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3교대를 안하지만, 그동안 아내가 힘들어 하는걸 너무나도 많이 옆에서 보고 듣고 한 게 많아 담아두기 아까워 계속 풀어내고 있다. 난 간호사도 아닌데.ㅋㅋ 이전 글에서 아내가 간호사라고 하면 '두 가지 반응'이 있다고 했었는데, 그리고 나서 나는 항상 "3교대라 너무 힘들어요"라고 꼭 말한다. 그러면 뭐, 아 힘들겠네요... 이런 반응...ㅎ
3교대가 진짜 힘든가? 안해봐서 모르겠지만 3교대 출퇴근시켜준 사람(=나)도 힘든데 3교대를 직접 하는 사람은 얼마나 더 힘들까... 그럼 도대체 3교대가 왜 힘든가. 나름대로 정리를 좀 해봤다.
3교대 그 자체
새벽에 출근해서 오후에 퇴근하면 데이
오후에 출근해서 밤에 퇴근하면 이브닝
밤에 출근해서 다음날 아침에 퇴근하면 나이트
이런 근무 패턴이 예측할 수 없게 돌아간다. 뭐 미드라고 해서 아침에 출근하고 오후에 퇴근하는 그런 것도 있는데, 일단 기본적으론 데이, 이브닝, 나이트. 시간표가 이런식이다. DDDEEXX NNEEDXE EXXDDDE... X는 오프. 쉬는날. 나이트는 3번 이상인가? 못하게 되어 있고 뭐 여튼... 월화수목금토일, 로 생각을 해보면 주말이 랜덤이다. 아니 주말이 없다...ㅎㅎ
이렇게 일하면 일단 몸이 다 상한다. 여자는 그 주기도 다 틀어진다. 아내는 매우 규칙적인 사람이었는데 진짜 힘들 땐 불규칙적인 사람으로 막 바뀌고 그랬다...ㅋ 그리고 언제는 밤샘근무를 했다가, 좀 익숙해지려고 하면 다시 수면 패턴 바꿔서 새벽 4시반에 일어나서 출근준비하고... 하아... 쓰기만해도 내가 다 피곤해진다...ㅋ 이런 근무 패턴, 3교대 자체가 일단 너~무 힘들다.
주변에서 간호사 월급 많다는 사람이 있으면 내가 꼭 이렇게 다시 물어본다. 혹시 지금 하는 일을 3교대 식으로 일하고 한 50만원 더 준다고 하면 할거냐고. 대부분 답을 잘 못한다. 간호사 월급 많은건 이런 수당이 붙어서 그런 것도 있다. 다시 말하지만, 막 월급이 진짜 어마무시하게 많고 그런 거 아님...ㅎ
환자를 돌보는 일
뭐, 환자 보는 게 원래 하는 일이긴 한데, 이게 또 힘들다. 사람마다 성향이 다를 수도 있겠지만, 그냥 일반적으로... 진짜 그냥 사무직이 짱인거 같다. 아내도 지금은 외래에서 일하는데, 앉아서 일하니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훨 많이 건강해진것 같다. 3교대라고 하면 병동근무를 말하는데, 여기서 환자를 돌보는게 어려운거 같다.
일단, 외래진료로 찾아오는 사람보다 훨씬 더 심각한 사람들이 많음. 우리도 그렇듯, 사람이 피곤하고 몸이 아프면 정신도 날카로워진다. 그런데 우리나라 특유의 그 간호사를 무시하는 문화...때문에 환자들이 간호사에게 신경질을 많이 부린다. 성희롱도 상당히 많다고 한다. 직접+동기들이 겪은 이야기를 여러차례 들었다. 진상 환자들을 돌보는 일. 그리고 또 진료비를 안내고 도망가는 사람들은 왜 그렇게 수시로 생기는지... 퇴근 직전에 환자가 사망이라도 하면 다시 업무 복귀해서 2-3시간은 늦어진다고 봐야 한다. 이런 일 때문에 밤 11시에 퇴근하는 아내를 내가, 차 안에서 추운 겨울에 새벽 1-2시까지 기다린 적도 있었다. 마치 이건... 퇴근 직전에 보고서를 작성하고 가라는 부장님의 그런 것...? 여튼...
생명을 다루는 일이라 실수를 1도 해서는 안되는, 이런 정신적 스트레스도, 옆에서 보니까 많이 받는 것 같다. 큰 실수는 진짜 해서는 안되고, 사소한 실수(뭘 쓰는걸 안썼다든지 하는) 같은 것도 다시 바로잡고 하는 게 은근 복잡하고, 밑에서 자세히 말하겠지만 까이기도 하고... 여튼 환자를 돌보면서 발생하는 그런 일들 모두가 일을 너무 힘들게 하는 것 같다. 사무직은 계약문서 뭐 틀리고 해서...아 뭐 이것도 큰 실순가? 그래도... 실수해서 누구 죽이거나 이런 것보단 그래도 좀 그 심리적 무게가 다르지 않을까... 여튼... 병동에서 환자 보는 게 쉬운 건 아니다.
태움 문화
이건 진짜 없어져야 한다. 진상환자 대응도 힘든데 선배 간호사와 의사들로부터의 태움이 또 장난이 아니다. 이게 정말 일을 못해서(서툴러서) 그런 것도 없다고는 말 못하겠는데...ㅋ, 일 자체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모두 후배, 특히 신규 간호사들에게 푸는 것 같다. 아니, 회사에서 일을 잘 못하면 혼날수도 있지만, '태움'이라는 것은 그 강도가 다르다. 들어보면 진짜 별것 아닌 것 같고 화를 내는 사람이 많다. 좀 자세한 이야긴 이전 글(간호사의 태움문화)에 좀 있으니 참고...
다시 봐도, 그냥 혼내려고 어떻게든 트집 잡으려는 사람같이 보인다. 다 듣는 이야기지만(아니 땐 굴뚝에 연기날까), 수술실에서는 수술 도중에 말을 못하니까 몸으로 표현한다고 한다. 정강이를 까거나 손을 꼬집거나. ... 어쩔 수 없다고만 용인 해야 할까? 생명을 다루는 일이니까 심각할 수는 있는데, 이게 유독 이렇게 사회적으로 문제될 만큼 사람을 태워야하나 싶은 생각을 지울 수는 없다. 태움문화는, 그 뭔가 '선'을 넘은 것 같다.
물론, 이 3가지보다 더 많을 수 있겠지만, 일단 내가 듣고 보고 한 것들이 대부분 이 3가지 안에 들어가는 것 같다.
3교대를 하던 시절, 그만둔다고 몇 번이나 말했는지 모르겠다. 계속 그만두라고는 했지만 그만두진 않았....고...ㅋ 복직하고 아이까지 키우면서는 또 버틸수가 없어서 결국 그만 뒀는데... 여튼, 3교대 간호사는 진짜 힘든 일인거 같다. 그만두기 전까지는, 그래도 진짜 뭔가 대학병원 간호사 타이틀이 멋지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고 그랬는데, 외래 근무하면서 편하게 일하고, 또 가족과의 시간도 많아진 것을 겪으니까 전혀 아쉬운 것은 없다. 그냥... 뭐, 전문성 쌓으면 좋겠지만, 워라밸을 중시한다면, 한 3년 정도만 경력 쌓고 나오는 것도 괜찮을듯... 물론, 이전에 태움문화가 좀 없어져서 대학병원 간호사들도 오래오래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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