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이야기/세온하온

아빠 육아휴직 한 달째 느낀점 3가지

inhovation 2021. 4. 4. 03:30

 

2021년 3월 2일 ~ 2022년 3월 1일

육아휴직 기간이다. 참 오래 걸렸다. 2019년 하반기에는 수요조사 제출 했다가 취소하고(잠시 미루고), 2020년 하반기에는 급작스럽게 결심해서 신청하고.

 

 

아빠 육아휴직을 잠시 미룬 3가지 이유

회사는 중간에 계약직으로 다닐 때가 있어서 중간에 잠깐 몇 개월씩 쉬기도 했었지만, 2012년 3월부터 했으니 지금까지 대략 만 7년은 넘었고, 햇수로는 만 8년 가까이 된다. 가정사(?)는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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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육아휴직을 결심한 3가지 이유

육아휴직 신청서를 냈다. 작년에는 육아휴직 수요조사만 냈다가, 실제 확정 이전에 철회를 했었다. 아빠 육아휴직을 잠시 미룬 3가지 이유 회사는 중간에 계약직으로 다닐 때가 있어서 중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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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한 달이 지났다. 처음에는 매일매일 육아휴직 일지처럼 블로그에 쓰려고 했는데 그게 안된다. ㅋㅋ 생각보다 바쁘다. 한가하게 블로그 따위 할 시간마져도 육아휴직은 허락하지 않는다. 역시, 블로그는 가족들 다 자는 새벽에 하는게 진리다. 아내가 그래도 한 달 씩이라도 남겨보라고 했는데, 이게 적당한 것 같다.

 

1. 엄청나게 후회된다. 진작 할걸!

이 좋은 시간을 왜 진작 보내지 못했을까에 대한 후회다. 이건 2월 즈음, 본격 육아휴직 전, 휴가 몰아 쓰는 기간부터 느꼈다. 재밌었던 것은, 그동안 회사 생활 하면서 엄청나게 달려왔는지, 2월 첫 주는 온 몸이 아팠다. 긴장이 풀어져서 그런지, 치과를 가 봐야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이도 많이 흔들렸고, 여튼 몸 상태가 이전과 달랐다. 장거리 출퇴근에, 한창 바쁠때라 야근도 잦아졌었고, 힘들긴 힘들었지...ㅠㅠ

우선, 첫 한 달 동안 온 가족이 진짜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다. 아내가 잠시 병원(간호사)에 가지 않아서(다음 주 부터 출근...) 애들 어린이집 유치원 가고 나면 아내랑 둘이 데이트 하는 시간도 좋았다. 맛있는 것 먹으러 가고, 애들 없이 마트에 장만 보러 가도 그 시간이 참 편했다. ㅋㅋ 서로 이야기도 많이 하고. 일단 애기 둘 신경쓰지 않아도 되니 확실히 서로 더 여유도 있는 것 같다.

물론, 첫째 세온이한테는 이야기 하지 않았다. 유치원 잘 다니고 있는데 아빠가 회사 안나간다고 하는게 얘한테 다른 마음(?)이 생기게 할 수도 있으니까. 그냥 코로나 때문에 재택도 많이 하고 그랬어서, 세온이는 아직도 아빠가 회사를 늦게 (어떻게든) 가는 줄 안다. 물론, 하원 할 때마다 일찍 아빠가 집에 와 있으니까(?) 좋아한다. 그럼 저녁도 준비하고, 애들도 씻기고 하면서 진짜 여유로운(?) 저녁 시간을 보낸다.

여튼, 너무 좋다. 회사 생활이 참, 나에게 뭐였는지, 이렇게 1년을 미뤘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 그땐 나름 합당한 이유가 있긴 했었지만 말이다. ...ㅎㅎ

 

2. 일에 대한 미련이 아직 완전히 떨어지진 않는다.

회사 3-4월이 또 바쁜 시즌이라 그런지(아니 바쁘지 않을 때가 언젤까) 은근 연락이 자주 왔다. 잊을만 하면 오고, 잊을만 하면 오고. 인수인계 잘 해 놓고 갔다고 생각했는데 여러가지 일로. ... 이럴 때마다 회사 생각이 안날 수도 없으면서도, 일을 그래도 나름 사명감 가지고 재미있게 했었는데, 회사에서 일하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 이렇게 기억하고 날 찾아주니 나의 존재감이 아직 회사에서 없어지진 않았구나(?) 하는 그런 생각도 들었다. 한편으론 열심을 다 했던 회사에서 내가 없어도 잘 돌아간다면 나는 어떻게 되는걸까(?) 하는 생각이 엄습해오면서 살짝 서늘한 기분, 초조한 기분을 느끼기도 했다. 나름대로 회사 안팍에서 유명했었는데...ㅋㅋ

힘들긴 했어도 육아휴직 1년 미룰 정도로, 그래도 재미있게 했다. 힘듦이 51로 재미 49를 이겨서 육아휴직을 신청 했지만... 내가 아직도 일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가끔 들었다. 그런데, 이럴 때 마다, 아 진짜 지쳐서 쓰러졌겠지? 하는 생각이 들면서 그래도 육아휴직은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일에 대한 미련이 있긴 하지만 말이다.

 

2015년, 라오스 비엔티안 여행 중... 육아휴직 시작하고 카톡 프로필 사진부터 바꿨다. 내 인생에서 COMMA가 되면 좋겠어서.

 

3. 자유시간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

육아휴직 시작하기 전에는 나름 계획이 있었다. 짧게나마 유튜브 1일 1영상. 거의 원테이크로 찍어 올려서 가능하리라 생각했는데, 뭔가 이럴 여유도 나지 않는다. 논문도 진짜 집중해서 스피드 업 해야지, 다짐했는데 교수님이 쪼지 않으셔서 그런지 혼자만의 의지로는 속도가 잘 안난다. (그래도 연구재단 과제는 신청했다. 역시, 사람은 마감이 있어야...ㅎ) 논문을 위한 계량경제랑 딥러닝 공부도 집중해서 하고 싶었는데 또 막상 이게 잘 안된다. 낮에 집에서 혼자 있는 시간이 생각보다 의지를 막 불태우기에 힘든 시간이다. 집이라는 공간적 한계로 인해서... 도서관이라도 가고 싶은데 코로나 때문에 이것도 쉽지 않다.

의지가 부족해서도 있겠지만, 혼자 집에 있으면서 내 시간만 보낼 수만도 없어서 자유시간이 또 줄어든다. 일단 애들 다 가고 대충 10시부터 둘째 하온이가 집에 오기 전인, 대략 3시까지가 자유시간이라고 본다면 5시간이다. 점심시간 빼고, 집 정리나 빨래 개는 시간, 당근 하는 시간(?), 재충전을 위해 조금 누워 있는 시간(?) 이런걸 빼면 내가 계획했던 것들을 하기에 다소 좀 빠듯하기도 하다. 회사에서 매일 8시간 일했다고 해서, 육아휴직이 매일 8시간의 자유시간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앞에 썼던 당근이나 누워있는 시간은 농담이고, 애들 없이 장 보러 가면 편하니까 이런 시간도 있고, 머 이래저래 잡일이 생각보다 많다.

그래도 처음에는 이 많은 자유를 어떻게 쓸지 당황한 것 같은데, 점차 자리를 잡아가는 것 같다. 대략 15년 전, 휴학한다고 했을 때 아버지께서 하셨던 명언이 생각난다. 자유시간이 많다고 공부 많이 하는 거 아니라고. ...ㅋ 생각해보면 생산성은 일 할 때가 더 낫던거 같다. 돈이라도 벌면서 공부도 하고 육아도 좀 참여하고 했으니까. 그렇다고 내가 기계도 아니고, 생산성 베스트를 위해서 그 상태로 방치할 수는 없었으니, 그래도 육아휴직은 잘 한 선택이다. 남은 11달은 자유시간을 조금 더 잘 보내 봐야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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