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두 번이나 교회를 옮긴 이야기 3
이전 이야기에 이어서...
높은뜻 숭의교회에서 분립되고 10년 정도가 된 것인가, 높은뜻 광성교회는 또 하나의 모험을 시작하려 하고 있었다. 어떤 연유에서 분립이 시작되었는지 일반 평신도인 내가 아주 정확히 알 수는 없겠지만, 분립에 대해서 주일에 특별히 여러번 설교를 통해서 설명은 들었다. 새로 분립할 교회 역시 지금과 같은 형태로 서울 구로(온수역 근처)에 있는 우신중고등학교, 그래서 높은뜻 우신교회로 교회 이름도 정해졌다. 높은뜻 우신교회의 담임목사님도 내정되고 특별 설교도 여러차례 있었다. 분립이 점차 구체화 될수록 일반 성도들에게도 의향을 공식적으로 묻기 시작했고 몇 가지 선택지 중 택1해서 제출하도록 했다. 내 기억으론 "간다/갈 가능성이 높다/갈 가능성이 낮다/안 간다" 이정도로 4개 있었나 그랬다. 처음 설문조사 때는 쉽게 답을 할 수 없었다. 담임목사님 설교 때, 사람의 마음으로 결정하지 말라고...ㅠㅋ
집-교회 거리상 우신교회가 조금 더 가깝긴 했다. 광성교회까지는 길 안막힐 때는 35-40분 정도 걸리면, 우신교회는 10분 정도 더 단축되는 정도. 나는 마음이 좀 끌리긴 했지만 같이 모이는 공동체 사람들은 의견이 갈렸다. 애기가 없었던 신혼부부 때 부터 모이기 시작해서 지금은 애기들이 다 1-2명씩 있을 정도로 수 년동안 같이 했던 모임인데, 사실 이 모임을 떠나서 새로운 곳으로 간다는 것 자체가 힘든 결정이기도 했다. 공동체 안에서도 지리적으로 광성교회/우신교회 나뉠 것 같았는데, 막상 설문조사 결과 낸 것을 보니까 나만 '갈 가능성이 높다'로 했고 다른 가정은 다 '갈 가능성이 낮다' 또는 '안 간다'로 냈다. ...
사실 갈 가능성이 높다로 체크하기까지, 아니 체크 하고 그 이후였나, 아내랑 진지하게 얘기를 몇 번이나 했다. 그런데 아내의 의외의 반응이, '가도 상관 없다'는 것이었다. 지금 공동체도 좋지만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는 것에 대해서도 괜찮다 했다. 사실 이렇게 글을 쓰면서도 아내가 어떻게 그런 마음이 들었는지는 많이 들었어도 정확히 이해되거나 하진 않는다. 그런데 내 마음은 이랬다. 교회가 또 한 번의 분립을 하는데 내가 기여할 수 있는 것은 어떤 것이 있을까?
분립을 준비하는 1년 동안 광성교회에서는 모두 다 함께 새로 분립하는 것을 위해 다 함께 기도했다. 기도는 성도가 교회의 어떤 일에 다 함께 동참할 수 있는 '쉬운(?)' 일이다. 또는 분립을 위한 헌금을 하기도 했다. 누군가는 새로운 교회로 가기로 결심을 했다. 그럼, 내가 우리 교회의 분림 결정 앞에서 할 수 있는 무엇일까, 생각해 보니 나는 '그나마' 옮겨갈 수 있을만한 상황인 것 같았다. 예를 들어, 해외선교를 가는데 사람을 모은다 치자. 그랬을 때 지금 내 상황에서는 회사 일정도 걸려있고 애도 둘이나 있어서 해외선교에 물리적으로 동참하기 힘들 것이다. 이럴 때 내 마음이 동한다면 선교헌금을 할 수도 있을 것이고, 기도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개념으로 생각해 보니 나는 분립, 교회를 옮기는 데 있어서 함께 동참할 수 있는 상황 같았다. 조금이나마 집-교회 거리를 줄인다면 차를 타는 애들도 덜 피곤할 수 있고, 또 새로운 교회에서 새로운 일들을 해 나갈텐데, 내가 기여할 수 있는 일들이 있을 것 같았다.
분립도 하나의 선교라고 생각하고 선교에 동참한다는 마음을 가지니 뭔가 명확해 졌다. 2020년 1월 첫 주부터 분립을 앞두고, 2019년 연말이 될수록 공동체 사람들은 나에게 계속 물었다. "인호야 너 진짜 가는거야?" 그럴 때마다 나는 담담히 "네"라고 했지만, 마음이 이상하긴 했다. 정말, 이렇게 가는 건가. 2019년 12월, 마지막 예배를 드리고 공동체 리더 누나가 다 같이 준비한 편지를 읽어주고 기도를 해 주는 시간을 가졌다. 이때 좀 눈물이 날 뻔 했는데, 울진 않았다. 나도 성탄잘과 연말 겸, 광성교회에서의 마지막 예배를 기념하며 사람들에게 선물을 나누어 주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광성교회 모임을 마쳤다.
2020년이 되고, 새로운 교회로 가는 마음이 참 뭔가 이상했다. 두 번째 교회를 옮기는 거였는데, 첫 번째랑은 확실히 다른 마음. 설레이기도 하고 참 뭔가... 확실히 부지도 넓어서 주차도 편하고 좋았다. 다만 첫 예배는 모든 사람들이 소강당(교회의 대예배실)에 모여서 예배를 드리기로 하여 자리는 없었다. 우리는 겨우 맨 뒤에 보조의자에 앉을 수 있는 정도. 애들까지 모두 모여 우신교회에서의 첫 예배를 드리는데, 마음이 뭔가 울컥했다. '내가 이런 마음으로 예배를 드렸던 적이 언제였을까?' 모두가 비슷한 마음이었을까, 담임목사님께서는 설교 하면서 부목사님들과 내기를 했다고, 설교를 하다가 울면 성도수 X 10,000원으로 헌금을 하기로 하셨다 했나...ㅋ 중간에 한 번 울컥 하시긴 했는데 울진 않으셨다. 우신교회의 첫 예배를 기다렸던 것인지, 며칠 되지도 않은 아기도 와서 기도를 받고, 이래저래 첫 예배의 그런 순간들이 모두 감동스럽게 기억에 남아있다. 그 날이었나, 차세대 예배는 어떻게 해 나갈 것인지 설명회도 있었는데 참 기대가 되었다. 광성교회도 좋았지만, 여러 제약(공간 등)으로 인해 하지 못했던 것을 모두 해 나가려는 것 같았다.
그리고 1월, 매주 예배를 잘 다니고 2월 초, 2주 동안 포르투갈에 다녀오고 나서는 코로나가 심각해져 지금까지 교회를 못가고 있다...ㅠㅋ 그래도 매주 온라인 예배는 잘 드리면서 세온이도 이 시간을 기다리는 듯. 아, 그리고 매일 아침 묵상도 6시마다 유튜브로 올라오는데 잘 듣고 있다. 전반적으로, 뭔가 신앙이 한 단계 도약하는 그런 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 아내는 광성교회 같이 모였던 사람들 몇명하고 (다 어린 애들 있는 사람들인데) 성경 필사 인증도 하면서(...) 사순절을 보내고 있다.
28년...? 교회를 다니면서 나는 이렇게 두 번 교회를 옮겼다. 앞으로 또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별 일 없으면 우신교회를 계속 다니겠지. 바라건데, 첫 번째 교회를 옮길 때의 상처는 우리 가족에게 다시는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고, 그 누구도 그런 상처를 받진 않았으면 좋겠다. 뭐, 이건 교회가 잘 해야겠지. 교회라기보다 교회를 이끌어 가는 사람들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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