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달 느낀점 3가지는 아래 링크 참조
이제 두 달이 지났다. 시간이 은근히 안 가는듯 하지만 빨리 간다. 많이 남은 듯 하지만(아직 열 달ㅋㅋ) 두 달이 진짜 금방 지나갔다. 이번 달 내용은 조금 우울하다. 힘들기도 했었고... 지난달에 이어 넘버링은 4~6으로 매겼다. 1년 지나면 36개 되겠다. 책 내도 될듯.ㅋㅋ
4. 혼자 애들 두명 준비시키기는 진짜 어렵다.
진짜 너무 힘들다. 큰애가 협조를 잘 해주면 일사천리인데, 요즘에는 작은애가 비협조적이다. 아내는 새벽에 출근해서 잠에서 깨면 엄마가 없으니 초반에는 둘 다 엄마를 찾았는데 이젠 받아들인 것 같다. 대략적인 아침 스케줄은,
- 전날 애들 컨디션에 따라 다르지만 대개 7-8시 사이 기상(한명 깨면 나머지 한명은 금방 깸)
- 배고프다고 너무 울면 두유(...이러면 아침 거의 안먹음)
- 둘이 놀면 내가 얼른 씻고
- 아침밥 준비해서 식사(계속 놀고, 내가 계속 떠 먹임)
- 더 놀고 싶은 첫째는 두고, 둘째 옷 입히기(양말까지)
- 둘째 양치도 시키고 첫째 양치(여기까지 하면 사실 힘든 관문은 거의 다 넘음)
- 첫째 옷 입히기(양말까지)
- 밖으로... 유치원차 빠듯하면 유치원차 먼저 태우고, 일찍 나오면 어린이집 먼저
나는, 지금도 그렇지만 새벽까지 공부를 하고 3-4시쯤 다시 자거나, 아님 전날 잠들면 새벽에 깨서 쭉 공부를 하거나 그래서 항상 피곤하다. ...ㅠ 여튼, 위 스케줄에 맞춰 9시 30분 유치원 차 태우기 위해 엄청 열심히 준비한다. 8시부터 부지런히 준비하면 9시 30분은 큰 문제 없다. 가끔 9시에 나갈 때도...ㅋㅋ 이 모든 것은 첫째 기분에 많이 달려 있고, 둘째도 요즘은 변수가 되려고 한다. 아직 힘으로 제압이 가능해서(...) 눕혀서 머리를 허벅지 사이에 끼우고 양치를 시킨다. 첫째는 빌고 달래야 함...ㅠ 아니, 머 양치 뿐만 아니라 밥 먹이는거나 옷 입는거, 양말 신는거 하나까지 비협조적이고 그러면 시간에 쫓기면서 진짜 답답하고 화가 난다. 현관문을 나서는 과정 하나하나까지 애들 기분을 다 맞춰줘야 하고 하는 것들이 계속 반복되니까 너무 지치고 힘이 든다. 아내는 이걸 매일 아침마다 어떻게 했는지 진짜 대단하다. 그리고 우리 팀장님, 여자분인데 아침에 출근준비도 하시면서 애기 준비시켜서 데리고 나오는 워크맘, 알고는 있었는데, 내가 이걸 해 보려고 하니까(출근은 안하지만...) 진짜 대단하시단 생각도 들었다. 그냥 이런 모든 '엄마'들이 존경스럽게 느껴졌다.
5. 육아 우울증이 올 것 같다.
일단, 너무 힘들다는 생각은 4일만에 하게 됐다. 아내 풀타임 출근 시작이 4월 초 금요일이었는데, 이땐 아무렇지도 않았지만, 주말 지나고 그 다음주 월화수가 되고 나니 진짜 너무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내 왈, 자기는 '출산 하고 심하게 우울증을 앓거나 하진 않았지만, 지나고 나서 보니 그때 진짜 우울했다'고 했었다. 왠지 나도 비슷한 느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애들하고 투닥투닥(?ㅋㅋㅋ) 하면서 행복하게 지내는 것 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머 현실은 그렇지 않다. 행복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고...
휴직 전에는 나도 집안일이나 육아에 진짜 많이 참여하고 있다고 생각 했고, 주변에서도 그랬다, 하지만 이게 '독박육아'라는 것으로 바뀌니가 참여하던 수준과는 완전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두 아이들에게 항상 신경을 써야 하고 예측하지 못하는 온갖 감정을 다 받아줘야 한다. 예를 들어, "세온아~ 집에 왔으니까 손 씻고 놀자~" 한마디에 갑자기 소리를 지르면서 아무 말도 하지 말라는 그 악을 다 받아줘야 한다는 것. 아직 어리기에 이런 말을 들을 아빠의 기분 따위는 전혀 고려하지 않는 것을 알고 있지만, 아빠이면서 나도 사람인데...ㅠㅠㅠ 저러다 갑자기 혼자 놀다 신나서 웃으면서 나를 부르면 진짜, 대꾸도 하기 싫지만 상처받은(...) 마음을 숨기고 다시 놀아주는... 이런 감정의 기복이 무한 반복 되는게 참... 피곤하다.앞에서도 팀장님 얘길 하긴 했지만(좋은 분...ㅋ), 그냥 비유를 들자면 직장에서 미친 팀장 케어해주는 그런 느낌이다. 아는 형들과 카톡방에서 이런 얘길 했더니 육아휴직 선배 형님이 자기가 느꼈던 감정하고 엄청 비슷하다고 했다. 미친 '팀장' 이니까 화도 못내고 그냥 다시 헤헤 하면 웃어줘야 하고. 나는 기분이 엄청 상해서 바닥을 치고 있는데(때리지도 못하고...ㅋㅋ) 다시 웃으면서 놀이에 참여해야만 하는 그 기분! 그냥, 이러면 웃음도 안나오고 눈물도 안나는데 울고싶은, 그런 심정일 때가 있다.
6. 아기가 아플 때 대신 아프고 싶다.
얼마전 둘째가 장염에 걸렸다. 목요일에 어린이집 끝나고 집에 와서 두유를 조금 남겼는데, 한시간 정도 지나고 찡찡대고 나한테 안겨 있은지 얼마 되지 않아 분수처럼 엄청난 양의 토를 했다. 마주 안고 있어서 서로 옷이 다 젖었다. 이때가 약 5시 정도. 5시 30분이면 첫째 하원하는 곳으로 데리러 가야 하는데 진짜 멘붕이었다. 일단 옷을 벗고 씻기고 있었다. 시계는 5시 15분, 밖에 나갈 준비 해야 하는데 이제야 씻고 있다니ㅠ 그런데 타이밍 좋게 아내가 그날따라 조금 일찍 왔다. 아내가 첫째 데리러 나가고 나는 둘째를 다 씻기고 정리를 했다.
그런데 아내가 첫째 데리고 들어오는 사이에 둘째가 엄청나게 무기력해지면서 갑자기 잠이 들었다. 조금 자고 일어나더니 밥을 조금 줬지만 다시 다 토하고...ㅠㅠㅠ 병원 문도 다 닫아서 앞에 한의원도 다녀오고 했는데, 밤에는 열이 39도를 넘기기까지 했다. 열패치도 다 떨어져서 야간 약국을 찾아서 다녀오고. ㅠㅠ 아침에는 내가 외출을 해야 하는 일이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했다. 다행이 가까이 계신 어머니께서 쉬는 날이라 아침에 애들 둘을 다 봐주시고 점심에는 병원까지 잘 다녀올 수 있었다. 첫째는 할머니 따라 간다고 해서 둘째만 데리고 집에 왔다. 오는 길에 아내랑 통화를 했는데 너무 폭풍같이 지나간 하루도 안되는 그 시간들이 다시 떠오르며 긴장이 풀어졌는지 눈물이 막 나왔다. 길거리에서...
첫째가 생후 17일에 RSV로 신생아중환자실에 입원한 그 날 저녁, 병원에서 긴급 검사 결과 심각한 병은 아니라는 통화를 마치고 나서 차 안에서 진짜 펑펑 울었는데, 그 때 이후로 처음 운 것 같기도 하다. 그냥, 뭔가 안도감도 있고, 전날 저녁 죽어가는 표정으로 잠드는 그 모습이 너무 슬펐다. 대신 아플수도 없는 그런 상황이 답답하기도 하고. 무사히 2-3일 정도에 잘 회복 되긴 했지만, 남은 휴직 기간동안에는 둘째든 첫째든 전혀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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