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의 상징이 되어버린 것 같은 마리나베이샌즈호텔. 이 호텔과 함께 병풍처럼 둘러져 있는 높은 빌딩들은 정말 멋있었다. 낮에 보는 모습도 멋있었는데 해가 지면서 야경이 서서히 눈에 들어오는데 이것 역시 정말 멋있었다. 마리나베이를 따라 걷는데 10발자국 걸을 때마다 보이는 풍경이 계속해서 달라 보였다. 마리나베이샌즈호텔, 플라이어, 아트사이언스박물관이 겹치는 모습들이 계속해서 새롭게만 보였고, 반대편에 있는 머라이언까지 갔을 때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뭔가 미래도시에 온 것만 같은 싱가포르의 다운타운 모습이다.
아침에 일어나니 어제 보낸 메일에 답장이 와 있었다. 자기는 싱가포르에 21개 호텔을 갖고 있는데 조금 더 구체적인 정보를 달라는 거였다. 그래서 다시 답을 했다. 영어 메일로 인한 강제 토익 공부... 이런 식으로만 토익 공부하면 점수 잘 나올 수 있을 것 같기도 한데ㅎㅎㅎ
아침은 토스트와 시리얼, 커피였다. 많이 먹고 다시 방으로... 독일 커플에게 어제 어디에 다녀왔는지 물으니 아랍스트릿과 머라이언파크에 다녀왔는데, 아랍스트릿에는 예쁜 것들 많이 있어서 좋았고 머라이언파크는 단순히 콘크리트라며 그건 파크가 아니라고 했다. 오늘 뭐 할건지 물어보니 지도에서 초록색 공원을 가리키며 여기에 가서 트래킹을 한다고 했다. 음, 얘네들에게 파크는 풀과 나무가 있는 곳을 공원이라고 부르는 것 같았다.
또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서로의 여행에 대해서도 말하게 됐는데, 이 커플은 작년에 시작해서 올해 3월 정도에 끝나는 12주의 여행일정을 갖고 있었다. 뭐하는지 물어보니 여자는 대학원을 다니고 남자는 7년을 일 했는데 회사에서 3개월 off를 줬다고 했다. 헐. 문화충격. 그래서 우리의 7주 정도의 일정도 말했더니 어떻게 이런 시간을 만들었냐고 해서 우리 둘 다 일 그만뒀다고 하니 남자가 잘 못 알아들으면서 정말 일을 그만 뒀냐고 재차 물어봤다. 아마 얘도 좀 문화충격을 받은 듯 했다. 우리는 “야, 독일 사람은 7년 일하고 3개월 휴가 받았대. 짱이지 않냐?” 독일애는 “야, 한국 사람은 두 달 여행하려고 부부가 일을 그만 뒀대. 말이 되냐?”
독일 커플이 나가고 우리는 다시 일정에 대해 고민했다. 메일이 왔는데 가능하다고 해서 아고다에 정식으로 요청한다고 했다. 그래서 그래달라고 했다. 일단 호텔 측으로부터는 승인이 났으니 거의 된 거나 마찬가지였지만 비행기표 예약은 하지 않았다. 뭔가 일이 진행되고 있는 것 같아서 밖으로 나갔다.
독일 커플이 추천한 아랍스트릿에 갔는데, 큰 무슬림 사원이 있고 이쪽 동네는 무슬림들이 좀 사는 곳 같았다. 요새 가뜩이나 뭔가 무서운데 이 동네는 좀 신기하긴 했지만 무섭기도 했다. 점심때라 그런지 몇몇 가게에는 줄을 서서 사람들이 밥을 먹었지만 우리는 별로 땡기지 않아 그냥 구경만 하면서 갔다. 사진도 찍고 하는데 어제 잘린 머리 때문에 여간 신경이 쓰였다. 아내에게 숙소에 다시 가서 선글라스를 가지고 나오자고 해서 20분 거리를 걸어 숙소로 다시 갔다.
선글라스를 쓰니 뭔가 좀 나아 보였다. 원빈은 머리를 잘라도 원빈인데, 나는 머리를 자리니 완전 이상한 사람이 되 버린 것 같았다.ㅠ 마리나베이 쪽으로 걸어가면서 빌딩 숲 속으로 들어갔다. 분수가 나오는 곳 뒤에서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고 있어서 우리가 찍어주고 우리도 사진을 부탁했다. 그러다 너무 더워서 건물 안으로 들어갔는데 쇼핑몰이었더. 크게 관심은 없었고 지하에 푸드코트를 돌아봤다. 역시 뭐 땡기는건... 더워서 그런가... 그래도 밥은 먹어야 하니 토스트박스에서 면 종류 세트메뉴를 시켰는데 카레면이 나왔다. 엄청 맛없지는 않았지만 딱히 맛있지도 않은 맛이었다. 그리고 쌀 뜬 물 같은 것도 컵에 담아줬는데 이것도 뭐...
빌딩을 조금 구경하면서 다른 빌딩으로 옮겨갔는데 호텔이었다. 높은 층까지 가는 엘리베이터가 보여서 타보려고 했는데 방 키가 없으면 층수를 누를 수 없게 되어 있었다. 그래서 그냥 4층까지만 가 보았는데 수영장이 있었다. 이 호텔에 머무르지 않아도 그냥 들어오면 될 것 같았지만 수영복을 입지 않아서 그냥 갔다.
여기저기 구경하다보니 플라이어 앞으로 가게 되었고 아내와 고민을 하다가 저녁에 타기로 하고 표를 미리 사 놓았다. 그리고 앞으로 보이는 마리나베이샌즈. 정말 멋있었다. 이곳에서 한 밤 자려고 하다가 너무 비싸서 포기했는데, 다음엔 꼭 와서 머물러보기로 하고 주변을 구경했다. 다리를 건너 더 샵스로 들어갔다. 방콕에서 많이 보던 쇼핑몰과 크게 다르진 않았지만 그래도 쭉 돌아다니면서 구경을 했다. 공차 한 잔 사서 마시고 토스트박스 가서 Kopi C도 마셔봤다. 커피에 연유 비슷한 것을 넣어준 것 같은데 맛없지는 않았다. 그리고 푸드코트에 가서 야채랑 고기 등등을 선택해서 볶아주는 메뉴를 먹었는데, 조금만 맵게 해 달라고 했는데 완전 엄청 매웠다. 밥이랑 겨우 다 먹고 음료수까지 사셔 마셨다.
밖으로 나오니 해가 지고 있었고 야경이 드러나고 있었는데 낮에 보던 모습과는 또 달랐다. 서울 야경 뺨치는 모습이었다. 마리나베이를 따라 쭉 걸어서 머라이언까지 갔다. 반대편을 보는데 더 샵스 앞에서 분수쇼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멀리서 구경하면서 돌아가 우리는 플라이어까지 갔다.
표 사는 사람이 많을까봐 미리 사 놓은 것이었는데 줄을 서서 살 정도는 아니었다. 타는 곳으로 올라가는데 공항에서 X레이 짐 검사 하는 것처럼 하고 있어서 나는 설정인줄 알았는데 정말로 검사하는 것이었다. 타러 가는 길에는 플라이어가 만들어지는 과정부터 안전성(?)에 대한 것들을 영상으로 보여주는 곳이 있었는데 이것만 해도 상당히 재미있었다. 줄을 서서 플라이어에 탔는데 우리는 중국사람들과 같이 타게 되었다. ... 진짜 엄청 시끄러워서 소리지르고 싶었다.
플라이어는 매우 천천히 움직였고 총 30분 정도 탔다. 밖에서 보는 야경이랑 뭐가 다를까 했지만 뭐가 다르긴 달랐다. 높이 올라와서 보는 모습이 좀 더 시원하고 멋있어 보였다. 다만 시끄러운 중국 사람들 때문에 중간에 짜증나던 때가 엄청 많았다는 것만 빼면 다 괜찮았다. 어느덧 바닥으로 내려와서 플라이어에서 내렸다. 직원에게 중국사람들 엄청 시끄럽다고 이르면서 나왔다.ㅎㅎㅎ
숙소까지 전철이 한 정거장이라서 애매해서 그냥 걸어가기로 했는데 거리가 꽤 됐다. 가는 길에 맥도날드에 들려서 애플파이랑 감자튀김도 먹고 편의점에서는 오렌지주스도 마셨다. 힘들어서 앉았다가 가기도 하면서 다음부터는 한 정거장이라도 무조건 전철을 타기로 했다. 겨우겨우 숙소에 도착.
메일을 확인했는데 아고다에서도 확정 메일이 와 있었다. 그럼 우리는 이제 여기서는 예약해 놓은 하루는 버리고 싱가포르에서 하루 일찍 출국해서 홍콩을 다녀오는 일정으로 변경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런데 너무 피곤해서 홍콩으로 가는 표는 예약하지 않고 그냥 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