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 이야기

대학병원 3교대 간호사를 그만두고 달라진 3가지 (+변하지 않는 1가지)

inhovation 2018. 12. 8. 22:49

내가 간호사는 아니고ㅋ

아내가 간호사이고, 가장 가까이에서 아내를 보면서, 서로 이야기하면서, 느낀점을 남긴다.


연초에는 "육아휴직의 결론이 퇴직이 될 뻔한 이야기"를 남겼었는데, 연말이 되니 그 결론을 쓴다.ㅋㅋㅋ


아내는 4월말인가 5월... 이쯤에 대학병원을 그만두었다. 그만두게 된 계기는, 뭐 직접적으로는 유산이었다. 3교대를 하는 동안, 그리고 내가 새벽에 출근하는 그런 삶을 사는 동안, 이러려고 처가 가까이 이사와서 장모님 찬스를 쓰려고 이사온 거긴 하지만, 정말 너무 힘들긴 했다. 새벽 한 5시 즈음에 아내가 Day 출근을 하면 장모님이 오신다. 내가 출근을 하기 전에. 난 6시 좀 전에 집을 나서니까. 그럼 자고 있는 아기는 장모님이 깰 때까지 보시고, 깨면 집으로 데려가신다. ... 나이트 근무일때 역시 장모님이 새벽에 오셔서 나랑 교대(?) 하고, 8시 즈음 아내가 오면, 처가로 바로 가거나 집에서 좀 자고 장모님한테 가서 아이와 상봉.


뭐 이렇게... + 복직하고 힘든 그 병원 생활을 3개월 정도 한 것 같다. 둘째를 갖고, 나이트 근무가 빠지기도 했고, 출산과 육아휴직을 한다는 기대감(?)에 조금 나아지는 것도 같았다. 그러나 청천벽력과도 같았던 유산 판정. 제일 상심이 큰 것은 아내였지만, 나도 충격이 컸다. 이런 일이 있으니까, 이렇게까지 하면서도 3교대 근무를 하는 대학병원을 고집해야 하는 생각까지 들면서, 아내에게도 바로 그만 두라고 이야기 했다. 대학병원은 여기까지, 수술 때문에 병가처리와 함께 그냥 바로 사직.


그래도 2015년...부터 육아휴직기간까지 약 3년 정도 적을 두면서 이미 많은 수의 퇴사 동기 네트워크 덕분에 집 근처의 외래병원 자리에 대해 금방 알게 되었다. 그리고 지원 해서 바로 또 출근을 하게 되었다. 여기는 걸어서 10분 거리. 작은 병원은 아니고 그래도 2차병원(?) 뭐 이런거. 대학병원은 아니고 동네에 엄청 큰 병원.ㅎ 여튼, 이로써 우리 가족의 삶은 참 많이 달라졌다. 정리를 좀 해봤는데,


"대학병원 다니는 동안 결제해놨던 비행기표였지만,

그래도 그만두고 가니까 마음도 더 편하고 그랬던, 우리 가족의 여름 휴가"


1

정기적인 근무를 한다 = 3교대를 안해서 너무 좋다...는 점.

8시까지 출근이라 7시 반 쯤에 집에서 나서서 처가에 아기를 맡기고 간다. 처음에는 적응 안됐다고 하는데, 이제는 말도 잘하는데다가 "엄마 빠이" 하면서 인사도 해준다고 한다. 올 시간이 되면 기다리기까지 한다고. 아내도 마음이 편하고, (그래도 아기 봐주시는 장모님은 고생...ㅠ) 좋다. 새벽 일찍 운전해서 가거나 그러는 아내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좀 늦어도 뛰어가면 된다고 하니, 나도 맘이 편하다. 아내도 규칙적으로 아기를 맡기고 찾아오고 하니까 다행이라고 하고. 아기도, 할머니랑 있는거 좋아하는 거 같고. 여러모로 좋다. 규칙적인 삶이 이래서 중요하구나...


2

주말, 공휴일 다 쉬니까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전에는 주말 공휴일 그리고 명절 가릴 것 없이 근무 스케줄대로만 하니까 아기 없을 때는 나 혼자, 아기 낳고 나서는 아기랑만 지내는 시간이 많았는데, 이젠 셋이 다 지내는 시간이 많아져서 좋다. 특히 주말에 외출을 할 때에도 좋고... 교회도 매주 같이 가고... 이런게 너무 좋다. 약간, 아, 이번 주말엔 뭐하지? 이런 고민도 한다. ㅎㅎㅎ 행복한 고민.


3

월급이 줄었다.

그런데, 그냥 위에 것들 생각하면, 힘든 3교대 하다가 편한 외래 하는데, 월급 올라가는건 사실상 경제논리상 맞지는 않고. 당연한거고 알고 있던 거니까 뭐 아무렇지도 않다. 음... 좀 많이 줄긴 했는데ㅋㅋㅋ 그래도 대출도 열심히 갚고, 저금도 하고, 주식 펀드, 클라우드 펀드까지 다 하면서도 충분히 먹고 살만큼 벌고 있긴 하다. ㅎㅎㅎ 그리고, 그냥 위에 것들 생각하면, 사실상 월급이 줄은 것 보다 더 좋은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괜찮다. 물론, 뭐 많이 벌면 좋겠지. 그런데 지금 다시 3교대로 돌아간다고 하면? 나도, 아내도, 세온이도 원치 않을 것 같다.


단,

변하지 않는 한 가지가 있는데, 또라이는 어디에나 있다는 것이다.

ㅋㅋㅋㅋ 아내가 첨엔 병원 사람 다 좋은 것 같다고 했는데, 점점 이상한 사람도 알게된다는 것이다. 어쩔때는 대학병원에 다닐 때 보다 더 이상한 사람같다고도 한다.ㅎㅎ 그런데, 이건, ... 어쩔 수 없는 거 아닌가? "또라이 보존 법칙"으로 인해 모든 곳에 존재하는건데? 우리회사에도 많고....ㅎㅎㅎ 그래도, 그냥 이건 디폴트로 가져가고, 달라진 삶이 우리가족에겐 참 좋다. 앞으로 또 좋은 일이 있겠지...^^



ps. 오늘 아내 대학병원 동기들이 우리집에서 모였는데, 3명이 그만뒀고, 1명이 육아휴직...인가 그만뒀나; 여튼. 근데 내가 많이 아는데, 동기 거의 한 10명 중에 2-3명인가뿐이 지금 안남아있다. 1달도 안되어 그만둔 사람부터 줄줄이임. 딱- 3년 정도 되었는데. 3년차 간호사도 얼마 안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ㅎ 인구 구조가 진짜 1-2년차에 엄청나게 몰려있고, 거의 한 병동의 절반가까이, 그리고 급격하게 줄어드는 형태다. 가끔 없는 기수도 있음.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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