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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에도 교회가 모이려는 3가지 이유(내 생각)

inhovation 2020. 3. 20. 07:05

코로나19가 퍼지며 신천지 교회가 욕을 많이 먹었지만, 이제 일반 다른 교회도 욕을 먹고 있다. 특히 처음 신천지로 인한 확산이 주춤해져 가는데 교회에서 집단감염 사례가 잇따르면서, 또 아래와 같은 뉴스들도 나오면서 많은 사람들의 분노를 불러오고 있다.

 

 

서울시 "중소교회, 재정 문제로 현장예배 고수…교단 지원 요청" | 연합뉴스

서울시 "중소교회, 재정 문제로 현장예배 고수…교단 지원 요청", 김지헌기자, 문화뉴스 (송고시간 2020-03-19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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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제목만 봐도 화가 나게끔 잘 지은 것 같다. 본문에는 역시 '재정적'이유가 상당한 요인이라고 말 하고 있지만, 사실 기사 내용의 핵심은 서울시장과 여의도순복음교회목사가 통화해서 여의도순복음교회가 산하 4천개 교회를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기사제목처럼 중소교회가 계속 예배를 고수하겠다는 것이 핵심이 아니다. 그 어디에도 중소교회가 재정 문제로 현장예배를 고수하겠다고 결의(?) 한 내용은 없다. 본문에 있는 단어들을 짜집기 해서 악마의 편집과 같은 제목을 만들어 낸 것. 기사가 어그로 끌려고 제목을 저렇게 지은 것 같다.

 

여튼, 내가 하고 싶은 얘긴 기자의 제목 뽑기 실력이 아니다. 어제 동생과 이런저런 얘길 하면서 코로나19에도 교회가 모이려는, 특히 중소교회가 모이려는 이유가 3가지로 정리되서 글을 써 본다. 우선, 나는 엄청나게 큰 맘모스급 교회를 다니진 않지만 그래도 대형교회 축에 속하는 교회를 다니고 있고(요즘은 못간다), 동생은 중소교회를 다니고 있다. 대/중/소를 나누는 기준이 무엇인지 전혀 모르겠지만 그냥 대강 느낌으로 분류해서 저렇다. 참고로 나와 동생이 다니는 교회 모두 온라인 예배로 대체했다. 그러나 아직도 온라인 예배가 아닌, 현장예배를 고수해서 코로나19에 대한 불안감을 높이고 전파가능성, 실제 전파까지 하는 교회들의 속내는 무엇일까?

 

1. 진짜 재정적 문제

어떤 것을 1번으로 할지 고민이 조금 되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언급하는 것이 재정적인 부분이므로 이걸 1번으로 정했다. 작은 교회들은 진짜 재정적인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일단 교회의 재정은 크게 3부분으로 구성될 것 같다(교회 행정 이런거 안해봐서 잘 모르고 30년 가까이 교회 다닌 통밥으로 추측). 십일조헌금/일반헌금/외부지원. 헌금을 둘로 나눈 것은 십일조는 일반헌금보다 그래도 정기적인 것이고 일반헌금은 주일에 드리는 헌금 성격으로 여러 감사헌금이 있을 수 있겠다. 작은 교회들은 외부로부터 받는 지원도 있을 것이고. 내가 처음 저 기사를 보고 든 생각은 '모든 교인이 십일조만 잘 드리면 이렇게까지 현장예배를 고수할 필요는 없을텐데...'였다. 그리고 동생이랑 이런저런 얘기를 나눠본 것.

십일조는 말 그대로 소득의 1/10을 드리는 것이다. 월급을 200받는 사람 10명이 모인 교회에 담임목사 1명이 전부라면 담임목사의 월급(?)도 20만원 x 10명 = 200만원이 되는 것. 작은 교회 사정이 이렇다 치면, 사실 코로나19에도 고정지출인 교회 월세정도, 한 50만원(?) 나가는 것 외에 큰 지출이 없을 것 같다. 진짜 힘들긴 하겠지만 150만원은 생기는 셈. 여기에 외부 지원이 얼마아 될지는 다 다르겠지만...

그러나 사실 모든 교인이 십일조를 하진 않는다고 알고 있다. 월 1,000만원을 버는 사람이 십일조로 100만원을 드리는 것도 힘든 일이긴 하지만, 월 100만원 버는 사람이 없는 형편에 십일조로 10만원 드리는 것은 더 힘들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일단 위에 예시처럼 10명이 모인다고 십일조로 모인 재정이 저만큼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 그렇기 때문에 어떻게든(?) 주일 헌금까지 모아서 재정적 어려움을 완화(...)하고자 하는, 그런 이유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실, 이렇게 쓰고도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이런 위기 사태에 교회가 욕먹는 것도 그렇고, 교회의 운영을 (중요한 부분이긴 하지만) 이렇게 재정적으로 계산하고 있다는 현실이. 그런 면에서, 위에 기사, 중소교회 지원 결정은 조금이나마 따뜻한 소식인 것 같다.

 

2. 주일마다 예배를 드려야 한다는 신념(?)

사실 교회는 건물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건물에, 건축에 집착할 필요도 없고, 건물에 '모이는 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동시에 공동체이기 때문에 '모이는 것'이 중요한 집단이기도 하다. 성경의 여러 부분에서도 모여서 기도하고 모여서 밥먹고 모여서 뭘 하는 그런 내용이 많이 나온다. 하지만 모이지 못했다고 해서 하나님이 함께 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어려운 상황에 처해 홀로 어디 구석에서 기도해도 하나님은 일 하셨고, 모여서 대단한 기적이 일어났던 것 처럼 혼자 있어도 대단한 일이 일어나기도 했다. 따라서 하나님께 예배드린다는 것은 '무조건 모여서' 해야만 하는 그런 것은 아니...다. (급 자신감이 없어진 것은 내가 신학을 엄청 공부한 그런 전문가는 또 아니라서...ㅋ)

하지만, 많은 교회들이, 또 교회를 다니는 사람들이 '모여야 한다'는 어떤 강박이 조금 있는 것은 아닐까 싶다. 사실 그동안 온라인 예배를 안드려봐서 어색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사실 온라인 예배 영상 틀어놓는다고 해서 주일에 교회를 가서 예배를 드린것과 같은 그런 기분(?)이 똑같이 나진 않는다. 그러나 이건 사람의 생각일 뿐, 예배를 받으시는 하나님 입장도 들어봐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교회들은 주일에 교회에 모여야 한다는 생각이 뿌리박혀 있는 것 아닐까 싶다.

(Unsplash image)

3. 교회가 없어지진 않을까 하는 불안감

이건 내가 전혀 생각하지 못했는데, 동생하고 얘기하면서 의견을 준 것이다. 앞에서 말했듯이 교회는 건물은 아니지만 공동체이기 때문에 '모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런 관점에서 '온라인으로 모이는 것'은 사실 '얼굴을 마주하고 모이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 작은 교회들에게 재정적 어려움이 계속 있겠지만, 그래도 버티는 것은 그 뜻을 함께 하는 공동체 사람들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19같은 외부적 요인으로 계속해서 모이지 못한다면 공동체의 결속력은 약해질 것이고, 사람들이 떠나가지는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교회를 이끌어가는 사람들에게는 계속해서 생기진 않을까. 재정적인 문제를 떠나서, 그래도 하나님 나라를 위하여 헌신하겠다고 선택한 목사님들인데, 그런 사명을 가지고 이끌어 온 성도들인데, 그 사람들이 다시 모임에 나오지 않으면 안되는데(ㅠㅠ) 하는 그런 생각이 들 것 같다. 결국 공동체가 줄어들어 교회를 이끌어 나가기 힘든 상황이 되고, 뭐...


앞에서도 밝혔지만, 내가 이걸 중소교회들의 재정내역이나 또 그곳에 계신 분들의 인터뷰를 통해 쓴 내용은 아니다.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이렇게 3가지로 크게 정리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어찌됐건, 코로나19가 (아직 기미가 안보이지만) 서둘러 종식됐으면 좋겠고, 교회 예배를 비롯한 사회의 각종 기능이 어서 빨리 정성화 됐으면 좋겠다. (재택근무는, 계속 해보니까 좋은 것 같아서 회사는 안나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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