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보다 신혼 04] 5달러의 힘, 호텔 업그레이드

2015. 01. 04 (일)

  정들었던(?) 호텔을 떠난다. 방음이 전혀 안되는 방, 공동 욕실, 스프링이 그대로 느껴지는 침대 등등 9달러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모든 것이 용서되었던 숙소였지만, 마지막에 그래도 프론트에 있는 알렉스와 친해지면서 그새 정들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을 먹으려고 나오는데, 알렉스가 뭘 먹고 있어서 봤더니 소이(XOI)라고 했다. 불과 10,000동(500원)에 밥 같이 생긴 아침을 먹을 수 있다니! 알겠다고 하고 거리로 나섰다. 우리는 소이를 찾아 가게마다 물어보니 알렉스가 먹고 있던 것과는 다르게 생긴 것을 50,000동(2,500원)이나 부르는 거였다. 헐. 말도 안되서 다시 알렉스에게 가서 사정을 설명했더니, 우리를 직접 데리고 근처 길거리에서 소이를 파는 할머니와 연결(?)시켜줬다. 여긴 우리에게 비싼 하롱베이 투어를 권해줬던 여자애 직원도 있었다. 소이 1개를 주문해서 기다리는 동안 하롱베이 투어 어땠냐고 물어봐서, 그냥 모든게 다 좋았다고 말해주니 굉장히 좋아한다. 소이를 받고 살펴보는데, 바나나 잎(?) 같은 거에 말린 오징어 갈은 것, 땅콩가루와 땅콩, 소금을 뿌린 찰밥을 싸서 A4용지로 한번 더 싸준 음식이다. 먹어보니, 맛있다. 다 밥알이 날아다니는 것만 있는 줄 알았는데 찰밥도 있다니...

  다른 것들도 좀 사먹고 숙소로 돌아와 체크아웃을 했다. 나가면서 프론트에 알렉스가 있어서 같이 사진을 찍고 헤어졌다. 사진은 바로 알렉스 노트북에 메모리칩을 옮겨서 주고 나왔다. 이메일주소도 알려주니 'Hello, I'm Alex'라고 메일이 와 있었다. 저렴하고 작은 숙소라서 이렇게 친해질 수 있는 것 같다.

  여튼 우리는 14달러짜리의 평 좋고 조식도 주는 호텔로 향했다. 체크인이 몇시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짐이라도 맡기자는 생각에 발걸음을 옮겼다. 12시가 조금 넘은 시각, 체크인이 몇시냐고 물었는데 지금이란다. 와우. 우리가 어제 방 있냐고 물어본 사람이 또 우리를 맞이했는데, 기억 못하는 것 같다. 3층 방으로 우리를 데려다주는데 여긴 엘리베이터도 있다. 와우.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와우, 알렉스네 숙소랑은 차원이 다르다. 방 크기는 비슷한 것 같은데(알렉스네는 길죽하고, 여긴 정사각형) 냉장고도 있었고, 도배도 깔끔하게 되 있었고, 방음도 잘 될 것 같고(알렉스네는 복도랑 옆방이랑 천장쪽에 구멍이 다 나 있어서 시끄러웠음), 화장실도 딸려있고, 옷장도 있고, 티비도 완전 크다. 침대도 스프링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좋고 깨끗하다. 게다가 내일 아침에는 밥도 준다! 와우. 5천원의 힘이 이렇게 대단하다니... 여기가 14달러면, 알렉스네는 정말 한 3달러 해야 정직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저렴했지만 좋은 숙소에 들어오니 기분도 좋아지고 마음도 뭔가 편해지는 기분이다.

  아, 14달러만 해도 이정도 기분인데, 정말 40만원, 50만원 주고 마리나베이샌즈에서 자면 어떤 기분일까...?

  아침에 일어나 밥을 먹고 돌아와 잠시 아내와 QT를 했다. 가져와서 처음 하는 큐티.ㅋ 그리고 우린 토토가를 좀 보다가 체크아웃을 하고 다음 숙소로 갔다. 다음 숙소 체크인이 바로 되서 짐을 풀고 토토가를 좀 보다가 배에서 너무 심하게 꼬르륵 소리가 나서 점심을 먹으러 나왔다. 점심은 어제 저녁에 갔던 착한 식당. 큰 소리로 "씬 짜오"를 외치니 우리를 알아보고 "포 싸오"라고 한다. 우리는 포 싸오랑 꼼 장(COM RANG)을 시켰다. 메뉴판에 있는 꼼 장이 뭔지 구글에 찾아보니 볶음밥이 나왔는데 맛있을 것 같았다. 주문한 음식이 나오고, 한 입 먹는데, 아... 포 싸오, 정말 환상이다. 너무 맛있었다. 먹는 내내 '정말 대박이다, 정말 맛있다, 진짜 맛있다' 이 말만 수 없이 반복했다. 꼼 장도 밥알이 입 안에서 춤을 추듯 날아다니는데, 맛있었다. 소고기 볶음밥 느낌인데, 여튼 맛있었다.

  밥을 먹고 나와 열심히 걸었다. 길가에 파인애플 쥬스를 사먹었는데, 파인애플 한 개를 통채로 갈아줘서 기대했지만, 정말 그냥 파인애플 쥬스 맛이 났다. 정직한 맛. ... 파인애플만 갈았는데 우린 무슨 맛을 기대한걸까? 골목 골목을 지나 우린 성 요셉 성당으로 갔다. 간단히 기념 사진을 찍고 하노이역으로. 기차역 안에서는 지친 몸을 쉬면서 사파로 가는 기차표를 알아보는데, 벽에 기차 시간과 요금이 쭉- 프린트 되어 붙어 있었다. 그런데, 도저히 해석할 수 없어서 안내해주는 사람에게 물어보니 해석을 해 줬고, 사파로 가는 슬리핑 베드 기차는 460만동, 23,000원 정도라고 했다. 음... 나중에 갈 때 투어랑 비교해보면서 한 번 잘 알아봐야겠다. 투어로 갈지 직접 갈지.

  우린 역을 나와 큰 길을 따라 호아로수용소로 갔고, 수용소 내부를 관람했다. 실감나게 잘 만들어 놓은 탓에, 또 와보는 곳이지만 당시의 아픈 역사가 느껴지는 듯 했다. 절반 정도는 보존되어 관광객들을 맞이하고 절반은 하노이타워가 들어섰는데, 마치 '우린 과거의 아픈 역사를 갖고 있지만, 이렇게 발전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 했다. 수용소를 나와서는 다시 하노이역 뒤편으로 이어진 시장에서 과일을 샀다. 여기저기 가격을 물어보니 1kg 무게를 달아서 파는데, 가격이 조금씩 다 달라 제일 싼 곳으로 갔다. 망고 1개랑 예전에 먹어봤던 망까오(Mang Cau) 1개를 샀다. 호텔에 가서 먹어야지. 그리고 우린 근처에 있는 문묘로 향했다. 예전에 왔을 땐, 마지막날 공항 가는 길에 들려서 시간이 부족해 들어가보진 못했는데, 오늘은 들어가 볼 수 있을 것 같다. 별거 없을거라는 기대와는 달리, 또 막상 들어와보니 은근히 신기하고 그랬다.

  오후 내내 돌아다녀서 많이 힘들긴 했지만 아내가 절대로 쎄옴은 안탄다고 해서 계속 걸었다. 가는 길에 하노이 깃발탑도 보고 군사박물과 옆도 지나갔다. 숙소로 가는 길로 들어가려고 했는데 이게 지도에는 길이었지만 실제로는 국방부 내부 도로였다. 높은 담과 어마어마한 대문, 여기에 서 있는 총을 든 공안들은 약간 좀 무섭기까지 했다. 여길 가로질러가기만 하면 숙소인데 국방부가 엄청나게 넓어서 ㄷ자로 쭉- 돌아가야 했다.

  겨우 국방부 근처를 빠져나와 숙소로 가는 길에는 군 옥수수 1개를 사먹었다. 10,000동(500원)이란 저렴한 가격, 방금 숯불에서 굽던 거라 정말 뜨겁고 맛있었다. 아내는 옥수수를 좋아하는데, 먹으니까 힘이 좀 나는 모양이다. 숙소에 들어와서는 조금 쉬다가 다시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분짜를 먹고싶다고 해서 주변 식당을 갔는데 50,000동이란다. 헐... 첫 날 먹었던 곳은 30,000동인데... 그래서 우린 30,000동짜리 분짜 식당으로 향했다. 가는 내내 구경할 것들이 많아서 지루하진 않았다. 정신없이 삑삑대는 오토바이랑 차들만 없어도 좀 나을텐데...

  분짜랑 포 가(PHO GA, 닭고기 쌀국수)를 먹었는데, 닭고기 쌀국수는 닭 냄새가 너무 많이 나느 것 같았다. 그래도, 분짜가 맛있어서 잘 먹고 나와 숙소로 향했다. 가는 길에는 여행사를 들려 사파 투어에 대해 조사를 좀 해 봤다. 간판에는 29달러에 2박 투어가 적혀있었는데, 역시나 버스였고, 추가 요금 없이 다 포함된거냐 물어보니까 갑자기 30달러를 더 붙여서 59달러란다. 호텔 하루에 홈스테이 하루라는데, 나중에 다시 돌아와서 알아본다고 하고 명함만 받아놨다. 돌아가는 길에는 마실거리랑 옥수수 2개, 그리고 찰밥구이(?) 같은 것을 사서 숙소에서 먹었다. 그리고,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면서 하루 마무리... 기분 정말 좋다.

  오늘 너무 돌아다닌 것 같은데, 내일은 좀 숙소에서 쉬면서 여유좀 부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