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야기/독후감 IV

명품 백을 들고 다닌다면 적어도 책 한 권은 넣고 다녀라

inhovation 2015. 8. 15. 00:05


No. 166

어떻게 사랑할 것인가

장영희 지음

예담 펴냄


  서강대학교 영어영문학과에서 재직했던 장영희 교수님의 책이다. 평소에 관심이 있었던 분은 아니었지만, 서점에서 시간을 보내며 책을 구경하고 있는데 제목이 너무 좋아서 골랐다. 책을 읽으면서 동생이 예전에 장영희 교수님에 대해 했던 얘기했던 게 생각이 났고(돌아가셨을 때였나, 아냐고 물어보면서 이야기 했던 거 같은데 잘 기억은 안남), 우리에게는 영어 교과서 저자로 친숙한 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책 표지에 적혀 있듯이 책의 주요 내용은 '장영희 교수의 청춘들을 위한 문학과 인생 강의'이다. 요즘 청춘을 위한 책이랍시고 출간됐다가 몰매를 맞고 있는, 읽지는 않았지만 내용이 충분히 예상 되는 '아프니까 청춘이다'와 같은 내용은 아니고 오로지 책, 문학에 대한 이야기이다.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청춘이 왜 책을 읽어야 하고, 책 읽은 청춘(사람)은 무엇이 다른지에 대한 내용'이라고 할 수 있겠다.


어떤 학생이 제게 문학이라는 것은 어떤 기능이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어린아이가 찻길에 뛰어들어 차에 막 치이려고 할 때 문학은 무엇을 할 수 있느냐는 거지요. 맞습니다. 문학은 달려오는 차를 막아주는 방패막이가 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위기에 처한 그 아이를 본 누군가가 '나한테 어떤 위험이 닥칠지 모르지만 저 아이를 내가 구해야겠다' 생각하게 만들 수는 있어요. 겉보기에는 본능의 힘 같아 보일지 모르지만, 저는 문학을 읽은 힘이 그러한 순건에 그런 형태로 나타난다고 생각합니다. (p.53)


  어느 정도 일리 있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책에서 하는 장 교수님의 말에 따르면 '문학을 읽는 사람은 책 속의 주인공이 되어보기도 하며 남의 감정을 잘 이해할 수 있게' 되므로 위와 같은 위기 상황에서 저런 기지를 발휘할 수 있겠지. 이 시대를 살아가며 "ㅇㅇ가 밥 먹여주냐?"는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는데 소위 인문학이라 하는 문사철(문학, 사학, 철학)에서 가장 쉽게 대입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영어영)문학을 통해 과연 사람은 어떤 밥을 먹을 수 있을까?

  내 생각엔 '문학은 우리들에게 밥을 먹을 수 있는 힘을 주는 것' 아닐까 싶다. 최근에 책을 많이 읽지 못했다. 여행을 다녀오고 새로 회사에 들어가면서 바빠진 탓도 있지만 영어를 많이 쓰는 회사 일을 하느라 지하철에서 (아무리 해도 실력이 잘 늘지 않는) 영어공부를 하느라 책에서 많이 멀어진 것 같다. 그런데 이렇게 세 달이 넘어가니까 책이 너무 그리워졌다. 아니, 그리워지기 이전에 이대로는 마음에 여유도 없고 뭔가 답답하면서도 공허한 그런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한 달 전쯤, 퇴근길에 무작정 서점에 들려 마음 내키는 대로 책을 한아름 사서 읽기 시작했다. 신기하게도 다시 책 읽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뭔가 답답했던 마음은 뻥 뚫리는 것 같은 기분, 공허했던 마음은 뭔가로 채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앞에서 말한 밥 먹을 수 있는 힘을 얻었다고 하면 적당할까?

  우리나라의 성인 1일 독서량이 꼴지인지 최하위권인지, 여튼 책을 많이 안 읽는다고 하는데, 사람 살기 팍팍해지고 지쳐만 가는게 어쩌면 이런 것에서 기인하는 것은 아닐지. 물론, 책 읽는 시간을 주지 못하는, 아니, 주지 않는 회사 시스템을 비롯해 사회의 구조가 먼저 문제일 수도 있겠지만... 학생 때는 공부를 위해 정해진 틀에 따라서, 정해진 시각으로만 책을 읽고 '독서가 아닌 공부'를 해야 하고, 성인이 되어서는 이런 독서를 증오하며 멀리만 하는... 이런 사회를 향해 쉽고 간결하게 쓰인 장 교수님의 책은 우리에게 끊임없이 '문학을 가까이 하라'고 말하고 있다.


저마다 서로 경쟁하고 자리싸움하며 살아가지만, 결국 들여다보면 사는 모습이 거기서 거기이니 인간적인 보편성을 찾아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궁극적으로 화합하고 서로 기대고 사랑하며 살아가라고 가르치는 것, 바로 그것이 문학입니다. (p.19)



  책을 읽으면서 기억에 남는 부분이 더 있는데, 인생의 계획에 대한 부분이었다. 최근 들어 생각이 많아지면서 '인생에서의 계획이 꼭 필요한지, 어짜피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것 즉흥적인 느낌(?)을 따라 살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무계획으로 사는 것은 아니지만 순간순간의 행복한 결정을 따라 살다 보면 행복한 과거가 쌓이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지 못하지요. 하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더 짜릿하고 멋진 것이 우리의 인생입니다.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도, 운명은 미래를 계획하는 사람의 편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운명은 울타리 위에 앉아 팔짱끼고 관망하는 이들을 가차 없이 내칩니다. 삶은 지도가 없는 여행입니다. 스스로가 길을 발견하고 닦아야 합니다. (p.103)


  또 이런 말을 보면, 20대의 내 삶이 계획대로 되지는 않았지만 내가 그래도 계획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운명은 내 편이 아니었나 싶다. 계획대로 되지 않은 20대였지만, 그래도 지금의 내가 20대를 지워버리고 싶다거나 하는 생각보다는 '그래도 어떻게 잘 이렇게 됐지(?)'하며 30대를 시작해서 살고 있으니까... 그럼, 계획대로 될 지 잘은 모르겠지만 얼른 나의 30대를 계획해야 하는 것인가.



  또 다른 부분은 책을 앞으로 더 많이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겉모습이 화려한 사람, 물론 꾀죄죄하게 입고 다닐 필요는 없겠지만, 겉에 치중하려고 하는 것 보다는 지식을 더 쌓아야 겠다는 생각. 이 말은 조금 유명한지 다른 곳에서도 봤던 문구 같은데 바로 명품백과 비닐봉지 비유이다.


내가 살아 보니까 정말이지 명품백을 들고 다니든, 비닐봉지를 들고 다니든 중요한 것은 그 내용물이라는 것입니다. 명품 백에도 시시한 잡동사니가 들었을 수 있고 비닐봉지에도 금덩어리가 담겨 있을 수 있습니다. 물론 내가 그런 말을 해봤자 쉰 살 별종이 주책없이 남의 일에 끼어든다고 욕이나 먹겠지요. 하지만 내가 살아 보니까 그렇다는 말입니다. (p,120-1)


  명품이라고 부를 만한 가방도 나에겐 없지만, 그래도 나의 경우에는 가방 속에서 읽을 책이 말랐던 적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결국 책의 제목, "어떻게 사랑할 것인가?"에 대한 물음에 나름대로의 답을 한다면 "항상 책을 읽으라"는 것으로 결론내릴 수 있겠다. 앞에서도 이야기 했듯이, 책을 통해 우리는 내가 살지 못한 다른 사람의 삶을 살아볼 수 있고, 결국 이런 경험들이 쌓이면서 타인에 대한 깊은 이해, 이로 인해 사랑하는 법을 시나브로 터득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책을 다 읽고 나니, 만나본 적도 없고 들어본 적도 없지만 고 장영희 교수님의 강렬한 외침이 내 마음 속에서 울리는 듯 하다.

 


어떻게 사랑할 것인가

저자
장영희 지음
출판사
예담 | 2012-05-01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How to live & How to love 어떻게 살 것인가...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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