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잃어 우연히 만난 한국인 여행자 센터 아저씨의 말이다. “경험을 많이 하면 인생의 선택에 있어서 뭔가 달라지지 않겠어요?” 뭔가 가슴에 훅- 들어오는 명언 같다. 처음에는 별 생각 없이 들어와서 푸켓 여행에 대한 정보를 얻다가 어떻게 하다 보니 조금은 깊을 수 있는 서로의 인생 이야기까지 하게 되어 아저씨가 지금까지 오신 길을 얘기해 주시면서 들은 말인데... 지금 여행자 센터에서 일 하시는 아저씨의 모습이 멋져 보이기도 했지만 지금까지의 과정을 듣고 그동안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서 얼마나 고민을 했을지 생각하면 정말 대단하다. 이런 고민이 있었기 때문에 저런 말을 할 수 있는 것 아닐까 싶기도 하고...
나는 이번 여행 경험을 통해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어떤 선택이 나의 인생을 달라지게 만들까. 아니, 어쩌면 이번 여행을 결심한 것을 ‘선택’한 것부터 나의 인생은 달라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지...
아침 일찍 알람이 울리고 부지런히 씻었다. 어제 다 챙겨놓은 가방을 재미삼아(?) 리셉션 앞에 있는 저울에 달아보니 9kg이었다. 아내 것도 9kg정도. 헐. 내 가방에는 노트북이 들어있어서 2kg는 더 무거울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내 배낭은 왜 이렇게 무거운 거지? 옷은 비슷하게 들어있을테고, 아마 식염수를 비롯한 각종 화장품(?)이 무게 좀 나가는 것 같다.
체크아웃은 아내에게 시키고 아침을 먹으러 홍콩누들로 갔다. 홍콩누들도 이제 마지막. 그동안 먹고 싶었던 딤섬들 막 시키고 인터넷도 엄청 했다. 별다른 건 아니고 푸켓에 들어가서 어떻게 파통비치로 가야 할지와 현지 투어 가격은 얼마정도인지 등등. 밥을 먹고 있는데 어떤 중국인 아저씨가 직원에게 길을 묻는데 영어가 서로 전혀 안 돼서 나에게 넘겨줬다. 나 중국어 모르는데... "Can you speak English?"라고 물었는데 당당하게 NO라고 하시며 중국어로 계속 지도의 어디를 가리킨다. 이때 다시 구글 번역기를 활용, 아저씨에게 써보라고 하니 돈무앙공항에 차로 어떻게 가는지를 묻는 것이었다. 아내에게 말하니 밥 먹고 같이 가자고 해서 물어보니 오후에 갈거라고 했다. 그래서 우리가 아는 버스번호를 알려주고 미션 클리어.
점심으로 먹을 딤섬도 몇 개 포장해서 나왔는데 저 멀리서 3번 버스가 오고 있었다. 막 뛰어서 겨우 탔는데 돈은 오늘도 안 받는다. 잉, 뭐지... 세 번째 무임승차. 모칫에 내릴 때가 되었는데 저 멀리 A1 버스가 보였다. 다행히도 우리 버스가 먼저 멈춰서 내리자마자 A1버스를 탈 수 있었다. 공항으로 바로 가는 A1버스, 한 사람에 30밧이다. 인상 좋으신 아주머니께서 운전을 하고 또 다른 아주머니는 버스비를 받았다. 고가도로로 쭉쭉 달리는 버스. 가는 길에는 다른 고가도로 공사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고, 신기한 것은 그 뒤로 사원이 있었는데 차에 탄 어떤 여자가 사원을 향해 두 손을 모으는 모습도 수차례나 볼 수 있었다.
길이 전혀 막히지 않아 공항에는 15분 만에 도착해서 10시 반이었다. 우리의 목표는 11시였는데 30분이나 일찍 온 것이다. 예전에는 방콕의 공항으로 사용되다가 수완나품공항이 생기고 쓰지 않다가 저가항공 전용공항으로 다시 사용한다는 돈무앙공항, 느낌이 뭔가 김포공항 같았다. 여기저기 구경을 하다가 카페에 앉아서 커피를 시키고 와이파이 번호를 알아내서 인터넷 좀 했다. 가족에게 연락하는 정도...
12시가 조금 안 되어 에어아시아에 가 보니까 3번 창구로 가라고 해서 티켓팅을 했는데 영화표 영수증 같은 티켓을 줬다. 아, 저가항공은 이런 티켓 비용도 절약을 하나보다. 푸켓으로 가는 것은 국내선이라서 좀 간편한 듯 했다. 내부를 구경하는데 바깥과는 차원이 달랐다. 여기는 좀 좋은 공항 모습. 스타벅스부터 먹을 곳도 많이 있었고 신기한 기념품도 짱 많이 팔았다. 온도에 따라 변하는 컵, 재미있는 악세서리 등등 볼거리가 너무 많아서 이것저것 막 구경했다. 그리고 남은 태국 돈을 비행기 안에서 먹을 빵이랑 핫도그, 물과 음료수를 사는데 다 썼다. 면세점이라고 비싼지 물 값이 세 배나 뛰었다. ... 이렇게 했는데도 1시간이나 남았다.
이때쯤 게이트가 배정되어서 게이트 앞에서 기다리기로 하고 의자에 앉아서 나는 그동안의 일정 정리를, 아내는 ‘잠’을 잤다. ㅎㅎㅎ 어느덧 게이트가 열리고 버스를 타고 비행기로 이동을 했다. 3-3열 좌석이었는데 우리는 창가 쪽 자리를 배정받아서 갔다. 그동안 밀린 블로그 좀 쓰려고 했는데 너무 어지럽고 졸려서 누워서 잠자다가 일어났다. 푸켓에 도착할 때쯤에는 푸른 바다와 섬들이 보였는데 너무 아름다웠다. 이곳이 신혼여행지의 메카, 푸켓이라니!
제주도공항 느낌이 나는 곳에 착륙을 했다. 이곳도 하노이와 마찬가지로 구 공항이 있고 새 공항은 한창 공사를 하고 있었다. 국내선을 이용해서 나가는 것도 매우 간단했다. 그런데 여기서부터 우리의 고민은 시작되었다. 파통비치에 과연 어떻게 갈 것인가. 공항을 완전히 나가기 전에 미니밴과 택시 예약하는 곳이 있어서 이곳에서 해야 하는지 엄청 고민이 되었다. 공항을 나가는데 예약하는 곳이 없으면 택시 바가지요금을 받는 것은 아닐지. 아내도 나도 와 본 적이 없어서 서로 어찌 할 줄 모르고 나가기 전에 2-3분간 서서 우왕좌왕했다. 별 것도 아닌데 뭔지 모를 두려움(?)이 엄습해왔다. 그러다가 그냥 나가기로. 그래서 공항을 나갔는데 미니밴 예약하는 데스크가 엄청 많다. 휴... 가격은 다행히도 다 똑같았다. 그래서 예약.
옆에서 기다리니 기사 아저씨가 와서 우리를 미니밴으로 데려갔다. 여전히 마음은 놓지 못하고 있었지만 이미 차에는 서양 사람들이 가득 타 있어서 조금 안심이 되었다. 차는 무사히 출발했지만 2차 두려움이 찾아왔다. 가는 길에 여행사를 들려서 일부러 투어 상품을 강매한다는데 그러지는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잠시 후에 어느 건물 앞에 내리니 어떤 여자가 와서 들어와서 호텔 이름을 다 적으라고 한다. 우리는 서양 사람들이 내리는 것을 눈치 좀 보다가 중간 쯤 내렸다. 얼른 호텔 이름만 알려주고 다시 차에 탔는데 아까 그 여자가 우리한테 온다. 맨 앞자리에 앉아서 타겟이 된 것인가... 차 문을 열고 우리에게 중국 사람이냐고 하면서 피피섬 투어 상품을 추천한다. 우리는 말을 못하는 척 할까, 영어를 알아듣지 못하는 척 할까 고민했는데 둘 다 했다.ㅋ 더듬더듬 노 차이니즈, 얼레디 부킹 등등 짧은 단어들을 말했다. 그러자 여자는 강매하지는 않고 들어갔다. 꽤 친절했지만 원치 않는 친절이다.
기사 아저씨가 다시 타고 차는 출발했다. 구글 지도를 확인하며 잘 가고 있는지 보는데 갑자기 차가 산으로 간다. 헐, 이상한 곳으로 가는 것은 아닌지 3차 두려움이 시작되려고 했는데, 산을 넘어가는 길이 지름길 같았다. 다행히 차는 파통비치로 갔고 순서대로 사람들을 내려주고 우리도 중간에 숙소 앞에서 내려줬다. 그래서 무사히 푸켓공항에서 숙소로 이동 성공! 오늘 아침부터 ‘공항에서 바가지 안쓰고 숙소 잘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 뿐이었는데 정말 다행이다.
미리 예약한 숙소 방을 배정받고 옆 동으로 이동했다. 게스트하우스를 벗어나니 방이 짱 좋다. 특별요청사항에 ‘허니문’이라고 적어서 그랬는지 침대 위에 수건도 백조하트모양으로 장식도 되어 있었다. 냉장고도 있고 물도 있고 커피포트도 있고 침대도 완전 푹신푹신하고 창문도 크게 두 개나 있어서 좋았다. 역시 싼 숙소는 싼 이유가 있고 조금 비싼 숙소는 비싼 이유가 있었다. 게스트하우스와 이렇게 차이가 나다니...
짐을 간단히 풀고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같은 태국이지만 방콕이랑은 느낌이 뭔가 달랐다. 저녁을 뭐 먹을까 고민했는데 조금 걷다보니 반잔시장이 바로 옆에 있었다. 그래서 여기서 길거리 음식을 먹었는데, 버섯스프는 맛이 완전 없었고 초밥은 우리가 아는 그런 초밥, 새우튀김은 튀김옷이 너무 두꺼웠고 오징어구이는 방콕에서 먹던 거랑 비슷했다. 그리고 순대도 사먹었는데 속에 쌀이 들어있던 것 같았고 맛은 뭐 그럭저럭했다.
저녁도 먹었겠다 바다 쪽으로 가볼까 했는데 그렇게도 많이 듣던 정실론이 바로 앞에 있었다. 그래서 여기도 조금 구경하다가 파통비치쪽으로 길을 틀었는데 이상한 방향이라서 돌아나오는데 길을 잃었다. 그러다가 발견한 한국인여행자센터. 사장님인줄 알았던 아저씨 한 분만 다른 손님을 기다리느라 늦게까지 남아 있는 거라고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했다. 처음엔 팡아만 투어를 물어보다가 아내가 라차섬 투어를 물어보고 서로의 과거(?)에 대한 얘기까지... 한 시간 넘게 떠들면서 푸켓에서의 좋은 볼거리들을 많이 추천 받고 나왔다. 투어는 조금 더 고민해 보고 예약하기로 했다. 아저씨도 강요하거나 하진 않아서 좋았다.
너무 늦은 것 같아서 그냥 해변 가는 건 포기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푸켓에서의 첫날 밤. 앞으로 여기서 뭘 하게 될지 잘은 모르겠지만 뭔가 기대되기도 하지만 현재까진 실망감도 조금 없지 않아 있다. 미니밴을 타고 오면서 본 파통비치가 우리나라 해변과 크게 다르진 않은 것 같이 보였기 때문이다. 뭐, 그건 내가 직접 가 보면 또 알게 되겠지. 여튼, 오늘은 푸켓에 무사히 도착해서 기분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