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야기/독후감 IV

공정여행, 공정하게 다시 생각해보자

inhovation 2014. 11. 13. 14:29


No. 165

희망을 여행하라

이매진피스 임영신, 이혜영 지음

소나무 펴냄


  ‘공정여행 가이드북이란 마크가 찍혀있는 이 책, 사실 관심이 있어서 고른 것은 아니다. 동남아 여행을 준비하며 도서관에서 Just Go, lonely planet 같은 책들을 마구잡이로 고르다가 같은 여행 코너에 있어 우연히 집게 된 것이다. 제목이 멋지지 않은가? 희망을 여행하라



공정여행에 대해서는 얼마 전 인터넷을 돌아다니다 접해본 적이 있었다. 공정무역은 길거리에서 공정무역커피, 공정무역상품 등등을 본 적이 있어서 알고 있었는데, 공정여행은 뭐지? 조금 더 알아보니 여행지에서 우리가 알게 모르게 접하고 행동하는 모든 것들에 대해 한 번 더 생각을 하게 하는 것이 공정여행이었다. 예를 들면 히말라야에 오를 때, 포터에게 무리한 짐을 지게 하지 않기 등이 있었다. 사실 이게 공정여행의 전부는 아니지만, 이런 의문을 갖고 여러 가지 행동 규율(?)을 뽑아낸 것이 공정여행이라고 볼 수 있다.

 

먼저, 여는 글에서 세계를 100명의 마을로 축소시켜 여행자들에 대해 서술한 부분이 인상 깊었다.

 

만약 세계가 100명의 마을이라면 여전히 세상을 여행할 수 있는 사람은 단 14명뿐이다. 그중 8명은 유럽인이고, 2.8명은 아시아와 호주사람이고, 나머지 2.2명은 북미(미국, 캐나다)인이며 마지막 남은 1명이 아프리카와 남아메리카, 그리고 중동이라는 거대한 세 지역을 합한 한 사람이다. 만약 한 대륙의 인구가 100명이라면 서유럽인 69명이 여행하는 동안 아프리카 사람은 1~2명이 여행하고 있는 셈이다. 여전히 지구촌을 살아가는 나머지 86명의 사람에게 여행이란 평생을 두고 갈망하는 이룰 수 없는 소원 같은 것이었다. p. 18

 

2007년 기준, 세계 관광인구가 9 3백만 명을 넘어선 사실 너머에 숨겨진 면인 것이다. 그런데 이런 관광객들이 하루 평균 3.5kg의 쓰레기를 남기고, 호텔에서 1.5t의 물을 사용하고, 사하라 남부 아프리카 주민 30명이 쓰는 전기를 소비하고 있다고 한다. 여행을 가지 못하는 사람도 많은데 여행을 가서 이런 낭비까지 하다니!

 

책은 1. 여행과 인권, 2. 여행과 경제, 3. 여행과 환경, 4. 여행과 정치, 5. 여행과 문화, 6. 여행과 배움, 6개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여행과 인권에서는 주로 등산을 할 때 짐을 대신 들어주는 포터의 이야기가 있다. 히말라야 산을 가볍게 오르기 위해 제대로 된 등산장비도 갖춰지지 않은 포터들이 자신의 몸무게만큼의 짐을 지고 산을 오르는 것 등에 대한 고찰이다. 여행과 경제는 우리가 쓰는 돈이 여행지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실제로 얼마가 돌아갈지에 대한 것을 다뤘다. 환경 부분에서는 쓰레기를 버리는 것과 코끼리 투어의 감춰진 면 등에 대해 소개했다. 정치, 문화, 배움 부분은 큰 관심이 가지 않아 대강 읽었는데, 그래도 문화 부분은 조금 인상 깊은 부분이 있다. 소수민족의 문화를 관람하고 체험하는 것에 대한 것이다. 여행을 가서 사람을 구경하고 그들의 문화를 체험한다고 하지만, 그들은 결국 소수민족의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관광지의 상품으로서의 삶을 사는 것이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런 내용들을 읽으면서 내가 느낀 감정은 첫 번째로 불편함이었다. 조금 더 심하게 말하면 죄책감까지 확장할 수도 있겠다. 그 동안 여행하며 생각하지 못하고 행동하지 못한 것들을 다루고, 그것을 공정여행이라고 하니 나는 그 동안 공정여행을 하지 못했고, 공정하지 못했다는 그런 느낌이 먼저 들었다.

그렇다면 공정이란 무엇일까? 사전을 찾아보니 공정(公正)이란 공평하고 올바름이란 뜻을 갖고 있었다. 그럼 공평(公平)?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고 고름이란 뜻이다. 올바름은? “말이나 생각, 행동 따위가 이치나 규범에서 벗어남이 없이 옳고 바르다그렇다면, 공정여행을 정리해보면,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고 고르며, 이치나 규범에서 벗어남이 없이 옳고 바른 여행정도로 다시 정리해 볼 수 있다.

위의 정의는 내가 정리한 것이고, 책에서 말하는 공정여행의 정의는 우리가 여행에서 쓰는 돈이 그 지역과 공동체의 사람들에게 직접 전달되는 여행, 우리의 여행을 통해 숲이 지켜지고, 사라져가는 동물들이 살아가는 여행, 서로의 문화를 존중하고 경험하는 여행, 여행하는 이와 여행자를 맞이하는 이가 서로를 성장하게 하는 여행, 쓰고 버리는 소비가 아닌 관계의 여행이다. 내가 정리한 말을 각 영역, 인권, 경제, 환경 등에 적용해 보면 이런 정의가 나올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공정여행이 좋은 취지임에도 불구하고 앞에서 말한 이유 때문에 괜시리 불편한 마음이 너무 들었다. 그러다 다른 블로거가 쓴 공정여행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접하게 되었다. 그는 공정여행의 취지는 훌륭하지만 허점이 몇 개 있다면서, ‘첫째, 현지인들을 식민주의적 관점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 둘째, 패키지 여행을 벗어나야 한다고 하지만 이미 공정여행 역시 패키지 상품의 성격을 띠고 있다는 것, 가장 심각한 셋째, 공정여행을 하지 않는 사람들, 즉 소비관광을 하는 이들을 비난 받게 한다는 것을 들고 있다. 이 역시 매우 공감이 되었다. 특히 세 번째 부분! 공정여행을 최우선으로 삼는다면 우리는 좋은 호텔에서 머무를 수 없다. 그 호텔이 들어섬으로 인해 현지인들이 쫓겨났으니까. 수영장에서 수영도 못한다. 그 물이 없어서 어떤 사람들은 수십 km를 걸어 다니니까.

극단적 예를 들어 약간의 논리적 비약도 있지만 공정여행의 취지에 따르면 그럴 수 밖에 없다. 책에서 몰디브의 사례가 나와 내년 1월 결혼을 하는 회사 동료에게 장난 삼아 이렇게 이야기 해보았다. “몰디브 인구의 42% 1달러도 안 되는 돈으로 하루를 살아가는데, 예전에는 적은 돈이 아니었대요. 그런데 관광객을 맞이하며 물가가 관광객에 맞춰져서 살 수 있는 게 없고, 먹거리를 사려고 해도 리조트에서 신선한 것은 싹쓸이 해가서 먹을 것도 제대로 사지도, 먹지도 못한대요. 몰디브 가서 현지인들한테 잘 해주고 오세요.” 돌아온 대답은? “가기도 전에 마음을 정말 불편하게 하네요.”였다.

그렇다. 공정여행은 먼저 우리를 불편하게 한다. 그러나, 불편한 마음을 무시해야만 할까?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어느 정도는 받아들이고 따라야 할 부분도 분명히 있는 것은 같다. 책의 마지막에는 공정여행자가 되는 10가지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01. 지구를 돌보는 여행 – 비행기 이용 줄이기, 1회 용품 쓰지 않기, 물을 낭비하지 않기
02. 다른 이의 인권을 존중하는 여행 – 직원에게 적정한 근로조건을 지키는 숙소·여행사 선택하기
03. 성매매를 하지 않는 여행 – 아동 성매매, 섹스관광, 성매매 골프관광 등을 거부하기
04. 지역에 도움이 되는 여행 – 현지인이 운영하는 숙소, 음식점, 가이드, 교통시설 이용하기
05. 윤리적으로 소비하는 여행 – 과도한 쇼핑 하지 않기, 공정무역 제품 이용하기, 지나치게 깎지 않기
06. 친구가 되는 여행 – 현지 인사말을 배우고 노래와 춤 배우기, 작은 선물 준비하기
07. 다른 문화를 존중하는 여행 – 생활 방식, 종교를 존중하고 예의를 갖추기
08. 상대를 존중하고 약속을 지키는 여행 – 사진을 찍을 땐 허락을 구하고, 약속한 것을 지키는 여행
09. 기부하는 여행 – 적선이 아니라 나눔을 준비하자, 여행 경비의 1%는 현지의 단체에!
10. 행동하는 여행 – 세상을 변화시키는 여행

 

 


공정여행. 좋은 것이다. 그러나 다른 여행을 제한할 필요까진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내가 성매매 여행에 찬성하고, 어린 코끼리에게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가해 훈련시키는 잔인한 파잔(Phajaan) 의식에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 윤리적 문제가 걸린 여행은 반드시 지양해야 할 것이다.


책을 읽고 나서 앞으로 나의 여행은 오지 여행, 현지인과 함께하는 여행으로 꾸리지 않으면 공정하지 않은 여행이 될 것 같은 마음을 지우기는 쉽지 않다. 책에서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이런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나 보다. 리조트에서 머물고, 해외에서 레저스포츠를 즐기는 것의 폐해와 어두운 면만 다루기보단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잘 즐기는 법이 아닌 지양하는 법까지 소개했다면 어떨까 하는 약간의 아쉬움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정여행 가이드북이라 할 수 있는 희망을 여행하라를 읽고 나의 여행을 다시 생각해 보게 된 것은 좋은 것 같다. 공정여행에 대해 글에서는 비판 아닌 비판도 했지만 여행을 함으로써 인해 발생하는 문제점과, 세상의 소외되고 약한 자들을 돌아보자는 취지와 의견에는 전적으로 동의하는 바이다.




희망을 여행하라

저자
임영신, 이혜영, 이매진피스 지음
출판사
소나무 | 2009-06-10 출간
카테고리
여행
책소개
여행에서 만나는 이들의 삶과 문화를 존중하고, 여행에서 쓰는 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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