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이야기/세온하온

아이들 영상(유튜브, 넷플릭스) 끊고 느낀 점 3가지

inhovation 2021. 5. 18. 15:59

영상을 많이 보는 아이, 유튜브 많이 보는 아니, 넷플릭스 많이 보는 아이

 

우리 아이가 이런 아이로 자라는 것은 아닌가 한 때 걱정하기도 했다. 그래도 우리 부부는 아이가 영상을 시청하기 전에 얼마나 볼 것인지 협의하는, 나름대로의 원칙이 있었지만, 영상을 보고 꺼야할 때가 되면 그 원칙이 항상 지켜지는 것은 아니었다. 이럴 때마다 항상 첫째와 영상을 끄기 위해 싸워야 하는 것이 너무 힘들기도 했다. 지금은 두 달 정도 된 것 같은데, 집에서 영상을 보는 일이 거의 없다. 특히 평일에는 영상을 아예 보지 않는다. 예전에는 아침에 일어나서 밥을 잘 먹지 않거나, 유치원 다녀와서 피곤한 아이를 달래가며 밥을 먹일 때, 영상을 자주 봤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방금 언급한 방식으로 영상시청을 하면 안좋은점이 있었는데, 아침엔 유치원 준비가 늦어져서 더 윽박지르게 된다거나, 저녁에는 씻는것도 자는것도 미루는 아이와 다투면서 상황이 더 악화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젠 이런 때 영상시청을 하지 않으니 예전만큼 감정까지 드러내가며 아이와 싸울일이 거의 없어졌다. '거의'라고 쓴 것은, 영상이 없다고 유치원 준비를 빠릿빠릿하게 하거나, 항상 일찍 자는 것은 아니어서...ㅎㅎ 그래도, 예전보다 훨 낫다. 아이들에게 영상을 보여주지 않는 삶(?)으로 느낀 점이 몇 가지 있는데,

 

1. 어짜피 고비는 넘어야 한다.

아내가 복직을 하고, 내가 육아휴직을 하면서 초반에는 나도 아침에 유치원 가게 준비시키는게 너무 힘들어서 영상을 보여줬었다. 그런데 안끄려고 하고, 아이부터 시작해서 나도 점점 그거 가지고 싸우면서 서로 난폭해지고, 이래서 어느 날은 아예 항상 영상을 보여주는 아내의 아이패드를 숨겼다. 진짜 보이지 않는 곳에다가. 일어나자마자 내 방으로 가서 아이패드를 찾는 첫째, 그러나 절대 보이지 않고 절대 꺼내주지 않는 아빠. 거의 한 시간은 울면서 찡찡댔던 것 같다. 심하게 울다가 멈춰서 짜증내다가 또 엄마 찾으면서 오열하다가 찡찡대다가. 나도 진짜 너무 힘들었는데, 어떻게 또 그 한 시간을 버티고 유치원 보내고 나니 그냥 그날 아침이 지나갔다. 한 시간은 이 악물고 버텨야 했는데 그동안 너무 나약했었나...ㅋㅋ 와, 근데, 애기 키우는 부모들은 알겠지만, 아침에 한 시간동안 우는 애기...아 다시 상상하면서 쓰기도 힘들다...ㅠ 근데 둘째까지 난 챙기면서 밥 먹이고 그랬어야 했으니 참...

 

2. 생각보다 아이가 영상 없는 상황에 금방 적응한다.

아이패드 실종(?) 첫 날, 아침이 무사히 지나가고, 저녁에 엄마가 와서 첫째는 엄마 아이패드가 없어졌다며 2차전을 시작했다. 미리 말을 다 맞춰서 엄마도 나에게 동조해줬고, 우는 아이를 달랬다. 어찌어찌 또 그날이 지나고 다음날이 되었는데, 체념을 했는지 영상을 아예 찾지 않는다. 와... 허무할 정도였다. 너무 편했지만, 이렇게나 빨리 적응한다고? ㅎㅎ 우리집에 TV가 없어서 그럴수도 있지만, 영상을 보는 채널이 몇 개 있다. 엄마 아이패드가 메인이었고(유튜브 키즈), 내 아이패드는 가끔씩(유튜브 키즈는 없고 넷플릭스로 슈퍼윙스나 옥토넛), 진짜 자끔씩 데스크탑이나 노트북. 그런데 엄마 아이패드 이외에는 자기가 메인으로 보는게 아니라서 그런지 저런거로 보고싶다고 시도해 보지만 내가 다른 핑계를 대면 금방 포기하기도 했다. 노트북이 충전이 되지 않는다거나, 컴퓨터로는 지금 볼 수 없다거나 하는 식으로. 평소에는 이런 것들을 나도 만지지 못하게 하고 해서 약간 자기가 쉽게 접근할 수 없는 것이라는 인식이 있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여튼, 하루 정도 아침 저녁으로 조금 힘들긴 했지만, 애기가 금방 다른 놀이로 옮겨갔다.

 

Unsplash Image

 

3. 대체 활동을 위해 부모가 노력해야 한다.

영상이 없다고 해서 그 시간을 완전히 그냥 또 혼자 놀게 둘 수는 없다. 아직 어리기도 하고, 놀이에 약간은 참여해줘야 하는게 맞는 것이라 생각한다. 아침에는 동생이랑 (싸우면서) 놀긴 하지만, 나도 같이 호응을 해 준다. 아침밥 준비 하면서... 저녁에는 책을 더 많이 읽어주려고 노력하고, 블럭놀이도 같이 더 열심히 하려고 한다. 사실, 부모는 안다. 영상 하나 틀어놓으면 진짜 세상 평화 다 가진 것 같은 그 상황을... 그런데, 너무 중독되는 듯이 보이고 걱정되니까 영상을 끊으려고 하는 것이다. 머, 언젠가는 컨트롤 할 수 없을 때가 오겠지만, 아직 너무 어리니까... 저녁에는 자기 전까지도 책을 읽어주거나 하는 등 우리도 각자 노력하고 있다. 영상을 틀어줬을 땐 우리도 핸드폰을 조금 더 많이 하거나 했었지만 지금은 가급적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렇게 생각해 보면, 아이들 영상시청이 과도하게 많은 것은, 아이들이 영상을 좋아해서라기 보다는 부모의 노력이 더 중요한 문제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개 프로그램이나, 아이들 행동교정 프로그램 보면, 모두 다 주인이나 부모의 행동 변화가 중요하다고 하니까...

 

 

지금, 대략 영상 끊은지 두달 정도 된 것 같다. 그렇다고 얘가 옥토넛을 완전히 잊은 것은 아니다. 여전히 친구들에게서나 어디서든 옥토넛을 보고 듣고 하면서 블럭 놀이 할 때도 옥토넛처럼 놀고 바나클 대장 흉내를 낸다. 아빠는 콰지 하라고 하면서. (존댓말로 대답 안하면 대장한테 존댓말 안 한다고 혼나기도 한다...ㅋ) 그리고 주말에 가끔 할아버지 할머니네 가면, 거긴 TV가 있어서 유튜브를 아주 각잡고 보기도 한다. 이 정도는 그냥 나도 허용해 주기로 했다. 얼마나 평일에 집에서 엄마 아이패드 잃어버려서(ㅋㅋㅋ) 슬프고 영상 못봐서 답답할텐데 주말에라도 이렇게 한 번 보는게 얘한테는 낙일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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