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티엔을 떠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그렇지 못했다. 여행사에 버스를 알아보는데 설 연휴라서 버스표 값이 다 올라버린 탓이었다. 물론 버스비를 더 지불하면 얼마든지 갈 수 있었겠지만 그러긴 싫어서 비엔티엔에 더 머물기로 했다. 계획도 꼬였는데 돈까지 더 쓰기는 싫었다.
그래도 지난 번 홍콩 사건(?) 이후로 이런 것에 마음이 많이 여유로워진 것 같다. 계획이 틀어지는 것에 대해 대처를 조금 더 잘 하는 것 같은 느낌? 나도 그렇고 아내도 그렇고. 여행을 시작하기 전에 세웠던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고 해서 이제 엄청난 멘붕이 오지는 않는다.
당연한 것이지만 오늘 느낀 것은 ‘갈 수 없다면 제자리에 있는 것도 방법’이라는 것이다. 계획대로만 될 수 없는 것처럼 가려던 계획이 틀어지면 그냥 가지 않는 것도 하나의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니 선택하면 된다는 것, 계획대로 되지 않아도 너무 스트레스 받을 필요는 없다는 것을 알았다. 반대로 제자리에 있으려고 했는데 이게 뭔가 잘 되지 않는다면 가버리는 것도 하나의 선택일 수도 있겠다. 어쩌면, 이런 논리가 인생에서도 유용하게 적용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12시 체크아웃, 11시 쯤 숙소를 나와서 버스표를 알아봤다. 우리 숙소에서는 다른 곳보다 비싸게 가격표가 표시되어 있었고, 아저씨에게 물어보니 할인은 안 된다고 해서 다른 숙소에서 파는 버스를 알아보기 위해 나갔다. 하노이를 간다고 하니 먼저 전화를 해서 확인해 본다고 했는데 설 연휴라 버스표가 비싸졌다고 했다. 20만낍에 갈 수 있는데 28만낍이라고... 알겠다고 하고 나왔다. 그리고 그냥 아내와 잠시 상의해서 비엔티엔에 더 머물러보기로 했다. 직접 버스터미널에 가서 여행사를 통하지 않은 진짜 버스표 가격이 얼마인지도 한 번 알아보기도 하고...
짐을 다 싸서 밖으로 나와 조금 떨어진 곳에 다른 숙소를 잡았다. 15만낍인줄 알았는데 영수증을 받고 나니 14만낍인 괜찮은 숙소. 하루 더 머물까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일단 짐을 풀고 터미널에 한 번 가보기로 했다. 딸랏싸오로 가서 하노이 가는 버스를 물어보니 다른 터미널이라고 알려주면서 우리가 탈 버스도 알려줬다. 버스를 타고 물어보니 내려서 조금 걸어가야 한다고 해서 일단 탔다.
버스를 타고 가면서 잘 가고 있는 것인지 한 번 물어보려고 옆에 앉아있는 라오스 고등학생(?)들에게 물어보니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는다. 그래도 말 한마디에 꺄르르 웃으며 재미있게 얘기만 하다가 결국 기사아저씨에게 다시 물어봤다. 앞자리가 비어서 우리는 앞자리로 옮겨서 앉았고, 잠시 후 아저씨가 내려서 걸어가라고 해서 버스에서 내렸다.
걸어가는 길은 매우 힘들었다. 일단 흙먼지가 너무 많이 날렸고 인도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았다. 그리고 어딘지 정확히 알지 못한 채 걸어가는 게 조금 불안하기도 했다. 그래서 중간에 복권 파는 아주머니에게 물어보니 이쪽으로 쭉 걸어가는 게 맞다고 해서 계속 걸어갔다. 반대편에서 슬리핑버스들도 오기도 했고, 짐과 사람을 잔뜩 실어서 가는 툭툭을 보니 왠지 맞는 것 같기도 했다.
20분 정도 걸었을까, 옆으로 들어가는 길이 보여서 들어가니 버스정류장이었다. 딸랏싸오와는 분위기가 완전 다른 버스정류장. 건물 같지 않은 건물로 들어가니 버스표를 파는 창구들이 보였다. 라오스 남부로 가는 버스가 많이 있었고 한쪽에는 우리가 갈 베트남으로 가는 버스표를 파는 곳도 보였다. 국제노선은 베트남밖에 운행을 하지 않는 것 같았고, 그래서 그런지 베트남 사람들이 엄청 많이 보였던 것이다.
내일 표에 대해 물어보는데 창구 안에 젊은 직원들끼리 엄청 얘기하면서 내일 표는 팔 수 없다고 하면서 다른 직원이 와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오늘 표를 물어보니 벽에는 25달러라고 적혀있었지만 30달러라고 했다. 음... 어찌 해야 할까 고민이 되었지만 지금은 별 수 없으니 일단 알겠다고 하고 나왔다. 여행사보다 나은 것 같기도, 아니면 그냥 픽업서비스까지 있는 여행사가 괜찮은 것 같기도 했다.
돌아가는 길에는 29번 버스를 타고 가기로 했다. 버스는 우리가 왔던 길로 되돌아가는 듯싶더니 다시 돌아서 학교 앞에서 학생들을 엄청 많이 태웠다. 임시 스쿨버스로도 사용된다는 안내판이 있었는데, 그게 이건가 싶었다. 학생들은 매우 활기찼고 우리나라의 중고등학생들과 별반 달라보이지는 않았다. 신기했던 것은 여학생들 머리에 끈이 있었는데 색깔이 달랐다. 학년을 구분하는 것 같기도 했는데 물어보지는 않았다.
버스는 큰 길로 갔고 가는 길에 조금만 왼쪽으로 가면 탓 루앙이 있어서 중간에 내렸다. 라오스 지폐에 있다는 탓 루앙, 안 갈 줄 알았는데 이렇게 다 가게 되는구나. 엄청 넓은 공터를 지나서 탓 루앙으로 들어갔는데 사람들이 거의 없어서 제대로 온 것인지 의심이 들 정도였다. 해가 넘어가는 시기의 탓 루앙은 화려하게 반짝이고 있었다.
옆에 사원까지 구경하고 나서는 빠뚜사이로 걸어가기로 했다. 걸어가기엔 조금 거리가 있는 거리이기도 하지만, 우리는 잘 걸어 다니는 부부니까... 가는 길에 버스가 오면 타고, 안 오면 걸어가기로. 가는 길에는 건물들이 새로 세워지는 비엔티엔의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우리나라 기업이 공사하는 곳도 있었고, 어떤 곳은 공사가 상당 기간 중단된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지속적인 투자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듯.
빠뚜사이를 걸으면서 오다보니 어느덧 빠뚜사이 바로 앞까지 도착했다. 그러나 올라가는 시간은 이미 끝이 났는지 올라가 보지는 못했다. 그래도 그 앞에서 사진도 찍고 구경을 했다. 멀리서 봤을 때는 작아보였는데, 프랑스의 개선문 보다는 작지만 그래도 가까이서 보니 꽤 크게 보였다.
빠뚜사이를 지나 우리는 다시 메콩강 가까이 있는 우리의 숙소까지 열심히 걸어왔다. 힘들었지만 그래도 오면서 이런저런 구경도 하고 재미있었다. 숙소에서 잠시 쉬다가 오늘도 메콩강변으로 나가서 야시장을 구경하고 드디어(?) 가방을 한 개 샀다. 쇼핑을 마치고는 또 맛있는 길거리 음식으로 저녁을 대신했다. 빠질 수 없는 팬케이크도 한 개 사먹고. 언제나 먹어도 맛있다. 한국 가서 정말 장사 하고 싶을 정도로...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