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이라 그런지 길거리에 불상 같은 것들이 있는 곳에 사람들이 정말 많다. 다들 제물을 바치고(?) 기도를 드리는 모습. 흥미로워서 사람들의 모습을 지켜보다가 우연찮게 신에 대한 설명이 있는 글을 읽게 되었다.
가네샤-성공의 신
인간의 성질을 가진 코끼리로 네 개의 팔은 악과 싸우고 성공을 가져오는 등의 역할을 하고, 교육, 지식, 지혜의 신으로부터 숭배를 받는다고 한다. 제물 부분이 제일 흥미로웠는데, 바나나, 망고 같은 과일, 우유나 전통 디저트 같은 단 것, 꽃도 종류가 있는데 노란색만 되는 것 같았다. 그래서 과일도 다 노란색 종류. 옆에 있던 불상은 빨간 꽃과 빨간 음료수만 있었는데... 마지막으로 가네샤에게 고기는 제물로 바치면 안 되다는 사항이 있었다. 그리고 나와 있는 기도문. 영어로 되어있지 않아서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지만, 교회에서 외우는 주기도문이나 사도신경 같은 것 일 듯하다. 3번 따라하라고... 외어서 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통에 담긴 기도문 종이를 꺼내서 낭독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곳을 지나가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제물을 바치고 향을 피운 후 기도문을 읽는 풍경이 정말 신기했다. 시간을 내서 참여하지 못하는 사람은 지나가면서 두 손을 모으고 잠시 기도하고 가기도 했다. 이들의 불심은 도대체 어디까지일까. 나는 불교가 아니지만 이들의 신앙심이 깊다는 면은 존경스럽기도 했다.
내일이 방콕에서의 마지막 날이라 오늘 아침 일찍 빨래를 맡겼다. 내일까지 줘도 되냐고 하는 것을 오늘 저녁에 달라니까 가능하다고 했다. 앞으로 푸켓에서 쓸 돈도 정리해 보고 얼마를 더 인출할지도 계산해보았다. 라오스에서 쓰려고 했던 500달러 중 200달러가 아직도 남아서, 라오스에서 돈을 적게 쓴 덕분에(?) 방콕에서 쓴 돈들이 상대적으로 너무 많게 느껴져서 괜히 좀 그랬다. 과소비 한 것은 아닌데 부담도 되었다.
아침은 어묵국수를 먹고 하루를 시작하기로 했다. 아내는 50밧 일반, 나는 65밧 곱배긴데 양이 똑같은 것 같다. 그릇만 크지 다른 게 없는 듯. 아내는 이제 알았냐며, 나는 그걸 왜 이제 말해주냐고 했다. ... 어쩔 수 없이, 그래도 맛있게 다 먹고 여유 있게 3번 버스를 타러 갔다. 가는 길에는 와이파이가 잘 되는 홍콩누들 가게 앞에서 온갖 푸켓 정보에 대해서도 찾아보았다. 공항에서 시내 가는 길에 택시 바가지가 심하다는데 걱정이 조금 많이 되었다.
버스를 기다리는데 잘 오지 않아서 옆에서 파는 바나나구이를 먹기로 하고 돈을 꺼낸 순간 버스가 오기 시작했다. 허겁지겁 계산하고 바나나구이를 들고 버스를 탔다. 어제랑 같은 버스 아저씨! 돈은 오늘도 받지 않는다. 뭐지... 엄청 궁금했지만 물어볼 수도 없고, 그냥 무슨 기념인가보다 하고 생각하기로 했다. 익숙해진 카오산에서 짜뚜짝 가는 길, 창밖을 보며 가다보니 어느 샌가 짜뚜짝시장에 도착했다. 지난 주에는 주변만 쭉 둘러보고 내부로는 잘 들어가지는 않았는데, 오늘은 내부부터 보기로 했다. 그런데 이 길이 상당히 복잡하다. 길눈이 밝다고 생각했는데 길을 잃고 같은 길은 또 가고... 봤던 가게를 찾으려니 갈 수가 없고... 이렇게 한참을 헤매다가 아내는 마음에 드는 옷들을 봐서 티랑 바지랑 샀다. 나는 아주 작은 마사지봉만... 편하게 입는 반바지도 한 개 사고 싶었는데 아내가 적극적으로 사라는 말이 없어서 그냥 지나쳤다. ...ㅠㅋ 점심은 지난번에 먹었던 식당에서 파인애플밥과 똠얌궁을 시켰다. 두 번째 먹는 것이지만, 맛있었다.
오후에 짐 톰슨의 집을 가 보기로 했는데, 4시까지 입장인 것을 깜박 하고 3시 반까지 짜뚜짝을 구경했다. BTS를 타면 금방 갈 수도 있었겠지만 버스도 금방 와서 버스를 탔다. 그런데 아눗싸와리에서 길이 엄청 막히더니 정류장에서 다 내리라고 한다. 헐. 뭐지. 반대편 가서 버스 타라는 말뿐... 시간은 3시 50분. 짐 톰슨의 집 가기는 글렀다. BTS역에서 버블티나 한 개 마시면서 씨암까지 걸어갔다. 그리고는 에어컨바람 쐬면서 좀 쉬었다.
씨티은행에 가는 길에는 음식박람회 하는 곳이 있어서 무슨 케이크 만들기 체험을 했는데 엄청 텁텁한 코코아가루 뭉침 케이크였다. 한 입 먹고 멀리 가서 버렸다. 돌아다니면서 이것저것 시식을 하고 은행으로 갔다. 지난번에는 2만밧을 찾았는데, 이번에는 남은 돈과 푸켓에서 쓸 돈으로 7천밧을 더 인출했다. 숙소로 가는 길에는 맥도날드에서 콘파이랑 감자튀김을 시켜서 인터넷에서 푸켓 투어 등등에 대해서 찾아봤다. 익숙하지만 이제는 떠나고 싶은 방콕이지만 새로운 곳인 푸켓에 간다니 그냥 여기 머물러 있는 게 편할 것도 같았다.
카오산로드로 가는 버스 15번을 타고 숙소에 도착했는데 불을 켜자마자 엄지손가락만한 바퀴벌레가 보였다. 헐! 일주일동안 이런 적은 없었는데! 나도 놀라고 아내도 놀라고 바퀴벌레도 놀랐다. 피할 구멍이 없는 바퀴벌레. 침대 밑으로 들어가려는 놈을 내가 운동화로 때려잡았다. 발라당 뒤집어진 바퀴벌레를 보며 등골에 소름이 한 번 쭉 끼치고 어떻게 해야 할지 약간 멘붕이 왔다. 밖에다가 버리려고 옆에 보이는 아유타야 관광책자를 들어 바퀴벌레를 감싸는데 이놈이 아직 안 죽었다. 헐! 책으로 꾹 눌러서 밖으로 갖고 나갔다. 휴...
아침에 맡긴 빨래를 찾고 스타벅스에서 기념품으로 방콕 머그컵을 한 개 사고 인도음식점에 갔다. 일요일이라서 태국 요리는 안한다고... 헐! 생선요리를 마지막으로 먹어보고 싶었는데... 그래서 그냥 카레랑 탄두리치킨을 시켰다. 주인도 우리를 이제 단골로 생각했는지 말도 시키면서 더 친절한 것 같은 느낌이다. 맛있게 다 먹고 310밧인줄 알고 지폐로만 준비했는데 300밧이라고 한다. 그래서 10밧을 거슬러 받으려고 하는데 주인이 잔돈이 없다며 20밧짜리 지폐를 거슬러준다. 10밧 할인. 갑작스러운 할인데 감사하다고 하고 다음에 방콕 오면 또 들린다고 하며 가게를 나왔는데, 그냥 팁으로 줘도 괜찮았을 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게 익숙하지 않으니까 바로 생각이 안나서...
방콕에서의 마지막 밤, 나는 발마사지를 받기로 하고 아내는 기다리면서 블로그를 썼다. 다리에 벌레가 많이 물려서 발마사지 받으면 안 될 것 같다고 했다. 30분 발마사지를 잘 받고 마지막 카오산로드를 걸으면서 숙소로... 오는 길에 색동 모자(?)를 쓴 할머니 할아버지 일행을 봤는데 뭔가 멋있어 보였다. 두꺼비 아줌마들이 파는 모자인데, 저렇게 단체로 쓰고 다니니까 뭔가 제대로 노는 사람 같은 느낌? 이런 저런 풍경들을 구경하며 세븐일레븐을 들려 야식을 사고 숙소로 갔다. 야식을 먹고 힘을 내서 무거운 배낭을 다시 쌌다.
9박 10일의 방콕 여행. 마지막 밤은 뭔가 특별할 것 같은 생각이었지만 아무렇지도 않게 그냥 우리는 잠이 들었고, 방콕에서의 마지막 밤은 그냥 흘러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