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에서 1시간 3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매끌렁 기찻길시장과 암파와 수상시장. 멀리 떨어져 있어서 투어로 다녀오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그러나 ‘투어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나는 절대 투어로 가고 싶지 않았다. 다녀온 결과는 투어와 비교해서 ‘완전히’ 성공적이었다.
우선 금액적인 면에 있어서, 투어로는 1인당 500밧 정도로 두 명이 갈 경우 1,000밧이 든다. 그러나 우리는 1인 251밧으로 두 명이서 절반 가격으로 다녀왔다. 물론 카오산로드에서의 픽업이 없으니 직접 찾아가고 표를 찾는 정도의 수고로움은 있어야 한다.
카오산로드-모칫터미널 시내버스: 무료(그냥 돈을 받지 않음)
모칫터미널-매끌렁 롯뚜: 90밧(아눗싸와리 롯뚜 터미널은 70밧이라고 함)
매끌렁-암파와 성태우: 8밧
암파와 반딧불 투어: 60밧
암파와-아눗싸와리 롯뚜: 80밧
아눗싸와리-카오산로드 시내버스: 13밧
개인으로 다녀오면 투어보다 당연히 금액이 저렴해 질 수도 있겠으나 우리는 질적인 면(?)에 있어서도 더 좋았다. 내 생각에 투어로 간다면 매끌렁 시장에서 기차가 지나가는 것을 시간 맞춰서 한 번만 볼 것 같지만, 우리는 운 좋게도 두 번이나 봤다! 2시 30분에 출발하는 기차가 있다는 것은 알고 시간을 맞춰 갔는데, 그 전 기차가 엄청 연착을 해서 1시 50분에 매끌렁역으로 온 것이었다. 1시 40분 정도에 도착한 우리는 운 좋게도 연착한 기차도 보고 출발하는 기차도 보고... 게다가 투어의 단점 중 하나인 끌려 다니는(?) 일정이 아닌 자유로운 일정으로 매끌렁과 암파와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는 점도 투어보다 굉장히 알차게 다녀온 것 같다.
엄청 부지런을 떨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모칫 터미널까지 가는 시간이 있으니 조금의 여유를 가지면서 준비하고 나갔다. 조금 많이 기다린 후에 3번 버스를 탔는데 웬일인지 차장이 있었는데 돈을 걷지 않는다. 버스비도 벽에 6.50밧이라고 적혀있고 무료 버스는 아닌 것 같은데 왜인지는 모르겠다. 버스에서는 다른 한국인 젊은 남자가 짜뚜짝시장에 가냐고 물어봤다. 그래서 우리는 암파와 수상시장을 간다고 하면서 자리에 앉게 되어서 서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대학 동기인 두 형님은 어제인가 방콕으로 왔고 오늘 저녁에 파타야로 갔다가 다시 방콕으로 온다고 한다. 오늘은 짜뚜짝에 가는 길인데 아무 것도 아는 것이 없다고 여러 가지 정보를 우리에게 물어봤다. 나름 방콕에 일주일 넘게 있으면서 한 것들과 아는 것들을 전해드리니 완전 좋아하신다. 그러다 어떻게 하다 보니 우리와 암파와 수상시장에 같이 가고 싶다고 해서 동행하기로 결정! 아내 눈치를 보니 괜찮다고 하며 좋아한다. 그래서 우리는 짜뚜짝을 지나 형님들과 함께 모칫 터미널까지 갔다.
터미널에 한번 와 봤어도 아는 것이 없는 우리는 헤매기 시작했다. 인포메이션에 계속 물어보고 겨우겨우(?) 매끌렁으로 가는 롯뚜 터미널로 갈 수 있었다. 그런데 한 시간 정도 걸릴 줄 알았던 매끌렁이 두 시간이나 걸린다고 한다. 형님들은 한 시간 만에 가서 얼른 보고 돌아와 파타야로 저녁에 가셔야 하는데 이동시간에 이렇게 허비를 하게 되면 일정이 힘들어지신다고 고민을 하신다. 그러더니 다녀오는 것은 힘들 것 같다고 오늘은 그냥 짜뚜짝을 보신다고 한다. 억지로 모셔온 것은 아니지만 괜스레 급 죄송해졌다. 혹시 모르니(?) 연락처를 물어보셔서 알려드리니 ‘방콕부부’라고 저장을 하셨다.
우리 둘만 롯뚜 값을 내고 10분 정도 기다리고 택시정류장쪽으로 가서 세워져있는 롯뚜를 탔다. 우리 말고도 두 명이 더 타고 있어서 왠지 안심. 이 롯뚜도 가면서 중간중간 사람들을 태운다. 길은 그리 막히지 않았고 지루한 시간이 지나 매끌렁에 도착했다. 한 시간 반 정도만에... 헤어졌던 형님들이 생각났다. ... 같이 왔어도 괜찮았을 것 같은데...
롯뚜를 타고 오다가 본 기찻길 쪽을 향해 골목으로 조금 들어가니 양쪽으로 집들이 있었고 저 앞에는 시장이 있었다. 이게 사진하고 영상으로만 보던 위험한 기찻길 시장이라니, 완전 신기했다. 본격적인 시장 안으로 들어가니 온갖 시장 냄새가 진동을 했다. 특히 생선을 많이 팔아서 비린내도 많이 났다. 기찻길 옆으로 작은 시장, 상인들이 오밀조밀 모여 있는 모습이 참으로 이색적이었다.
기찻길을 따라 조금 걷고 있는데 저 멀리서 안내방송 같은 게 들려왔다. 그리고 분주해지는 시장 상인들. 물건들을 정리하기 시작하면서 바퀴달린 테이블을 가게 안쪽으로 넣기 시작한다. 우리도 옆에 있던 생선가게에 들어가니 아주머니께서 여기서 구경하면 된다고 하신다. 그러면서 안전선도 지킬 수 있게 도와주셨다.
기차의 경적 소리가 저 멀리서부터 들려오며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중 가장 돋보이는 사람은 기차가 뒤로 보이는데도 불구하고 기찻길 한 가운데 서서 사진을 찍으려고 기다리는 한국 아저씨와 그 가족들... 완전 짜증이 났다. 다들 사진을 잘 찍고 싶은 마음이 있는 건데 저렇게 한 가운데서 풍경을 가로막고 있는 것은 정말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참다못해 소리를 질렀다. “좀 나오시죠!” 그래도 허둥지둥 사진을 찍고 기차가 오기 직전에서야 자리를 피했다. 정말... 자신의 추억을 위해 다른 사람의 추억을 가로막는 ‘어글리 코리안’이었다.
기차는 천천히, 그러나 위험하게 우리의 ‘코 앞’을 지나갔다. 기차 밖에 있는 사람도, 안에 있는 사람도, 서로의 모습을 사진에 담느라 모두 정신이 없다. 몇 초 정도 기차가 지나가자 순식간에 다시 시장 상인들은 천막을 치고 테이블을 꺼내온다. 진짜 신기하다. 그런데 이렇게 불편한 시장에서 왜 계속 장사를 하는 것일까? 뭐, 이런 게 관광지니까 사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겠지. 그런데 파는 물건들이 너무 현지스러운, 생선, 각종 음식거리인데 정말 관광객이 사는지 의심스럽기도 하다.
기차가 지나가고 우리는 매끌렁역으로 갔다. 시장 옆 길 건너에 있는 매끌렁역에는 아까 기찻길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여기로 모인 것처럼 많이 있었다. 아까 온 기차는 연착이 돼서 늦게 온 기차인데 시간표를 보니 여기서 출발하는 기차는 2시 30분, 30분 후에 출발한다고 나와 있었다. 그래서 얼른 점심을 먹고 한 번 더 보기로 했다. 점심은 근처 국수집에서 간단히 해결했다. 이곳에서는 중국인을 만나서 아는 중국어를 총 동원해서 급 친해지고 다시 작별인사를 했다. 원래는 남자 한 명만 있어서 심심해 보여 말을 걸었는데 잠시 후에 온 가족이 몰려왔다. 부인, 장인, 장모 등등... 남자가 영어를 잘 못해서 아이패드로 구글번역기를 사용해 필담처럼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재미있었다. 한자를 어떻게 타이핑 하나 봤더니, 한문 발음을 영어로 써서 거기에 맞는 한자를 변환하는 방식이었다. 힘들고 느려보였다. 역시 한글이 짱이다.
2시 30분 정도가 되어서 기찻길로 가니 아까 들어왔던 기차가 다시 나가는 것 같았다. 이번에는 조금 다른 장소에서 기다렸는데, 역시 안내방송과 상인들의 정리, 기차 통과, 순식간에 펼쳐지는 천막 순으로 신기한 장면을 구경했다. 두 번 봐도 재미있었다. 투어라면 한 번만 보고 다른 곳으로 이동했을 텐데...
점심을 먹으러 가다가 본 근처 성태우 정류장에서 성태우를 타고 암파와로 갔다.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두리번두리번 하니까 암파와 가냐고 물어봐서 여기가 성태우 정류장인 것을 알았다. 태국 현지사람들과 한국 남자 두 명이 성태우에 타고 10분 남짓을 달려 암파와에 도착했다. 몰랐는데 앞에 앉아있던 여자애가 암파와라고 말해줘서 알았다. 내리고 나서 기사에게 알아서 요금을 지불하는 방식이 색달랐다. 마치 택시처럼.
바로 옆에 롯뚜 정류장이 있어서 막차인 8시차를 미리 예매했다. 혹시 자리가 없으면 방콕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불상사가 발생할 수도 있으니까. 여기서도 암파와 수상시장으로 어떻게 가야 할지 몰랐는데 툭툭 기사가 손으로 가리켜줘서 알았다. 은근 친절하다.
골목을 지나자 긴 수로가 펼쳐졌고 수상시장이 나왔다.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었던 모습, 게다가 방콕에서도 볼 수 없었던 모습. 완전 신기했다. 수로 양쪽으로는 흔히 볼 수 있는 시장 모습이었지만 배를 정박해놓고 각종 먹을거리를 파는 모습은 그동안은 보지 못했던 시장의 모습이었다. 반딧불 투어 신청하는 곳도 바로 있어서 물어보니까 6시에 출발하고 알아봤던 가격과 동일한 60밧이었다. 조금 더 돌아보기로 하고 우선은 지나갔다.
먹거리는 해산물을 많이 팔았고 기타 다른 물건들은 짜뚜짝이나 카오산, 아시아틱 같은 곳에서 파는 것과 대동소이했다. 3시간 정도가 있어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과일 시식도 하고 군것질도 하고 그랬다. 그러다가 반딧불 투어 신청을 하고 수상시장 밖으로 나가서 꼬마 축구단(?) 경기 하는 것도 관람하다가 다시 수상시장 관람... 수상시장 끝 쪽에는 게스트하우스가 많이 있었다. 이곳에서 숙소를 정해서 조금 머물러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봤다.
배를 타고 그냥 하는 투어를 할까도 하다가 이따가 반딧불 투어 하니까 그냥 참았다. 해가 지는 멋진 모습까지 보고 나니 6시가 되어서 반딧불 투어 배를 탔다. 맨 앞에는 서양 여자애 둘이 탔고 그 뒤로는 우리 둘을 비롯해 한국인 가족들이 탔다. 배는 수상시장을 빠져나가 조금 큰 강으로 갔다. 해가 완전히 지고 어둑어둑해지는 강변은 약간 으스스해 보이기도 했지만 강 옆으로 있는 숙소와 레스토랑의 불빛들은 운치를 더하는 듯 보였다.
반딧불 투어라고 해서 엄청난 반딧불을 계속 보면서 가는 것이라고 상상했는데 그건 아니었다. 강변에 있는 나무에 반딧불이 있는지 찾아다니는 형식이었다. 초반에는 나무 근처에서 기다려도 반딧불이 보이지 않아 보지 못할 줄 알았다. 그런데 계속해서 반딧불을 찾아서 배가 가다 보니 정말 희미하게 반짝반짝하는 나무 사이의 반딧불을 볼 수 있었다. 크리스마스트리 정도도 아니고 진짜 희미하게 하얀 불이 반짝반짝 하는데 처음 보는 반딧불에 너무 신기했다. 옛날에는 반딧불을 모아 책을 읽었다는데 도대체 몇 마리를 모아야 볼 수 있는지 의심이 들 정도로 그리 밝지는 않았지만...
수상시장 둘레를 한 바퀴 돌고 배는 다시 투어 선착장에 도착했다. 7시 반 정도가 되어서 롯뚜 시간까지 30분 정도가 남아서 근처에 다른 시장을 구경하면서 군것질을 했다. 화장실이 가고 싶었는데 경찰서에 화장실을 이용하자는 당돌하고도 생각지도 못한 아내의 말에 한걸음한걸음 경찰서로 들어갔는데 경찰은 없고 스님들뿐이었다. 그리고 더 안쪽에는 무료로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었다.
아눗싸와리까지 오는 길은 교통체증이 전혀 없어서 1시간 만에 도착했다. 아침에는 호텔에서 아눗싸와리 가는 버스가 없다고 했는데 왠지 14번이 익숙해서 카오산로드로 가냐고 물어보니까 반대쪽에서 타라고 했다.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아서 민주기념탑을 지나가는 다른 버스를 타고 내려서 숙소로 걸어갔다. 저녁은 홍콩누들이 문을 닫아서 새로운 인도카레를 먹었다. 오늘 하루도 무사히 종료. 내일은 짜뚜짝, 모레는 이제 지겨워지려고 하지만 정도 많이 든 방콕을 떠나 푸켓으로. 여행 절반 이후부터 날짜가 훅훅 가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