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야기 248

세상은 11분을 축으로 돌아간다

No. 17211분파울로 코엘료 지음이상해 옮김문학동네 펴냄 사람들은 무엇을 위해 살까? 파울로 코엘료의 이 책, '11분'에 따르면 사람들은 11분을 위해 산다고 할 수 있다. 책에 있는 이야기를 인용해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렇다. "하룻밤? 마리아, 과장을 해도 정도껏 해야지. 그건 사십오분 정도에 불과해. 아니, 옷 벗고, 예의상 애정 어린 몸짓을 하고, 하나마나한 대화 몇 마디 나누고, 다시 옷 입는 시간을 빼면, 섹스를 하는 시간은 고작 십일 분밖에 안 되잖아." 11분. 겨우 11분을 축으로 세상이 돌아가고 있었다. 하루 24시간 중 그 11분 때문에(말도 안 되는 소리긴 하지만, 모든 사람이 매일 밤 아내와 사랑을 나눈다고 가정할 때) 결혼을 하고, 가족을 부양하고, 아이들의 울음을 참아내고,..

북유럽의 모나리자, 그 속에 감춰진 이야기

No. 171 진주 귀고리 소녀 트레이시 슈발리에 지음 양선아 옮김 강 펴냄 2013년 초, 샌프란시스코 골든게이트공원에서 처음 이 그림을 봤다. 그런데 '내가 아는 그림인데!'라는 생각을 했으니까, 엄밀히 따지면 처음 본 거는 그 이전일테고, 내 기억에 뚜렷이 남은 때가 샌프란시스코에서 봤을 때였던 것이다. 진지 귀고리 소녀. 그림의 제목답게 이 그림은 검은 배경에 진주 귀고리 소녀가 있는 것이 전부이다. 동그랗게 뜬 눈, 오똑한 코, 붉은 빛을 띄지만 과하게 빨갛지 않은 입술, 어둠 속에서 살짝 빛나는 진주 귀고리. 검은색의 배경이 모든 것을 튀지 않고 도드라지게 만들어 주고 있다. 북유럽의 모나리자라고 불리는 이 작품은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작품이다. 17세기, 네덜란드에서 활동했던 그는 오직 35점..

과학기술의 발전을 이끌어 내는 것은 결국 소설?

No. 170나무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뫼비우스 그림이세욱 옮김열린책들 펴냄 프랑스 소설작가로 유명한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소설 '개미'를 통해 많이 알려졌지만, 나는 이 책, '나무'를 통해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책을 처음 읽어봤다. 사람들이 열광한다는 이 사람의 책은 어떨까 하는 기대를 안고... 우선 책에 대한 소개를 간략히 하자면, '나무'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짧은 소설들이 묶여 있지만 '나무'라는 제목을 가진 소설은 없다. 책 제목만 그냥 '나무'인 것이다. 책의 주요 내용은 일상적이면서도 시공간을 초월하며 무한한 상상력이 가미된 내용이다. 예를 들면, 20 이상의 수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는 사람들, 사람을 다스리기 위해 천사들이 다니는 학교, 경제적인 이유에서 장수를 허용하지 않게 된 사회, 장..

정신과 환자는 어떻게 보면 사실 다 정상이다

No. 169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파울로 코엘료 지음 이상해 옮김 문학동네 펴냄 고3때 지식인에 정신과 의사는 정신이 모두 정상인지 물었던 적이 있다. 왜 그런 질문을 했는지는 기억이 잘 안나지만, 답변자로 채택한 사람의 답장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었다. 의사들이 술, 담배가 몸에 좋지 않은 것을 알면서 술, 담배를 하는 것과 같이 정신과 의사도 이혼 등에 따라 자신에게 오는 정신적인 충격을 막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물론 술, 담배의 경우는 능동적인 선택이지만 정신적 충격은 수동적인 선택이다. 하지만 의사들이 자신에게 오는 병을 지식을 총동원하여 통제하려고 노력하듯이 정신과 의사도 자신에게 오는 정신적인 충격들을 철저히 분석하여 관리하고 통제하려고 노력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하지 못하는..

죽음을 앞둔 모리 교수에게 드는 생생한 인생 강의

No. 168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미치 앨봄 지음 공경희 옮김 세종서적 펴냄 이 책은 3년 전에 반쯤 읽다가 잃어버렸었다. 다시 찾은 거는 아니고, 서점에 가서 이것저것 구경을 하는데 우연찮게 이 책이 보여서 다시 읽어보자는 생각에 또 샀다. 책을 읽는데 그 때의 기억은 온데간데 없고 다시 새 책을 읽는 듯 한 느낌...ㅋㅋ 어렴풋이 기억 나는 것은 모리 교수가 죽어가는 병에 걸렸는데 그 제자가 매주 화요일에 찾아온다는 것 뿐, 자세한 내용은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읽으면서 너무 새로운 느낌이 들었으니...ㅎㅎ 사실 책의 줄기는 앞에서 언급한 바가 거의 전부이다. 미치 앨봄의 대학시절 지도교수 모리 슈워츠*는 어느날 루게릭 병을 판정받고 죽음을 선고받았다. 그는 1995년 3월, ABC TV의 유명..

완벽한 공동체를 추억하며

No. 167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크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 민음사 펴냄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는 2013년이었다. 그리고 2015년, 최근에 다시 이 책을 읽었다. 그 때 책을 사게 된 계기가 조금 특이했는데, 무슨 일인지 지금은 잘 기억이 안나지만 회사에서 그 날 꽤 많이 깨졌었다. 기분이 나락으로 떨어지고도 최악으로 치닫아서 양재 근처에 있는 회사부터 강남역을 지나 신논현역까지 걸어갔었다. 그리고 무작정 들어간 교보문고. 걸어오면서 기분은 좀 달랬고 이런 저런 책을 보면서 좀 더 기운을 내려고 하고 있었다. 신간이 출시됐는지 하얀 책이 쌓아져 있었고 한 번도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뭔가 익숙한 저자의 이름, 무라카미 하루키. 그리고 첫 장부터 생각 없이 읽기 시작..

명품 백을 들고 다닌다면 적어도 책 한 권은 넣고 다녀라

No. 166 어떻게 사랑할 것인가 장영희 지음 예담 펴냄 서강대학교 영어영문학과에서 재직했던 장영희 교수님의 책이다. 평소에 관심이 있었던 분은 아니었지만, 서점에서 시간을 보내며 책을 구경하고 있는데 제목이 너무 좋아서 골랐다. 책을 읽으면서 동생이 예전에 장영희 교수님에 대해 했던 얘기했던 게 생각이 났고(돌아가셨을 때였나, 아냐고 물어보면서 이야기 했던 거 같은데 잘 기억은 안남), 우리에게는 영어 교과서 저자로 친숙한 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책 표지에 적혀 있듯이 책의 주요 내용은 '장영희 교수의 청춘들을 위한 문학과 인생 강의'이다. 요즘 청춘을 위한 책이랍시고 출간됐다가 몰매를 맞고 있는, 읽지는 않았지만 내용이 충분히 예상 되는 '아프니까 청춘이다'와 같은 내용은 아니고 오로지 책, ..

공정여행, 공정하게 다시 생각해보자

No. 165 희망을 여행하라 이매진피스 임영신, 이혜영 지음 소나무 펴냄 ‘공정여행 가이드북’이란 마크가 찍혀있는 이 책, 사실 관심이 있어서 고른 것은 아니다. 동남아 여행을 준비하며 도서관에서 Just Go, lonely planet 같은 책들을 마구잡이로 고르다가 같은 여행 코너에 있어 우연히 집게 된 것이다. 제목이 멋지지 않은가? 『희망을 여행하라』 공정여행에 대해서는 얼마 전 인터넷을 돌아다니다 접해본 적이 있었다. 공정무역은 길거리에서 공정무역커피, 공정무역상품 등등을 본 적이 있어서 알고 있었는데, 공정여행은 뭐지? 조금 더 알아보니 여행지에서 우리가 알게 모르게 접하고 행동하는 모든 것들에 대해 한 번 더 생각을 하게 하는 것이 공정여행이었다. 예를 들면 히말라야에 오를 때, 포터에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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