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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두번 옮긴 이야기] 사람을 귀히 여기는 교회

inhovation 2020. 1. 7. 07:40

내가 두 번이나 교회를 옮긴 이야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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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두번 옮긴 이야기] 건축과 세습으로부터의 탈출

언젠가 한 번 정리해서 글로 남기고 싶었다. 교회를 옮겨도 되는지 고민하는 사람(청년)들이 아주 많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그리고 그동안 나의 신앙생활도 한 번 돌아볼 겸... 큰 고민을 하고 한 번 교회를 옮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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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를 알아본다고 해서 가서 예배를 드리고 그러진 않았다. 어떻게 해서 알게 됐는지 잘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나는 그때 높은뜻 숭의교회가 생각났다. (어떻게 알았지 근데…?ㅋ) 교회 건물은 없고, 남산에 있는 숭의여자대학교에서 예배를 드리다가, 4개의 교회로 분립됐다고. 더 멋진 건 4개의 교회로 분립하면서 새로운 예배당 건물을 짓지 않고 각 지역의 학교건물로 옮겨가고, 또 더 멋진 건 담임목사님이던 김동호 목사님은 여기에서 물러났다는 것. 19년 반 정도, 첫 번째 교회에 있으면서 느끼고 경험했던 것과는 완전 다른 세상의 이야기 같았다. 아, 교회도 이럴 수 있구나. (이래야 하는 것은데…)

서울 각지로 흩어진 교회에서 어디를 다닐까, 특별한 고민은 하지 않고 집 가까운데를 가기로 했다. 그래서 지금까지 다니는 마포에 위치한 높은뜻 광성교회를, 2012년 6월…?에 처음 나갔다. 예배만 드리고 등록 안하고 간보고 그런거 없이 그냥 첫날부터 등록하고 새가족 교육(…ㅋ)을 받고 그랬다. 참 어색했지만, 뭔가 내 마음은 편안해져가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었다. 몸이 엄청 아팠는데 회복실 같은데 누워서 점점 나아지는 것 같은 그런 느낌…? 마음이 그랬다.

내가 높은뜻 교회를 선택한 이유는 앞서 교회를 옮겼던 이유와 같다. 바로 건축과 세습이다. 높은뜻 교회에서는 건축이 없었다. 그리고 세습도 없었다. 나는 높은뜻 숭의교회 분립 시절에 없었기 때문에 잘 몰랐지만, 내부적인 의견 충돌도 있었다고 한다. 멀쩡한(그러나 옮겨야만 했던 이유가 있었던, 숭의여자대학교에서 나가달라고 했다 그랬나…) 교회를 4개로 쪼갠다(분립한다)는게 사실 쉽게 받아들여지는 이유는 아닐 것이다. 그래서 뭐 성도는 얼마가 줄고, 헌금은 얼마가 줄어들 것이다, 이런 예측까지 해 봤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높은뜻 숭의교회는 4개의 교회로 예배당 없이 분립을 했고, 그 이후 성도도, 헌금도 더 늘어났다고 한다. 뭐, 이러려고 분립한 것은 아니지만, 분립을 해도 충분히 기존 성도들한테 먹혔다고 표현대도 될까…? 교회 건축에 사용할 돈을 더 좋은 곳에 사용했다는 것, 담임목사가 권력의 위치에서 내려와 부목사들에게 교회를 맡긴다는 것. … 이런 것이 내 마음을 매료시켰다.

사실, 그렇게 고민하던 건축과 세습에 대해 나는 긍정적이거나 부정적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앞선 이야기에서 이런 문제들에 대해 해답을 찾아보라고 했던 어떤 목사님의 말씀처럼, 나는 나 스스로의 해답을 찾았을 뿐이다. 건축, 해도 되나? 난 필요하면 해도 된다고 본다. 세습, 해도 되나? 역시 마찬가지다. 만약, 높은뜻 교회 같은 상황이 아니라 교회 건물이 필요한 곳도 있지 않을까? 그럼 건축 해야지. 다만,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은, 요즘 교회들, 다 너무 필요 이상으로 과하게 화려하게 건축을 하는 것 같다. 이로 인해 성도들까지도 너무 힘들어진다는 것. 세습도, 내가 생각한 상황은, 작은 교회들이 대부분 어려운 상황이니, 은퇴를 해야 하는데 교회를 이어서 나갈 사람이 없다면 아들이 이어서 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게 내 생각이었다. 그런데 역시 마찬가지로, 첫 번째 교회는 이런게 아닌, 세습과 함께 권력, 권위까지도 그대로 내려오면서 교회가 아닌 곳 처럼 되어버린 느낌이었다.

하나님이 주인 되시는 교회, 사람을 귀히 여기는 교회

첫 번째 교회에서의 고민은 일단 저렇게 나름의 답을 내리고 높은뜻 광성교회로 가서도 충격을 좀 받았다. 저렇게 나름의 답을 내리는 데에도 몇 년이 걸렸는데(아마 마음의 확신을 얻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듯), 듣기만 했던 곳을 실제 보니 내가 생각 했던 것 보다 더 좋아서(?) 너무 신선했다.

 

가장 먼저 받은 충격은 주보에 써 있는 문구. 지금도 이렇게 써 있는 것 같은데, 위에 제목처럼 '하나님이 주인 되시는 교회, 사람을 귀히 여기는 교회'라고. 너무 당연한 말인데, 이 문구에서부터 위로가 왔다. 내가 교회에서 귀히 여겨졌던 적이 있었나...ㅠㅠ 그리고 하나님이 주인되신다는 것도. 뭐, 첫 번째 교회도 하나님이 주인 아닌 것을 내세우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이런 차이점이 있다. 예를 들어보면, 설교를 할 때, 첫 번째 교회 목사님은 예화를 영화나 대중적인 것들이다. 거의. 초신자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한다는 장점이 있을지 몰라도, 예배 때마다 뭔가 하나님이 빠져있는 느낌이다. 30분 설교에서 20분, 25분 예화, 5분정도는 신앙적 교훈 같은. 성경구절은 예화를 설명하기 위해 찾은 적절한 배경 정도이다. 그런데 높은뜻 교회에서는 이런 적이 많지 않았다. 거의 없었다.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항상 성경에 있는 말씀을 바탕으로 성경의 예화를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시면서 설교를 한다. 비전 자체도 다르다. 첫번째 교회는 매번 부모님(은 여전히 첫 번째 교회를 다니시는데) 집에 가서 교회 달력을 보면 매년, 뭔가 성공하는 사람이 되기 위한 모임에서 외치는 구호 같다. 기억도 하기 싫을 정도로...ㅋㅋ (궁금해서 찾아봤는데), 19년 비전은 '멋진 인생을 살자', 20년 비전은 '멋진 사람을 만들자' ... 나쁜 말 아니다. 그리고 그 의미는 다 신앙적인 것이다. 19년은 신앙으로 성숙하라는 것이고, 20년은 복음을 전도하라는 것 같다. 그런데 이런 구호 아래 매번 설교를 듣고 하다보면, 내가 하나님을 예배하러 왔는지, 성공하는 인생 강의를 들으러 왔는지 가끔은 헷갈릴 때가 있었다. 옳고 그름이라고 명확하게 판단하긴 그렇지만, 난 높은뜻 교회의 비전과 설교, 예배형태와 교회운영 전반적인 것들이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신앙에 더 가까이 있다고 본다.

 

또, 제일 충격이 등록을 하고 일정 기간이 지나서 투표권을 얻은 상황이었는데, 이게 무슨 투표권이었냐면 담임목사 재신임 투표였다. 헐... 정말 상상할수도 없었던, 감히 담임목사를 성도들이 재신임 투표 대상으로 올려? 이런 느낌이었다. 분립하고 4년인가 지난 시점같았는데, 담임목사님의 재신임 여부를 성도들이 결정한다고... 90 몇프로로 재신임이 되셨지만, 이것 자체도 정말 상상할수도 없는 발상(?)이었고 그런 체계였다. 기억하는게, 재신임 되시고 첫 설교를 하시는데 반대하시는 몇 분의 마음을 헤아려서 더 잘 하시겠다고...ㅠ 그리고 언제는 청년예배를 준비하며 교회 회의 하는 것을 보게 되었는데, 장로님들이 목사님에게 교회 운영에 대해서 강력하게 질의하고 하는 것들이 또 첫 번째 교회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감리교(첫 번째 교회)와 장로교의 운영 방식의 차이점일 수 있는데, 높은뜻 교회는 여러명의 사람들(장로님 주축)이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간다면, 첫 번째 교회는 담임목사가 장로님들을 (지시하며) 이끌어 나가는 느낌? 담임목사 뜻=교회의 뜻 같은... 아, 그리고 장로님들도 임기가 있었다. 높은뜻 교회에서는... 2년이었나... 이것도 충격. ㅎㅎㅎ

 

아, 그리고 제일 충격이었던 것. ㅋㅋㅋ 청년부 등록하고 몇달 후에 토요일에 하는 제자훈련 프로그램이 있었다. 이걸 등록하려고 했는데 못하게 됐다. 그래서 진짜 부담감 엄청나고, 왜냐면, 첫번째 교회에서는 이런거에 거의 다 참여해야만 하고, 참여 많이 안하면 뭐라고 하고, 특히 특별새벽기도나 부흥회 같은 거 빠지면 엄청 뭐라고 한다. 부서별로 인원체크하고. 빠지면 다음날 막 전화 오고...ㅠ 이런거부터가 진짜 스트레스. 어쩔 수 없는 상황들도 있는데, 무조건 교회 행사에 동원되는게 우선인 그런 거. 그런데 높으뜻 광성교회에서도 내가 제자훈련을 받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 되었는데, 대학원 수업하고 겹쳐서, 진짜 힘들게 (노량진역에서 급행열차를 기다리면서) 전도사님한테 문자를 했다. 이래이래해서 이번에 못하게 될 것 같다고. 그런데 답장이 진짜...ㅠㅠㅋㅋㅋ

 

"인호형제~^^ 대학원도 주님의 일일텐데. 당연히 흐름이 그쪽으로 움직이면 그것이 지금 인호형제가 해야할 일이겠지요!! 마음 편히 가지세요~^^ 무슨 선택을 하든지 존중합니다!! 대학원 하시느라 직장 생활 하시느라 얼마나 힘이 드시겠어요! 응원하고 기도하겠습니다!!!"

 

진짜...ㅠㅠ 너무 충격먹어서 그때 캡쳐해서 여자친구(지금의 아내)한테 보내줬던 기억도 생생하다. 첫번째 교회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반응.

 

높은뜻 광성교회에서 새로운 공동체를 경험하며 7년 동안 나는 신앙생활 2.0을 살아가고 있었다. / Free Image from Unsplash /

그런데 1년 전, 높은뜻 광성교회가 또 다시 분립을 기도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2019년 부활절인가, 새로 분립할 장소에서 광성교회 교인이 다 같이 예배를 드렸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점점 구체화 되었다.

 

ps. 높은뜻 교회가 '완벽한' 교회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높은뜻 교회에서 다른 교회로 (무슨 이유인지 구체적으로 알진 못하지만, 힘들어서) 옮긴 사람도 있었다. 그리고 인간적으로 목사님, 전도사님들도 '완벽한' 사람은 아닐 것이다. 아니, 아니다. ㅋㅋ... 다만, 앞에서 썼던 표현을 한 번 더 빌리자면, 높은뜻 교회가, 그리고 높은뜻 교회를 섬기는 목사님, 전도사님들이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신앙에 더 '가까이' 있는 것은 맞는 것 같다. (내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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