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이야기/세온하온

아빠 육아휴직 세 달째 느낀점 3가지

inhovation 2021. 6. 4. 06:13

두 달째 느낀점 3가지는 아래 링크 참조

 

 

아빠 육아휴직 두 달째 느낀점 3가지

첫 달 느낀점 3가지는 아래 링크 참조 아빠 육아휴직 한 달째 느낀점 3가지 2021년 3월 2일 ~ 2022년 3월 1일 육아휴직 기간이다. 참 오래 걸렸다. 2019년 하반기에는 수요조사 제출 했다가 취소하고(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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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세 달이 지나갔다. 올해도 이제 절반인 6월이고, 시간이 금방 지나갈 것 같다.

 

7. 혼자 있으니까 나태해지기 쉽다.

네 달째 접어들었는데 뭔가 생산적인 일을 하는게 특별히 없으니까 괜히 초조해지기도 하고 나태해지기도 쉬운 것 같다. 아, 뭔가 바꼈나? 나태해지기 쉬워서 생산적인 일을 못하는거...?ㅋㅋㅋ 애들 어린이집 유치원 보내고 나서 낮 동안 시간이 은근히 없다. 아내는 힘든 나(=박사 논문 쓰느라 스트레스 받는 나)를 위해 집안일 안해도 된다고 해서 빨래는 개지 않고(...) 아내 퇴근 하면 같이 휘리릭 한다.

- 아침에 일어나서 바쁘게 준비하고 애들 모두 가고 빠이빠이 하는 시간이 9시 30분이다.

- 집에 들어와서 늦은 아침(애들하고 같이 먹기 힘듦...ㅠㅋ)을 먹고 조금 뭐(...?)하면 10시다.

- 조금 지나면 점심 시간이고, 2시 30분에는 3시에 끝나는 아내를 픽업하러 나간다.

- 그리고 들어오면 3시 30분~4시 정도이고, 4시에는 둘째가 집에 온다.

낮 동안 내게 주어지는 시간이 4시간 30분 정도인데, 길면 길지만 뭘 하기에는 계속 집중해야 하는 그런 시간이다. (그치, 뭘 하려면 집중을 해야지...) 여튼, 낮 동안 공부하다가 인터넷 하다가 공부 하다가 유튜브 보다가 공부 하다가 넷플릭스 보다가...(매일 이러는건 아니고...ㅠㅋ) 나 이런 삶 싫어하는데...ㅠ 반성하고 있으니까 고쳐지지 않을까 싶다. 여튼, 집에 너무 편하게 혼자 있으니까 나태한 삶을 살고 있다. (그래도 열심히 공부도 하고 그런다...ㅠ)

 

8. 첫째랑 더 놀면서 이야기 하는 게 좋다.

생산성 없게 살아도 사실 어찌 보면 그래도 육아휴직의 본래 취지대로 잘 살고 있긴 하다. 아침 7시나 8시 사이에 애들하고 깨서 9시 30분 유치원차 올때까지 애들하고 짧지만 놀기도 하고, 아침밥도 챙겨주고. 가끔 일찍 준비 하는 날이 있으면 유치원 차를 기다리면서 세온이(첫째)랑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이 시간이 재밌기도 하고 세온이도 은근 좋아하는 것 같다. 가끔은 먼저, 유치원 차 기다리는데서 무슨무슨 이야기 들려달라고 얘기해주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날은 꼭 빠듯하게 준비해서 이야기는 커녕, 유치원차 놓칠까봐 헐레벌떡 뛰어간다. ㅋㅋ

재밌는 것은, 세온이는 아직도 내가 회사 다니는줄 알고 있다. 아침마다 오늘은 회사 늦게 가냐고 물어보기도 하고, 유치원 일찍 데리러 가거나, 하원하는 차를 기다리고 있으면 오늘은 회사 일찍 끝났냐고 좋아하기도 한다. 이건 육아휴직 끝날 때 까지 비밀으로 해야 할 것 같다. ㅋㅋㅋ

짧은 시간이어도 아침에 유치원 차 기다리면서 이야기도 하고 술래잡기 놀이도 하고 하는 시간이 행복하다.

 

힘들었지만 처음이자 마지막 추억(?)으로 남아있을 수봉공원. 계단이 너무 많아서 다시는 가지 않겠다고 했다. 하나가. ㅋㅋㅋ

 

9. 화를 많이 참는다.

화를 다스리는 게 많이 적응 됐다고 생각이 들었는데도 이건 진짜 힘들다. 일단 아침에 일어나서, 바로 앞 8번에서는 달달한(?) 이야기를 썼지만, 애들하고 이런저런 일들로 씨름하며 화가 점점 차오른다. 그러다가 진짜 어떤 날은 나가기 전에 양말 신는거에도 폭발할 것 같다. 먼저 신겨 놓고 세온이 신기고 있으면 벗는 하온이. 자기가 좋아하는 양말이 아니라고 또 안 신는다고 짜증내는 하온이. 비도 안오는데 장화 신고 가겠다는 하온이. (...다 하온이네...?ㅋㅋ) 현관 나가는 순간까지 모든 과정 하나하나가 애들 기분 맞춰줘야 하는게 진짜 힘들다. 하루는 시계를 놓고 왔다고 했는데, 다시 들어가기엔 늦어서 그냥 가니까, 유치원 차 타러 가는 내내 고개 푹 숙이고 훌쩍이는 세온이를 데리고 간 적도 있다. 나는 늦을까봐 하온이 안고 종종걸음으로 뛰어가고. 최근엔 두 번인가, 지나가는 유치원차를 중간에 잡아 세우고 탄 적도 있다.

화를 많이 참게 되는게, 화 내봤자 좋은게 없는 걸 알아서 그런 것도 있지만, 최근에 교회에서 활동한 것 중에 "우리 가족 십계명" 덕분에(?) 그런 것도 있다. 나는 이렇게 만들었는데,

 

<신앙>
1. 하나님께서 우리 가정에 보내신 아이임을 기억하라
2. 아이를 위해 축복하고 기도하라
3. 아이가 부모의 믿음과 사랑을 배우도록 행동하라

<양육>
4. 아이에게 나의 감정을 분출하지 말라
5. 아이의 말을 끝까지 듣고 대화하라
6.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하라
7. 아이의 인격과 성격을 존중하라

<교육>
8. 아이의 생각과 계획을 지지하라
9. 아이의 작은 성취도 칭찬하라
10. 성경을 기반으로 교육하라

 

제4계명이 도움(...?)이 된다. 사실 애들한테 화 내는게 진짜 뭔가 큰 잘못으로 그런 것 보다는 내가 초조하고 짜증나서 분풀이 하는 것이 대부분 아닌가 싶다. 마치, 이게 그렇게 화낼 일이야? 같은... 오히려 잘 놀다가 하온이랑 싸우고 그럴 때는 더 침착하게 말리면서 각자에게 이야기 하는데, 진짜 말도 안 되는 일로 화나는 일이 (애들 키우다 보면) 많다. 얼마 전에는 아침에 진짜 바쁜데 견과류를 먹고 싶다고 해서 바삐 하나 꺼내면서 까주려고 하는데 계속 달라고 찡찡댔다. 세온이가. 그래서 화를 버럭 냈는데, 지금 생각해도 웃기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한데, "(극대노 톤으로) 아빠가 까서 방부제 빼서 준다고 했잖아!!!!!!!!!!!!!!" ㅋㅋ...ㅠ... 그놈의 방부제. 전날인가 방부제 쪼가리를 애들이 흥미롭게 보고, 또 하온이는 이런걸 입에 잘 넣어서 다음부턴 꼭 빼줘야겠다고 생각해서 나는그런건데, 세온이는 또 자기 나름대로 저걸 뜯고 싶었던 것 같다. 진짜 사자후 같이 저러니까 세온이가 겁에 질린 표정으로 뭐라 중얼중얼 하더니 안먹는다고 방에 들어갔다. 참... 그래서 나도 안먹을 사람은 먹지 말고 먹을 사람만 먹으라면서 그릇에 담아주니까, 하온이는 또 좋다고 붕붕카 타고 와서 먹었다. ㅋㅋㅋㅋ 그러니까 세온이도 다시 방에서 나와서 먹고. 세온이는 금세 아무렇지도 않은 듯 나한테 장난스럽게 말을 걸고 그랬는데, 참 미안하다고 하기가 너무 힘들었다. 입에서 떨어지지 않는 그런... 아무렇지도 않게 유치원 차를 태워 보냈는데, 아내에게 이야기 하니 그래도 나중에 정식으로 사과 하라고 했다. 미안하다고. 듣지 않더라도. 자기도 그런 적 많다고. ㅋㅋ 그래서 그날 저녁에 세온이한테, 아빠가 화내서 무서웠냐고, 미안하다고 사과 했다. 세온이는 나만큼 진지하진 않았는데, 그래도 사과를 하고 나니 내 마음도 너무 편하고 좋았다. (어쩌면 회개는 내 마음의 평안을 위한 것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1/4이 지났는데, 남은 기간 더 행복하게 잘 지내면 좋겠다. 지금은, 행복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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