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스타트업에 계신 대표분을 만났다. 대표는 두분이고 각각 맡은 부분이 있어서 공동대표라고 할 수 있으려나? 아직 이런 구조, 그 회사의 구조에 대해서 정확하게, 또 명확하게 잘은 모르겠지만. '기업이 구조'라는 것도 책에서만 배웠지, 말단 직원(...)급으로 있는 내가 엄청 관심을 갖고 그랬던 것은 아니니깐. 여튼, 어제 짧지만 길었던, 약 2시간 정도의 만남을 통해 엄청나게 뭔가 때려맞은듯한(생각이) 기분이어서, 이걸 좀 남겨보려고 한다.
나는 대학을 졸업하고 어찌어찌하여 대학원 진학, 동시에 인턴 시작. 1년간 인턴을 하며 학업도 병행했고(정말 힘들었...ㅠ), 다음학기는 조교를 하다가 인턴을 했던 회사에서 다시 계약직 생활, 졸업을 하고 나서도 일을 좀 더 하고 계약만료. 그리고 두달 정도 쉬고 지금 회사로 와서 3년 반 넘게 일을 하고 있다. 두 번째 회사생활인거고, 종합하면, 인턴-계약직-무기계약직(...)으로 지내고 있다. 요즘 말도만고 탈도많은(?) 그 무기직. 최근, 다른 회사 정규직으로 경력직 채용에 넣었다가 서류를 탈락했지.ㅋㅋ
대학교를 다니면서 회사에서 일 할 생각이 없었기에(임용고시 보고 선생님 되려고 했음), 취업 준비는 전혀 하지 않았고, 그 흔한 토익점수조차 만들려고 하지 않았다(라고 쓰고 점수는 낮았음ㅋ). 당시, 토익점수에 대한 비판적 분위기(?)가 퍼지면서, 일부 기업에서는 우린 토익 스피킹만 본다.라는 식으로도 얘기하는 것을 학교 채용설명회에서 듣기도 했는데, 토익 스피킹이 뭔지도 막 알아보려고 하지도 않았다. 여튼. 난 취업에 관심이 없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취업보다는 이런 회사생활이 나와 맞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너무나도 틀에박힌 회사생활. (그럼, 교사는 틀에 안박혔나?ㅎㅎ) 그런데 선생님은 항상 아이들과 뭔가, 액티브하게 만나고, 수업을 하고(앞에서 말하는 것을 좋아한다, 내가), 뭐 이런 생활이 나와 정말 맞다고 생각했다. 교생 다녀오고 나서도 더 확신이 들었고. 그러나 높은 임용고시의 벽을 넘지 못했고, 다시 그 시험을 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어찌하다 대학원에...
첫 번째 회사에 다니면서 석사를 마치자마자 오래 사귀었던 여자친구, 지금의 아내와 결혼을 했고, 이직을 하고 아이도 태어났다. 그렇게 나는 진짜 평범한(?) 한국의 보통 남자, 보통 아빠로 살고 있었다. 이때는, 계약직에서 무기직으로 막 전환된 시점이었고, 조건들이 엄청 마음에 들었던 것은 아니지만 일단 가정을 꾸려나가기 위해 안정적인 직장이 필요했으므로 무기직을 하긴 했다. (조건 = 급여(진짜 쪼-끔씩 상승), 승진체계(현재 없음) 등) 그리고 지금까지 4년째, 똑-같은 일을 하고 있다. 물론, 일도 많이 배우고, 조직생활이란 것도 경험하면서 진짜 좋긴 하다. 객관적으로 따졌을때. 그리고 전 회사와 지금의 회사 모두, 전국민이, 뭐 삼성이나 현대처럼 전국민이 아는 그런 곳은 아니어도, 그래도 각각의 분야, 그 업계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말하면 모두가 알만한, 그리고 거의 Top class에 있는 회사다. 그래서 사실 그 업계에서 더 좋은 회사로 이직. 한다는 것이 사실상 어떻게 보면 힘들다. 앞에서 말한, 최근 경력직 이직은 다른분야의 Top class 회사였다.
이런 회사 생활, 맞지 않을 것 같은 회사생활도, 어쩌면 나랑 맞았던 것인지, 아니면 내가 잘해서인지(ㅋ) 그냥 잘 했다. 크게 사고친적...........없고, 평판도 좋았고, 동료들과의 관계도 좋았고(but 또라이는 어디에나 있다!), 뭐 그랬다. 그러나 내가 잘한다고 해서 월급을 많이 주거나 승진을 시켜주거나 하는 건 없었다. 이런건 어쩌면 계약직, 무기계약직이라 그런 것일 수도 있지. 그러나 최근들어, 정확히 말하면 올해 3월, 지금 회사 경력이 만 3년을 채우는 순간부터 조금씩 생각이 달라졌다.
"내가 이 회사를 앞으로도 계속 다녀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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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는... 일단 앞에서 말한 미래의 조건들이 좋지 않다. 회사는 방안을 마련한다고 하지만 수년째 제자리인 것 같다. 아니 제자리다. 거의. 뭐 조금씩 바뀌고는 있지. 그런데, 그렇게 만족할만한 그런 것은 아니다. 물론 정규직 공채 위주의 회사가 이런저런 사회 분위기로 무기직, 또 최근엔 파견직까지 품어야 하는 상황이 되니, 정규직에 대한 역차별 문제 제기되는것, 오케이, 이해 된다. 그런데 나는 그냥 성격상 이러면 그들의 생각, 다 이해 되는데, 내 것도 보장해주고 챙겨달라고 이야기하는 스타일이라기 보단 나와 맞는 새로운 곳을 찾아가는 그런 스타일이다. 문제 회피.......까지는 아니고, 내가 논란의 중심에 있길 싫어한다. 나때문에, 아 나때문은 아니고, 무기직이라는 그 문제(?) 속에 내가 껴 있는 것이 너무 불편하다. 회사에서 일 하면서 다른 사람들과 다 하하호호 잘 지내고 하는데 이런 것으로 인해 감정...앓이? 하는, 그런게 너무 싫다.
또 하나는, 가족과의 시간을 보내는 것...이라고 해야 하나? 아내가 복직을 하면서 회사 가까이 이사를 왔다가(집도 사서 왔었는데...ㅋ) 다시 멀리 이사갔다. 그래서 나는 하루에 100km 왕복 출퇴근을 한다. 처음엔 어느정도 느낌일지 잘 몰랐다. 그런데 진짜 힘들긴하다. 졸릴땐 엄청난 눈꺼풀과의 사투를 벌여야 하고, 뭐 그렇다. 길거리에 버리는 시간도 만만치 않다. 출근은 일부러 새벽에 일찍, 차 하나도 안막힐 때 하고, 그래서 한 50분 정도. 퇴근은... 대학원 수업이 있으면, 학교까지 한 4-50분, 학교에서 집까지도 한 40분. 바로 집으로 갈때는 길이 좀 막혀서 1시간 이상. 1시간 30분까지도. 여기에 기름값까지. 대략 한 30만원 가까이 드는 것 같다. 이러면서 가족과의 시간이 많이 줄어들었다. 아이 돌 즈음까지는 회사-집이 가까워서 항상 끝나고 육아에 동참하고, 같이자고 그랬는데, 이제는 새벽에 내가 나가야하니까 거실에서 혼자자고 그런다. 대학원 수업 다녀오면 자고 있으니까 또 혼자 쉬거나 공부하거나 하고. 아내랑도 이야기 할 시간이 많이 없고. ...ㅎ
그런데, 아는 분 통해서 스타트업 대표분을 소개받았다. 같이 일할 사람을 찾고 있고, 나도 이직을 고려하고, 또 노력하고 있으니까 한번 만나보면 좋겠다는 것. 그래서 날짜를 맞추다가 서로 맞는 시간이 없어서 어제 저녁에 급히 만났다. 카페에서, 호텔에 있는...
첫 인상도 나쁘지 않았고 이야기도 잘 맞는 것 같았다.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이었는데 나도 재미있게 듣고, 그분도 재미있게 들어주신 것 같다. 2시간을 쉴새 없이 이야기했으니, 첫 만남치고 좋은 것 아니었나 싶다. 일을 한다면 해외 출장, 미팅도 많이 있어서 영어 능력도 중요해서 중간에는 영어로도 대화를 했다. ...영어 잘 못한다고, 두 번은 고사했는데, 그러면 그분이 나의 영어실력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한채 채용을 하게 되니(블라인드 채용?ㅋㅋㅋ), 그건 좀 아닌 것 같아서 내가 수락 했다. (내가 뭔데?ㅎ) Okay, let's talk in English. ㅋㅋㅋ 갑자기 시작된 영어 대화. 그분은 외국에서 오래 살다 오셔서 발음이나 이런건 한국인이었지만 매우 분명했다. 나는 그냥 내 말만... 해주신 말씀은 자신감 너무 떨어져 있고, 그건 나에게도 안 좋은 것이니 자신감 가지라고, 세컨랭기지인거 안다고. 그리고 이건 영어 외적(?)인 건데, 영어로 대화하기로 해놓고선 왜 혼자 말하냐고.ㅎㅎㅎ 관계를 쌓는 과정인데. ㅋㅋ... 회사 영어인터뷰에서 질문 적게 받으려고 혼자 막 말하는 전략이 나도 모르게 나온 것 같다. 인터뷰 때는 한정된 시간에, 내가 말을 많이 하면 질문을 적게 받아서 새로운 돌발 질문을 덜 받을 수 있으니까...^^
몇가지 놀란 점은, 일단 스타트업의 현실(?)에 대해 이렇게 바로 직접 대표분께 듣고 보니 뭔가 엄청나게 더 와닿았다는 것이다. 우리회사 어려워요, 뭐 이런게 아니다. 막 회사가 어려워보이고 그런건 전혀 아니었고, 리스크가 크다는 것? 일단 내가 봤을 때는 좋은 회사고, 앞으로 미래에도 발전 가능성이 높은 회사 같은데, 이게 작은 신생 기업, 스타트업이다 보니 그분 말로는 회사가 망할수도 있는 것이라고(물론 망할 것 같지는 않다고 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내가 일해왔던 스타일을 완전 다 바꾸는 것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인생(?)까지 바꿔야 하는 것일 수 있다고, 나에게. 무슨 의미냐면, 나는 지금까지 큰 회사에서만 9-6시 근무. 뭐 유연근무제 써서 8-5시, 지금은 7-4시 근무도 하고 있지만, 이런 게 아니다, 그 회사는. 일주일에 한 번만 출근하면 되고 나머지는 재택근무. 일주일에 하루만 일하는 게 아니라 하루만 회사에서 일하는 것이다. 정해진, 주어진 일만 하면 되는 것. 물론 잘 해야겠지. 물론 월급이 당장은 지금보다 더 줄어들긴 한다. 그러나 근무형태나 뭐 이런걸 비교했을 때 그렇게 나쁘진 않은 조건.
그리고 또 하나 관련해서 놀란 것은, 그분의 마인드는 나와 정말 완전히 다르다는 것. totally different. 그래서 내가 그랬다. 저는 일주일에 한번만 출근하라고 해도 5일 다 출근할 것 같아요.^^ 그랬는데, 그분이 그러지 말라고 했다. ... 일반적인? 내가 겪어본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아~ 네, 뭐 그러셔도 상관 없어요. 네, 그러세요~. 정도의 대답을 기대했는데 그러지 말라니. 아니, 회사에 오겠다는데 회사에 오지 말라는 것은 무엇인가...ㅠㅋㅋㅋ 대표님은 출퇴근 시간이 너무 아깝다는 것이다. 그 시간에 생산적인 일을 훨씬 더 많이 할 수 있다고. 일주일에 한번 만나는 것도, 그래도 일을 하면 꼭 만나서 해야 하는 것들이 있으니 일주일에 한번은 점검하는 것 같고, 대부분의 일은 집에서 편하게 하는 것 같았다.
뭐, 이런 대화들을 약 2시간 정도 하면서 엄청 많은 것을 느꼈다. 실제 관심있는 업계의 대표분을 1:1로 만나서 이렇게 이야기 한다는 것 자체도 너무 좋았고, 또 스타트업에서 일하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전제로 깔고 만나서, 나도 좀 더 새로운, 심각한? 마음으로 이야기를 나눴고... 새로운 삶을 살아야 할 수도 있는 일에 과연 뛰어들 수 있을지 하는 고민도 깊이 하게됐다. 어제 아내가 그랬다, 이런 이야기를 하고 나니, 내가 만약 결혼도 안하고 혼자였으면 했겠지만, 결혼도 하고 아기도 있으니까 쉽게 결정하긴 힘들거라고. (아내도 막 반대하거나 그런 것은 아닌데 그렇다고 확신을 갖고 해! 라고 말하기도 어려운 그런 상황. 우리 둘 다 이런 일을 해본 적이 없으니까...) 대표님이 그랬는데, 일을 진짜 잘 못해서 어쩌면 한달만에 자기는 나를 자를수도 있는거라고. 그런데 이런 것은 나에게 더 큰 리스크지 본인은 사람을 새로 찾으면 된다고 했다. (이런 얘기 영어로 했음...ㅠㅋㅋㅋ) 이렇게 생각하면 진짜, 1년 계약직.이라는 게 진짜 좋은거다. ...ㅎ 여튼, 그렇다. 지금 내가 회사, 무기직이어도 정년 보장 되어 있고(물론 정년까지 일 할 생각은...), 일을 잘하건 못하건 월급 나오고 그런다. (어제 마침 월급날ㅋ) 그런데 나는 일을 항상, 그래도 잘 하려고 노력한다.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는 것 같아서 짜증도 났는데, 그냥 요즘은 신경 끄고 산다. I don't care what she do. 라고 얘기했음, 어제.ㅎ 내가 월급 주는 것도 아닌데...
솔직히 좀 겁이 나는 것도 사실이다. 영어로 일을 주로 해야 한다는 것도 살짝, 아니 조금 많이 자신감도 없고(해본 적이 없으니 잘 할 수 있을지 없을지도 내 스스로도 모르겠고ㅠ 나도 답답...ㅠㅋ), 뭔가 안정적인 일도 아니니까... 이런거 보면 진짜 대기업, 큰 회사들이...참 뭔가 웃긴다. 지금 나의 상황에서는, 안정적으로 일하는 대신 포기하는 것들이 너무 많다. 다 앞에서 이야기 했던 것들. 출퇴근 시간, 기름값, 가족과의 시간 등등. 또 뭔가 자유롭지도 못하다. 출퇴근 카드도 찍어야 하고, 회사 컴퓨터는 보안이 다 걸려 있어서 패스워드 입력해야 하고, 인터넷 싸이트 어디는 막혀있고, 외부에서 대가성이 있는 강의 요청이 들어오면 감사실에 신고 해야 하고, 또 강의 시간만큼 대체근무도 해야 하고(...욕나올 정도로 제약이 많음). 난, 이런게 싫다. 그래서 10, 11월에도 강의 3개 있는데, 시외버스타고, KTX타고 가야할만큼 멀리 있는데 그냥 출장비만 받고 강의비는 안받는다고 했다. 받으면 추가 근무 해야 하니까... 그런데, 이런 모든 불편함들이 '안정적인 직장'에 다닐 수 있게 해주는 뭔가 그런 보증장치? 적당한 비유인가? 여튼. 뭐 그런거다. trade off가 다 있는 거다. high risk high return, low risk low return처럼, 스타트업 다니고 하면 이것저것 다 자유롭고 월급도 더 잘 오를 수 있고 그런건데 잘릴수도, 또 망할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다녔던 큰 회사 다니면, 이것저것 제약도 많고 월급도 한정적이긴 한데 회사가 잘 버텨주니 적당히 걱정 않고 잘 다닐 수 있는 것이다. 만화 '미생'에 나왔던 것처럼 대기업빨이 있는 거다. 근데, 참...웃긴다. 내가 뭔데 또 회사 이름 박혀있는 명함 내밀면 진짜 다른 회사에 그래도 높은 분들이 또 막 인사하고... 이런것들도...ㅎㅎ 또, 회사 밖은 어쩌면 전쟁터인데, 내가 그 전쟁터를 못봐서 지금 이런 고민 하는건가? 전쟁터에 나갈까 말까?...ㅋ
안정적인 삶을 살 것인가, 도전적인 삶을 살 것인가. 휴... 몇 가지 생각이 났다. 나는 뭔가 주식투자 성향 이런거 하면 항상 '위험추구형'이 나온다는 것. 그리고 성경말씀.
"오늘 있다가 내일 아궁이에 던져지는 들풀도 하나님이 이렇게 입히시거든 하물며 너희일까보냐 믿음이 작은 자들아
그러므로 염려하여 이르기를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하지 말라"
(마태복음 6장 30-31절)
어떤 삶을 살아야 할까, 고민된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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