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마켓에 빠져서 3년 정도 지냈다. 빠졌다고 해서 막 폐인처럼 그런 건 아니고, 당근홀릭. 뱃지도 많이 받았었다. 당신 근처의 마켓이라는 의미도 좋았고 판교에서 시작한 스토리도 그냥 마음에 들어서 주변 사람들한테 소소한 이야깃거리로도 자주 말하곤 했었다. 그런데 최근, 당근마켓을 탈퇴하고 앱도 지웠다.
습관적 시간 낭비
먼저 당근마켓 앱을 보는게 습관처럼 되는 바람에 시간을 많이 낭비하고 있었다. 나는 이렇게 소소하게 시간을 뺏기는게 싫어서 SNS도 하지 않는데 어느샌가 당근마켓이 그 비어있는 자리를 꿰차고 들어왔다. 신기한 매물은 뭐가 있는지 재미삼아 구경하는… 살게 있건 없건, 팔게 있건 없건 그냥 습관적으로 열었다.
구매를 위한 시간 비용 소모
일단 중고를 사는 것 자체가 경제적으로 이득은 확실하다. 단, 금액만 봤을 때만 그렇다. 여기에 시간적 비용이나 정신적 비용을 더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앞에서 말한 습관적으로 당근마켓을 탐색하는 행위를 빼더라도, 감가를 고려해서 적당한 금액인지, 다른 매물과 비교해서는 어떤지, 새상품의 최저가는 얼마인지 등등 이런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 검색하고 조사하는 시간이 더해질수록 점점 새상품을 고민하지 않고 사는거랑 금액 격차는 줄어든다. 매물이 없어서 키워드 알림을 해 놨을 때도 계속 올라오는 알림 확인하거나 새로 등록된 건 괜찮은건지 파악하거나 하는 시간적, 지식적 노력도 계속 들어간다. 기다리는 시간도 비용도 산정하라면 할 수도 있겠다. 고민 않고 새거 바로 샀으면 됐을 걸, 며칠동안 몇주동안 기다리면 그 상품을 일찍 누리지도 못하고… 거래가 막상 된다 하더라도 이동하는 시간적 비용도 든다. 차비 뿐 아니라, 왕복 1시간을 썼다면 최소 내 시급만큼 돈을 더 쓰는 셈이다. (막 이렇게 쓰고나니 장점이 없는듯…?ㅋ)
익명의 사람과 피곤한 대화
나는 네고를 거의 안하는 편이고 기다리는 편이다. 입장을 바꿔서 생각 했을 때 중고시장의 적정 가격이 있을테니 이건 시간이 자연스레 해소하는게 마음이 덜 불편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다. 그런데 네고를 요청받거나 하면 또 해주긴 하지만 이런 대화도 솔직히 나에겐 너무 피곤하다. 5천원에 사나 4천원에 사나… 그리고 시간 약속 잡고 만나려고 대화하는 것 자체도 사람과의 대화이다 보니 피곤하기도 하고…
사실 이렇게 탈퇴까지 한게 방아쇠 같은 사건이 있었지만, 사흘 사이에 두번이나 겪다 보니 위에서 쓴 이유들이 확 부각이 되기 시작하면서 그냥 탈퇴하고 앞으로 이용하지 않을 생각을 갖게 되었다. 송길영 님의 "그냥 하지 말라"에서 말한 것 처럼, 나귀 등에 누적된 짐에 마지막 깃털 하나가 나귀 등을 부러뜨린 것 처럼, 나도 비슷했다. 계속해서 당근을 하지만 피곤했고, 마지막 결정적 한방이 있었던 것 같은... 그리고 아내랑도 이야기 했는데, "돈 보다 시간을 더 절약하는 방향으로 살고, 돈을 더 아끼기 보다는 더 버는 방향으로 사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절약은 한계가 있지만 버는 건 마음먹기에 따라 무한하니까.
당근, 이런저런 취지는 좋으나, 이제 나에게는 맞지 않는 것 같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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