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hovation

"소비의 시대, 결혼의 논리" 합리적인 소비로 작은 결혼 만들기

inhovation 2018. 12. 11. 17:00

2017년 5월, 한국소비자원에서 주최한 작은 결혼식 공모전에 냈던 글인데, 당첨은 안되고, 아니 그냥 아무것도 안되서 내 컴퓨터에 글로만 남아있는 것을 올린다.ㅋ 은근 기대하고 있었는데, 수상작 1등을 보니, 아 진짜가 나타났다.라는 생각에 내가 당첨 되지 못한 이유를 납득했다.


1등 : "나는 집에서 결혼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컴퓨터에만 있는게 아쉬워, 블로그에 내 이야기도 올려본다. 나름 액자식으로도 구성하고, 신경 많이 썼었는데...^^;ㅋ




소비의 시대, 결혼의 논리 - 합리적인 소비로 작은 결혼 만들기 -


“짐이 많지 않네요?”

오래 된 책상, 낡은 냉장고. 심지어 TV도 없는 우리의 이삿짐은 그리 많지 않았다. 결혼을 하고 전세로 살던 신혼집 살림을 비우다 보니 3년 전, 결혼을 준비하던 그때가 떠올랐다.


...


<장가 갈 수 있을까, 시집 갈 수 있을까>

스물아홉, 나는 회사를 다니며 대학원을 졸업했고, 아내는 스물여섯에 대학교를 졸업했다. 우리는 7년의 연애를 마치고 결혼을 결심했다. 그러나 우린 가진 게 많지 않았다. 남자 평균 결혼 비용 수천에서 억, 여자 평균 결혼 비용도 수천이라는 기사에 어떻게 결혼을 준비해야 할지, 결혼을 할 수나 있을지 막막했다. 돈, 돈, 돈, 돈이 문제였다.


가장 먼저 생각한 것은 양가 친척과 가까운 지인만 불러 결혼식 규모를 줄이면 어떨까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양가 친척만 해도 100여명, 가까운 지인을 어떻게 나눌지도 어려운 문제였다. 게다가 양가 첫 번째 결혼식이라 부모님도 찬성하지 않으셨다. 그렇다면 작은 펜션을 빌리거나 하우스웨딩으로 소박한 결혼식은 어떨지 알아보았다. 그러나 비용은 그리 소박하지 않았다. 장식부터 식사까지 신경 써야 할 부분이 예식장보다 더 많았다.


흔히 ‘작은 결혼식’이라고 하는 것들을 알아보면 알아볼수록 일반적인 결혼식과 겉모습만 달랐다. 비용은 이미 상업화가 되어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비싼 경우도 있었다. 도대체 뭐가 작다는 것인가.



<My way, 우리만의 결혼 과정을 찾아서>

결국 웨딩플래너를 찾아가 상담도 받아가며 우리가 원하는 결혼식을 준비하기로 했다. 스튜디오 촬영은 하지 않는 조건으로 날짜와 장소를 알려주고 연락을 기다렸다. 며칠 후, 웨딩플래너가 견적서를 보내주었지만 마음에 들지 않았다. ‘스드메’(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 세트에서 ‘드메’만 한다고 하니 필수로 선택해야 하는 옵션이 있었다. 예를 들면, 신랑신부 행진 할 때 터뜨리는 폭죽 40만원 같은…. 설명을 들어보면 조건이 이럴 수밖에 없다는 말 뿐이었다.


우리의 결혼식인데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게 답답했다. 결국 직접 발품을 팔며 예식장을 돌아다녔다. 웨딩플래너를 통해 받은 견적에 비해 획기적으로 저렴하진 않았지만 원하는 대로 선택할 수 있는 자유는 어느 정도 있었다. 비용도 적당했고 원하는 날짜에 웨딩홀도 비어있어서 계약까지 할 수 있었다.


큰 산을 넘었다고 생각했는데 고작 날짜와 시간, 장소만 정한 것뿐이었다. 다음으로 넘어야 할 산은 예단과 예물, 집과 혼수, 신혼여행 준비였다. 다행히 예단·예물은 아내와 나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양가 부모님께 말씀드리고 상견례 때 생략하는 것으로 합의하셔서 신경 쓰지 않아도 되었다.


집, 혼수, 신혼여행. 사회 초년생인 아내와 나는 이런 어마어마한 것들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고민해 보았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고, 또 할 수 없는 것, 포기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어떤 것을 사야하고, 또 사지 않아도 되는 것은 어떤 것인지 목록을 만들기 시작했다. 의견을 나누며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정리할 수 있었고, 어떻게 산을 넘어야할지 최적의 코스를 찾아가고 있었다.


"ㅋㅋㅋ우리 둘 다 20대 시절...'ㅡ'a 정신이 좀 많이 없긴 했지만, 아직도 생생하다."


<합리적인 소비로 작은 결혼 만들기>

우선 집.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현실적으로 집을 사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렇다고 부모님께 무작정 해달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전세로 집을 구한다 해도 불가피하게 대출은 받을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이런 현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리고 집을 구하기 전에 몇 가지 원칙을 세웠다. 방은 2개 이상, 1층은 제외, 아파트는 아니어도 된다는 조건이었다.


우리의 예산 범위 안에서 부동산을 돌아다니며 전세를 찾아보니 많진 않았지만 없는 것도 아니었다. 몇 군데 둘러보고 마음에 드는 곳으로 신혼집을 정했다. 방은 2개였지만 좁은 주방 겸 거실을 가진 3층 빌라. 전세자금은 신혼부부 전세대출을 이용해 시중 은행보다 낮은 이율로 마련할 수 있었다. 수천만 원의 빚이었지만 월세보다 싼 이자 정도는 우리가 충분히 감당할 만한 금액이었다. 그리고 서로 벌면서 원금도 갚아나갈 수 있었다.


다음 혼수. 아내의 혼수 부담은 최대한 줄이기로 하고 정말 필요한 것만 최소한으로 준비하기로 했다. 냉장고는 새것으로 사지 않고 본가에서 잘 쓰지 않는 오래된, 문도 위 아래로 달려있는 작은 냉장고를 가져왔다. 둘이 사는 데 큰 냉장고까지는 필요 없을 것 같았다. 책상과 책장 역시 내가 20년 동안 쓰던 것을 계속 쓰기로 했다. TV는 사지 않았고 필요할 법 하지만 없어도 문제없는 오븐, 전자레인지, 커피메이커 등 주방가전도 거의 사지 않았다.


마지막 신혼여행. 여행을 좋아하는 우리는 직접 배낭여행을 준비했다. 인생에 한 번 뿐인 여행이라며 빚을 내서라도 호화롭게 다녀오라는 주변의 조언 아닌 조언도 있었지만, 빚이라면 이미 충분했다. 풀 빌라나 호텔은 아니었지만 관광지로의 이동이 편리한 호스텔을 예약하고 열흘간의 신혼여행 일정을 세웠다.


여행지에서의 과소비를 막기 위해 하루하루의 용돈을 현금으로 조금은 넉넉히 준비했고, 하루의 남는 돈으로는 마지막에 가족들을 위한 기념품을 사는 데 보태기도 했다. 매일 지출되는 식비도 아낄 겸 레스토랑보단 마트에서 장을 보고 현지 스타일로 끼니를 해결하기도 했다.


어쩌면 우리 결혼은 남들이 보기에 평범한 결혼처럼 보였을 것이다. 결혼식장에서 보는 모습이 거의 전부니까 말이다. 하지만 우리는 결혼의 과정에 있어 결혼식 이외에 것들을 준비할 때, 어떻게 하는 것이 바람직한 선택인지 깊이 생각했다. 수많은 소비의 순간마다 남들을 무작정 따라하지 않으려 노력했고 그런 과정들에 있어 현실에 맞추어 정말 필요한 부분만 골라 소비했다. 처음에는 막막함밖에 없었지만 합리적인 소비를 해나가면서 우리는 우리만의 작은 결혼을 현명하게 할 수 있었다.



<소비의 시대, 결혼의 논리>

지금은 ‘소비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로의 안부를 주고받던 SNS까지도 이제 온갖 광고를 보여주며 이 물건이 없으면 안 될 것처럼 부단히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광고는 필요하지 않은 것들을 필요한 것으로 둔갑시켜 소비자를 유혹하고 우리는 그 유혹에 넘어가고 있다. 물론 소비 없이 살아갈 수는 없다. 그러나 이런 광고가 우리들을 현명한 소비자로 만들어주지는 않는다.


3년 전, 결혼을 준비하던 그 때에도 소비의 유혹을 뿌리쳐내기란 꽤 힘이 들었다. 결혼을 준비하며 만나는 사람마다 ‘처음 하는데’, ‘한 번 하는데’라는 수식어를 붙여 이 정도는 하라는 말들이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우리는 어떤 소비가 우리에게 바람직한 모습인지 더욱 고민하게 되었다. 그리고 결론내리길 평균적으로, 남들도 다 한다는 것들을 따라가다 보면 더욱 소중한 ‘행복한 결혼’을 놓쳐버리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소비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지만 우리에게 ‘결혼의 논리’는 그 소비 물결에 휩쓸려 따라가는 것이 아니었다. 우리의 사정과 형편에 맞추어 결혼에 필요한 것들을 준비하며 이로 인해 행복한 결혼생활을 마련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적이었다. 평균 결혼비용 얼마라는 함정에 빠져 막막할 필요도 없고, 다른 사람들이 한다고 하는 것들을 따라할 필요도 없다. 결혼의 주인공인 신랑과 신부가 서로 합의하여 현실에 맞게 바람직한 결혼 준비를 해 나가면 되는 것이었다.


작은 결혼이라고 해서 겉으로 보이는 모습이 특별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언급했듯이, 결혼에 있어 겉으로 드러나는 것은 결혼식이 거의 전부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특별한 것은 작은 결혼을 준비하는 신랑과 신부의 생각과 마음가짐이다. 소비의 시대에 각자의 ‘결혼의 논리’는 어떠해야 하는지 고민해보고 합리적인 소비로 결혼할 것을 추천한다.


아내와 나는 사회 초년생으로서 결혼하다보니 결혼에 필요한 소비를 줄여야 할 상황이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들의 소비는 우리에 비하면 많겠지만 그들 역시 합리적인 소비를 해야 한다는 ‘결혼의 논리’에는 변함이 없다. 소비의 시대라 그런지, 모든 사람에게 축하받고 축복받아야 할 결혼의 과정에서도 과도한 소비를 부추기고 있다. 결혼을 준비하는 입장에서는 이런 것들을 조심해야 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결혼을 준비하며 선택한 모든 것들에 있어 후회는 없다. 오히려 소비의 물결 가운데서도 중심을 잃지 않으며 합리적인 소비를 했던 것들을 뿌듯하게 생각하고 있다. 얼마 전 첫 아이가 생긴 우리 부부는 여전히 소비의 물결을 온몸으로 맞고 있지만 중심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 ‘우리 예쁜 아가에게 선물로 주라’며 성장앨범 150만원 같은 유혹을 뿌리치며….


...


이삿짐을 모두 정리한 마지막 날 저녁, 집안 곳곳을 기억하기 위해 카메라를 들었다. 그리고 가끔 아내와 나는 새 냉장고도 있고 주방과 거실도 넓은 아파트에서 그 사진들을 꺼내본다. 겉으로는 신혼집 느낌도 나지 않는 그곳이지만 사진들을 볼 때면 나는 가슴이 먹먹해지며 아내의 눈가는 촉촉해진다. 그 눈물 속에는 풍족하진 않았지만 행복했던, 우리의 소중한 추억들이 담겨 있는 것은 아닐까?  끝.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