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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근무가 쉽지 않은 3가지 이유 (재택근무의 현실)

inhovation 2020. 3. 4. 03:21

코로나19로 인해 요즘 재택근무가 직장인들 사이에서 이슈인가보다. 포털 메인에도 재택근무 이야기가 심심찮게 나오는 것 보면 많은 사람들이 또 이런 기록들을 남기고 있고. 나도 메인에 떠 보길 기대하며(ㅋ) '재택근무가 어려운 3가지 이유'를 적어본다. 지난 주 수-목, 갑작스레 재택근무를 했고, 이번주 월-화도 재택근무였는데, 어제 화요일은 자발적 출근을 했다. 여튼, 수식어를 붙여서 제목을 제대로 뽑아보면, "코로나19로 인한 재택근무가 쉽지 않은 3가지 이유"로 쓸 수 있겠다.

 

1. 재택근무 환경이 갖춰지지 않았다.

우리 회사는 사실 재택근무를 위한(?) 그런 회사는 아니다. 재택근무를 하고 있는 사람도 아마 거의(아무도) 없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거의 10년 가까이 다닌 과장님들도 재택근무는 처음 한다고. 어쩌면 회사 역사상 최초의 재택근무로 인사실도 몹시 바쁜 것 같다. 재택근무 규정은 있었지만 아무도 하지 않는... 그래도 규정이라도 있는게 어디...ㅎ

그런데 규정만 있지, 막상 재택근무를 시작하니 다들 너무 불편해 한다. '다' 까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재택근무 하면서 나랑 메신저 했던 사람들은 대부분...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일단 재택근무를 위한 환경이 갖춰지지 않았다. 웹하드 클라우드 시스템이 없다보니 막상 중요하게 해야 하는 일에 있어 관련 파일이 모두 회사 내 컴퓨터에 있는 상황이다. 인트라넷 망에 접속할 수 있는 vpn은 되고, 회사 메일, 결재문서 모두 볼 수 있는데 막상 '진짜 중요한 파일'은 이런 곳에 없다. 그래서 재택근무를 한다 하더라도 '진짜 중요한 일'은 잘 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다.

Do more? 거의 불가능...ㅋ

2. 집에서는 일하기가 힘들다.

사람마다 다를수도 있는데, 나는 절대적으로 집에서는 일하기 힘든 상황이다. 만약 싱글이거나 결혼을 했어도 애기가 없다면 가능하겠지. 아니면 애기가 완전 어리거나. 지금 둘째 처럼. 그런데 나는 애가 둘이다. 5살, 2살. ...ㅠ 집에서 일을 할 수가 없다. 인트라넷에 접속해서 출퇴근 기록을 남겨야 하니 컴퓨터를 켜지 않을수가 없다. 그리고 재택근무 인증(?)을 위해 사내 메신저에 계속 로그인 해 있어야 하니 첫째의 관심이 컴퓨터로 아니 갈 수가 없다.

진짜 아침부터 일하고 있으면, 첫째가 바로 옆으로 와서 모니터를 한개 차지하고 영상을 틀어달라고 한다. 평상시 진짜 우리 부부는 영상 많이 보여주는 편이 아닌데, 그리고 혼자 영상 없어도 잘 놀고 하는데, 이런 환경이 되면 자기도 보고싶은가보다. 그래서 유튜브 틀어주면 밥도 안먹으려고 하고, 몇 분마다 나오는 광고 스킵해 달라고 하고, 실증나면 다른 거 틀어달라고 하고, 일 하면서 좀 대응이 늦으면 짜증내고. ... 회사에서도 나한테 이렇게 짜증 내는 사람이 없는데...ㅠㅋㅋㅋ

이건, 앞에서 말한 재택근무 환경이 아무리 스마트하게 갖춰진다 해도 해결할 수 없다. 출퇴근 시간 절약 차원에서 앞에 카페라도 나가서 근무하면 좋겠지만, 지금 이게 '그런 멋져보이는 재택근무 상황'이 아니라 '코로나19로 인한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서 카페를 갈 수도 없다. ...그냥 9시부터 6시까지 집에 감금된 상태로 일을 해야 하는거다. 그런데, 그렇게 일을 할 수가 없다.

월요일, 재택근무 3일차. 아내가 둘째 분유를 타는 동안 잠시. 카톡방에 올리니 팀장님께서 '체험 삶의 현장' 같다고 하셨다.
이 날, 유튜브만 오전 오후 거의 4시간 가까이 본 것 같다. 뽀로로 목소리 노래가 아직도 귓가에 들리는 것 같다. 딸기는 혼자 한 통 다 먹었다.

3. 일하는 맛(?)이 안난다.

앞에서 말한 이런 상황이다보니 재택근무라고 해도 일하는 것도 쉬는 것도 아닌 이상한 상황이 되어 버렸다. 집에 있으니까 쉬는 날인 것 같은데, 일을 해야만 하니까 뭔가 기분이 나쁘다(?). ㅋㅋㅋ 일을 해야만 하지만 또 너무 불편하니까 제대로 일도 안된다. 그래서 일하는 맛도 없다. 일은, 안할수록 좋은 거지만, 그래도, '피할 수 없으면 즐겨야 한다'고, 일을 또 하다보면 재미있는 그런 맛도 있지 않나...? (가끔...ㅋ) 집중해서, 그날의 업무들을 착착착 끝내야 하는데, 그런게 재택근무 상황에서는 잘 안되다보니 일을 더 하기 싫다. ...

재밌는 건, 그래서 어제는 출근을 했다. 전원 재택근무 권고였고, 긴급업무가 있는 사람들만 사전에 신청하고 출근 할 수 있었는데, 이유야 만들면 되고... 실제 출근 해서 중요한 일들을 바쁘게, 많이 하고 돌아오기도 했다. 여튼, 재택근무 하는동안 첫째는 유튜브만 보고 그러다 짜증내고, 아내한테도 내가 마이너스 요소인 것 같아서, (내가 없으면 그냥 첫째 컨트롤이 잘 됐을텐데?) 출근한다고 하니까, 그러라고... 그래서 출근 했는데, 막상 또 회사에서 일을 하니까 재미가 없다. ...ㅋㅋㅋ 아무도 없고, 팀장님만 내 뒤에 계셔서 그랬나 모르겠지만... 이런 거 보면, 일을 하는 것은... 장소 문제가 아닌 것 같다. 그냥 노는 게 짱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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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내 인생에 이런 시간이 올까 했던 순간/기간들이 몇 년 주기를 주고 종종 찾아오는게 신기하기도 하고 한편으론 감사하기도 하고 그런다. 물론 나와 아내의 선택에 따른 결과들이긴 하지만 말이다. 2013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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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장기화 되면서 재택근무가 더 늘어날 것 같기도 하다. 일단, 글을 쓰는 지금은 새벽 3시인데(잠이 안와서...), 오늘 수요일과 금요일은 재택근무다. 목요일은 우리팀은 잠시 출근해야 하는 일이 있고... 회사에서도 거의 데일리로 경영진 회의가 열리면서 공지를 해주는데, 일단 이번주는 이렇게 결정 되었고, 다음주에 대한 지침은 아직 없다. 과연, 재택근무일지...

 

* 어제 출근 한 것에 대해, 아내는 사실 그래도 내가 집에 있는게 좋다고 한다. 그치. 혼자 애 둘을 보기는 힘드니까... 분유 탈때나, 기저귀 갈아줘야 하는 상황에서 내가 조금이라도 도와줄 수 있으니까. 그치. 재택근무가 장기화 되면, 일과 가정을 위해(?) 첫째는 유치원에 어떻게라도 좀 보내는 방법을 생각해봐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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