 많이 있었지만 소심하게 10달러만 넣었다. 어제 대박을 안겨준 기계에 넣고 버튼을 누르면서 당첨이 되길 기대했지만 순식간에 5달러가 날아가 버렸다. 경쾌한 멜로디와 함께... 돈을 뽑고 다른 기계로 옮겨갔다. 그러나 순식간에 다시 2달러가 쉭. 옆에 있는 기계에서 마지막 대박의 꿈을 안고 시도해봤지만 쓸쓸한 GAME OVER만 화면에 뜰 뿐이었다. 너무 허무했다. 이런 기분 알면서도 왜 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역시 대박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다. 어제는 정말 운이었던 것 같다. 이런 소소한 운 때문에 사람들이 대박을 노리고 카지노에서 돈을 쓰는 것이겠지. 모두 다 ‘혹시나’ ..

[꽃보다 신혼 34] 여행도 작은 인생이다

2015. 02. 03 (화) 어제 새로운 비행기표를 예매하고 돈이 아까운 생각이 아내와 나의 머릿속에 계속 맴돌았던 것 같다. 말없이 걷다가도 지난 일에 대한 약간의 후회와 아쉬움을 간간히 얘기했다. 그러다가 우연찮게 생긴 1센트로 시작한 카지노에서의 게임이 2000배가 넘는 대박을 터뜨리면서 기분이 좋아졌다. 어깨춤이 절로 나왔다. 얼굴은 빨갛게 상기되고 엄청 흥분이 되었다. 큰돈이 아닐 수도 있겠지만 지금의 우리에겐 그래도 매우 중요한 돈이었다. 김동률의 출발에서 이런 가사가 나오지. ‘별 것 아닌 일에도 호들갑을 떨면서’ ㅎㅎㅎ 인생사 새옹지마라고 했던가. 정말 딱 맞아 떨어지는 말이다. 생각지도 못한 30만원의 지출에 기분이 푹 다운됐다가도 2만원도 안 되는 돈이 생겼다고 또 이렇게 즐거울 줄이..

[꽃보다 신혼 33] 인생을 다시 돌아보게 하는 원더풀 분수쇼

2015. 02. 02 (월) 가장 좋은 자리라고 생각하는 곳에 한 시간 전부터 앉아서 마리나베이샌즈에서 하는 원더풀(Wonder Full) 분수쇼를 감상했다. 어제 반대편에서 볼 때는, 그냥 음악 좀 나오고 거기에 맞춰서 분수 좀 발사하고 레이저 몇 번 쏘는 게 전부일 것 같았다. 뭐, 이런 분수쇼는 일산 호수공원에서도 하고 예전에 라스베가스 벨라지오 호텔에서 훨씬 더 큰 규모의 분수쇼를 본 적이 있어서 큰 기대는 안했었다. 시간이 되어 분수가 나오는데 이건 그냥 분수쇼가 아니었다. 물을 얇게 펼쳐서 쏴 그곳을 스크린으로 사용해 스토리가 있는 분수쇼였다. 내용은 탄생부터 시작해서 성장 과정을 하나하나 계속 보여주는 것이었다. 이런 이야기 가운데 불도 나오고 레이저도 나오고 비눗방울도 나왔다. 영상에 나..

[꽃보다 신혼 32] 열 발자국마다 풍경이 다른 마리나베이

2015. 02. 01 (일) 싱가포르의 상징이 되어버린 것 같은 마리나베이샌즈호텔. 이 호텔과 함께 병풍처럼 둘러져 있는 높은 빌딩들은 정말 멋있었다. 낮에 보는 모습도 멋있었는데 해가 지면서 야경이 서서히 눈에 들어오는데 이것 역시 정말 멋있었다. 마리나베이를 따라 걷는데 10발자국 걸을 때마다 보이는 풍경이 계속해서 달라 보였다. 마리나베이샌즈호텔, 플라이어, 아트사이언스박물관이 겹치는 모습들이 계속해서 새롭게만 보였고, 반대편에 있는 머라이언까지 갔을 때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뭔가 미래도시에 온 것만 같은 싱가포르의 다운타운 모습이다. 아침에 일어나니 어제 보낸 메일에 답장이 와 있었다. 자기는 싱가포르에 21개 호텔을 갖고 있는데 조금 더 구체적인 정보를 달라는 거였다. 그래서 다시 답을 했다..

[꽃보다 신혼 31] 싱가포르는 공사중

2015. 01. 31 (토) 법 집행이 엄격하기로 소문난 싱가포르. 길거리에 쓰레기를 버리거나 침을 뱉어도 벌금을 낸다는데 어떤 모습일지 궁금했다. 공항에 내려서 거리로 가는 동안 받은 첫 느낌은 역시나 깔끔함이었다. 전철 안에서도 뭘 먹으면 500달러의 벌금을 낸다는 안내판도 우리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러나 길거리로 나와서 보니 깔끔하긴 한데 너무 쉽게 볼 수 있는 풍경이 있었으니, 바로 여기저기 공사하는 곳이 너무 많은 것이었다. 제일 먼저 본 것 역시 우리나라 건설사가 길거리에서 공사를 하는 모습이고, 공원을 가로지르는 동안에도 건물 보수와 새로운 건물을 짓고 있는 모습이었다. 큰 길거리라고 해도 다를 것은 없었고 빼곡한 빌딩들 사이에 새로운 고층 빌딩을 세우고 있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아,..

[꽃보다 신혼 30] 푸켓을 바라보는 빅부다의 미소

2015. 01. 30 (금) 나는 불교는 아니지만 불교국가인 태국을 여행하면서 느끼는 것이 참 많았다. 그 중 한 개가 바로 ‘타이스마일’이라고 부르는 미소였다. 태국 여행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태국인들의 미소는 나 역시 살며시 미소를 따라 짓게 만들었다. 푸켓에서 가장 큰 불상인 빅부다를 찾아가서 느낀 것도 바로 이 미소였다. 약간은 통통한 듯 보이는 빅부다의 얼굴에 알 수 없는 신비롭고 부드러운 미소는 계속해서 쳐다봐도 질리지 않았다. 사실 빅부다 말고도 쉽게 볼 수 있는 불상들은 살포시 미소를 품고 있긴 하다. 음... 불심이 깊은 태국인들이 미소를 쉽게 짓는 것은 어쩌면 불상을 바라보며 그 미소를 닮은 것 아닐까? 내일 싱가포르로 가는 날이니 오늘이 푸켓에서의 즐길 수 있는 마지막 날이다. 그..

[꽃보다 신혼 29] 바다 속 세상을 보는 즐거움

2015. 01. 29 (목) 스노클링을 한 번도 해 본적이 없는 나는 어떻게 하는 것인지 부터 시작해서 너무나도 어색한 것이었다. 단지 스노클링 장비를 끼고 물속을 본다는 것인데 이번에 꼭 해봐야겠다는 생각만 있었지 아는 것은 전혀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직접 해 보니 정말로 ‘장비를 끼고 물속을 보는 것’이 전부였다. 그런데, 이게 재밌다. 사진이나 영상 같은 곳에서 많이 보던 바다 속 물고기 지나다니는 그런 광경이 전부인데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물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물고기들을 내 두 눈으로 직접 보다니... 유유히 물 위를 떠다니며 내 몸에 닿을 듯이 다가와서 한 번 잡아볼라치면 손 끝 저 멀리 도망가는 물고기들. 뭐 대단한 것을 느끼거나 깨닫거나 한 건 없다. 그냥 재밌다. 이번 여행에서 느낀 ..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