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야기/독후감V

나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다산의 마지막 질문" 독후감

inhovation 2022. 8. 31. 17:30

No. 189

다산의 마지막 질문

조윤제 지음

청림출판 펴냄

 

박사 논문을 다 끝내고, 학위수여식만 앞두고 집중해서 읽은 책이다. 어떻게 알게 되었나는 기억에 나지 않는다. 교보문고 장바구니에 담겨 있었다. 어디선가 보고, 다음에 읽어야지, 하고 나서 장바구니에 넣어 두었다가 까먹은 것 같다. 읽기 전에는 다산 정약용과 관련된 책으로만 알았는데, 읽으면서 알게 된 것은 공자의 '논어'를 다산 정약용이 자신의 관점으로 해석한 내용을 소개하는 책이었다. 공자의 '논어'는 전에도 읽은 적이 있지만, 내용이 많이 기억에 남진 않았지만, 이렇게 다시금 읽게 되니, 기억에 나는 것들도 있고, 새롭게 다시 알게 되는 것들도 있고, 괜찮은 독서의 시간이었다.

출처: 교보문고 https://www.kyobobook.co.kr/product/detailViewKor.laf?ejkGb=KOR&mallGb=KOR&barcode=9788935213733&gclid=CjwKCAjw6raYBhB7EiwABge5KrTaPvP_Ou7ODbjO7kuo2_xF5mFLC86ze_zVDXI7CEder4TTE8M6PhoCDNQQAvD_BwE#N

 

책 제목이 "다산의 마지막 질문"인 이유는, 다산 정약용이 유배시절 '논어'를 읽으며 끊임없이 자신에게 질문했다는 그런 의미에서 책 제목이 "다산의 마지막 질문"인 것이다. '논어'에 중심을 두고 있고, 또 이런 '논어' 계열(?)이 비슷하듯, 나의 삶을 돌아보게 하고, 마치 '성경'과도 비슷한 느낌이다. 공자의 '논어'에 대하여 그동안 많은 유학자가 이러저러한 해석을 내렸지만, 다산은 그 해석을 한번 더 관점을 달리하여 보완을 하거나 다른 해석을 내놓는 등 신선한 접근이 좋았다. 그러나 다산의 모든 논어 재 해석에 동의하지는 않았다. 읽다 보면, '이건 정약용의 생각이고~'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별로냐, 하는 것은 아니다. 나도 비판적 독서를 하는 자연스러운 과정인거고, 절대 진리처럼 받아들여야만 할 것 같은 공자의 '논어'를 다산이 자신만의 관점으로 기존의 해석과 다른 접근을 한다는 그 시도 자체가, 뭔가 meta적이면서 멋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전자책을 읽으면서 형광펜을 여기저기 많이 칠했지만, 일부 기억하고 싶은 곳만 공유하면 아래와 같다.

 

한자, "어질 인(仁)"에 대한 내용

"'인(仁)이란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일컫는다. 어버이를 섬겨 효도하는 것이 인이 되니 여기에는 아비와 아들 두 사람이 관여되고, 군주를 섬겨 충성하는 것이 인이 되니 여기에는 임금과 신하 두 사람이 관여되고, 백성을 자애로써 기르는 것이 인이 되니 여기에는 목민관과 백성이 관여된다. 이를 미루어 부부와 붕우에 이르기까지 두 사람 사이에서 그 도를 다하는 모든 것이 인이다. 효제 또한 당연히 인의 근분이다.' 다산은 여기서 인의 개념을 명확히 정의해준다. 인이란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에서 도리를 다함으로써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해석은 한자 인이 사람(人)과 둘(二)로 이루어진데서 유추해 낸 것이다."
"'인이란 사람을 사랑하는 것(애인, 愛人)'이라는 짧은 말로, 다산의 해석도 그와 같다."
"인은 공자 철학의 핵심으로 군자의 네 가지 덕목인 인의예지 가운데 맨 앞자리에 놓인다."

 

내 이름에 바로 이 한자, 어질 인이 들어간다. 어렸을 적에는 도대체 어질다는 게 무엇인지 잘 몰랐는데, 커서도 이 심오한 뜻을 알기는 힘들었다. 그러나 위에서 보는 것 처럼 사람 인과 둘 이가 합쳐져서 만들어진 어질 인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로,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가장 쉽고 직관적이고 이해도 잘 된다. 이제 외국인에게 내 이름의 뜻을 설명해 줄 때도 이런 말을 하면 되겠다.

 

박사 공부 하길 잘 했다고 느낀 내용

"공부란 내가 왜 사는지에 대한 이유를 찾고, 그것을 삶에서 실천하는 과정이다. 그 결실이 삶에서 드러날 때, 우리는 그것을 행복이라고 부른다."
"공부도, 독서도 결국 나를 바로 세우고 세상에 나아갈 준비를 하는 것이다. 따라서 공부에서부터 근본을 바로 세우지 못하면 세상에 나가서 그 어떤 일을 해도 근본이 바로 설 수 없다. 바닥부터 흔들리기에 곧 무너지고 마는 것이다. 효와 공경, 즉 부모에게 도리를 다하고 앞서 간 이를 공경하는 것은 지금은 필요 없어진 낡은 유산이 아니다."
"남에게 보이기 위한 공부는 자신을 과시하고, 오직 성공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자신을 위한 공부는 스스로의 수양과 성장을 목적으로 한다. 따라서 성공이라는 욕심도, 자신을 알아주지 않는 세상에 대한 분노도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는다. 욕심과 감정이라는 장애를 넘어서기 때문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행복할 수 있는 삶은 바로 여기서 비롯된다."
"한 분야에 깊은 전문성을 갖췄다면 폭넓은 지식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새로운 것을 만들 수 있는 창의성은 전문성과 폭넓은 지식이 합쳐졌을 때 비로소 불꽃이 튄다. 지식이 있다면 일에서 활용될 수 있어야 하고, 삶에서 드러날 수 있어야 한다."
"진정한 공부란 높은 이상을 가져야 하지만 그 시작은 일상의 충실함에서 비롯된다."

 

박사 끝나고 바로 읽어서 그런지, 이런 구절들이 눈에 들어왔다. 특히, 박사 공부를 왜 했는지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 보고, 지금 이렇게 작은 결실을 맺은 것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으면서도, 박사 공부를 했던 그 모든 과정 역시도 나를 찾아가는 여정이었구나 하는 생각 등등 복잡미묘한 다양한 생각이 들었다. 또, 학위를 마친 지금 나는 어떤 길로 나아가야 할지, 꼭 직업에 국한되어서가 아니라, 앞으로는 어떻게, 어떤 공부를 하며 살아야 할지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만들었다. 평생을 공부하며 임금의 곁에도 있다가 유배까지 가서도 공부하며 다산이 스스로에게 묻고 답한 것인데, 나도 영원히 끝나지 않는 질문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런 면에서 책에서 나왔던 "정답을 묻지 말고 해답을 구하라"는 구절도 생각난다. 우리는 살면서 올바른 정답만을 찾으려 하지만, 그 문제를 설명하는 해답을 찾으며, 각자의 삶을 살아야 하지 않을까... 이런 구절들을 읽으면서는, 박사 공부를 힘겹게 마친 스스로에게 질문도 던져주지만 한편으로는 위로도 되는 느낌이었다.

 

논어에서 말하는 경제적인 관점

"부귀와 명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얻고 싶어 한다. 흔히 공자와 같은 수도자들은 부와 명예를 멀리 하라는 가르침을 강조할 것이라고 여긴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예문은 부와 명예를 멀리하라는 경고가 아니라, 올바른 도리에 어긋나는 부와 명예를 누려서는 안된다는 가르침이다."

 

일단, 논어에서 부와 명예를 멀리하라는 것은 아니어서 무언가 안심이 되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이것에 대하여 다산의 해석은 조금 달랐다. 다산은 "올바른 길로 가난을 벗어나지 못하면 가난에 머무르는 것이 옳다"고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이 시대에도 이런 마인드로 사는게 가능할까 싶다. 물론, 성경에서도 "초막이나 궁궐이나 그어디나 하늘나라"라고 했지만... 내 생각에는, 그냥 '가난하더라도 행복하게 살아야지'라고 마음먹는게 옳은지는 다시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가능하면 부와 명예를 추구하는 삶을 살되, 그 다음에 내가 얻은 부와 명예를 다시금 흘려보내는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삶, 인생을 바라보게 하는 여러 내용

"모든 일에는 때가 있으며, 그때를 놓치게 되면 다시 하기가 힘들어진다. 그 어떤 위대한 사람도, 그 어떤 대단한 일도 그 시작은 바로 지금의 일상이다. 하루하루를 충실하게 살고, 날마다 자신을 돌아봄으로써 이룰 수 있다."
"누구라도 살아가면서 마음이 흔들리는 일을 겪게 된다. 때로는 상황이 우리를 흔들고, 때로는 뜻하지 않은 일로 좌절한다. 하지만 이러한 외적인 상황 못지않게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것이 일상의 고민이다. 오히려 인생의 큰일보다 사소한 일들에서 우리는 더 번민하기도 한다. 이때 가장 많이 일어나는 상황은 의외로 말로 인해 생긴 것이다. 직접 들은 말, 흘려들은 말, 떠도는 소문 등, 사소한 오해와 근거 없는 비방이 우리를 힘들게 한다. 하지만 막상 들춰보면 실상은 아무것도 아닐 때가 많다. 다음날 아침이면 물거품처럼 사라질 일로 하루를 망친 것이다."
"깊은 전문성은 스스로에 대한 긍지가 되고, 폭넓은 교양은 타인에게 손을 내미는 용기가 된다."
"중용의 덕에 모자란다면 차라리 큰 꿈을 가지거나, 차라리 조심해 주저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 낫다는 말이다. 큰 꿈을 가지면 과감하게 도전할 수 있고, 주저함이 있으면 불의한 일을 하지 않는다.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안일한 자세나, 욕심이 앞서서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은 가장 해서는 안 될 일이다."
"원대한 꿈을 꾸고 높은 이상을 추구하는 것도 좋지만 그 시작은 반드시 나 자신과 가족, 그리고 함께하는 사람들을 잘 다스리는 것에서 비롯되어야 한다. 모든 일의 시작은 가까운 곳, 바로 발밑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성향에 맞는 일을 하며, 자신의 역량이 미치는 일을 하며, 맡은 일에서 크고 작은 성과를 내게 하는 것. 일을 맡기는 사람의 지혜이며, 그를 기쁘게 하는 일이다. 나아가 모든 일이 잘 되게 하는 비결이기도 하다."
"삶의 가치는 현재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자신이 지금 어디에 처하든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중요하다. 이러한 원리는 오늘날도 마찬가지다. 인생이란 얼마나 빨리 가느냐가 아니라 어떤 방향으로 가는지가 중요한 것이다."
"다산은 묻는다. '삶을 바꿀 것인가, 아니면 계속 지금처럼 살 것인가?'"

공자의 생각도, 다산의 해석도, 저자의 추가적인 의견도 섞여있다. 내가 여기에 더 무엇을 덧붙이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차제로써  나의 삶과 인생을 바라보고 생각하게 하는 구절들이다. 참고로 가장 마지막 구절은, 책의 가장 마지막에 있는 내용이다. 책을 덮고 나니, 어떤 답을 찾은 것 보단,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진지한 질문만 무더기로 얻어온 느낌이다. 그런데, 부담스럽고 머리아픈 것이 아니라, 내 인생을 어떻게 만들어나갈지 기대가 되는 그런 느낌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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