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3월부터 2021년 11월까지, 딱 9개월 간 육아휴직 하고 최근에 이직 했다. 그동안의 스토리도 올렸고, 마지막 달인 아홉 달째 이야기는 못올렸는데, 정리해서 올릴 생각이다.
이직을 하고, 출근을 하며, 이런저런 생각을 정리하면서 3가지로 정리해 봤다, 1,2는 복직도 해당 될 것 같고, 이직은 3에 해당한다. 그냥, 육아휴직 중간에 일을 하게 된 3가지 이유로 보아도 무방하다.
1. 육아가 너무 힘들었다
가장 큰 이유. 생각보다 육아가 진짜 너무 힘들었다. 회사 다닐때도 육아에 적극적이라는 얘기도 많이 들었고, 아내도 항상 이런 부분들 고마워하고, 나도 좋기도 했었는데, 애들과 눈뜰때부터 같이 있는 시간들이 매일 반복되는 것이 진짜 너무 힘들었다. 휴직 전에, 회사 사람들은, 어린이집 보내고 나면 놀겠네~, 라고 했지만, 그 어린이집을 보내기까지의 아침 3시간 애들 둘을 챙기는 것, 어린이집에서 온 다음에 아내가 오기까지의 2시간이 참...ㅎ
이게, 가끔 하면 재밌을 수 있다. 얼마 전에 첫 휴가를 쓰면서 애들하고 키즈카페 갔는데, 옛 추억(...ㅋ)이 떠올랐지만, 아침에 잘 챙겨서 키즈카페도 잘 다녀왔다. 능숙하게 해했지. ㅋㅋㅋ 여튼, 육아휴기 월간 일지에도 써놨는데, 힘든 포인트들은 꼭 애들한테서만 생기는 것은 아니고 아내와의 관계나 여러가지 예상치도 못한 곳에서도 생겼다. 아마, 정확히 보진 않았어도, 글이 처음엔 기대에 차 있다가 점점 현실을 깨닿게 되면서 조금 어둡게 바뀌지 않았나, 한다. ... 여튼, 육아는 생각보다 진짜 힘들고, 다시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불러오게 만든다. 난 엄청 리프레쉬 되고 다시 일을 하게 될 줄 알았는데, 리프레쉬 되고 싶어서 일을 하고 싶게 된다.
2.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생산적이고 싶었다
애들 보는게 진짜 중요한 일이지만, 이게 막 겉으로 티나는 일은 아니다. 인풋 대비 아웃풋을 확인하려면 시간을 오래 보아야 하고, 또 그 아웃풋이 육아휴직으로 인한 것인지 명확한 인과관계라고 하기도 애매할 수 있다. 육아휴직을 한다고 해서 애들이 막 예의발라지고, 말을 잘듣고, 안아프고, 그런게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게 생산적인 일 처럼 보이지 않는다. 측량할 순 없지만, 내가 육아휴직을 하면서 애들하고 같이 있으면서, 다툼도 있었지만, 애들에게도 뭔가 아빠랑 같이 오래 생활한다는 것에 든든함이 있었을 수 있고, 부자지간에 유대관계도 생기면서 뭔가는 더 좋았을 수 있겠지. 그런데 이게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게 가장 큰 힘듦 포인트 중 하나이다.
회사 일만 생각하면, 기획하고 실행하고 보고하는 과정에서 우리의 인풋 대비 아웃풋이 어떻고, 그래서 이번에 성과가 무엇이고 다음에 개선해야 할 점이 무엇인지 명확하다. 그래서 성취감도 있고 그런 것인데, 육아는 그렇지 않다. 기획은 하지만 실행하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일들이 업무와는 다르게 엄청나게 발생하고, 또 이게 감정적인 것들하고 엮이고, 그러다 보면 보고하는 과정에서는 생채기만 남기도 하는 일이 예상치 못하게 계속 발생한다. 어떤 날은 연속적으로, 어떤 날은 잊을만 하면.
그리고 집에서만 있다보니 주변에 얘기할 사람도 없고, 간혹 주변에서, 아빠 육아휴직 대단하다, 얘기를 들어도 그냥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으로 들리니, 내가 인정받고 있다는 느낌은 없었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 애들 챙기는 것, 집안일 하는 것,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진짜 중요한 일이지만, 이걸 생산적이다, 라고 하기에는 애매한... 이런 루틴이 반복되니, 조금은 많이, 힘들었다. (아, 쓰다보니 또 우울해지네...ㅠㅋㅋㅋ)
3. 전 회사로 돌아가기 힘든 조건들이 있었다
앞의 두개는, 어떤 사람은, 그럼 난 복직! 이라는 결론을 얻을 수 있는 것이겠지만, 나 같은 경우에는 전 회사로 돌아가기 힘든 조건 때문에 이직을 선택했다. 바로 집-회사와의 거리. 육아휴직을 한 여러가지 간접적인 이유 중에 하나는 이게 있었다. 출퇴근이 너무 힘들어서. 출퇴근거리라도 가깝고 하면 쉼의 시간도 많아서, 일이 많아도 좀 더 버틸 수 있었겠지만, 인천-판교 자가 출퇴근은 진짜 헬이다. 교통체증을 피하기 위해 7-4 모형으로 출퇴근하고, 그러기 위해 5시 조금 넘어서 집을 나와 7시까지 출근, 4시에 퇴근해서 5시 반쯤 집에 도착. 이것도 4시 칼퇴 기준이고, 6시까지 야근을 하면 판교를 빠져나오는 데에만 한 시간 걸렸다. 그럼 8시 넘어서 도착하고, 집에 오면 진짜 녹초. 이런 날은 그냥 저녁도 먹고 8시 넘어서까지 일하고 퇴근하는 게 더 나았다. 그 때를 생각해보면, 운전하면서 진짜 졸려서 껌도 씹어봤지만 소용도 없어서 유튜브 라이브도 켜놓고 운전도 했는데, 돌이켜보면 몇 초씩은 가끔 졸았던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결국은 일은 다시 해야겠고, 이직을 하기로 하고, 새 회사로는 전철로만 출퇴근 하는 곳으로 정했다. 전철역까지 적당히 걷는 시간도 있어서 door to door로는 딱 한시간 반 정도 걸린다. 버스도 타고 그러면 한시간 조금 넘을텐데. 일부러 버스도 안타고 한 정거장 먼저 내려서 하루에 만 보 이상은 걷는다. 운동하는 시간도 포함된 셈?ㅎ 누군가는, 이전 직장하고 출퇴근 시간은 그게 그거 아니야? 라며 이 시간도 오래 걸린다고 할 수 있는데, 인천에 산다면, 서울로 출퇴근 할 때 이정도 출퇴근 시간은 사실 보통이라 생각하고, 전철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나는 만족한다. 이 블로그 포스팅의 초안도 전철에서 쓴거다. 여튼, 물리적인 거리는 훨씬 줄어들었고, 출퇴근 피로도 훨씬 덜하다. 이전에 비해서 충분히 감수할만할 시간.
사실, 이직을 하고 애기들까지 우리 가족의 모든 아침 생활이 확 달라졌다. 이직을 비교적 쉽게 할 수 있었던 것도 가까이 계시는 장모님 찬스 덕에 가능했고, 나는 6시 정도에 집을 나서고(8-5 모형으로 5시 퇴근), 조금 후에 장모님께서 오시고, 그러고 아내가 집을 나서고. 애들은 처음에 8시 즈음 일어나는데 외할머니가 옆에 있으니 많이 신기했던 모양이다. 여튼, 언제까지 또 이런 패턴이 이어질 지 모르겠지만, 이직 두달차, 나도 육아에서 해방되고 사회생활을 하며 많이 리프레쉬 되고 있다. 그리고, 역설적이게도, 일하는 것 보단 집에서 쉬는게 더 낫다는 생각도 든다. 일하면서도 스트레스가 없는 거는 아니니까. ... 끝.
'아기 이야기 > 세온하온'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세이펜 써보고 느낀 장점 3가지 (단점 한 가지) (0) | 2023.08.28 |
---|---|
현대모터스튜디오 전시체험 꼭 해야하는 이유 (2) | 2022.11.23 |
아빠 육아휴직 여덟 달째 느낀점 3가지 (2) | 2021.11.18 |
아빠 육아휴직 일곱 달째 느낀점 3가지 (0) | 2021.10.01 |
아빠 육아휴직 여섯 달째 느낀점 3가지 (0) | 2021.08.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