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불교는 아니지만 불교국가인 태국을 여행하면서 느끼는 것이 참 많았다. 그 중 한 개가 바로 ‘타이스마일’이라고 부르는 미소였다. 태국 여행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태국인들의 미소는 나 역시 살며시 미소를 따라 짓게 만들었다.
푸켓에서 가장 큰 불상인 빅부다를 찾아가서 느낀 것도 바로 이 미소였다. 약간은 통통한 듯 보이는 빅부다의 얼굴에 알 수 없는 신비롭고 부드러운 미소는 계속해서 쳐다봐도 질리지 않았다. 사실 빅부다 말고도 쉽게 볼 수 있는 불상들은 살포시 미소를 품고 있긴 하다. 음... 불심이 깊은 태국인들이 미소를 쉽게 짓는 것은 어쩌면 불상을 바라보며 그 미소를 닮은 것 아닐까?
내일 싱가포르로 가는 날이니 오늘이 푸켓에서의 즐길 수 있는 마지막 날이다. 그러나 특별히 할 게 없는 날이기도 하고... 숙소에서 여유를 부리면서 싱가포르에 대한 정보도 찾아보고 베트남으로 다시 들어갈 것에 대한 것도 찾아보다가 우연찮게 베트남 비자법이 올해부터 새롭게 바뀌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헐!!!
원래는 15일 무비자 입국에 비자클리어도 쉽게 가능했는데, 올해 1월 1일부터는 15일 무비자 입국 후 30일 이내에는 15일 무비자 입국이 불가능하고 꼭 비자를 받아야만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우리의 베트남 재입국 예정 날짜는 29일차, 이틀이 부족했다. 헐... 완전 멘붕이었다. 여행 루트 짜면서 다른 나라들에 대한 비자 정보는 다 찾아봤으면서 예전에 가봤던 베트남이라고 너무 공부를 안 한 게 문제였다. 정보는 작년 11월부터 많이 돌았던 것 같은데...
비행기표는 이미 예약이 되어 있었고 취소는 되지 않았다. 변경하는데에는 예약하는 것만큼의 수수료가 들었다. 비자 발급 비용은 도착비자 대행 사이트와 동생을 통해 베트남 대사관으로 전화해서 물어본 결과 30만 원 이상 들었다. 이걸 어쩐담... 입국 거부 된 사례도 있다고 하면서 인터넷 여행자 사이트에서도 이 문제로 완전 혼란을 겪고 있는 것 같았다. 나도 완전 초 멘붕... 아내와 상의를 하며 차라리 다른 나라로 갔다가 베트남으로 돌아올지 싱가포르에 며칠 더 있을지는 고민해보기로 했다. 일단 나가기로 하고...
숙소에 있는 오토바이 빌리는 곳에서 24시간 렌트를 했다. 여기는 기름 체크는 안했지만 기름이 거의 없었다. 왠지 남은 기름은 뽑아서 기름병에 채워 파는 것 같았다. 가는 길에 택시 예약을 하려고 정류장으로 갔는데 얘가 전화를 해 보더니 아침시간이라서 900밧을 줘야 한다고 했다. 어이가 없어서 엊그제 네가 600밧이라고 했다 하니까 너무 이른 시간에는 택시 기사들이 모두 자서 비싸다고 한다. 헐... 그냥 말기로 하고 나왔다. 그냥 투어 했던 곳에서 하기로 하고... 기름을 넣고 산을 넘어 올드타운 가기 전에 있는 센트럴 쇼핑몰로 갔다. 쇼핑몰, 방콕에서 엄청 봤던 쇼핑몰이라 특별히 볼 건 없었고 점심을 먹었다. 아내는 순두부찌개, 나는 소고기구이 런치세트. 맛있게 잘 먹고 바로 나왔다.
올드타운을 또 갈까 했지만 시간이 애매해서 바로 남쪽으로 방향을 틀어서 왓찰롱와 빅부다를 보기로 했다. 왓은 아마 사원 앞에 붙으니 비슷한 뜻일 것 같고, 찰롱은 왠지 동네 이름 같았다. 명동성당 뭐 이런 식인 듯? 푸켓에서 제일 크다고 하는 왓 찰롱, 사원을 구경하는 것은 무료였고 건물 안으로 들어갈 때 아내는 다리를 가려야 했다. 스카프를 빌려서 3층으로 가서 사원 정상까지 올라갔다. 그리 높지 않은 높이였지만 그래도 어딘가에 올라와서 경치를 본다는 것은 항상 재미있는 일 같다.
왓찰롱을 나와 빅부다로 가는 입구에서 음료수를 사먹었다. 오늘도 찌는 듯한 더위다. 오늘은 목이 타지 않게 손수건으로 목을 둘렀는데 참 잘한 것 같다. 빅부다로 오르는 산길은 매우 시원했다. 저 높이 보이는 빅부다. 산 정상까지 오토바이를 몰아 올라갔다. 역시, 오토바이는 산길이 재미있다. 중간에 코끼리 트래킹 하는 곳도 있었는데 아기 코끼리 다리가 쇠사슬에 묶여 있는 것은 몹시 불쌍해 보였다.
어느덧 산 정상에 올라 빅부다에 도착했다. 이곳에서도 아내는 스카프를 빌려 조금 더 올라갔고, 뒤통수만 보이던 빅부다의 귀여운 얼굴(?)을 드디어 볼 수 있었다. 내부에선 계속 불경 읽는 소리가 들렸는데 중간중간 운율을 넣는 게 너무 재미있었다. 와라디~ 와라와~ 림 차! 림 차! 뭐 이런 식이었는데 빅부다 주차장부터 떠날 때까지 계속 듣다보니 상당히 중독성이 강했다.
빅부다 아래쪽은 리모델링이 한창이었다. 문구를 적은 돌들과 종을 많이 팔고 있었는데 거의 관광수입으로 리모델링 하는 것 같았다. 크게 넓지 않아 금방 구경할 수 있었고, 내려가기 전에 푸켓 시내와 바다도 좀 구경했다. 저 멀리 섬들까지, 아마 라차섬까지 보이는 것 같았는데 경치가 정말 좋았다.
내리막길이 계속이라서 조심조심 오토바이 브레이크를 잡으며 내려왔다. 거의 다 내려와서는 머리를 깎으려고 미용실에 들어갔는데 미리 예약된 서양분이 오셔서 나는 깎지 못했다. 음료수를 다시 한 잔 들이키고 산을 넘어 카론비치로 갔다. 발만 담그고 놀고 있었는데 파도가 너무 세서 바지가 젖었다. 이곳에서는 비키니 상의를 입지 않은 사람은 볼 수 없었다. ...ㅠ
숙소로 돌아와 오토바이는 더 이상 탈 일이 없을 것 같아서 반납하고 저녁을 먹으러 갔다. 가는 길에는 투어를 신청했던 곳에서 택시를 예약했다. 700밧으로. 처음 주문받는 아주머니가 뭔가 잘 몰라서 650밧으로 했는데, 우리 투어를 담당했던 직원이 오더니 750밧으로 다시 정정해버렸다. 우리가 좀 망설여하자 700밧으로 그냥 해줘서 어쩔 수 없이 예약을 했다. 다시 정실론으로 갔는데 딱히 엄청 땡기는 게 없어서 케밥 한 개만 먹고 빅씨 구경하다가 반잔시장에서 팬케이크를 먹었다. 코코넛빵은 아쉽게도 영업 종료.
정실론을 구경하다가 닥터피시가 엄청 저렴해서 한 번 받아보기로 했다. 아내는 무서워서 안하고 나만 해 보기로. 발밑에 각질이 정말 다 없어지나 실험해 볼 좋은 기회였다. 나도 좀 떨렸지만 용감하게 발을 내렸는데 으악. 느낌이 정말 죽여줬다. 이게 간지러우면서도 아픈 것 같기도 하지만 엄청 아프지는 않고, 정말 뭔지 모르겠는 느낌. 누가 만진다고 생각하면 그냥 그렇게 알겠는데, 물고기가 내 발을 먹고 있다고 생각하니 뭔가 느낌이 정말 묘했다. 처음 5분 정도는 진짜 적응 안 되다가 나중에는 적응이 돼서 괜찮았는데, 생각해보니 이게 약간 전기 감전되는 그런 느낌이었다.
아내는 마지막으로 얼굴 마사지를 받아보기로 했다. 내가 쿨하게 얼굴 마사지를 허락해주자 마사지를 받기도 전에 아내는 얼굴이 활짝 피었다. 반신반의 하며 마사지샵에 들어가서 돈을 내자 어느 샌가 안으로 들어가 버리고 없어졌다. 나에게는 남은 돈으로 기념품을 사 놓으라는 지령만이 주어졌다.
처음엔 입구에 앉아서 마사지사들이랑 떠들면서 한국어도 알려주고 그랬는데 별로 재미가 없어서 그냥 나왔다. 빅씨 구경하고 무슨 기념품을 살까 하다가 스타벅스 컵을 또 샀다. 이번엔 작은 것으로. 푸켓 작은 컵. 문을 닫고 있는 정실론을 방황하다가 11시가 다 되어 얼굴마사지가 끝난 아내를 데리러갔다.
마사지를 받고 나온 아내의 만족도는 최상이었다. 카오산로드에서 받은 것 보다 더 좋은 것 같다면서 난리다. 얼굴을 한 번 만져봤는데 깜짝 놀라긴 했다. 정말 뭔가 달라져 있었다. 엄청 부드럽고 뽀송뽀송한 아내의 얼굴. 다시 한 번 아기피부가 되어 있었다. 역시, 뭔가 다르긴 다르구나...
숙소에 와서는 짐을 쌌다. 점점 많아지는 것 같지만 야무지게 잘 싸는 기술도 점점 늘어나는 것 같았다. 짐을 싸면서는 아내와 베트남 비자 문제는 홍콩을 대신 다녀오는 것으로 해 볼까 하는 얘기도 했지만 결정은 못했다. 아, 참 어렵다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