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200
돈의 속성
김승호 지음
스노우폭스북스 펴냄
이 책은 두 번 읽었다. 과장 좀 보태서 세 번 읽으면 회사를 그만 두게 될까봐 읽지 않고 있다. '회사를 그만두라'는 것이 작가가 의도한 책의 주요한 메시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내 성향을 보았을 때, 사업을 하는 사장님(회장님) 작가의 대 성공 스토리를 읽고 있으니, 나도 당장 사업을 하고 싶은 욕구가 샘솟았다. 지금 내가 '사업' 하지 않는(못하는) 가장 큰 이유가 무엇인지는 정확히는 모르겠다. 아마 '사업 실패'에 대한 두려움과 그에 따라 가족들에게도 좋지 않은 영향이 갈 수 있는 것이 제일 큰 이유 아닐까 싶다.

내가 이 책을 읽고 가장 머릿속에 강하게 남은 메시지는 돈도 인격과 같이 움직인다는 것이다.
돈은 인격체(person)다. 돈이 사람처럼 사고와 감정과 의지를 지닌 인격체라고 하면 누군가는 받아들이기 힘들어한다. 인격체란 스스로 생각하고 자아를 가진 개별적 실체를 뜻하기 때문이다. ... 어떤 돈은 사람과 같이 어울리기 좋아하고 몰려다니며, 어떤 돈은 숨어서 평생을 지내기도 한다. 자기들끼리 주로 가는 곳이 따로 있고 유행에 따라 모이고 흩어진다. 자기를 소중히 여기는 사람에게 붙어 있기를 좋아하고, 함부로 대하는 사람에겐 패가망신의 보복을 퍼붓기도 한다. 작은 돈을 함부로 하는 사람에게선 큰돈이 몰려서 떠나고 자신에게 합당한 대우를 하는 사람 곁에서는 자식(이자)을 낳기도 한다.
이런 돈의 인격체 이론에 비추어 보면, 신기하게도 나의 경험과 딱 맞아 떨어질 정도로 공감이 갔다. 쉽게 들어온 돈은 쉽게 나가고, 소중하게 들어온 돈은 어렵게 나간다. 7년 정도 다닌 회사를 떠나며 몇 년간 적립된 퇴직금은 아직도 내 연금저축의 탄탄한 기초가 되어 있고, 이 때를 기점으로 꾸준히 연금저축을 하며 지금은 많이 불어났다. 생각지도 못하게 들어온 꽁돈이라 여긴 것들은 지금 다 어디갔는지 모르는 것도 비슷한 반대 사례다. 사고를 당해서 보험금을 받은 것이라든지, 그냥 갑작스레 들어온 성과금 같은 것들이 예시일 수 있겠다.
사업을 해서 들어오는 돈이든 월급이든, 꾸준한 돈의 중요성도 강조하고 있다.
현금흐름이 일정하게 유지돼야 경제적으로 삶이 윤택해진다. ... 비정규적인 수입은 한 번에 몰려든 돈이라 실제 가치보다 커 보이는 착각을 일으킨다. 그래서 자신이 많은 돈을 벌게 된 줄 알고 사치하고 함부로 사용하게 돼 결국 모으지 못하게 된다.
퇴직금이 일시적으로 들어왔지만, 7년의 피와 땀이라 생각할 수 있었던 게 다행이었던 것 같고, 월급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도 이런 부분에 비추어 보면 결론이 나온다. 인용구의 뒤쪽에 사치에 대한 내용도 나오는데, 저자는 돈을 쓰는 것에 대해서 나름대로 아래와 같은 기준을 정해놓고 있다.
재산규모가 10억원 안쪽일 때: 이때까지 하지 말아야 할 일은 다음과 같아. 형제들 창업자금 빌려주는 일, 부모님 집이나 차를 바꿔 주는 일. 해야 할 일은 다음과 같다. 부모님을 모시는 올케언니나 형수님에게 명품가방 사주기, 조카들 대학 입학 때 노트북 사주기, 가족 단체 식사 값 혼자서 내기, 부모님께 일정한 생활비를 정기적으로 드리기.
이후에는 50억 안쪽일 때와 100억을 넘어갈 때가 나오는데, 내가 과연 앞으로 해당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된다면 원칙을 잘 지키며 살아야겠다. 이금액에서는 이렇게 무조건 하라는 것 보다는, 돈을 버는 입장에서 가족들과 어떻게 화목하게 지내야 할지에 대한 팁 정도라고 생각한다.
또 인상깊었던 부분은 저자 김승현 회장의 삶의 모습이었다. 큰 사업체를 운영하며 어떻게 하루를 살아가는지를 책을 통해 엿볼 수 있어서 일개 월급쟁이인 나는 어떻게 내 삶을 살아가야할지에 대해서도 귀감이 되었다. 루틴을 만들어 실행하는 것은 성공하는 사람들의 가장 큰 특징이라 생각한다. 나도 쳇바퀴 굴러가듯 매일 똑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 같지만, 그 안에서 의미있는 시간들로 채우기 위한 루틴을 만들어 하루하루를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덧. 2022년 초겨울에 읽고 이제야 그때의 감상에 덧붙여 글로 남긴다. 지금 다시 훑어봐도 좋은 이야기들이다.
+ 그래서 에피소드를 하나 더 덧붙이자면, 최근(2025년 4월) 트럼프의 관세 정책 발표로 인해 미국주식의 수익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 추가매수를 할지 더 큰 손실을 막을 겸 잠시 빠져나올지 고민하다가 결국은 빠져 나왔다. (다행히 미국 ETF에 투자하는 연금저축은 그대로 두었다) 그러나 다시 급등하고 급락과 다시금 급등하여 지금은 다시 연초만큼은 아니지만 내가 매도할 시점보다 더 오르긴 했다. 다행히 중간에 포트폴리오를 점검하며 앞으로 10년에서 10년 동안 투자를 어떻게 할지 고민을 하고 정리하여 다시 진입한 덕에 상승세에 올라탈 수는 있었다. 연금저축과 함께 미래(짧게는 아이들의 대학 입학, 길게는 그 이후의 상황)를 대비하는 또 하나의 자본인데, 코로나 이후 들어간 미국 주식시장에서 처음 맞는 대폭락이라 당황했던 것 같다. "돈의 속성"의 아래 내용을 머릿속에 더 담고 있었다면 버티고 저점매수도 노려봤을 것 같은데, 괜한 아쉬움이 든다.
가치투자를 지향하는 사람들은 칼이 떨어질 때가 사야 할 때다. 단지 그런 상황이 실제로 발생했을 때 떨어지는 칼을 잡는 일은 상당히 공포스럽다. 하지만 그때 잡지 못하는 사람은 더 떨어질수록 더더욱 잡지 못하고 결국 투자에서 멀어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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