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하다. 착륙 전에는 창 밖을 보는데 있는 게 거의 없었다. 어둠 속에 간간히 보이는 불빛을 찍으려는데 너무 어두워서 카메라가 초점도 잡지 못했다. 비행기를 내리고 나서도 공항에 비행기도 몇 대 없었고, 그 마저도 작은 비행기였다. 공항도 작았다. 택시를 타고 오는 길은 오토바이도 찾아보기 힘들었고 차도 많이 없었다. 집들도 드문드문 있었다. 메콩강변에 천막 아래 의자를 깔아 놓은 식당과 카페들이 있었는데, 사람들마저도 여유로워 보였다.
하노이와는 완전 다르다. 하노이의 반대다. 하노이는 항상 오토바이 소리와 클락션소리,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 천지였는데, 이곳 라오스의 루앙프라방은 전혀 그렇지 않다. 밤이라 그런지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하노이의 밤과는 다르다. 루앙프라방은 어떤 곳일까? 내일이 기대된다.
어제와 같이 일어나서 조식을 먹었다. 아내는 여전히 속이 좋지 않아서 혼자 내려가서 먹었다. 어제랑 비슷한 메뉴였지만 미 싸오(볶음라면?)과 바나나가 있었다. 아내는 아침을 굶고 포카리랑 물만 좀 마셨다. 짐을 다시 싸고 11시가 다 되어서 체크아웃을 했다. 체크인 할 때 프론트에 있던 여자 직원이 한국말로 '안녕하세요'라고 해서 왠지 한국을 좋아할 것 같은 생각에 집에서 가져온 독도 뱃지를 줬다. 좋아한다. 기념 사진도 한 번 찍고 호텔 밖으로...
롱비엔 버스정류장으로 가는 길에 약국을 들렸다. '배탈이 났어요'라고 베트남어로 쓴 메모와 미리 찾아본 약 이름을 보여주니 약을 찾아줬다. 1포에 6,000동이라서 10포를 샀다. 약은 공항에 가서 먹기로... 약국을 나와 정류장으로 가는 길에 길거리에서 바나나를 파는 할머니가 있어서 아내에게 점심 대신 먹을 겸 해서 3개를 샀다. 1개에 2,000동(100원). 정류장에 도착해서 17번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에는 노점에서 반미를 샀다. 공항에서 이것도 점심으로 먹으려고... 이것도 1개에 2,000동.
버스가 와서 뒷문으로 아내를 밀면서 태웠다. 새치기 시키면서... 이렇게 타지 않으면 자리에 앉지 못할 수도 있다. 다행히 아내가 자리를 잘 잡아서 앉아서 갔다. 올 때 1시간 30분 정도 걸려서 그정도 걸릴 줄 알았는데 1시간 정도만에 공항에 도착했다. 낮시간이라 길이 좀 안막힌 것 같기도 하다. 우리가 탈 라오항공은 새로 지은 터미널 2에 있어서 셔틀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아직 티켓팅까지는 한참 남은 시간, 바나나랑 빵을 먹으면서 시간을 때웠다. 블로그에 올릴 글도 쓰면서...
터미널 2로 입국했는데, 그 때도 정말 건물이 잘 지어진 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3층 출국장을 보니 정말 인천공항 뺨치게 좋다. 잘 모르겠지만, 공항 안에 현수막이랑 이런걸 보니 일본이 공항 건설에 참여한 듯 하다. 정말, 베트남이 엄청 변하고 있는 것 같다. 뉴스를 좀 찾아보니 구 청사는 국내선만, 신청사는 국제선만 운용하고,에어버스 A380과 보잉 747도 착륙할 수 있는 활주로도 만든다고, 600만명 수용 능력을 2,500만명으로 아시아 4번째 공항으로 끌어올린다는데... 여튼, 장난 아닌 듯 하다.ㅋ
공항에 버거킹이 있어서 먹으려고 했는데 전체적으로 아직 내부도 완공되지 않아 영업을 하지 않는단다. 능숙한 한국어로 안내해주는데 신기했다. 한국말 잘한다고 해줬더니 조금 잘한단다.ㅎㅎ 뭘 먹을까 하다가 쌀국수집에 갔는데, 막상 주문을 하려고 하니 인스턴트 면만 되고 고기를 추가할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컵라면 2개에 소고기를 추가했다. 숙주랑 고수도 준다. 그래서 얼른 집어 넣고 먹었다. 그냥, 글씨 그대로 있는 그 맛.
어느덧 시간이 되어 티켓팅을 하고 출국수속을 마쳤다. 면세점은, 특별히 볼 건 없었다. 아직 문을 열지 않은 곳이 많이 있었다. 사실, 아내가 너무 힘들어해서 돌아다니지 않아서 뭐가 있는 지도 잘 모르겠다. 근데 쭉- 대충 봤을 때 뭐 별건 없었던 것 같다. 우리가 타는 라오항공은 버스를 타고 이동을 해야 했다. 가는 길에 대학교 봉사단 친구들이 파란 조끼를 입고 많이 타서 말을 걸어보니 루앙프라방에서 버스로 7시간 떨어진 곳에 학교를 지어주러 간단다. 정말, 나는 대학교 때 저런 경험 한 번도 못해봤는데... 부럽기도 하고, 또 지금 내가 이렇게 아내랑 여행하고 있다는 것에 또 엄청 부럽거나 하진 않았다. 나의 지나간 과거에 대해 후회하며 부러워한들 무엇하랴...
얘기를 하다보니 버스가 멈췄는데, 프로펠러 있는 엄청 작은 비행기였다. 허허허허허허. 2-2석으로 되어 있는 정말 작은 비행기였다. 왠지 위험할 것 같은 그런 느낌의 비행기... 그래도 무사히 이륙하고 착륙도 잘 했다. 1시간 정도 되는 거린데 빵이랑 작은 귤(씨가 있는 귤?)을 2개씩 줬다. 제주항공은 하노이 오는 5시간 동안 물만 줬는데...
루앙프라방에 내리는데 정말 창 밖에 있는게 거의 없어서 좀 놀랐다. 하노이는 이륙할 때 쭉쭉 뻗은 도로라도 보였는데, 여긴 그런 길도 안보였다. 내려서 숙소까지 오는 길도 정말 고요... 베트남에 적응이 되서 그런지 뭔가 이상한 것 같았다. '여긴 사람 사는 곳이 아닌가?'하는 생각도 들고...
택시는 공항에서 50,000킵 또는 200밧에 오는건데, 다른 일행과 함께 하려다가 실패했다. 최대 3명 제한이 있어서... 혼자 온 사람을 찾아서 택시비도 나눠서 내려고 해봤지만 못 찾아서 실패. 환전을 못해서 달러로 낼 뻔 했지만 다행히 태국 돈이 있는게 생각나서 딱 200밧만 냈다. 달러로는 7달러를 달라고 했다. 다행히(?) 우리는 잔돈이 6달러만 있어서 고민을 하다가 태국 돈 있는게 생각이 났지...
아, 그리고 자원봉사 하는 대학생 친구들에게 집에서 챙겨온 볼펜 무더기를 줬다. 우리가 라오스나 이런데 돌아다니면서 만나는 애들 주려고 했는데, 현실적으로 어렵거나 귀찮을(?) 수도 있을 것 같았고, 학교 지어주러 간다는데 뭔가 이 친구들에게 넘겨주면 더 정확히 필요한 곳에 써줄 것 같았다.
택시(라고 쓰고 스타렉스)는 숙소 앞까지 편하게 데려다줬고, 밤 9시라는 늦은 체크인 시간이었지만 젊은 남자 주인도 친절하게 우리를 맞아주었다. 우리 방은 창문이 있는 방이지만 사실 별 의미는 없었다. 방은 넓고 깨끗하고 좋았다. 신기한 점은 숙소 건물에 들어갈 때부터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것이었다. 하노이에서처럼 숙소가 없을까봐 아고다에서 1박만 해놨는데, 빨래도 맡겨야 하고 사실 숙소에서 바로 예약하고 이용할 수 있을까 해서 물어보니 된단다. 우리가 오늘 자는 방은 내일까지는 비어있고 1박에 20달러. 아고다는 19달런데 수수료 포함하면 23달러 정도... 그래도 그냥 아고다는 19달러라고 하니 1달러 깎어봤자 뭐할거냐 뭐 이런 뉘앙스로 말해서 좀 나도 엄청 좀스러워 보이기도 하고 민망하기도 하고 그래서 말을 잇지 못했다. 우리에게 며칠 있을 거냐고 물어봐서 모른다고 하니까 다른 방도 갑자기 알려줬다. 문 앞에 있는 방인데 좀 작긴 하지만 침대 크기는 같았고 화장실도 있었다. 이건 15달러란다. 와우. 이런 방은 아고다엔 없었는데... 그래서 일단 내일은 이 방으로 옮겨서 하루 더 잔다고 했다. 이 방은 앞으로도 계속 아직 예약이 없다고 한다. 언제까지 머무를거냐 물어봐서 예약이 들어오면 알려달라고 했다. 확인차 조식 포함이냐고 하니까 15달러는 아니란다. 헐. 왜 아니냐고 좀 하니까 1초 정도 고민을 하더니 조식도 준다고 했다. 와우. 15달러에 조식 포함으로 나름 흥정 성공. 기분이 좋았다.
짐을 풀고 씻고,아내는 자고 나는 지금 이렇게 블로그. 밀려서 쓰다가 이제 다시 안밀리는 블로그다.
아내가 얼른 회복되길 기도한다. 뭘 제대로 먹지도 못하니 힘도 없어지는 것 같다. 내일은 제발 다 낫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