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이야기

박사 논문 영어로 썼던 실제적인 팁 3가지

inhovation 2022. 7. 5. 05:18

박사 논문을 영어로 썼다. 공부 시작할 때만 해도 영어로 쓸 계획이나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러나 입학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교수님께서는 박사 논문은 영어로 쓰자고 하셨고, 나는 그렇게 하겠다고 하였다. ... 해외여행은 많이 다녀봤어도, 해외에서 공부나 일을 했던 경험은 전혀 없다. 그래서, 영어로 그냥 떠드는 것은 좋아해도 글쓰기 경험이 있거나 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졸업 논문은 네 개의 소논문을 엮어서 200장 정도 영어로 쓰게 되었다. 내가 했던 실제적인(현실적인) 방법은 이렇다.

 

1. 일단 구글 번역기로 시작하고, 한-영/영-한 번역을 반복 검토한다.

일단 자신이 없으면 한글로 쓰고 구글 번역부터 해본다. 그리고 워드에 복붙 하고 Times New Romans 폰트로 설정한다. 그럴듯한(?) 논문이 완성된다. 그냥, 일단 있어보인다. 조금은 기분도 좋다. ㅋㅋㅋ 그러나, 절대 이 단계의 구글 번역을 믿으면 안된다. 요즘 구글 번역 잘되어 있다고 해도, 의사소통을 위한 기본적인 용도일테지, 글쓰기, 특히 논문을 위한 완성도는 아닐 것이다. (여전히) 영어에서 한글로 번역하면 완벽하지 않은 것 처럼, 한글에서 영어로 번역하면 뭔가 매끄럽지 않은 부분들이 있다. 특히, 나는 논문을 쓰는 목적이기 때문에 단어 같은 것을 잘 보아야 했다. 예를 들어, 감성분석을 쓴다고 할 때, sentiment analysis 라는 표현을 원했지만, 중간중간 emotional anayasis 라고 된 애들이 튀어나왔다.

이렇게 한-영 번역 작업을 계속 하다 보면 노하우가 생기는데, 내가 원하는 형태의 영어 번역물이 나오게끔 "조금은 어색한 한글" 문장을 쓰는 경지가 된다. 즉, 구글 번역기가 잘 알아 들을 수 있는 한글 문장 구조와 단어가 무엇인지 알게 된다. 그 다음에는 이런 작업이 익숙해져서 내가 먼저 영어로 쓰고 한글로 번역된 결과물을 보고 의미를 검토하는 경지까지 온다(레벨업?). 그리고 최종 단계는 (여전히 영어도 이상한 것 같은데) 이상한 한글 문장만 쓰는 단계가 온다. ... 이때는, 국문초록 결과물이 뭔가 어색하게 나온다. ...ㅋㅋ

그래도 구글 번역기로 시작하는게 처음 시작 속도를 확 올려주기 때문에 적극 이용하길 추천한다. 대신, 앞에서 언급한대로 결과물을 line by line으로 꼼꼼히 보아야 한다. 나는 모두 영문 에디팅을 맡겼는데, 처음에 꼼꼼히 보지 않으면, 에디터도 제대로 된 의미인지 아리송 하다는 코멘트가 많아져 검토도 피곤하다. 그리고 논문스럽게 수려한 표현으로 바꿔주는 에디팅도 많이 놓치는 것 같다. 처음 국제저널에 투고할 때는 에디팅 검토하는 것도 힘들었다. 에디터도, 이게 영어이긴 해도 뭔가 표현이나 한 논문 안에서 문장의 의미가 뭔가 일관되지 않은 느낌이었는지, 진짜 빨간펜으로 엄청 난도질한(?) 결과물을 넘겨주었다. 그래도 나는 어떻게 다 검토 하고, 투고하고, 게재까지 되는 쾌거를 이루긴 했지만, 참 힘든 작업이었다. ... 그래서 두 번째 이후부터는 위에 쓴대로, 구글 번역기를 활용한 한-영/영-한 반복 작업을 통해 의미도 최대한 정확히 쓰려고 하면서 첫번째 영어 글쓰기 결과물의 퀄리티를 높이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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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그래머리(Grammarly)는 필수다.

그래머리는 틀린 문법을 자동으로 잡아주고 옳은 표현을 제시해주는 어플이자 사이트이다. 참고로 나는 무료 버전만 사용 했다. 사이트도 괜찮지만, 크롬에 임베디드 해 놓으면 구글 번역기에 입력된 영문의 문법 검토를 실시간으로 해주고, 워드에도 임베디드 해 놓으면 워드파일 위에서 결과물을 수정한 것에 대해서도 문법을 체크 해 준다. 그래머리가 좋은 게, 진짜 쉬운데 놓치기 쉬운 문법 오류들(수일치, 관사, 주어 or 동사 or 목적어 놓친 것 등등)을 거의 다 잡아준다. 그래서 에디팅 맡길 때도(어짜피 얼굴 볼 사람은 아니지만) 조금 덜 부끄러운 느낌이다. 또, 이런 부분을 자동으로 교정 받으면서 나의 기본적인 영어 글쓰기 실력도 올려준다. 그래서 에디팅 결과물에서도 이런 기초 문법들은 에디터가 거의 보지 않으므로, 결과물 검토 시간도 줄일 수 있고, (더 괜찮은 표현 제시 등) 다른 부분에 신경을 더 많이 써줄 수 있다.

 

 

단, 에디팅 결과물 받은 다음에 그래머리에서 다시 수정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그래머리가 꼭 '사람들의 글쓰기' 표현대로 완벽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작년에 영어 첨삭을 꽤 오랜 기간 받아보며 공부했던 적이 있다. 재밌는 것은, 영어 선생님이 해준 첨삭 결과물을 그래머리로 돌리면 꼭 수정 제안이 나왔다. 영어 선생님은, (다소 당황스러워하며) 그래머리가 틀린 건 아닌데, 자기가 쓰는 표현들도 이렇게 꼭 바꿔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그리고 실제 에디터의 결과물 역시 그래머리로 돌려보면, 논문에서 사용한 특정 문구가 wordy 하다고 하거나, 뭔가 바꾸지 않아도 될 것을 바꿔야 한다고 추천하는 것들이 종종 있었다. 이런 경우에 나는 사람(에디터)의 교정을 최종적으로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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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퀼봇(Quillbot)도 좋다.

영어 글쓰기의 어려운 점 중 하나가 패러프레이징(paraphrasing)일 것이다. 이런 경우에는 퀼봇을 적절히 사용했다. 퀼봇은 AI가 문장을 다른 표현으로 바꿔주는 사이트이다. 워드에 임베디드도 되지만 나는 하지 않았다. 이것 역시 무료버전으로만 사용했다. 처음에는 거의 모든 곳에 퀼봇을 통해 패러프레이징한 문장을 사용했지만, 쓰다보니 꼭 그럴 필요는 없었다. 동일한 표현이 반복되는 곳 몇 문장만 복사해서 퀼봇의 패러프레이징 결과를 본 다음에 직접 영어 표현을을 고쳐가며 내 표현으로 바꾸었다. 이때도 구글 번역기를 이용하면 편하다.

참고로, 퀼봇의 결과물은 구글 번역기보다 더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 페러프레이징에서 사용한 단어가 내 논문에 꼭 들어맞지 않는 단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나는 괜찮다고 생각했던 단어가 있어서, 참 신박하다, 라고 생각하며 논문에 썼는데, 어떻게 그부분만 심사위원 교수님께서 딱 집어서 다른 단어로 제안해 주셨다. 틀린 단어는 아니었지만, 뭔가 표현이 너무 강했던 것 같기도 하다. (이래서 영어 글쓰기가 어렵...ㅠ) 그리고 문장 구조도 바꿔주다 보니까, 가끔은 뭔가 잘 안읽히는 문장으로 바뀔 때도 있고, 의미가 바뀔 때도 있다. 여튼, 사용에 유의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사용하지 않는 것 보단 적절히 사용하는게 훨 낫다.

아, 참고로 다른 온문의 선행연구 파트 몇 문단을 복붙해서, 패러프레이징 한 다음에 나의 연구에 그대로 넣는 행동은 하지 않았다. 유튜브였나, 논문 3일만에 쓰는 법, 이라는 것에서 보니 이런식으로 하던데, ... 난 잘 모르겠다. 선행연구를 정독까진 아니더라도 내가 참고할 부분은 그래도 직접 찾아서 읽고 확인은 해 보아야지, 다른 연구에 있는 요약된 선행연구를 퀼봇을 통해 패러프레이징만 해서 내 논문에 넣는다? 이건 좀... (복사할 대상이 되는 논문이 선행연구를 잘못 인용했다면...?)

 

전체를 요약하자면,

1. 한글로 일단 쓴다.

2. 구글 번역기로 한-영 번역을 한다.

3. 번역된 결과물을 꼼꼼히 검토하며 내가 의도하는 표현과 단어로 바꾼다.

4. 결과물을 다시 영-한 번역을 한다.

5. 이때, 구글 번역기상에서 그래머리 문법 체크도 자동으로 되니까 확인한다.

6. 반복되는 문장이나 단어가 많은 곳은 퀼봇을 통해 패러프레이징한다.

7. 최종 결과물을 다시 검토하며 적절히 추가/삭제한다.

(8. 에디팅을 맡기면 돈을 쓰는 만큼 마음이 편하다.)

 

추가적인 팁으로, 3번 부분이 제일 중요하고, 다른 해외 논문들을 많이 읽어보며 많이 사용하는 단어나 문장 구조를 익혀서 바꿔주는게 필요하다. 아주 간단한 예를 들면 이런 것.

 

(일반적인 한글 논문 문장) 본 논문은 뉴스를 감성분석하였다.

(구글 번역 문장) This paper analyzes news on emotion.

(내가 의도하는 뜻) This paper performs sentiment analysis on news.

(영어 논문에 더 많이 보이는 표현) We perform sentiment analysis on news.

 

우리 한국인은 논문에 We 또는 I와 같이, 우리는, 나는, 이라는 표현을 논문에서 거의 사용하지 않는데, 영어 논문에서는 너무 일반적이다.

 

여튼, 교수님께서 그러셨다. 어떻게 해야 영어 잘 하냐고 여쭤보니, 많이 써보는 수 밖에 없다고. ... 역시, 미국에 살아본 경험이 있어야 하나보다. ...ㅠ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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