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육아휴직 7개월이 지났다. 처음에 신청한 1년 중 절반이 지나가버리니까, 끝이 더 가까워졌음에 왠지 모를 아쉬움이 생기고 기분도 조금은 이전과 다르다.
개인적으로는, 지난달에 투고한 논문이 게재 되었다. (교수님 말씀으로는) 사실 졸업 해도 괜찮다고 하셨지만, 교수님과 새로운 연구를 다시 시작하게 되었다. ... 박사 졸업은 내가 어떻게 컨트롤 할 수 없는 부분이기에, 그냥 교수님을 믿고, 기도하며 기다리려고 한다. 언젠가 졸업은 하겠지. 소기의 성과가 있어서 내 기분도 좋았는지, 그래도 9월 한 달은 애들한테 화도 덜 내고 괜찮았던 것 같다. 그래도 육아에 전념하며 집에서만 있는 것으로 인한 은근한 우울감(?)은 여전하다. 눈물도 좀 많아졌고...?
19. 뭔가 도태되는 느낌이다.
회사에서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볼지 몰라도, 휴직하기 전까지 나는 꽤 핫한 부서에 있었다. (그리고 잘 나갔다, 나름...ㅎ) 전사 BP에서 우리 부서가 순위권에 들기도 하고, 부서 평가도 만점이었나 그랬다. 진짜 여러모로 좋았다. 여기에는 내 기여도 꽤 있었고(...ㅋ), 개인역량평가도 거의 탑급으로 잘 받았다. 이런저런 상도 받고 우수직원 표창도 받아서 코로나 직전에는 해외여행도 다녀오고. 자랑은 여기까지 하고...ㅎㅎ 여튼, 그래도 이렇게 재미있게(? 힘들었어도 잘 다니긴 했...ㅋ) 다녔던 회사를 잠시 쉬고 집에서 이러고 있으려니, 답답한게 없다면 거짓말이다. 그동안 블로그에도 계속 썼던 것처럼 일에 대한 고민도 육아와 함께 계속 있다.
여름에는 대규모 조직개편+인사발령이 있어서, 내가 있던 부서 명칭도 바뀌고 조직도 바뀌고 팀장님도 팀원도 바꼈다. 회사 사람들하고 간간히 연락은 하면서 소식을 듣는데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단다. (또 자랑 ㅋㅋㅋ) 그런데, 한편으로는 뭔가 회사는 이렇게 변화하면서 앞으로 계속 나아가고 있지만, 나는 그냥 제자리에 있는 것 같으니까 개인적으로나, 아니면 회사에서 내가 저 뒤로 밀려나는 느낌이다. 개인 성과가 좋건 나쁘건, 일단 그래도 회사라는 '조직' 안에 있느면 (발전적인 회사라면) 회사와 함께 그래도 어찌됐건 잘리지 않고 월급이라도 받으면서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생각을 할수라도 있겠지만, 그런게 아니니까, 이 마음이 참 뭔가 그렇다. 육아휴직이라는 제도로 회사에 여전히 고용되어 있는 상태이지만, 월급도 안받고 출근도 안하고 하니까, 내가 우리 회사 소속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회사와 멀어지는(멀어진) 느낌, 쭉 밀려나며 도태되는 느낌이 나를 압도할 때가 있다. 가끔...
20. 아빠도 육아메이트가 필요하다
얼마 전에 같은 팀에 육아휴직하는 과장님(여자)하고 연락한 적이 있다. 강의 준비하면서 뭐 물어보려고 연락 했다가 애들은 어쩌냐 등등 이런저런 사담도 나누었는데, 뭔가 그 과장님도 어린 애들 돌보고(우리 애들보다 한살씩 어림) 나도 이러고 하니 서로 폭풍 수다를 쏟아내며 서로 위로가 되는 그런 시간이 있었다. ...ㅎㅎㅎ 그 과장님은 회사 근처에 살아서 회사 어린이집에 첫째를 보내면서 계속 회사 사람들을 조금씩 만나면서 이야기도 하고 그러는 것 같았다. 그러면서 내 힘든 이야기를 다 듣더니, 나에게도 육아메이트가 필요하다고...ㅎㅎ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아내가 출근하는 모습을 보면, 하루의 시작이 어른과의 대화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아침부터 이불에 서로서로 엉켜서 짜증내는 어린 애들 목소리를 들으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이런 날엔 대부분 아빠의 기분도 그리 좋지만은 않다. ...ㅎ 세온이가 유치원 버스를 거의 못 타니까(버스 시간이 너무 앞당겨지기도 했고...) 하온이 어린이집 데려다주고 유치원 걸어가고 하면 어른과의 대화는 어린이집, 유치원 선생님하고 인사 하는 정도가 전부다. 그러면 아내 퇴근할 때까지 얘기하는 사람도 없고... 아ㅠ 쓰다보니 뭔가 울컥하니 슬프네...ㅠㅋ
어제는, 아는 형들 모인 단톡방에서 육아휴직 하고 힘든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는데, 먼저 육아휴직을 했던 형이 위로의 문자를 보내줬는데, 아내한테 그냥 읽어주다나 나도모르게 울컥하고 눈물이 나왔다. ㅠㅠ
괜찮냐고, 자기는 정말 1년 동안 너무 자존감이 낮아져서, 회사 복직하고 회사에서 주는 밥 먹는데, 실제 눈물이 났다고, ...
ㅠㅠ
아내는 다음날 얘기하기론, 내가 그래서 티는 못냈지만 자기도 마음이 너무 아팠다고 한다. ... 그래도 저렇게 사람들하고 얘기하면서 울기라도 하면 위로도 되고 그런다. 답답한 마음이 훨 나아지기도 하고. ... 유치원 엄마들이 차 보내고 다들 왜 이디야로 몰려가는지 너무 이해 된다. (껴달라고 할까...ㅋ)
21. 애기들의 행동변화는 한순간이다.
작년 코로나부터 재택근무를 많이 하면서 애들하고 있는 시간이 늘어났고, 육아휴직으로 인해 애들을 보는 시간이 더 늘어나면서 그 변화를 보면서 느끼는것도 많다. 벌써 이렇게 컸나 하는 생각에 놀라기도 하고, 동시에 애들도 자기 생각이 생기면서 기본적인 욕구 외에 미묘한 감정 줄다리기도 있고... 24개월 지난 하온이도 벌써부터...ㅎㅎ 재밌는거는, 애들이 커가면서 어떤 행동변화가 서서히 일어나는 것도 있겠지만, 한순간에 변화하는 것이 참으로 놀랍다는 것이다.
세온이는 내년에 7살인데, 혼자 밥을 잘 먹으면서도 집에서는 꼭 먹여달라고 한다. 자기는 책을 읽고... 아무래도 동생을 질투하는 것도 조금은 있겠지만, 그냥 우리 부부는 먹여준다. 그런데 어느날부턴가, 아침밥을 자기 혼자 먹고 있는 것 아닌가. 아침에는 내가 둘 다 번갈아가면서 먹여주는데, 한명이 혼자 먹으니까 진짜 엄청 편하다. ㅠㅎㅎㅎ 혼자 먹으라고 애원하고 부탁해도 먹여달라고 소리지르던 애가 한순간에 이러니까 약간 헛웃음이 나오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하고, 또 뭔가 이렇게 커가는구나 하는 생각에 아주약간조금 아쉽기도 하고 그렇다. 이런 복잡미묘한 감정을 느끼는 것이 육아의 묘미(?)...는 아니지만, ㅋ 그냥 육아를 하면서만 느낄 수 있는 그런 것이곘지. ...
그런데 뭐, 이런 장기적인 행동 발달 뿐 아니라 단기적인 감정도 너무 한순간에 바뀐다는 것이 참으로 힘든 부분이다. 혼자 밥도 잘 먹고 양치질도 잘하고 옷도 잘 입었는데, 갑자기 현관문 앞에서 별것도 아닌 일로(바람막이를 어떻게 입어야 하는가...에 대하여...ㅋ) 급 소리지르면서 역정낼때가 있는데, 이럴 때는 나도 너무 당황스러워서 얼척이 없다 진짜. ㅋㅋ 이제 좀 익숙해졌는지 나까지 소리를 지르거나 하진 않는다. ... 그냥 적당히 조근조근 말하면서(이게 더 무서운가...ㅋ) 상황을 잘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지. ... 둘 다 소리내면서 힘겨루기 해봤자 좋을게 하나 없다. 질수도 없고, 이겨도 이긴게 아니다. 진짜, 애들하고 싸워서 아빠가 이긴 채로 상황이 마무리되면 기분이, 더럽다. ...ㅠㅋㅋㅋ
10, 11, 12, 1, 2. 다섯 달 남았다. 이번 한 달 지나면 2/3가 지난거네. ㅎㅎ 그런데 내년부터는 육아휴직 급여 첫 3개월은 현재 상한 25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늘어난다는데, 둘째 이름으로 최소 3개월은 더 써야 하나...? 지자체 지원금까지 합치면 월 370만원일 것 같은데, ... 참, 돈이 무섭다. ㅋㅋ 즐겁기도 하면서 힘든 육아휴직 기간을 보내면서도 돈 많이 준다니까 또 다시 이렇게 고민하는거 보면...ㅎㅎ 남은 육아휴직이나 잘 보내야지, 일단은! :D
'아기 이야기 > 세온하온'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빠 육아휴직 중간에 이직한 3가지 이유 (0) | 2022.01.24 |
---|---|
아빠 육아휴직 여덟 달째 느낀점 3가지 (2) | 2021.11.18 |
아빠 육아휴직 여섯 달째 느낀점 3가지 (0) | 2021.08.30 |
아빠 육아휴직 다섯 달째 느낀 점 3가지 (0) | 2021.07.29 |
아빠 육아휴직 네 달째 느낀점 3가지 (0) | 2021.07.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