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지나니 박사 수료는 하게 되었다.
회사도 다녀야 했고, 애도 하나 있는 상황, 마지막 학기가 시작하자마자 9월엔 애 하나 추가. 석박 전공이 달라서 선수과목도 3과목이나 들어야해서 이수해야 하는 총 학점은 전공수업 30학점에 선수과목 9학점으로 총 39학점(13과목). 운 좋게 과목 선택 운이 따라서 연속 4학기동안 4+4+4+1과목을 들어서 시간적으로는 세이브를 많이 했다. 그만큼 엄청 힘도 들었지...ㅠㅠ
회사 출퇴근은 집-회사 거리 때문에 7시 출근 4시 퇴근 근무를 이용하고 있어서 저녁수업이 있는 경우 큰 어려움은 없었다. 오히려 학교에 여유롭게 도착해서 교수님하고 저녁도 먹고 매주 논문지도도 받고 했다. 아침수업은 선택할 수 없었지만, 오후 수업은 개인부재 + 대체근무로 듣거나, 3학기에는 개인 연차를 계속 써가면서 수업을 핵열심히 들었다. 마지막학기는 사실, 둘째 나오고 정신없이 지나가기도 했고, 한 과목(지도교수님 수업)만 듣는거라 큰 부담이 없었다. 천만다행.
여튼, 요즘은 다시 정신 차리고 논문을 쓰고 있다. 작년 여름에 프로포절은 통과. 지난 12월, 막상 수료를 하니까 그동안 너무 열심히 공부 했던 것에 대한 보상심리인지, 학교도 안가고 교수님하고 연락을 거의 안했다. 일부러 피하거나 그런건 아닌데 뭔가 좀 지쳐있었... 그러다가 한달 전쯤인가부터는 다시 교수님을 (Zoom으로) 매주 만나며 논문 지도를 받고 있다. 뭔가 다시 공부를 하니까 성장하는 비스무레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 좀, 아니, 많이 힘들긴 해도 재미있다. 매주 교수님과 논문에 대해 이야기 하는데, 사실 이런 나같은 케이스가 엄청 흔한 것은 아니라고... 어떻게 교수님을 매주...ㅋ
일단, 뭐, 매주 30분-1시간이라도 시간을 내 주시는 교수님께 감사하기도 하면서, 석사논문도 일 하면서 썼는데, (같은 지도교수님과) 매주 일 끝나고 찾아가서 지도 받고 했던 것들이 큰 도움이 됐었다. 알지 못하는 것들을 매주 배우면서, 또 한주 동안 엄청 공부를 해 가서 아주 쪼-끔 발전된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또 많은 숙제를 받아가기도 하고... 재밌었던 건, 매주 만나면서는 진짜 아는거 하나 없고 부족하기만 했는데, 이게 한달, 두달 지나고 이전과 비교해보면 엄청 많이 지식이 성장한 게 보여서 엄청 뿌듯하기도 했다. 정말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다보니 어느새 결승선에 와 있는 것.
박사논문은 엉덩이로 쓴다는 말이 있는데, 그만큼 책상에 오래 앉아 있어서 써야 한다는 것이겠지. 그런데 난 또 오랜만에 블로그를 쓰고 있네?ㅋㅋ 여튼, 얼마 전부터 든 생각이기도 하고, 나는 왜 석사를 했을까에 대한 글에 이어서 박사에 대한 것도 내 생각을 한번 정리해 보고 싶었다. 나는 왜 박사를 시작했을까... 왜...ㅋ
1. 세뇌당해서(?)
첫 직장으로 어찌하다보니 학부 졸업하고 석사하면서 국책연구기관을 다녔다. 박사가 메인인 기관. 같이 일하는 팀장님도 다 박사고, 그냥 만나는 사람들이 다 박사님들 뿐이다. 일을 같이 하고 있는 다른 분들 중에 박사를 하고 계신 분도 있었고. 뭐, 그러면서 듣는 얘기들이 항상 "인호샘, 석사 끝나고 박사 꼭 해" 또는 "석사 끝나고 나서 사회 나와봐, 발을 휘휘 저으면 여기저기 채이는 게 석사야. 박사까지 꼭 해" 등등 점심먹고 산책을 해도 공부는 어떻게 되 가냐, 나중에 박사는 언제 할거냐 등등... 뭐, 모인 사람들이 다 박사님들 뿐인데 할 얘기가 이런거 뿐이 없는 게 자연스러울수도 있겠지만...ㅋ 그래서 2년 반 정도 다니면서 거의 세뇌가 된 거 아닌가 싶다. 그래, 나 박사 해야 해. ...
나쁜 선택은 아니었다고 본다. 어떤 박사님은, 본인은 박사학위를 특별히 대단한 그런 것으로 생각하진 않는다고, 운전면허증처럼 하나의 자격이 있는 것이고, 운전면허가 있으면 할 수 있는 일이 하나 더 생기는 것처럼 박사도 100세 시대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의 영역이 하나 더 생기는 것 같다고 하셨다. 듣고보니 그런 것 같기도. 여튼, 회사를 그만두고 나서도 나는 언젠가 박사를 해야 한다는 그런 생각이 지워지진 않았다.
2. 더 나은 기회를 찾아서
앞에 이야기에 이어서, 정말 박사를 하면 뭔가 보장되는 것은 절대 아니지만(보장 될 것 같지도 않고), 더 나은 기회를 찾을 수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회사 안에서도 박사가 좀 있다고 했는데, 이분들도 나름 이 분야에서 또 다른 급의 전문성을 가지고 일 하는 것 같이 보인다. 그리고 회사 밖에서도 사람을 만날 때, 명함 이름 앞에 Ph.D. 있는 게 좀 '오...' 하는 그런 뭔가가 있다. 일반 회사인데 훨씬 전문적인 느낌으로(아니 전문적인거 맞지...ㅋ) 보이게 하는.
박사를 하게 된다면, 회사생활 이후(이직이든 뭐든) 단계에서도 도움이 될 것 처럼 보인다. 도약(jump)의 발판으로 박사학위가 쓰인다고 보면 될까? 나는 (희망하기론) 더 나은 기회를 찾아서 갈 수 있게 해줄 것도 같다. 실제 어떤 박사님들을 또 만나보면 별거 아니라고 하지만, 사실 박사학위를 받기 위해 어찌됐건 박사논문까지 쓰고 그 전문성을 인정받았다는 것 자체는 대단한 거라고 생각한다.
3. 마무리하기 위해서
개인 성향일 수 있는데, 뭔가 석사로는 마무리가 되지 않은 느낌이 있었다. 앞에 두 가지 이유가 아니었더라도 그냥 뭔가 하나를 매듭짓기 위해 박사를 어떻게든 했을 것 같은? 재밌는게 석-박으로 하나의 패키지인 이유가 논문지도 수업을, 석사때는 I, 박사때는 II, III을 듣는다. 하나의 코스라는 것이다. 공부를 시작했으면 뭔가 끝을 보는 성격인데 박사학위를 받지 않는 것도 개인적인 느낌으론 끝이 나지 않는 생각이 계속 들기도 했다(세뇌당해서 그런거일수도...ㅋ).
쓰고보니 사실 별거 아닌 것 같기도 한데, 박사를 시작한 것에 대해서 후회는 전혀 없다. 오히려 아직까지도 시작하지 않았으면 위에 이유들에 대해 고민하며 '아, 해야하는데...' 이러고 있었을 것 같다. 도둑질도 아니고 나쁜 일도 아닌데, 할지 말지 고민되서 일단 하고 본 것은 잘한 일인 듯. 얼른 논문 쓰고 졸업할 일만 남았다. 좀, 아니, 많이, 그리고 빡세게 달려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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