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야기/독후감V

과학과 기독교를 균형잡힌 시각으로 바라보기

inhovation 2023. 1. 21. 17:11

No. 193

과학시대의 도전과 기독교의 응답

우종학 지음

새물결플러스 펴냄

 

방금 이 책을 다 읽었다. 가슴 속에서 '빅뱅'이 일어난 것과 같이 벅찬 감동을 지우기 힘들다. 이런 마음은 이 책을 읽기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계속 되었다. 바로 앞서 읽었던 책, "코스모스"에서는 광활한 우주를 경험하고, 과학에서 밝혀낸 그 사실들을 이해하고 인정할 수 밖에 없었고, 나의 신앙인 '기독교적 관점'에서는 그 어떤 답도 찾기 힘들었다면, 이 책 "과학시대의 도전과 기독교의 응답"에서는 제목 그대로 그 '응답'을 들은 것 같기 때문이다. 책을 읽어가면서 흥분을 감출 수 없어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샤워하면서 문도 열어 놓은 채 아내에게 책에서 말하는 바와 내가 느낀 점들, 그리고 "이제서야 창세기 1장1절이 믿어지는 것 같다"라고 고백하기도 했다.

 

이미지 출처: 교보문고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 그리고 이어지는 하나님의 천지창조 이야기는 문자적인 한계로 인해 사실상 '마법처럼' 받아들여지고 '문자적 한계'를 벗어나기 힘들다. 게다가 물리학을 전공하고 논리적으로 설명되는 것을 좋아하는 나조차도 이런 것에 대해서는 그냥 '아묻따' 믿자라는 식의 신앙이 내 마음 속에 굳건히 자리잡혀 있었다. 그리고 언젠지 모르지만, 옛 교회에서 들어서 접했던, (다행히 빠지지는 않았지만) 창조과학의 몇 가지 설명들이 내가 가지고 있었던 궁금증을 일정 부분은 명쾌해 보이게 설명해 주어서, 과학적으로는 정확히 이해되지 않지만 적절한 타협점에서 기독교 신앙에서 과학적인 영역은 미지의 영역처럼 남아있었다. 특별히 건드리지 않아도 신앙생활 하는데 있어서 크게 문제되지 않는 듯한 그런 영역.

 

하지만, 저자 우종학 교수(서울대 물리천문학부)는 이러한 나의 마음까지 정확하게 꿰뚫어보며 나 같은 사람들과 교회 안에서 이런 사람들을 아주 잘 종류 별로 구분해 놓았다.

과학과 신앙이 충돌하는 듯한 현상을 접할 때 그리스도인들이 보이는 가장 일반적인 반응은 회피다. 과학에 관한 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에 일단 과학 관련 논쟁이나 대화는 피하고 보자는 그리스도인들이 많다. ... 궁색한 대답으로 회피하는 반응 다음으로, 그리스도인들이 많이 취하는 일반적인 태도는 과학이 틀렸거나 불확실하다는 반론이다. 과학이 무신론의 증거라고 주장하는 무신론자의 주장에 대해서, 무신론의 증거라는 그 과학이 가설에 불과하다거나 충분한 증거가 없는 검증된 과학이 아니라는 식으로 과학 자체를 공격하는 경우가 많다. (pp. 21-2)

나는 회피 해 왔던 유형인 듯 하다. 그렇기 때문에 늘 이런 대화가 두려웠고, '코스모스' 독후감에서 밝혔듯이 지인이 나에게 과학과 성경이 충돌하는 것에 대해 물어올 때, 아무런 답을 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일단, 나의 지독한 회피를 멈추고 과학과 기독교를 같은 책상에 올려놓고 바라볼 수 있게 해준 것은 '성경은 과학책이 아니다'는 것이었다. 자연 현상을 밝혀낸 과학에 대해 성경에서 이야기 하고 있는 것과 다르다는 것으로 많은 사람들, 특히 창조과학을 신봉하는 사람들은 성경마저도 더욱 권위 있는 과학책으로 만들어 버리려는 노력이 틀렸다는 것이 나에게 크게 다가왔고, 어떤 갑갑한 틀 안에 갇혀 있던 나를 꺼내준 것과 같은 느낌이었다. 많은 그리스도인을이 '순종'을 성경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는데, 이런 것은 천지창조에 대한 내용만이 아니더라도 매우 경계해야 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물론 어떤 것은 또 문자 그대로의 순종도 중요하기도 하지만...) 이런 관점에서 나 역시도 천지창조의 이야기를 믿어야한다는 '순종'을 위해 그 문자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던 것 같다. 다른 과학적 관점에 대해서는 나의 신앙이 무너질 것과 같은 어떤 두려움도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특히 성경이 하나님의 말씀이지만 결국 사람 저자가 있었던 것이고, 그 저자가 쓸 때에는 그 시대상을 반영하고 독자를 고려해서 썼다는 것들까지 포괄적으로 알게 되니 편협한 시각으로 성격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두려움을 뚫고 나와 성경에 대한 해석 자체도 저 높이서 바라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런 복합적인 느낌과 감정들이 들다보니 지금까지의 신앙생활 했던 시간들이 너무 아쉬운 느낌이 들었다. '진짜'를 마주하지 못하고 교회를 다니고 하나님을 믿어왔던 것 아닌가 하는 생각. (그렇다고 그런 시간들이 아주 완전히 의미 없는 시간은 아니었을 것이다.) 성경 어딘가에 있는 표현으로 기억하는데, 거울에 비친 나의 모습을 볼 때, 그 형체가 점차 뚜렷해지는 그런 느낌을 이 책을 읽으면서 느꼈다. 성경을 더 잘 이해하게 되고 하나님이라는 존재에 대해서 더 명확히 알게 되는 듯한 지적인 충족감. 계속 나는 거울을 보고 있었는데, 그 거울을 만지면 안 될 것 같았는데, 한번 손으로 쓱- 문질러보니 그 거울에 덮인 먼지 같은 것들이 싹 닦이며 뚜렷한 형상이 보이는 것과 같은 느낌.

 

교회에서 목사님들과 이야기 하다 이런 이야기를 했는데, 결론은 교회에서 이런 것들에 대해 관심 있는 사람들을 모아서 내가 책모임을 인도 해 보는 것이 어떻겠냐는 것이 되었다. 그리고 나는, 아직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순종'하기로 했고, 목사님도 구체적인 방법은 차차 이야기 해 보기로 했다.

 

책의 전반적인 내용은 앞서 말한 교회 안에서의 균형잡히지 못한 과학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로잡아주고 있다. 과학적인 사실들에 입각하면서도 성경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지, 특히 창조주 하나님은 어떤 분이신지를 계속하여 설명해 주고 있다. 흥미로운점은 창조과학은 엄청나게 계속 깐다. 왜냐하면 이 창조과학은 과학적인 사실들을 부정하는 결과들이 너무 많고, 이 창조과학으로 인해서 그리스도인들이 오히려 신앙을 잃어버리고 있기 때문이다. 나 역시 창조과학으로 인해 조금의 궁금증 같은 것은 해결된 듯 살았지만, 나의 신앙에 있어서 궁극적인 고민들을 창조과학이 말끔하게 해결해 주지는 못했다.

 

이 책에서는 (창조과학은 끝까지 까고 있지만) 창조론이나 진화론에 대해서 어떤 답을 내려주기보다, 지금까지 기독교 안에서 논의되고 있는 입장들을 터놓고 이야기하며 과학과 어떤 균형을 잡고 있는지를 소개해주고 있다.

요약하자면 복음주의권의 그리스도인들이 취할 수 있는 스펙트럼은 계획된 진화, 인도된 진화, 지적설계, 오랜 지구론 정도가 될 것이다.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이 중에서 한두 입장에 서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른 입장을 가진 그리스도인들에 대해 무신론적이며 성경에 위배되는 견해라고 공격하는 일은 피해야 한다. 성경은 창조의 방법에 관해서 구체적으로 가르치지 않으며 창조의 방법이 기적적이든 자연적이든 간에 창조주 하나님을 고백하고 믿는 신앙은 동일하기 때문이다. 다만 창조의 방법은 자연계시를 통해 과학으로 탐구해야 할 영역이기 때문에 과학과 관련한 깊이 있고 성숙한 비판과 논의가 필요하다. 우리가 가진 과학 지식과 신학적 이해는 여전히 한계를 지님을 인정하고 나의 입장과 다르다고 하더라도 이 4가지 견해 정도는 하나님의 창조를 인정하고 과학과 성경의 가르침을 수용하고자 노력하는 입장으로 인정할 필요가 있다. 제한된 이성을 가진 우리에게 창조 자체는 진리이지만 창조의 그림은 다양하다. (pp. 320-1)

저것은 틀렸고 이것이 맞습니다와 같은 결론이 나올 것이라 기대했지만, 오히려 다양한 관점을 소개하며 우리(복음주의권) 안에서 어떤 논의가 있는지를 명확히 알게 되니 한편으로 마음이 편해졌다. 새롭게 제시하는 응답이 나와 맞지 않는다면 나는 여전히 고민을 계속할 수 있지만, 이제는 다소 열린 마음으로 하나님을 알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은 것 같기도 하다. '과학은 자연이라는 실재에 대해 점점 더 가까이 가는 영원한 근사'라고 한 저자의 말처럼, 어쩌면 내가 죽는 날까지 성화의 과정을 거치며 하나님을 점점 더 가까이 알아가는 것일텐데, 내가 그동안 끝판왕의 실재를 알려고 했던 것 아닐까 싶다. 그러지 못하니까 회피해 온 것 같기도 하고.

 

코스모스를 읽고 이 책을 읽었는데, 다음에는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을 읽어볼 셈이다. 그리고 목사님께서 추천해 주시며 선물해 주신 책 "아론의 송아지"도 읽어볼 것이고. 그동안은 과학을 기독교의 대척점이라고만 생각하고 성경과는 콜라보할 수 없는 영역이라고만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은 것 같아서 마음이 편안하다. 그동안은 과학은 '회피'해 오면서 하나님을 알아갔지만 이제 과학을 '마주'하면서 하나님을 알아갈 생각에 매우 흥분되기도 한다. 자연을 통해, 우주를 통해, 수 많은 생물을 통해 하나님을 알아갈 앞으로의 나의 삶과 신앙이 기대된다. 이런 기분을 만끽하고 싶은 삶은, 이 책, '과학시대의 도전과 기독교의 응답'을 추천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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