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이야기/세온하온

세이펜 써보고 느낀 장점 3가지 (단점 한 가지)

inhovation 2023. 8. 28. 21:32

몇 년 전에 세이펜을 샀다. 처음 살 때에는 세이펜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만 갖고 있어서, 아내가 처음에 세이펜 이야기를 했을 때 조금 시큰둥 했지만, 결국 샀고, 또 갖고 있다 보니 장점들도 보인다.

출처: 세이펜

1. 책을 리얼하게 읽어준다.

피곤한 아빠 목소리, 힘든 아빠 목소리, 성우처럼 다양한 흉내를 내지 못하는 아빠 목소리보다 목소리 자체는 낫다. 내가 들어도 재밌을 때가 있다. 또 장점이 노래를 불러주는 것도 좋다. 우리집에 전집으로 있는 책은 아람북스 책인데, 책 뒤에 꼭 노래가 있다. 예전꺼는 악보가 있어서 불러달라고 하면 어떻게든 불러줬는데, 최근꺼는 가사만 있어서 무슨 노래인지 내가 알 수가 없다. 그런데 세이펜으로 노래 부분을 찍기만 하면 반주에 노래까지 나오니 애들도 좋아한다.

 

2. 관찰력이 높아지는 것 같다.

책을 읽을때면 아직 까막눈인 애들을 위해서 어디를 읽고 있는지 손으로 찍어주면서 읽어야 하지만, 그냥 읽다 보면 줄줄 읽을 때가 있다. 애들의 시선은 어디인지 아랑곳하지 않고. 어쩌면 애들은 그림의 어떤 부분을 관찰중일 수도 있는데, 나는 그냥 줄글이, 또 애들 책이니까 짧아서, 끝나니까 책을 넘긴다. 아무 생각 없이. 그런데 세이펜이 애들 손에 있고, 책 읽는 주도권이 애들한테 있으면, 특히 첫째는 알고서 여기저기 책을 찍어본다. 내가 읽어줄 땐 글씨만 봤다면, 첫째는 캐릭터 하나하나, 배경 하나하나 찍어본다. 그러면 진짜 다 다른 말을 하면서 본문에 없는 내용이 나온다. 이걸 보고 약간 반성도 했다. 그리고 내가 생각지도 못한 부분을 애들이 찍어보면서 관찰력도 높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출처: Unsplash.com

3. 엄마 아빠가 편하다.

이건 단점으로 생각했던 부분인데, 진짜 바쁠 때, 세이펜이 애들하고 놀아주니까 숨을 돌릴 틈이 생긴다. 물론, 한 개 뿐이 없어서 가끔 둘이 싸우면, 한개 더 살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이제 첫째는 혼자 책을 읽을 정도가 되니 세이펜을 거들떠도 보지 않는다. 설거지 해야 하는데, 어디 정리를 해야 하는데, 책 읽어달라고 하거나, 아님 세이펜으로 책을 읽고 싶어 할 때, 세이펜 하나 쥐어주면 그래도 몇 분 간 자유의 몸이 된다.

 

그냥, 어쩔 수 없는 단점

애들이 세이펜만 갖고 있는 것을 보면, 위에서 말한 세 번째 장점을 누리는 시간이 너무 길어질 때, 아무래도 부모랑 교감이 떨어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뭐, 습관적으로 우리 애들은 세이펜만 갖고 있지는 않고 위급 상황(?)이나 다양한 놀이를 하면서 그 중 하나로 세이펜을 찾는데, 계속 세이펜만 갖고 있었다면 이런 우려를 할 법도 하다. 그래서 꼭 세이펜을 찾지 않으면서 책을 읽어달라고 할 때는 내가 직접 많이 읽어주려고 노력한다. 세이펜한테 배워서 다양한 목소리 흉내도 내면서... 그리고 이제는 나도 꽤 책을 잘 읽어서(?) 애들이 내가 읽어주는 책을 재밌어 할 때면, 세이펜을 이긴 것 같은 뿌듯함이 들기도 한다.

 

역시, 육아는 아이템빨 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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