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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야기/독후감V

깊은 내면을 바라보다. "열등감을 자신감으로 바꾸는 심리학" 독후감

by inhovation 2025. 5. 20.

No. 202

열등감을 자신감으로 바꾸는 심리학

가토 다이조 지금

이정환 옮김

나무생각힐링 펴냄

@교보문고

나는 인정욕구가 강한 편이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나는 칭찬에 약하다. 어느날 내가 나의 자존감에 대해 더 깊이 고민해보게 된 계기는 아내와의 평범한 대화 때문이었다. 결혼 10년차, 나름 남편 역할을 잘 한다고 생각하며 지내고 있다. 하지만, 그래도 뭔가 항상 나는 '부족한 남편'이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있었다. 그래서 내가 항상 아내에게 덧붙이는 말이 '내가 더 잘 할게' 였다. 이럴 때마다 항상 아내는 나에게 '이미 잘 하고 있다'고 했지만, 내 마음 속에서는 그렇지 않았나보다.

 

아내랑 이야기 하다, 비슷한 류의 말을 하고 넘어갔는데, 아내가 '자기는 80점 정도'라고 했나, 내가 하는 '내가 더 잘 할게(나는 부족해)'랑 비슷한 투로 자기도 부족하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내가 손사레를 치면서, 아니라고, 나에게는 항상 100점짜리 아내라고 했다. 그러니 아내가 바로, 내가 매번 하는 말, '내가 더 잘 할게'가 이런 거라고 했다. 항상 남편으로서 잘 하고 있으면서 부족하다고 말버릇처럼 하는 습관, 상대가 그렇게 느끼든 말든 나는 계속 내 입장에서만 생각하고 반복하고 있었던 것이다.

 

순간, 진짜 머리를 얻어맞은 것 처럼 '띵-' 했다. 내가 바로 이해를 못 한건가 해서 재차 물어보기도 했다. 이런 게 바로 거울치료인가? 내가 그동안 아내에게 무슨 말을 해왔던 것인지, 머릿속에서 수 많은 장면이 필름 넘기듯 휘리리릭 지나가는 듯 했다. 그날 밤, 잠을 자야 하는데 잠이 오지 않았다.

 

다음 날 이름 아침, 나는 어제 지나갔던 수 많은 장면들 중에서 어렸을 적의 장면을 마주할 수 있었다. 중고등학교 시절, 대략 동생이 학교 성적으로 두각을 나타내는 때 부터였다. 나도 공부를 엄청 못 한 것은 아니었지만(평균 이상), 동생은 클래스가 달랐다. 항상 전교권이었고, 고등학생일 때는 문과 전교 1등도 여러 번 했다. 당연히 대학도 나보다 더 높은 성적에 맞추어 들어갔다. 둘 다 대학생일 때에도, 나는 동생이 자랑스럽기도 했고 좋기도 했다. 겉으로 드러나는 시기나 질투는 없었다.

 

그런데, 이런 부분이 나도 알아차리지 못할 마음 속 깊은 곳부터 생겨난 열등감으로 점점 자라나서 내 마음의 상당부분을 잠식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러면서 고구마 줄기 나오듯 줄줄이 딸려나오는 장면들. 지금 내가 열심히 하는 모든 것들의 근원이 열등감과 낮은 자존감이 가장 큰 동기이고, 계속해서 그런 부분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주일 아침, 교회를 가려고 준비하는 아내를 졸졸 따라다니며, 우리가 어제 밤에 이야기 했던 것에 대해 내가 생각을 하다 보니 이런 것들이 생각 났는데... 하며 말을 하는데 갑자기 눈물이 나면서 엉엉 울면서 아내에게 이야기 해 주었다.

 

나의 열등감과 낮은 자존감, 그러나 열심히 하는 것들...

기타를 연주할 수 있다. 일렉기타, 통기타, 모두 악보만 있으면 거의 모든 곡을 연주 할 수는 있다. 그러나 독학을 하다가 말아서 일렉기타로 속주는 못하고, 화성악 이런 것도 몰라서 스케일도 모른다. 어느 정도 한계가 있다.

노래도 나름 한다. 교회에서 찬양인도도 오래 해 왔다. 그래서 그런지, 곡의 분위기에 따라 모든 악기나 싱어를 조율해야 하는 자리에서의 오랜 실전 감각으로, 음악적으로도 뭔가 감각이 아예 없진 않다. 다만, 음악 전공자가 아니고 제대로 공부를 해 본 적도 없어서, 구체적인 화음이나 그런 기본기가 전혀 없다. 그래서 항상 느낌으로 이야기하고, 악기팀은 내 말을 번역해서 그들만의 언어로 이야기를 하고 맞춰 나간다. 나의 음악적 한계다. 그리고 노래를 나름 잘 한다고 했지만, 고음역대도 힘들고 바이브레이션도 못한다.

영어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 지긋지긋한 토익 공부의 끝에서도 고득점을 얻지는 못했다. 하지만, 영어로 말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없고, 얼마 전까지도 전화영어와 화상영어를 꾸준히 하면서, 외국인과 한 시간 이상 프리토킹도 가능하다. 그러나 어학연수나 유학생활을 해 본 적이 없어, 비지니스 영어나 전문적인 영역에서는 분명 어떤 한계가 있다.

달리기를 3년 째 꾸준히 하고 있다. 살도 많이 뺐지만, 복근이나 다른 근육은 없다. 상당 부분 성취를 이루어 냈음에도 불구하고, 머릿 속에는 항상 더 뛰어야 하고, 더 근력운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지낸다.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어떻게 하다보니 이렇게 되었지만, 석사 끝나고 내 안에 뭔가, 그래도 학위 끝판까지는 깨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학력 콤플렉스일까? 아님, 설마, 어렸을 때, 아버지께서 동생에게만 이름을 부르지 않고 '박사'라고 부르시던 것 때문은 아니겠지? (이건 생각도 못 했는데, 지금도 종종 아버지께서는 동생을 '박사'라 부르시고, 아내가 말해줘서, 울다 웃었다)

정규직 자리로 회사에서 나름 인정 받으며 우리 가족이 살아가기에 부족하지 않은 월급을 받고 있다. 그러나, 박사를 받고나서는 박사에 걸맞은 직장을 다니지 못한다는 생각에(회사에서 박사라고 불러주는 사람도 거의 없고...), 계속해서 이직을 꿈꾸고 있고, 이직에 실패했던 것들에 많이 힘들었다. Fresh 박사의 한계일지, 나의 한계일지는 모르겠지만.

 

더 뭐가 있었던 것 같은데, 여튼, 이런 것들을 이야기 하면서 주일 아침부터 갑자기 우는 남편에 아내는 적잖이 당황했다. 하나하나씩 다 살펴보면, 내가 잘 했던, 잘 하는 것들인데, 아내에게 습관적으로 '난 여전히 부족해'라고 이야기 하듯, 나 스스로에게도 '더 잘 해야해, 더, 더, 더...'를 요구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그러면서 나는 항상 성과보다는 더 높은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것들에 대한 부족함을 생각하며 자책하는 마음이 컸던 것 같다. 그런 생각들이 마음 속 아주 저 깊은 곳에서는 열등감이라는 모습으로 자리잡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아내랑 이야기를 하며, 내가 노력하는 일들의 그릇된 동기를 알고 나니, 뭔가 비빌을 깨달아 안 것 처럼 답답함은 많이 풀렸다. 아는 형들하고 만났을 때 이런 이야기를 했는데, 한 형이 그동안 나를 볼 때 계속해서 비슷하게 느꼈다고 했다. 지금까지도 잘 하고 있고, 잘 살고 있는 것 같은데, 자책까진 할 것은 없는데, 이직에 실패할 때마다 뭔가 이런 모습이 안타까웠다고 말해줬다. 나는 현재를 살아가고 있으면서도 계속해서 현재를 즐기지 못했던 것 같다.

 

 

"열등감을 자신감으로 바꾸는 심리학" 책을 읽으면서 내가 느꼈던 생각들이다. 엄청난 기대를 가지고 이 책을 사서 읽었는데, 솔직히 대단한 내용은 없었다. 일반적인 자기계발서 느낌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책을 읽으면서 나를 돌아보게 하고, 2-30년을 거슬러 올라가며 나의 삶 전반을 통찰하게 해 주었다는 면에서는 책을 읽으며 대단한 일을 한 것 같다.

 

과거에 왜 나에 대한 사람들의 평가를 두려워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리고 실제의 나 자신이 진정한 나라고 드러내 놓더라도 여전히 나와의 관계를 유지해 주는 사람들만 상대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무슨 일이든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강박관념이 아니라 '그렇게 하고 싶다.'는 식으로 생각하게 된 것이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는, 내가 노력하는 것의 그릇된 동기를 마주하게 되었다. 정신적으로 건강하고 행복하기 위해서는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영어를 못하면 안되가 아닌 영어를 잘 하고 싶다. 살이 찌면 안되가 아닌 살 빼고 싶다. 작은 차이지만 목적과 동기가 다르다. 부정적인 동기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꾸는 것, 물론 만능은 아닐 수 있지만, 이것이 시작에서의 작은 차이인 것은 분명하다.

 

인생 그 자체가 고민이 많은 것이 아니다. 'OO해야만 한다.'는 자기의 생각이 고민의 원인이다. 현재의 모습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고민을 한다. 고민을 하게 되는 원인은 대부분의 경우 고정관념 때문이다. 즉, 고민의 원인은 자기의 생각에 존재한다.

 

나의 사고체계 전반에 걸쳐있는 생각을 적나라하게 적어놓아서 깜짝 놀랐다. 지금의 나를 미워하지 말고, 부족함까지도 인정하고 사랑해야겠다.

 

볕이 들지 않는 음지도 필요하다. 농작물은 볕이 들지 않을 때 휴식을 취한다. 볕이 계속 내리쪼이면 농작물은 말라 죽는다.

 

이건, 쉬는 상황을 불편하게 생각하는 나에게 필요한 말이다.

 

그리고 마지막 에필로그에 이런 말이 있다.

 

이 책을 읽고 열등감은 그 사람의 현실이 어떤가 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그 사람의 심리 상태가 문제라는 사실을 이해하게 되었을 것이다.

 

그렇다. 지금의 나의 현실 상황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 열등감을 자신감으로 바꾸는 것은, 결국 내가 변해야 한다. 갑자기 생각나는 찬송가의 한 구절이 생각난다. 초막이나 궁궐이나 그 어디나 하늘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