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육아휴직 8개월이 지났다. 사실상 지금 글을 조금 늦게 쓰긴 하는데, 이번 달(9개월 차)이 육아휴직 끝이다. 이직에 성공해서(?) 다음달 초부터 새로운 회사에서 일을 한다. ... 육아휴직 8개월차 말, 이번달 초에 이사부터 해서 이래저래 바빴다. 블로그 볼 시간 여유도 없이...
이사 하자마자 둘째가 며칠동안 고열에 시달리고 콧물에 설사, 나랑 같이 코로나 검사도 했고(병원 권유, 다행히 음성), 일주일 동안 어린이집은 보내지도 못했고, 그 다음 주에는 적응 기간이라서 오전만 조금 자유로웠고, 이사 후 이래저래 많은 일로 또 괜히 바빴고, 지난주에야 둘째도 어린이집 적응 다 했는데, 이번주에는 첫째가 수두라서 둘 다 내가 계속 보고... 이러는 와중에 면접 두번에 신체검사까지 있었다. 아, 주말엔 교통사고도 있었다. 상대 100%긴 했지만, 차는 찌끄러졌고 병원도 다니고 있다. 또, 나만 코로나 검사를 받았다. 혼자 갔던 식당에서 확진자... 다행히 또 음성. ... 어떻게 지나간지 모르겠다. ...
22. 둘째는 첫째에게 화내는 부모 모습을 보고 자란다.
자주 쓰긴 했지만, 육아휴직을 하고 마냥 즐겁고 기쁜 순간만 있는 것은 아니다. 어떤 날은 눈 뜰 때부터 화를 내기도 한다. 둘째는 푹 재우고 싶은데, 첫째가 너무 일찍 깨서 일부러 시끄럽게 하거나 그럴 때...? 유치원 준비하느라 촉박할 때는 물론이고 붙어 있으면 수시로 뭔가 화낼때가 더 많다. 둘이 놀다 싸울때도 나는 (그러면 안되는데) 첫째를 먼저 탓하거나 첫째에게 양보를 먼저 권(강요)한다. 아무래도, 그냥, 내 생각에는 둘째는 아직 말도 잘 못하고 잘 안통하지만 첫째는 대화가 충분히 잘 된다고 생각해서. ... 그런데, 첫째도 이런걸 다 알아도 현실에서는 그냥 아직도 어린 애기다.
언젠가 한번은, 세온이한테 화를 내는데 하온이가 빤히 바라만 보고 있었나, 그냥 짜그라져 있는 것을 보고 흠칫 놀랐던 적이 있다. 하온이는 아빠가 이렇게 소리 치면서 화를 낼 때 어떻게 생각할까... 그것도 자기한테 그러는게 아니고 형한테... 세온이는 첫째라 이런 모습을 보고 자라지 않았는데, 어쩔 수 없는 것인지... 화를 덜 내야 할텐데, 인간적으로 너무 말을 안듣는다. 6살...ㅠㅠㅋㅋㅋ
23. 첫째는 이제 커서도 지금을 기억할텐데 하는 걱정이 크다.
요즘 드는 생각은, 세온이의 옛날 기억들이 대단하다는 것에 또 깜짝깜짝 놀랄 때가 있다. 아니, 난 생각도 안하는 일인데 이런 일을 기억해서 뜬금없이 얘기하다니? 하는 그런 것. 앞에꺼랑 이어져서, 그럼 결국 내가 요즘, 아니 육아휴직 기간 동안에(...) 세온이한테 막 화내고 소리지르고 집어던지고(...ㅠㅠ) 그랬던 것들, 다 기억하는 거 아닌가? 하는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면 너무 뜨끔하다 진짜. 게다가 세온이는 너무 여리고 사려깊고 그래서...ㅠㅠ 상처로 남아있지 않을까 하는 그런 걱정들이 많다. ... 다 화내놓고 이제와서 후회. ...ㅠㅠ
나중에 세온이가 어떻게 기억할지 궁금하긴 하다. 물어보긴 할텐데, 사실 지금 세온이는 내가 육아휴직 중인걸 모른다. 육아휴직에 대해 설명도 하지 않았고, 그냥 작년에 코로나 재택근무랑 섞이면서, 올해에도 회사를 늦게 가거나, 회사 일을 어떻게 하고 있다고만 알고 있다. 지금의 기억이, 나는 다 이렇게 적어놓기도 하고, 기억도 하겠지만, 세온이한테는 어떤 시간으로 남아있을까...? 아침부터 아빠랑 있어서 좋았을지, 아니면 아빠가 부쩍 가끔은(자주?) 화를 냈던 시절일지. ...
24. 육아와 복직 사이에서 현실적인 고민이 엄청나다.
서두에 써서 결국 이직을 하게 되긴 했지만, 이직 원서 쓰고 나서 채용 과정에서도 계속 걱정이 많았다. 지금도 완전히 막 뭔가 깔끔하게 마음을 정리하진 못했지만, 육아와 복직(이직) 사이에서 현실적인 고민이 많았다. 풍족하진 못해도, 그래도 우리 부부는 외벌이라도 그냥 저냥 적당히 살아갈 수 있을 정도 된다. 허튼 소비가 많은 것도 아니고, 적어도 장볼때 유기농을 막 집어들진 못해도, 고민 안하고 장을 볼 정도. (그렇게 풍족한건 아닌가...?ㅎㅎ 그래도 그냥 자족하며 사는...ㅎㅎ) 그래서, 내가 내년에 육아휴직을 둘째 앞으로 또 쓸지(내년엔 첫 3개월 수당이 300만원인데...ㅋㅋ), 아니면 일을 해야 하는게 맞는 건지 고민이 됐다. 내가 일을 하면 뭔가 더 넉넉한 형편이 되겠지. 애들 사라달라는거, 아니면 우리 부부도 사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 애들한테 양보하지 않고 더 누릴 수도 있으니까. 지나가면 돌아오지 않을 시간인데, 또 사회에서 전성기를 달려야 할 30대 중반의 나이에 육아만 하는게 또 괜찮은 선택일지, 이런저런 그냥 뫼비우스의 띠 같이 끊이지 않는 고민, 도돌이표처럼 계속...
결국, 육아휴직 1년을 다 못 채우고 이직을 하게 되었지만, 애들한테 화를 낸 순간들이 있어도, 그래도 좋았던 시간들이 더 많았던 것 같기에, 이 시간이 이렇게 끝나는게 너무 아쉽기도 하다. ... 이렇게 글을 쓰면서도 둘 사이에서 엄청 고민된다. 뭐, 합격 다 해놓고 출근만 기다리는 이 상황을 돌이키진 않겠지만... 그래서 어떤 면에서, 한편으로는 은근히 떨어지길 바란것도 있었다. 아내도, 나도. 그럼 그냥 육아에 다시 전념하면서 아이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으니까. 12월부터 이제, 가까이 계시는 장모님이 아침 일찍, 새벽같이 우리집에 오셔서 아침 등원을 챙겨주실 것 같고, 하원은, 하원은 아직 잘 모르겠다. ...ㅋ 둘 중에 일찍 오는 사람이 애들 픽업해가야 할지. ... 뭐, 아이 키우면서 생기는 이런 현실적인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하는 고민들. ... ... 계속 써봤자 답도 없는 것 같고, 그냥 육아휴직 내내, 최근에는 더 심하게, 이런 고민들을 엄청 했었다.
다음 달엔 아홉달 째 느낀점을 쓸거고, 몇 가지 느낀점이 더 있어서 이 시리즈(?)도 마무리 지으려고 한다. 책으로도 내면 좋겠다 생각하긴 했는데, 이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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