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통 시멘트조각 뿐이다. 아니, 시멘트로 조각을 한 것인지, 조각상 모양으로 시멘트를 굳힌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시멘트 천지다. 오래된 시간의 흔적에 거뭇거뭇하게 변해버린 시멘트 덩어리들. 그래도 같은 것 하나 없이 모두 다 다른 모양들이다. 불교와 힌두교의 융합으로 이런 모양들이 있다고 하는데, 공부를 해 보지 않아서 수많은 시멘트조각들의 의미는 잘 모르겠다. 다만, 입구에 있는 가장 큰 건물(?)의 1층, 2층, 3층은 각각 지옥, 현세, 천당을 의미한다고 했던 것 같다. 들어가 보면 3층에 올라가서 옥상으로 나가는 순간 환한 빛이 보이면서 탁 트인 전경은 어쩌면 불교나 힌두교에서 말하는 천당의 느낌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시멘트도 예술작품으로 승화된 불상공원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것이다.
일어나서 오늘 하루 더 있기로 결정했다. 불상공원도 놀러가고 조금 더 여유를 갖자는 것. 나가면서 하루 더 있겠다고 하면서 방값은 환전을 하고나서 준다고 했다. 밖으로 나가 여유롭게 거리를 돌아다녔다. 오늘은 안 가본 쪽으로 천천히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걸었다. 그러다 발견한 샌드위치 파는 노점 발견, 바로 가서 메뉴를 봤다. 루앙프라방이나 방비엥처럼 1, 2, 3, ... 하며 체계적으로 정리된 메뉴판은 아니었다. 고심을 하다가 그냥 저렴한 돼지고기 샌드위치로 시켰다. 큰 거 한 개를 시켜서 나눠먹기로. 만드는 방법이 조금 다른 듯 했으나 완성된 모양은 비슷했다. 맛은 비슷한 것 같으나 조금 달랐는데, 일단 바삭한 돼지고기 맛에 다른 곳에서는 고수가 없었던 것 같은데 양껏 넣은 고수 때문에 향이 많이 났다. 물론 우리는 고수를 좋아해서 나쁘지 않았다.
샌드위치를 먹으면서 골목을 들어가는데 한인 여행자쉼터를 발견했다. 그리고 아메리카노가 공짜라는 안내판도 함께. 들어갈까 말까 하다가 들어가 봤다. 몇 명의 한국 여행자들이 테이블에 앉아 있었고 주인아저씨로 보이는 분이 매우 반갑게 우리를 맞아주셨다. 아내는 커피를 마시지 않아 시키지 않았고 나는 한 잔 시켰다. 돈을 내려고도 했지만 정말 공짜라고 받지 않으셨다. 영원히 한국 사람들에게는 커피는 공짜라고 했다. 와우.
여기 앉아 있는데 주인아저씨가 다가오시더니 블로그에 소개된 한인쉼터 자랑을 엄청 하셨다. 다행히(?) 우리는 핸드폰을 안 갖고 나와서 찾아보라고 하지는 않으셨지만, 그래서 아저씨가 직접 본인 핸드폰으로 찾아서 일일이 설명해주셨다. 그래서 그런지 아저씨의 의도대로 한인쉼터의 운영 목적을 잘 알 수 있게 되었다. 그냥 한 마디로 정리하면 ‘베풂’이라고 할 수 있겠다. 실제로 아저씨는 호객행위(?)도 하시며 방황하는 한국인 여행자들에게 여행 조언을 해 주셨다.
우리는 아저씨의 설명이 끝나고 나서 옆 테이블에 젊은 선생님 부부와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어젠가 비엔티안으로 오시고 여행 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우리가 아저씨와 이야기를 하면서 루앙프라방부터 내려오게 된 것을 들으셨는지 방비엥까지 관련해서 이것저것 물어보셨다. 뭐, 그동안 여행하는 사람들 만나면 했던 얘기들 똑같이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또 나누었다. 그러다가 이분들은 방비엥 가는 버스 때문에 짐을 싸러 가시고 우리는 조금 더 남아있었다.
남아 있으면서는 주인아저씨가 한인교회를 다니시는 분인 것을 알게 되었다. 그동안 여행 하면서 일요일에 교회 한 번도 안 갔는데, 아니 못 갔는데...ㅋ 아내가 내일은 교회에 가자고 했다. 그래서 아저씨에게 얘기를 하니 그럼 내일 10시 반에 이곳에서 만나기로. 오, 이렇게 또 교회에 가게 되는 것인가. 내일 뵙기로 하고 인사를 하고 나왔다.
메콩강 쪽으로 걸어가며 산책을 했다. 강변을 따라 큰 도로도 나 있지 않고, 그나마 있는 도로에는 차도 많이 다니지 않는다. 한강은 강북, 강남을 따라 큰 길에 차가 항상 쌩쌩 다니는데... 진짜, 수도 맞나?
점심으로는 처음에 숙소를 알아보다가 꽉 차 있던 곳 1층에 있는 식당을 갔다. 쌀국수랑 볶음밥을 시켜 먹었다. 이제는 너무나도 익숙한 맛이다. 밥을 먹고는 옆에 있는 버블티 가게로. 한국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왔으면 주인아줌마가 어설프지만 한국말을 하면서 우리랑 대화를 할 정도다. 그러나 신나게 이야기를 하고 받은 버블티였는데 너무 밍밍했다. 아니 맹맹할 정도. 그래도, 아내는 맛있게 다 잘 먹었다.
딸랏싸오 터미널로 걸어가면서 쇼핑몰 안에 있는 은행 환전소에서 100달러를 40달러만 바꿔주면 안되겠냐고 했는데 두 곳 다 안 된다고 했다. 어쩔 수 없이 여행자거리 환전소로 가기로 하고 나갔다. 여기가 환율이 아주 조금 좋아서 선택한 것이었는데, 뭐 다 해봤자 큰 차이도 안 나니까 그냥 쿨하게 포기.
알아봤던 불상공원 가는 시내버스를 타려고 했는데 버스가 바로 출발하는 듯 보였다. 그래서 얼른 가서 버스를 잡아탔다. 맨 뒤에 앉았는데 바로 옆에 엄청 작은 아기를 비롯한 가족이 탄 것 같은데 아기는 아빠가 들고 있었다. 엄청 이쁘거나 귀엽거나 잘생기거나 한 것은 아니었는데 묘하게 엄청 귀여웠다. 재미있게 생긴 것 같기도 하고...ㅎㅎ
버스는 국경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을 내리고 동쪽으로 더 달렸다. 조금 더 가니까 사람들이 다 내리고 우리만 남아있었다. 4시 쯤 불상공원 바로 앞에 내렸는데 운영 시간이 5시까지였다. 오, 다행이다. 불상공원은 1시간 정도 돌아보니 거의 다 볼 수 있었고, 조금 부족한 듯 했지만 충분히 볼 수 있었다. 매우 규모도 작고 그래서 대충 휘리릭 본다면 10분만으로도 충분할 듯? 불교와 힌두교의 융합이라서 의미들을 잘 모르겠지만 한 번 공부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기독교인이라고 해서 너무 배타적으로 생각하는 것 보다는 다른 종교에 대해 공부하는 정도의 수준으로 관심을 갖고 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
버스를 타고 다시 딸랏싸오로 향했다. 중간에 국경에서 버스가 꽤 오래 서 있어서 바나나구이를 몇 개 사먹었다. 엄청 맛있거나 하진 않지만 그래도 묘하게 맛있는 바나나구이. 해가 질 때 쯤 딸랏싸오에 도착해서 여행자거리로 걸어갔다. 여기서는 40달러만 환전 하고 나머지는 거슬러줘서 그렇게 했다. 그리고 필요 없는 5달러도 1달러짜리로 바꿔도 줬다. 역시 사설 환전소가 짱인 것인가?
비엔티안에서의 마지막 밤, 오늘도 또 야시장으로 가서 놀았다. 첫 날 먹었던 어묵튀김도 다시 사먹고 오징어구이도 먹었다. 비엔티안이 매력 없는 곳이라고들 하지만 여유를 갖고 지내다보면 그래도 은근히 재미있는 것 같다. 물론 루앙프라방처럼 아기자기한 느낌도, 방비엥처럼 신나게 놀 수 있는 곳도 없는 것 같지만 비엔티안은 또 다른 나름대로의 다른 매력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나의 순위에서 루앙프라방이나 방비엥에게 여전히 밀리는 것은 변함없는 사실...ㅋ
하루를 마치고 내일 일정을 계획했다. 내일의 목표는 다낭 가기! 하노이에서 일주일을 있기 보다는 다낭으로 가서 수영도 할 수 있으면 하고, 호이안도 갈 수 있으면 가고... 그리고 마지막 날 바로 비행기를 타고 공항으로 가서 공항에서 대기하다가 바로 한국으로 가면 딱 일 것 같다. 아, 이제 여행이 점점 끝나가는 게 실감이 나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