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롱베이에서 돌아오니 저녁 시간이 다 되었다. 무엇을 먹을까 고민을 하다가 결국 먹은게 쌀국수다. 쌀국수을 일반적으로 포(더욱 현지 발음으론 퍼)로 알고 있지만 며칠 돌아다녀보니 뒤에 붙는게 많이 있었다. 그러다 알게 된 것이 보(BO)는 소고기, 가(GA)는 닭고기 인 듯 했다. 그리고 메뉴판에 PHO를 기본적으로 써 놓고 뒤에 이것저것 쓰는데 어떤 쌀국수인지 나타내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양지 쌀국수, 뭐 이런식으로 하는 것 처럼...
동수언시장을 서쪽으로, 숙소 옮길 곳을 다녀오다가 가격이 착한 쌀국수 집을 발견해서 자리를 잡았다. 젊은 아저씩 둘이 하는 가게였는데 인상이 정말 좋아보였다. 메뉴판을 가리키며 이것저것 물어보면서 메뉴를 좀 익히고 그냥 또 뭔지 모르는 쌀국수 두 종류를 시켰다. 가게를 구경하는데 현지 사람들 대부분이 넣어서 먹는 길죽한 빵 같은게 있어서 뭐냐고 물어보니 '로타리(?)' 라고 한다. 얼마냐니까 2,000동(100원). 궁금해하니까 한개 그냥 먹어보라고 했다. 쌀국수가 나오고 빵을 적셔서 먹는데, 맛있었다...! 그래서 값을 지불하기로 하고 세 개 더 집어왔다. 쌀국수계의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는 것 같은 맛이었다.
다 먹고 나가려는데, 다른 손님 음식을 준비하는 것을 구경했는데, 야채를 열심히 볶아서 쌀국수에 얹어주는 것이었다. 이건 뭐냐고 물어보니 포 싸오(PHO XAO, 볶음 쌀국수)란다. 와우. 이것도 신세계다. 항상 뭔지 몰라서 그냥 국물 쌀국수만 먹었는데... 내일 포 싸오 먹으러 온다고 하면서 가게를 나섰다. 사진도 같이 찍고. 대부분의 쌀국수 가게가 그렇듯이, 이곳도 작고 허름했지만, 뭔가 착한 식당, 정직한 식당을 운영하는 사람들 같았다. 이런 사람을 만나면 내 기분까지 뭔가 좋아지는 느낌이다.
새벽에 일찍 깨서 해도 뜨기 전에 갑판에서 노트북을 들고 나가 글을 좀 썼다. 해 뜨는 것을 보고 싶었는데 좀 흐렸고, 사방이 섬으로 둘러싸여 수평선에서 해가 뜨는 광경은 볼 수 없었다. 6시 30분이 되어 선실로 들어오니 카약 타는 사람들이 모였는데, 싱가포르 다단계 2명, 서양 여자애 2명, 독일 남자 1명, 그리고 우리 둘, 총 7명이었다. 작은 배로 5분 정도 가니, 카약을 운영하는(?) 수상가옥 단지가 나타났다. 처음 타보는 카약, 내가 뒤에 타고 아내가 앞에 탔는데, 처음에는 노를 저어도 생각대로 잘 되지 않았다. 그래도 바다 한가운데서 뭔가 내가 노를 저어서 움직이고 있다는게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아내는 계속 무섭다고 난리다.
30분의 짧은 카약체험이 끝나고 배로 돌아와 아침을 먹었다. 아침은 빵과 계란, 간단히 먹었다. 아침을 먹고 숙소에 들어가서 조금 잤다. 깟바 섬으로 몇 명만 데리고 갔는데 2박 3일 투어 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깟바 섬에서 다시 몇 명이 나왔는데, 오늘 투어 마지막날인 사람들이었다. 멤버가 절반 정도 바뀐 채로 스프링롤 만들기 체험을 했다. 라이스 페이퍼를 젖은 천 위에서 살짝 적시고 고기와 당면, 감자와 양파, 계란을 섞은 소를 적당히 올려서 마는건데, 쉬울줄 알았지만 옆구리 터지고, 라이스 페이퍼 찢어지고 난리였다. 다 만들고나서는 서로의 스프링롤을 평가(?)해 주는데, 약간 성적 농담을 섞어서 비유(?)하며 이야기를 했다. 내껀 스프링롤이 길고 굵었는데(?) 가이드 말이 'Korean Style'이란다. 음...
스프링롤을 비롯해서 점심을 먹는 사이에 배는 육지에 도착했다. 조금 기다려 버스를 타는데, 사람이 또 많아져서 타기 전부터 은근히 자리 싸움이 치열한 듯 했다. 다행히 우리는 간이 의자가 아닌 정상적인 자리에 앉았다. 긴 시간을 가야하는데 다행히 잠은 잘 왔다. 중간쯤 와서 휴게소에서 잠시 쉬고 다시 갔다. 창밖을 보면서 가는데 또 다행히 은근히 시간이 잘갔다. 버스는 우리 숙소 앞에서 내려주고 떠났다. 이렇게 하롱베이 투어는 끝...!
숙소로 들어왔는데, 같은 숙소에서 머무른, 엊그제 인사한 한국 어머님과 아들을 만났다. 어제 하롱베이 당일 투어를 다녀오시고 오늘은 땀꼭에 다녀왔다고... 내일을 사파에 가는데 숙소가 너무 불편해서 옮기신다고 한다. 그러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우리 투어 너무 비싸게 준거라고, 40달러 짜리도 있어서 우리가 계약서 쓰고 있는데 말리고 싶었다고 했다. (말려주지!!!) 투어는 가격이 다 다른 것 같아도 사실 가면 다 똑같다고 한다. (아...) 기분이 좀 그랬지만, 뭐 이미 지난 것 어쩔 수 없었다. 그런데, 우리가 정말 가서 본거는 실제로 좀 다르기도 했다. 싼 가격이면 추가 옵션이 없는 것들일테고, 우리는 full option이었다. 게다가 우리는 선실에 화장실도 딸려 있었다. 같은 배에 탄 사람 중에 어떤 사람은 화장실 없는 방에서 잔 사람도 있다. 여튼, 뭐, 우린 그냥 좋은 투어 간거로 생각하기로...(ㅠㅠ)
방에 들어와서는 우리도 다른 숙소를 알아봤다. 동수언시장 옆으로 좋은 숙소를 몇 개 봐놓고 저녁을 먹으러 나가는 김에 보기로 했다. 오토바이 사이를 지나지나 숙소를 가서 빈 방이 있냐고 물어봤는데 없다고 했다. (내가 몇 분 전에 아고다에서 봤는데?) 정말 한개도 없냐고 하니까 도미토리만 있다고 한다. 가격은 1인 7달러. (아고다엔 5달러던데?) 그래서 아고다랑 왜 다르냐고 하니까 뭐라뭐라 그냥 얼버무리는 것 같았다. 그거 잘못된거라고... (아...) 알겠다고 하고 나왔다. 그래서 그냥 아고다에서 예약하고 다시 오기로...
돌아가는 길에는 저녁을 먹었다. 한국보다 물가가 저렴하지만, 가게마다 편차가 커서 매번 고민이 되는 부분이다. 쌀국수 10,000동(500원) 정도 차이는 그냥 넘어가는데 20,000동(1,000원) 정도 차이가 나면 조금 고민이 된다. 아니, 다른 가게를 찾는다. 쌀국수가 30,000동 정도인데, 50,000동 하는 곳에서 먹는 것 보단, 10,000동만 더 보태면 30,000동짜리 쌀국수를 두 그릇 먹을 수 있으니 말이다. 여행지에서는 천원도 아끼게 되는 듯...
위에 썼던 착한 가게에서 저녁을 먹고 동수언시장으로 들어오니 여기저기 먹자골목이 많이 있었다. 튀김을 파는 곳에서 우리는 잠시 몇 가지 먹어보기로 했다. 왕만두튀김, 월남쌈, 새우튀김을 먹었는데, 새우튀김이 특별히 맛있었다. 새우 맛이 뭔가 살아있는 느낌? 그리고 호안끼엠 호수까지 돌아보며 이곳저곳 더 구경을 하다가 숙소로 돌아왔다. 그리고 아까 갔던 숙소를 아고다에서 예약했다.
이렇게 오늘 하루도 가는구나. 이것저것 맛있는 먹거리를 부담없이 먹을 수 있는 이곳이 점점 마음에 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