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13

[꽃보다 신혼 47] 익숙한 곳을 떠나 다시 익숙한 곳으로

2015. 02. 16(월) 집에 가기 위해 공항철도를 기다렸다. 삐리리리리리리. 지하철 오는 소리가 들린다. 47일 동안 들어보지 못했던 소리. 그런데 몸이 반응한다. 무섭다. 한 달 반 정도 이곳을 떠나 있었으면 조금 어색할 것도 같았는데 너무 익숙하다. 이젠 여행지에서 배낭을 꾸리는 일이 익숙해졌다 싶었는데 더 익숙한 곳으로 와버렸다. 깨기 싫었던 꿈속에서 나온 느낌이랄까. 아, 이렇게 이번 여행도 끝이다. 공항과 멀어져가며 이제 점점 현실로 들어가는 느낌이다. 나의 다음 여행은 언제가 될까. 기약 없는 다음 여행을 괜스레 기대하며 집으로 향한다. 아침에 일어나서 부지런히 분보남보를 먹으러 떠났다. 걸어갈 수는 있는 거리였지만 그래도 가깝진 않았다. 마지막 날이라고 카메라도, 핸드폰도 챙겨 나오지 ..

[꽃보다 신혼 46] 호찌민은 살아있다

2015. 02. 15(일) 싸늘하다. 어둡고 침침하다. 작지도 크지도 않은 공간이다. 사방이 대리석이다. 그 가운데 유리관이 하나 놓여있다. 그리고 그 안에 두 손을 가지런히 모은 남자가 누워있다. 호찌민이다. 죽은 지 40년이 지났지만 방부 처리되어 조용히 잠을 자는 모습으로 보존되어 있다. 금방이라도 일어날 것 같다. 숨소리도 나지 않는다. 유리관 주변에 서 있는 군인들, 그리고 ㄷ자 통로에 서 있는 군인들은 눈동자조차 움직이지 않는다. 호찌민을 둘러싸고 정면만 응시하고 있다. 베트남의 영웅, 호찌민을 이렇게 바로 옆에서 지키는 군인들, 그들은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을지 궁금하다. 30초도 안 되는 짧은 시간이지만 호찌민을 보러 온 사람들은 모두 눈을 떼지 못한다. 천천히 걸어갈 뿐이다. 멈춰서는 ..

[꽃보다 신혼 41] 하노이에서 투어 예약 전 확인 사항

2015. 02. 10(화) 1. 다른 가격이라고 해서 다른 것은 아니다. 여행사마다 다른 가격을 내걸고 있어서 이 가게는 마진을 조금 남기고 많이 남기고 하는 것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맞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중요한 것은 여행 상품이 어떤 것이냐이다. 하롱베이투어의 경우 탑승하거나 숙박하는 배의 급에 따라 가격이 다르다. 우리는 하롱베이를 다녀올 때 1박에 80달러로 다녀왔지만 나중에 45달러짜리가 있다는 것을 알고 나서 엄청난 바가지를 당했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물론 45달러와 80달러의 차이가 실제로 어느 정도일지는 둘 다 가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내용은 비슷하겠지만 배의 급이 다른, 아예 다른 상품이었다. 그러나 조금씩 차이 나는 가격은 가게마다 마진을 얼마나 남기는지..

[꽃보다 신혼 40] 이색체험, 29시간 슬리핑버스(라오스-베트남)

2015. 02. 09(월) - 어제 오후 5시, 슬리핑 버스 탑승- 어제 오후 6시, 비엔티안 출발(남부국제터미널)- 어제 밤 10시, 식당 도착(저녁 식사)- 어제 밤 11시, 검문소 몇 개 통과- 새벽 2시 반, 산길을 가는 것 확인(자다 깸)- 새벽 3시, 라오스 국경 도착(그대로 대기)- 오전 6시, 출국 도장 받으러 나감- 오전 7시, 출국 도장 받음(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2등을 함)- 걸어서 라오스 국경 넘어 산길을 지나 베트남 국경으로 감- 오전 8시, 베트남 입국 도장 받고 대기(1달러 뇌물은 필수)- 오전 9시 반, 배고파서 과자 사먹음(아침 식사)- 오전 11시, 버스 탑승 및 출발- 오후 1시, 식당 도착(점심 식사)- 느릿느릿 국도를 달림(사람들 내려주고 태워주고)- 저녁 8시, ..

[꽃보다 신혼 39] 이 길로 못 가면 저 길로 가지 뭐

2015. 02. 08(일) 이렇게 또 하노이로 가게 되는 것인가. 왜 베트남은 항상 신정, 구정 기간에만 방문하게 되어 이렇게 어려운 것일까. 다낭으로 가고자 했던 꿈(?)은 3배나 올라버린 버스 가격 덕분에 과감히 포기하게 되고 우리는 어쩔 수 없이 하노이를 선택했다. 그래도 가고 싶은 곳을 못가는 것이 예전보다 괴롭지는 않았다. 한 달 넘는 여행이 우리의 마음을 단련시켜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하게 됐을 때의 감정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 뭐, 다낭으로 가든 하노이로 가든 어디든 즐거울 수 있으니까 다낭에 못 간다고 해서 나라 잃은 것 같은 슬픔까지 느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20대를 살아오면서 꿈이 좌절 되어 다른 일을 하게 되면서도 새로운 경험을 하며 나름 잘 지냈던 ..

[꽃보다 신혼 06] 하노이의 반대말, 루앙프라방

2015. 01. 06 (화) 조용하다. 착륙 전에는 창 밖을 보는데 있는 게 거의 없었다. 어둠 속에 간간히 보이는 불빛을 찍으려는데 너무 어두워서 카메라가 초점도 잡지 못했다. 비행기를 내리고 나서도 공항에 비행기도 몇 대 없었고, 그 마저도 작은 비행기였다. 공항도 작았다. 택시를 타고 오는 길은 오토바이도 찾아보기 힘들었고 차도 많이 없었다. 집들도 드문드문 있었다. 메콩강변에 천막 아래 의자를 깔아 놓은 식당과 카페들이 있었는데, 사람들마저도 여유로워 보였다. 하노이와는 완전 다르다. 하노이의 반대다. 하노이는 항상 오토바이 소리와 클락션소리,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 천지였는데, 이곳 라오스의 루앙프라방은 전혀 그렇지 않다. 밤이라 그런지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하노이의 밤과는 다르다. 루앙프라..

[꽃보다 신혼 05] 돈과 부적을 불태우는 사람들

2015. 01. 05 (월) 길거리에 있는 작은 화로(?)에서 베트남 아줌마가 뭘 태우고 있어서 살펴보니 돈과 부적이었다. 돈은 미화로 100달러짜리였고, 당연히 가짜 돈이었다. 부적과 100달러짜리 몇 장을 한 세트로 해서 파는 것 같았다. 특별한 의식은 없었고 그냥 불타는 화로에 부적과 돈을 막대기로 집어넣는 게 전부였다. 숙소로 돌아와서 찾아보니 설에 하는 제사 비슷한 거라고 한다. 찾아본 정보에 의하면 음력으로 1월 5일 정도까지 제사가 계속되는 거라고 했는데, 오늘이 딱 1월 5일이긴 하다. 양력으로. 음...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비슷한 거 같다. 베트남 설에는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전통음식도 만들어 먹고 세배는 하지 않아도 세뱃돈 같은 것도 준다고 한다. 그래서 돌아다니면서 시장에서 빨-간 ..

[꽃보다 신혼 04] 5달러의 힘, 호텔 업그레이드

2015. 01. 04 (일) 정들었던(?) 호텔을 떠난다. 방음이 전혀 안되는 방, 공동 욕실, 스프링이 그대로 느껴지는 침대 등등 9달러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모든 것이 용서되었던 숙소였지만, 마지막에 그래도 프론트에 있는 알렉스와 친해지면서 그새 정들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을 먹으려고 나오는데, 알렉스가 뭘 먹고 있어서 봤더니 소이(XOI)라고 했다. 불과 10,000동(500원)에 밥 같이 생긴 아침을 먹을 수 있다니! 알겠다고 하고 거리로 나섰다. 우리는 소이를 찾아 가게마다 물어보니 알렉스가 먹고 있던 것과는 다르게 생긴 것을 50,000동(2,500원)이나 부르는 거였다. 헐. 말도 안되서 다시 알렉스에게 가서 사정을 설명했더니, 우리를 직접 데리고 근처 길거리에서 소이를 파는 할머니..

[꽃보다 신혼 03] 쌀국수 탐구생활

2015. 01. 03 (토) 하롱베이에서 돌아오니 저녁 시간이 다 되었다. 무엇을 먹을까 고민을 하다가 결국 먹은게 쌀국수다. 쌀국수을 일반적으로 포(더욱 현지 발음으론 퍼)로 알고 있지만 며칠 돌아다녀보니 뒤에 붙는게 많이 있었다. 그러다 알게 된 것이 보(BO)는 소고기, 가(GA)는 닭고기 인 듯 했다. 그리고 메뉴판에 PHO를 기본적으로 써 놓고 뒤에 이것저것 쓰는데 어떤 쌀국수인지 나타내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양지 쌀국수, 뭐 이런식으로 하는 것 처럼... 동수언시장을 서쪽으로, 숙소 옮길 곳을 다녀오다가 가격이 착한 쌀국수 집을 발견해서 자리를 잡았다. 젊은 아저씩 둘이 하는 가게였는데 인상이 정말 좋아보였다. 메뉴판을 가리키며 이것저것 물어보면서 메뉴를 좀 익히고 그냥 또 뭔지 모르는 쌀..

[꽃보다 신혼 02] 하롱베이의 섬들은 하롱하롱

2015. 01. 05 (금) 그냥 바다 위에 섬들 몇 개(?) 떠 있는 것이 하롱베이일 것이라 단정짓고, 사진에서 보던 거랑 별반 다를 게 없다고 생각하고 2년 전에 하노이에 왔을 때 하롱베이를 가지 않았던 것인데, 오늘, 하롱베이에 직접 와보고나서야 내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롱베이의 3,000여개의 섬들이 유네스코로 지정되고, 투어로 보는 것은 일정 지역만, 몇 백개에 불과하다는데, 전체적인 그 규모가 얼마아 될지 정말 상상이 안간다. 사방을 둘러보고 있으면 섬들로 가득 차서 수평선이 보이질 않는다. 한눈에 살펴보는 광경도 멋있었지만, 섬들 하나 하나를 자세히 봐도 신기했다. 섬 중간에 칼 자국처럼 난 단면은 분명 지각운동에 의한 것일텐데, 이곳에서 어떻게 이런 섬들이 생겼으며 저런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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