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이야기/세온하온

아빠 육아휴직 여섯 달째 느낀점 3가지

inhovation 2021. 8. 30. 00:29

벌써 육아휴직 6개월이 다 되었다.

다섯 달째 느낀점은 아래 링크 참조. 링크 타고 가면 네달, 세달, ... 다 있다.

 

아빠 육아휴직 다섯 달째 느낀 점 3가지

네 달째 느낀점 3가지는 아래 링크 참조. 아빠 육아휴직 네 달째 느낀점 3가지 세 달째 느낀점 3가지는 아래 링크 참조 아빠 육아휴직 세 달째 느낀점 3가지 두 달째 느낀점 3가지는 아래 링크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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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아직 덥지만, 입추도 지났고, 밤-새벽엔 쌀쌀하다. 이불 덮고 자야 할 정도. 무더위가 가서 그런지 모기가 기승이다. 8월 육아 이야기를 하기 전에, 내 이야기(?)를 하자면, 며칠 밤을 새면서 논문 한 개를 써서(무에서 유...ㅋ) 투고까지 했다. 게재 될지 안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느낌이 나쁘진 않다. 2학기에 논문 심사까지 하고 내년 2월 졸업은 불투명 하지만... 그래도 공부는 하고 있다. 3월 육아휴직 시작하면서부터 열심히 하긴 했는데, 요즘 더 열심히 하는 것, 하게 된 것 같다. 처음엔 육아휴직이라 시간도 많긴 했지만, 적응하느라 공부에 집중이 좀 안 됐다면, 요즘은 진짜 완전 루틴이 되어 버려서 공부도 좀 잘 되는 것 같다. (물론, 이건 지도교수님 의견도 들어봐야 한다. 내가 잘 하고 있는지...ㅋ) 육아 이야기만 쓰면, 한게 뭐 있나, 너무 소모적인 거 같아서, 내 근황도 (제자리인것 같지만 나름 발전적인) 한달을 짧게 남겨 본다. 각설하고. 이번달은 좀 우울한 것 들 뿐이다. ...

 

16. 내 안에 있는 숨겨진 폭력성이 드러난다.

진짜, 싫다. 나도 내 안에 이런 폭력적인 모습이 있는지 몰랐다. 나중에 결국 들어보면 첫째 한테는 (말도 안되는) 이유가 다 있지만, 그냥 당장에는 이유도 모른채 나한테 소리지르고 때리고 하는 것을 당하다 보면 진짜 열뻗칠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항상 그러는 것은 아니지만 나도 피곤한 날에는 아침에 유치원 어린이집 준비 하는거 협조 안되면 진짜 열받는다. 특히 양치 할때. 조금만 더 논다고 (아빠 기준으론 많이 놀았다고 보지만...) 계속 양치 안하다가 결국 양치를 울면서 하게 될 때는 진짜 힘들다. 몇 번 칫솔질 하면 뱉는다고 물컵 뺏어 가고, 가끔은 물컵 던지고. 이럴땐 진짜 나도 감정의 바닥을 보게 된다. 한 번은 혀를 닦아 주는데, 악감정을 담아서 칫솔로 혀를 때렸다. 또 한 번은 나도 모르게 뇌를 거치지 않고 행동이 바로 나왔는데, "이럴 거면 양치 하지 마!!!!!" 이러면서, 양치 컵을 욕조로 집어 던지기도 했다. 세온이도 깜짝 놀라고, 나도 놀라고. ... 말은 안하지만, 겁 먹었겠지, 급 협조가 잘 되긴 했는데, 계속 마음이 불편했다. 아내한테 문자로 다 말하고, 결국 유치원 데려다 주고, 유치원 앞에서 아빠가 컵 던져서 무서웠냐고, 미안하다고 사과 하고 보내줬다. ...

내 안에 이런 폭력성은 꼭 물리적인 것만 있는게 아니었다. 때리질 않으니까(못하니까) 말로 자주 협박하게 된다. 아빠 말 안들으면 장난감 다 갖다 버릴거야, 둘이 그렇게 자꾸 싸우면 동생 다른 사람한테 갖다 줄거야, 등등. 이러면 더 악을 쓰면서 그러지 말라고 하며 상황이 악화되기는 하지만, 알면서도 나도 모르게 자주 그런다. (나중에 사춘기 되고 그러면, 다 버리라고, 오히려 말대답 할지도...ㅠㅠ) 아이들과 마주하는 시간이 많아지니까 마냥 좋은 순간들도 있지만, 어쩔 수 없이 이런 순간들이 더 많아진다. 회사 다니고 바쁠 때는 애들 보면서 노는 시간이 조금뿐이니 (가끔은 책 읽어주다 졸긴 했어도) 하하호호 즐겁게 놀았는데. ... 고쳐야지... 애들인데, 내가 잘못하는거지...ㅠ

 

18. 꼭 아이들에게 좋은 시간으로 남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아내랑 또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아내가 하는 말이, 지금 내가 이렇게 육아휴직을 해서 애들이 아빠랑 오래 있는 시간이 진짜 더 중요할 수도 있는게, 지금 아빠에 대한 이미지가 애들한테 잘못 박히면, 나중에는 더 어려울수도 있다고 했다.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인데, 이런 말을 듣고 나니 덜컥 겁도 났다. 애들도 이제 힘의 논리(?)를 아는지, 엄마가 화내는거랑 아빠가 화내는거랑 구별을 한다. 앞서 이야기 했듯이, 애들 등원 하원 챙겨주면서 중요한 일을 하고 있지만, 같이 있는 시간 동안 재미있게 놀기만 하는게 아니라 심하게 부딪히기도 하니까, 아빠가 진짜 조심해서 행동해야 한다는 것이 아내의 요지였다. 그렇다. 아빠가 애들한테 훈육 차원에서 화도 낼 수 있지만, 가끔은 나도 비이성적으로 꼭지가 돌아서 감정을 실어 큰 소리만 내면, 애들은 벌써 그걸 다 알고 겁에 질리기도 하는데. (가끔...) 내가 이렇게 너무 자주 실수 하면, 육아휴직을 한게 득이 아니라 독이 될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든다. 그리고, 둘째 하온이가 아직 어리고 하니 더 많이 챙겨주고 하게 되는데, 이게 첫째 세온이가 보기에는 질투를 더 많이 느끼게 되는 시간일수도 있겠다 싶었다. 좋은 시간도 많이 공유하지만, 비례해서 안좋은 시간을 더 많이 공유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진짜, 더더욱 조심해야겠다. ... 잘 해야지, 내가...ㅠ

평화로운 등원길, 앞선 1-2시간동안 집에서는 진짜, 다이내믹 했다. ...여러가지 의미로의 다이내믹...ㅠ 그래도 이렇게 나오고 나면 한숨 돌리게 된다. ...

17. 다시 회사 일을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된다.

최근에 어쩌다 회사 시스템에 접속할 일이 있었는데, 6개월만에 내부망에 들어가보니 익숙하면서도 너무 낯선 환경...ㅎㅎ 이제 망분리까지 되서, 구 VPN으로는 접속도 안되는데, 내가 회사 복직하고 적응 잘 하고 일도 할 수 있을까 고민도 된다. 다 까먹은 것 같기도 하고... 한 편으로는 계속 쉴까, 이런 생각도 든다. 아내한테 계속 일 하라고 하고...ㅋㅋ 회사 생각을 한다는게, 육아가 너무 힘들어서 복직도 고민해 봤다는 것의 반증이기도 하다. 맞다. 집에서만 있는게 조금 (많이) 답답하기도 하다. 그런데, 뭐 진짜 '육아' 때문에 어쩔 수 없어서 휴직중이긴 하지만... 조기복직을 조금 생각도 해 봤지만, 현실적 이유로 가능성이 없으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복직하고 내가 회사일을 다시 잘 할 수 있을까 걱정되는 마음이 계속 되는 것은 사실이다. 휴직 전에 이뤄냈던 퍼포먼스를 다시 낼 수 있을지. ... 일은, 언젠가는 해야할텐데, 다시. ... 6개월 정도 일을 쉬니까 크게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


육아휴직, 진짜, 절반이 지났다. ...이제 끝을 향해 달리고 있다. ...ㅠㅠ.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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