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이야기

석사 박사 논문 디펜스 준비할 때 기억할 3가지

inhovation 2022. 6. 30. 23:14

논문 쓰며 그동안 블로그를 못해서 그런지 쓸게 많다. 논문 디펜스를 준비하며 기억하면 좋을 법한 것들을 정리해 보았다. 힘든 시기를 겪고 나서 그런지, 논문 쓰는데 실제적인 도움 보다 멘탈 관리에 더 도움이 될 것 같기도 하다.

 

박사 논문 통과하고 느낀 점 3가지

2022면 6월 16일 약 12시 20분 경. 박사논문을 통과 했다. 1심 내용을 다 반영 했는데도 예상치 못한 질문이 이어지고 예정된 발표 시간을 훌쩍 넘기고 밖에서 대기하는 동안, 떨

inhovation.tistory.com

 

1. 졸업은 나의 실력이 아닌 지도교수님의 판단이다

결론적으로, 내가 모자란(?) 이유 때문에 졸업을 못하는 게 아닐 수 있으니 너무 좌절은 말자. 디펜스 자리에 세운 것도 사실상 (나의 경우는) 지도교수님이었다. 나의 긴 스토리를 풀어보자면…
입학원서를 내고 교수님 연구실에서 티타임을 가질 때 교수님께서 나에게 하신 말씀이 있다. 2017년 가을로 기억한다. 나는 당시에도 일을 하고 있어서 교수님은 나에게, 4년은 죽었다 생각하고 열심히 하라,고 하셨다. 나는 그 때에도 빨리 졸업하고(박사 따고) 싶은 마음에, 혹시 풀타임 학생이면 얼마나 걸릴까요? 라고 물었고, 교수님은, 그럼 3년, 이라고 말씀하셨다.
내 경우 course work 은 운이 좋아 2년을 스트레이트로 끝냈다. 그러고 나니 졸업을 향한 희망적인 미래 스케줄(빨리 끝낼 수 있는 길)이 보이는 듯 했는데, 코로나가 터졌다. 회사 일도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혼란스러웠고(엄청 바빴고), 지금이야 익숙하지만 교수님을 온라인 줌으로라도 만나야 한다는 생각도 못했다. 그렇게 거의 1년이 날아갔다. 학위 시작하고 4년차가 되고 나는 무조건 1년 안에 졸업한다 다짐하고, 이런저런 사정으로 육아휴직도 했다. 그리고 꽤 열심히 교수님과 온라인으로 만나며 내가 생각하는 졸업 논문을 만들어나갔다. 4년차 여름 즈음 3년 반 되는 시점에, 나는 교수님께, 돌아오는 학기에 졸업 하고 싶다고, 할수 있냐고 여쭤보니, 교수님께서는, 그건 내가 하기에 달려있다고 하셨다. 하지만, 졸업을 위한 행정적 프로세스에 대한 논의 보다는, 보다 나은 졸업논문을 써 보자고 하셔서 4년차 마지막 학기의 졸업은 불가능해졌다. 아쉽긴 했지만 “진짜로, 뻥이 아니고” 나는 교수님을 원망하진 않았다. 항상 존경하고 따르며 믿었기 때문에. 그리고 4년만에 졸업 하지 못하는 것도 마음을 내려 놨다. 그러던 어느날, 2월 즈음이었나, 갑자기 교수님께서 한 달 후 졸업 논문 디펜스를 준비하라고 하셨고, 그동안 준비하던 졸업 논문은 3 essays에서 4 essays로 늘어났다. 나라면 할 수 있다는 말씀과 함께. 그리고 교수님께서는 나에게, 사실 졸업 해도 충분하지만 조금 더 퀄리티 있는 놈눙르 써야 졸업하고 나서도 좋다고 하셨다.

그리고, 이때부터는 진짜 엄청 달렸다. 1차 디펜스를 마치고 최종 디펜스까지도 엄청 달렸다. 그런데, 논문이 완성되어 가면서 내 눈에 뭔가 부족한 점이 보이기 시작했다. 부족하다기 보다는 아쉬운 점들. 교수님은 별 말씀 않으셨지만 나는 괜히 아쉽기도 하고, 한 학기 더(?), 와 같은 몹쓸 상상도 했다.
이 때 즈음 졸업한 선배와 이야기를 했는데, 졸업은 교수님께서 시켜주시는거지 학생이 완벽해서 졸업하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그리고, 진짜로 나는 여전히 내가 완벽하지 못하지만 디펜스를 통과 했고, 여기에는 지도교수님의 전적인 의지로 가능했던 것 같다. 비록 아직 초보 연구자이지만 지도교수님과 심사위원 교수님들께서는, 얘는 이정도면 됐다는 판단을 하신 것 아닐까 싶다.
긴 스토리는 이정도로 마무리 하고,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은, 디펜스에서 많이 까여도, 그리고 졸업이 늦어진다고 해도, 내가 부족한 것이 아닐 수 있으니 너무 좌절은 말자.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무조건 일찍 졸업한다고 좋은 것 만은 아닐수도 있다. 내 경우에, 작년에 3 essays로 졸업논문을 마무리 한 것 보다, 지금 4 essays로 더 나은 논문으로 마무리 한 것이,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훨씬 더 자랑스럽다. 물론, 좋은 미래가 보장된 것은 아니지만…

 

2. 논문은 엉덩이로 혼자 쓰는 거다

이것도 예전에 아는 박사님께 들은 말이다.
내 전공은 경영학이고 대부분의 사회과학 논문이 글로 이루어져 있다. 꼭 사회과학 뿐 아니라, 예전에 음대 석사 논문을 봐준 적이 있었는데, 음대도 악보와 글로 이루어졌다. 수학과 논문은 어떨 지 모르겠지만, 수식 증명만 있는 수준이 아니라면, 결국 나의 연구 결과는 글로 표현되어야 하고, 이게 논문인 것이다. 그러기에 내가 논문에 아무리 많은 계량 분석 결과를 표와 그림으로 넣었다고 해도 결국 이것들에 대한 해설과 해석은 글로 표현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절대적인 글쓰기 시간이 필요하다. 타협할 수 없고, 어쩔 수 없다.
그런데 나는 안타깝게도(…) 일을 하고 있어서 이 시간이 진짜 엄청 부족했다. 줄일 수 있는 시간은 우선 수면시간 이었다. 그리고 온갖 병을 얻었지. ...

 

박사 논문 쓰면서 얻은 병 3가지

박사논문 최종심사에서 합격했다. 4년 반. 회사를 다니면서 박사 한 것 치고 오래 걸린 것은 아니라고 한다. 마지막 학기는 진짜 3개월은 건강과 바꾸면서 논문을 썼다. 전업 학생도 마찬가지일

inhovation.tistory.com

또는, 회사에 조금 일찍 도착해서, 점심시간에, 아니면 주말 정도가 글을 쓸 수 있는 시간의 전부였다. 마지막에 집중하는 몇 주는 주말 내내 아내가 애들을 데리고 외출해 주었다. 즉, 이런 시간 동안 얼마나 엉덩이를 의자에 붙이고 있냐가 논문의 완성도와 비례하는 것이다. 쓰고 지우고 반복하는 수정의 과정들을 보내며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있던 (쓸데 없다 생각하는) 시간들이 있으니까 또 가끔은 휘리릭 써내려 나갈 수 있었던 것 아닐까 싶다.

 

Unsplash.com

3. 정신적 지지자가 필요하다

멘탈이 진짜 강한 사람이라면 모르겠지만 디펜스를 앞둔 박사과정 학생의 마음은 불안으로 휩싸여 있는 게 당연하다. 디펜스를 잘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것 부터 미래에 대한 것 까지도. 이럴 때마다 힘이 되준 사람들은 다음과 같다. (논문 같네, '다음과 같다' 라니, 블로그에서. ...)

우리 지도교수님 연구실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지만, 그래도 한 학기 졸업한 선배와 석박통합으로 들어온 입학동기 선생님하고 종종 이야기도 하고 공동연구도 진행하는 것들이 큰 힘이 되었다. 처지를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 그런가보다… 그리고 입학 할 때부터 추천서도 써주신 아는 박사님도 진짜 큰 힘이 되었다. 몇번은 너무 마음이 불안하고 힘들기도 해서 무작정 전화를 걸어 하소연을 하기도 했는데, 이때마다 너무 긍정적인 기운으로 응원을 해 주셨다. 통화하는데, 지하철에서 막 울 뻔 하고. ㅋㅋ 또, 미국에서 박사과정을 하고 있는 대학때 만난 지인도 큰 힘이 되었다. 시차가 맞아서(?) 내가 새벽에 논문쓰다 연락 하면 미국은 오후, 아주 딱 이었다. 오랜 인연이 있어서 꽤 말도 잘 통하고…
감사의 글을 적는게 아니니 이정도로만 하고, ㅋㅋ 요지는 논문이 지식적인 영역에서의 결과물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지만 그 과정에서 정신적인 지지가 없다면 쉽게 하기 힘들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논문써야 할 시간에 이 글을 읽는 모든 석사 박사 선생님들께 응원의 메시지를 보낸다. 그런데,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다는 것은 경험상 아직 그리 급한 상황은 아닐 것 같고, 초조함이 살살 찾아오는 때일 것 같으니 대비를 잘 하시라 말씀드리고 싶다. 집중집필기간(?)에는 이런 글 찾아볼 시간도 여유도 없다. 진짜로.ㅋㅋ 논문 디펜스, 졸업까지, 모두 화이팅 :D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