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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재밌게 할 수 있는 3가지 방법

inhovation 2020. 3. 4. 04:05

제목 자체가 말이 안되는 것 같아도, 그래도 그냥 써봤다. 이 제목을 본 사람들이 처음 든 생각은 이렇겠지. '일을 재밌게 할 수가 있나? ㅋㅋㅋ' 그런데, 내 글의 의도를 조금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일을 조금이나마 재밌게 할 수 있는 3가지 방법" 정도일 것 같다. 그래도 동의하지 않을 수 있다. 어쩔 수 없다. 그럼, 더 재밌는 일을 찾아 이직하는 게 최선의 방법일수도. 적어도 나는 최근 1년, 아래 3가지 방법을 통해 일이 좀 재미있어졌다. (그래도, 노는게 더 재미있...)

 

1. 회사에서 쓰는 물건에 투자하기

예전에는 내 자본을 회사에는 뭔가 1도 투자하기 싫은 그런 마음이 있었다. 컴퓨터야, 보안상의 이슈도 있고 회사에서 주는 것을 쓸 수밖에 없고, 모니터는 그냥 회사에서 듀얼로 받은거 쓰고, 키보드도 그냥 회사에서 준 멤브레인 키보드. 마우스만 입사하고 손목이 너무 아파서 손목보호 마우스 10,000원 정도 하는 것으로 바꿔서 지금까지 만 5년 정도 잘 쓰고 있다. 그리고, 뭐 다른 거는 내가 투자한 게 전혀 없다.

그런데, 작년에 회사 키보드를 내가 좀 비싼거로(기계식 치고는 저렴한 편?) 바꿨다. 너무 바쁘기도 하고, 급작스레 맡은 일이 진짜 하루 종일 키보드만 쳐야 하는 그런 일이었다. 단기간에 30페이지 정도 되는 보고서를 써야 하는... 그러다보니 계속 타이핑 하고 여기저기 수정하고 어떻게 써야 할지 생각 안나고 머리도 아프고 그래서 마음속에 간직해 놨던 기계식 키보드를 질러버렸다. 사무실에서 써야 하니까 저소음 적축 모델로. 택배 오기만을 기다렸고, 회사에 처음으로 사제 키보드(?)를 놓으니 뭔가 기분이 확 좋아졌다. 처음으로 써 보는 기계식 키보드를 만지는 느낌도 좋았다. 진짜, 이때 한동안은 회사에서 계속 타이핑만 하고 싶을 정도였다. 그래서 야근을 할 때에도 그렇게 막 피곤하다 피곤하다 생각이 덜했다. 지금이야 좀 적응 되고 익숙해지고 해서 저런 마음은 많이 없지만. 그래도 짜증만 나는 일에 재미가 점점 하락하는 추세였다면, 작은 기계식 키보드 하나 사는 사치에 하락세를 방어해주는 느낌? 적어도 "키보드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는 없으니까. (키보드 뭔 죄겠어, 내가 그냥 짜증나니까 키보드 탓 하고, 그래서 기계식 키보드 사고싶은 이유 합리화 한 거겠지...ㅋㅋㅋ) 아이패드도, 대학원 공부 용도로 샀는데, 방학이기도 하고, 코스웍 끝나고 수업도 없어서 활용도가 급 저하 됐는데, 조심스레(...) 회사 업무에 조금씩 도입해 보니까 생산성도 더 높아지는 것 '같고' 좋았다. 조만간 마우스도 바꿀 계획이다. 회사에서 5년 쓴 손목마우스(유선)도 처분하고 집에서 쓰는 무선 손목마우스 10만원 짜리로. 선이 걸리적 거려서 업무에 방해되는 것 같다. (갑자기 왜?ㅋ)

이런, 소소한 회사 업무에 대한 투자는 사실 내 자본을 회사 자산으로 만드는 게 아니니까, 만약 이직을 하게 된다면 다 갖고 나오면 되는거고, 다시 회사 일을 재미없게 하고 싶다면(...) 집에다 갖다놓아도 되는 거다. 여튼, 이건 물리적인 업무환경을 조금 개선하는 거라고 보면 될 것 같다. 그런거 있지 않나, 회사 책상 정리 싹 하거나, 회사 돈으로 사무용품 소소한 거 몇개 사서 받으면 순간적으로는 일 하고 싶은 욕구가 조금은 생기는 그런 거. ...ㅋ

레오폴드의 기계식 키보드. 사진은 집에서 쓰느 갈축인데, 회사에서 갈축을 쓴다면 업무가 더 재미있을 것 같다...!

2. 성취감을 얻을 수 있는 일을 찾아보기

작년에 일도 바빴지만, 일을 재미있게 했던 것 같다. 소제목이 '성취감을 얻을 수 있는 일'인데, 그냥 딱 내가 작년에 했던 이야길 하면, 사내 경진대회가 열려서 두번 다 나가서 두번 다 대상을 탔다. 쿄쿄쿄. 상장도 받았지만 부상도 받아서 그거로 집에서 쓸 데스크탑도 사고, 아내 아이패드 미니도 사주고 그랬다. 경진대회는 뭐, 업무 하면서 얻은 인사이트를 잘 정리해서 발표하는 그런 거였다.

업무 연관이지만 개인적인 이런 것 말고도 회사의 성과를 정리해서 외부 대회에 참여해서 회사 이름으로 좋은 상을 받기도 했다. 국내에서 꽤 권위 있는 상. 정부랑 민간이랑 같이 해서 주는 그런 거. 혼자 준비하진 않았지만, 실무 총괄을 거의 맡아서 했고(앞에서 보고서 30장 썼다는 게 이거 준비했던 거), 실사단 대응 때 PT도 내가 했다. 결국 좋은 성과가 있어서 이사님 팀장님 과장님하고 같이 시상식도 가고 뿌듯했다.

이 외에 이런저런 노력들이 다 모여서 연말에는 기관장 표창을 받기도 했고(그래서 얼마전에 포르투갈도 다녀오기도 했고...자랑ㅋ)...

사실 이전까지는 회사에서 주어진 일만 거의 수동적으로 했다. 그냥 회사는 내가 딱 일하는 시간만 일 하고 월급받고 그런 정도. 그런데 작년부터 새로운 업무가 주어져서 그런지, 아니면 새로운 과장님을 만나서 그런지, 일 하면서 이래저래 성취감을 얻을 수 있는 일들이 나에게 주어졌다. 사내 경진대회는 내가 (상품에 눈이 멀어) 좀 작정하고 준비 한 것도 있고, 외부 대회는 과장님이 해보자고 해서 수동적으로 시작하게 된 것도 있다. 그런데 이런 일들을 하다보니, 일 자체도 뭔가 정리되는 느낌이 들면서 재미가 있기도 했고, 중요한 거는 성과까지 좋아서 성취감도 있었던 것 같다.

사실, 시도했던 모든 일이 다 성과로 이어진 것은 아니다. 외부 예산을 끌어올 수 있는 어떤 사업에는 지원했는데 떨어지기도 했고, 팀장님하고 아이디어만 막 발전시키고 하지 못한 일도 많이 있다. 그래도, 성과를 낼 수 있는 일들을 찾아서 조금은 능동적으로 했던 게 일을 재밌게 할 수 있는 원인 아니었을까, 싶다.

 

3. 회사 동아리 같은 모임을 통해 업무 개선하기

작년에 회사 동아리를 2개 했다. 내가 조직해서. 한개는 전 직원 대상으로 모집했던 데이터 동아리. 그냥 엑셀 지식나눔 정도. 또 하나는 소수 인원만 한정해서 받은 파이썬 동아리. 데이터 동아리는 작년에 정규과정(?)을 다 끝냈고, 파이썬 동아리는 올해까지 계속 이어서 모이고 있다.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모였던 동아리인데, 어떻게 보면 일의 연장같기도 했지만 재미있을 것 같아서 시작했고, 실제로도 재미있었다. 하면서 더 재미있었던 부분은 다양한 사람들을 알게 되고, 또 그 사람들의 업무를 알게되고, 더 나아가 그 업무를 개선할 수 있는 이야기들과 실제 개선을 한 사례들도 많이 있었던 점들이다. 음... 쓰다보니 일을 그냥 더 많이 한 것 같은 느낌이기도 한데, 이게 재미있었던 이유가, 20시간 걸려서 해야 하는 일을 코드 짜서 한 1분만에 하게 하고 그런 개선사례가 있고 그런 거다. 아니면 1주일 걸리는 일이 코드 짜서 실행하면 5분이면 된다거나. 업무 효율을 높이는데 포커스가 좀 있어서 재미있었다.

꼭 업무효율은 아니더라도, 작년에 법규팀에서 어떤 직원이 제도와 규정 등에 대해 설명해주는 동아리를 이어갔었는데, 이분도 뭔가 테마를 잘 잡았다 생각이 들었다. 일 하는 내용이 업무영역 안에서 사람들에게 설명해주고 하면 일인데, 동아리같은 모임을 통해서 좀 더 편하게 이야기하고 하면, 업무이지만 업무가 아닌듯, 그렇게 뭔가 재미있는 일을 하나 할 수 있는 거니까...? (이 분이 재미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봤을 땐 괜찮았다...ㅋ)

요지는, 실증나고 힘든 업무를 그 상태로 두는게 아니라, 개선 가능한 포인트들이 있으면 사람들하고 같이 힘을 합쳐(?) 좀 바꿔보는건 어떨까 하는거다. 물론, 진짜 노답 업무 노답 직장도 있긴 하겠지만, 조금만 긍정적으로 생각해보면 있지 않을까 싶다. ... 없으면, 업무 개선을 위해 힘쓰기 보단 이직을 해야겠지. 다행히(?) 나는  아직 긍정적인 것 같다. ...^^;


사실, 2, 3번은 조금 힘들수도 있고, 1번이 제일 쉽다. 급 기계식 키보드 PPL처럼 된 거 같은데, 기계식키보드를 회사에서 쓰는 것 만으로도 조금은 재미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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