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야기/독후감V

결론이 다소 허무했던 "변화하는 세계질서" 독후감

inhovation 2022. 9. 27. 22:21

No. 190

변화하는 세계질서

레이 달리오 지음

송이루, 조용빈 옮김

한빛비즈 펴냄

 

분량이 꽤 된다. 전자책으로 읽어서 책 두께는 모르지만 616쪽에 달하는 두툼한 책이다. 출퇴근 길에 읽으면서 한달 반 정도 걸렸다. 레이 달리오가 유명한 경제학자인 것은 알고 있었고, 위기론자인지는 모르겠지만, 책의 내용은 위기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책 제목인 '변화하는 세계질서'에 근거하여 현재를 설명하자면 '미국은 지고있고, 중국은 뜨고있다'로 요약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배경으로는 레이 달리오가 나름대로 수집하고 정리한 분석 지표들과 크고 작은 사이클에 비추어서 역사적으로 설명하니 꽤 신뢰할 만하게 읽힌다. 네덜란드, 대영제국의 흥망성쇠를 다루고, 지금 미국이 있기까지, 그리고 중국이 뜨고있는 그 과정을 매우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흥미로운 점 중에 하나는, 많은 사람들은 이러한 빅 사이클을 생각하지 않고 살아간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본인이 겪었던 세계에 더 중점을 두지, 역사적인 상황 변화를 두고 본인이 마주할 미래에 그렇게 잘 투영하지 않는다는 것. 그 이유는 빅 사이클이 내가 경험하는 세대보다 더 크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쉽게 생각해서, 1930년대 대공황을 나는 겪지 않았기 때문에 그것이 지금까지 겪었던 2007년 금융위기나 2020년 코로나로 인한 (일시적?) 증시 폭락보다 얼마나 더 큰 위기인지 모른다. 레이 달리오는 책의 말미 즈음에서는 차기 미국 대선 시기에 큰 위기가 있을 것으로 (조심스레) 예측하고 있다. 물론, 이것은 본인의 경험이나 감이 아니라, 본인이 구축한 수많은 지표와 분석 모델의 결과에 기반을 두고 있다. 참고로 미국의 차기 대선은 2024년 11월 5일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여러번의 금융위기는 있었지만, 미국 주식은 언제나 옳다(우상향한다)는 것만 겪었으므로 미국주식이 최고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러나 메타(meta)적인 관점에서, (미국주식이 앞으로 떨어질지는 모르는 일이지만) 미국이 지금처럼 계속 패권국의 지위를 유지할지는 미지수인(정확히는 중국으로 옮겨갈 것이라는) 것이 레이 달리오가 주장하는 내용이다. 네덜란드도, 대영제국도 그랬던 것 처럼, 미국도 이 나라들과 동일한 빅 사이클을 지나오고 있다고 주장한다. 최종단계에 가서는 미-중 군사 충돌과 기축통화의 변화까지도 과거의 사례와 같이 가능할 것이라는 것이다.

 

사실 네덜란드와 대영제국의 시기를 내가 전혀 겪이 않았으므로, 이쯤 읽으면 진짜 그럴까에 대한 의구심과 그의 탄탄한 분석 모델의 결과 앞에서 고민하게 된다. 미국 주식 빼야 하나, 중국에 투자해야 하나, ... 이런 고민이 계속해서 이어지면서도, 방대한 책을 한장 한장 읽어나가면서는 지식이 쌓이는 것과 같은 약간의 쾌감(?)도 있다. 18개의 요인들을 통해 패권국의 싸이클을 분석하는 것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과 함께, 괜히 레이 달리오가 아니라는 (학문적?) 존경심도 갖게 해 준다. 참고로 18개의 요인은 아래와 같이 분류할 수 있다.

- 3개의 빅 사이클-
1. 부채/통화/자본시장/경기 사이클
2. 내부 질서 및 우질서의 빅 사이클
3. 외부 질서 및 무질서의 빅 사이클
- 기타 주요 결정 요인(8가지 주요 국력의 척도) -
1. 교육
2. 혁신 및 기술
3. 가격 경쟁력
4. 군사력
5. 무역
6. 경제 생산
7. 시장 및 금융 중심지
8. 기축통화 지위
- 기타 결정 요인 -
1. 광물자원
2. 자원배분의 효율성
3. 자연재해
4. 기반 시설 및 투자
5. 기개/시민의식/결단력
6. 통치체제/법치주의
7. 빈부, 기회, 가치관의 격차

여기서 주로 8가지 국력 척도를 가지고 패권국을 분석하는데, 미국은 이제 끝물에 다와 가고, 중국이 고개를 들고 있다는 것이다. 그의 분석 모델은 매우 훌륭하고, (지금 내가 말할 것까지) 모든 내용을 반영했을 것 같은데, 중국이 과연 패권국으로써 잘 자리매김 할 수 있을 '나는 여전히 잘 모르겠다'. 중국이 패권국이 되기 힘들 것이라기보다는, 중국이 패권국으로 진입하려 할 때,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을지에 대한 것이다. 그 이유는 바로 '언어 장벽'이 왠지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하지 않을까 싶다. 과거 네덜란드-영국으로는 '언어 문제(?있었나?)'가 이땠을지 모르겠지만, 영국에서 미국으로의 패권국 이양은 적어도 언어문제는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에서 중국으로 세계의 중심이 옮겨간다고 할 때, 언어의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잘 모르겠다. 정확히는 이런 것과 관련된 나의 지식이 없어서, 성공과 실패에 대한 예측을 전혀 못하겠다. 그래서 레이 달리오의 다음 패권국에 대한 예상에 긍정하기에 어려운 면이 있다. 앞서 네덜란드-영국을 이야기 했지만, 적어도 알파뱃 문화권(?)이라서 큰 어려움은 없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패권국 이양의 거의 최종적인 단계가 기축통화까지 바뀌는 것을 의미하는데, 패권국인 중국만 중국어를 사용하고, 다른 대부분의 국가들에서는 지금과 같이 자국의 언어를 유지한채, 오랜 세월 공용어로 사용해온 영어의 지위를 중국어가 대체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영어도 어렵지만) 중국어는 문자부터가 어렵고, 언어라는 것이, 우리나라 일제 치하처럼 강제로 한글을 말살할 수도 없는데, 중국어를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려 할지... 결국 패권국의 지위를 획득 하더라도 외로운 패권국이 되어버리진 않을까 하는 나름의 예상도 된다.

출처: http://www.kyobobook.co.kr/

책을 읽으며, 다 읽고 깨닫고 느낀점은, 경제위기는 반드시 올 것 같다는 것이다. 그 작은 사이클도 나도 몇 번은 직접 경험 했으므로, 큰 사이클도 오겠거니 하는 것. 그리고 준비도 해야지 하는 것. 하지만 지금의 미국 중심 체제가 바뀔지까지는 앞서 내 생각을 이야기 한 것 처럼 잘은 모르겠다는 것. 다 읽고 나서 약간 허무하게 끝난 점은, 어마어마한 내용이 들어있던 것에 반해 결론은 생각지도 못했던, 또 다 아는 내용이었다는 것이다.

 

분산하라. ... 이것은 투자 전략처럼 들리지만 실제로는 오랫동안 잘 정립되어 전해 내려온 인생 전략으로, 투자에도 적절하게 작용할 수 있다.

물론, 이것 말고도 책의 말미에는 아래 내용들도 있다.

모든 가능성을 파악하고,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해 생각한 다음 극복할 수 없는 시나리오를 제거할 방법을 찾아라.
당장 눈앞의 만족보다 지연된 만족을 우선시하며 미래에 더 나은 상황을 마주하라.
가능한 한 가장 똑똑한 사람들과 함께 사안을 다각도로 분석하라. 나는 최대한 가장 똑똑한 사람들과 어울리며 내 생각을 검증하고 그들에게 배움을 얻는다.
나는 이러한 원칙을 따라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충돌을 경험했지만 상대적으로 단점보다는 장점을 많이 얻었고, 내가 마주할 미래는 꾸준히 개선되었다. 내 경험을 토대로 이러한 원칙들을 추천하고 싶다. 하지만 늘 그렇듯이, 선택은 독자의 몫이다.
정책입안자들과 그들이 보고하는 대상, 그밖에 이 원칙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위해 한 가지 방법을 더 공유하려 한다.
앞서 살펴본 지표들을 사용하거나 통계를 참고해서 자체적으로 통계를 구축해보길 바란다. 이를 바탕으로 1) 관심 있는 다른 국가들과 자국의 건정성을 측정하고, 2) 각국의 상황이 어떤 식으로 개선되고 있는지, 아니면 악화되고 있는지 살펴보고, 3)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해당 결정 요인을 바꿔 보자.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뭐, 모든 투자 관련 내용의 책의 마지막이 똑같듯이  "투자의 책임은 독자에게 있다는 것", 그리고 너무 뻔한 "분산투자"를 이야기 했다는 것에 약간은 허무했다. 그러나 이것을 레이 달리오가 먼저 언급해서 내가 뭐라고 (까기도) 다시 언급하기도 뭐하다. 여튼, 조금 허무했다. 하지만, 예상 밖에 결론이 급작스레 나오고 책이 끝났어도 이 책을 통해 나는 많은 지식을 얻었다. 세계 경제를 보는 시야가 확실히 넓어진 것 같고 지식이 확장된 것 같은 느낌은 확실하다.

 

책에 밑줄 쳐 놓은 몇 가지를 더 남기며 독후감을 마친다. 꼭 어떤 지표나 사이클 분석에 대한 것은 아니고, 그냥 내가 공감하고 기억하기 위해서 강조한 부분들도 있다.

 

돈과 신용은 부와 관련이 있지만 부와는 다르다. 돈과 신용으로 부 (즉 재화와 서비스)를 살 수 있기 때문에 보유한 돈과 신용의 양이 부의 양과 같은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단지 돈과 신용을 더 많이 창출한다고 해서 더 많은 부를 쌓는 것은 아니다. 보다 많은 부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생산성이 높아야 한다.
성공하려면 적어도 지출한 만큼 벌어야 한다. 결국 조금 적게 벌더라도 흑자를 내는 사람이, 많이 벌지만 적자를 보는 사람보다 성공하게 되어 있다.
역사를 공부한 사람은 그 어떤 정부, 경제 체제, 통화, 제국도 영원히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은 그것들이 무너질 때 경악하면서 같이 무너진다.
지식의 습득과 생산성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시간을 두고 천천히 진화하기 때문에 부와 권력의 지형에 갑작스러운 변화를 유발하지는 않는다. 큰 변화는 오히려 사이클에 의해 움직이는 경기 호황과 불황, 혁명, 전쟁 등에서 발생하고 이사이클은 논리적으로 타당한 인과 관계에 의해 움직인다. 예를 들어 19세기 말 생산성 증가, 기업가의 혁신, 자본주의 같은 요인들로 인해 빈부 격차는 커지고, 과다한 부채가 발생하여 20세기 전반의 불황으로 이어졌다. 이로 인해 반자본주의운동과 공산주의가 생겨났으며 부와 권력을 차지하기 위한 내전 및 국가 간의 전쟁이 발생했다. 즉 빅 사이클을 중심으로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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