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야기/필수교양 통일

통일을 준비하며 북한의 과거를 알고 기도하기

inhovation 2018. 12. 11. 23:30

나는 7년을 연애했다. 그리고 다행히 결혼도 해서 이제 3년차로 접어들었다. 7년을 만나봤으니 나는 아내의 ‘거의’ 모든 것을 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현실은 그게 아니었다. 같이 살아본 적 없는 우리는 서로의 작은 습관 하나부터 다시 맞춰가야만 했다. 연애할 때는 정말 잘 맞았는데 20년 넘는 각자의 생활 방식을 가지고 한집에서 다시 만나보니 이가 맞지 않는 톱니바퀴처럼 종종 틀어지기 일쑤였다. 이런 이야기는 다 할 수도 없어서 이런 찬양의 가사도 있지 않은가. 하늘을 두루마리 삼고 바다를 먹물 삼아도 다 기록할 수 없겠네.


북한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기 위해 잠시 결혼 이야기를 한 것은 바로 통일도 이와 비슷할 것이란 생각 때문이다. 각자 다른 삶을 살아온 두 남녀가 만났을 때에도 맞춰갈 것이 한 두 개가 아니다. 그런데 반세기 넘게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두 나라가 ‘통일’을 한다? 이건 정말 어마어마한 일이 벌어질 것이다. 완전히 다른 정치체제와 경제논리, 문화의 차이, 이런 것들을 우리는 얼마나 이해하고 어떤 부분까지 받아들일 수 있을까. 통일을 위해 기도한다고 하지만 조금만 더 깊이 생각해 보면 이게 기도‘만’ 한다고 다 될 일은 아니다.


우리나라와 유일하게 국경을 접하고 있는 북한. 너무나 익숙하면서도 모르는 것이 많은 나라이다. 각자의 체제 우월성을 앞세운 이념 갈등만 남아있는 지금 상황에서 북한의 어떤 점이 우리와 다른지를 아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북한은 미국을 왜 그렇게 싫어하는지 또는 지금까지 왜 이렇게 가난한지에 대해 우리는 지금 결과로 나타나는 현상만 알고 있는 것이 거의 전부는 아닌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미국. 한국전쟁, 남북전쟁이라고 하지만 이것은 단순히 남한과 북한의 전쟁이 아니었다. 한반도를 둘러싸고 이해관계가 엮인 수많은 나라들이 참전했다. 특히 미국은 남측의 편에서 북한에 끊임없이 공격을 감행했다.


 “전쟁 초기부터 제공권을 장악한 미군은 1950년 6월 29일부터 휴전 발효 1분 전까지 끊임없이 공습을 했다. 전쟁 기간에 이북 지역에 투하된 폭탄은 총 47만 6천 톤이었다. 이것은 태평양전쟁 기간인 3년 8개월 동안 각 나라에 투하한 폭탄량과 맞먹으며, 2차 세계 대전 기간에 독일에 투하한 폭탄 수를 훨씬 초과하는 양이었다.” (그림과 사진으로 읽는 북한 현대사, p.93)


감이 잘 오진 않지만 북한의 도시와 산업시설 대부분이 바둑판식으로 거의 다 파괴됐다고 보면 된다. 인민(민간인) 40만 명, 인민군 52만 명 등 전쟁 중 사망한 이북 사람들은 약 100만 명(전체 인구의 10% 이상)에 달했다. 쉽게 생각해서 내가 아는 사람 10명 중 1명이 목숨을 잃은 것이다. 남침을 감행한 북한이지만 전쟁(미군)으로 인한 피해는 피해갈 수 없었다. 이후 미국의 계속되는 대북 고립 정책으로 인해 북한은 미국을 결코 좋은 시선으로 볼 수 없게 되었다.


가난. 사실 북한은 196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남한보다 잘 살았다. 그러나 미군의 보호를 받는 남한과 달리 국방비의 자력 조달 부담과 소련과 중국의 대립 속에 주체를 강조하며 소련으로부터의 원조를 줄일 수밖에 없었던 북한의 경제성장은 벽에 부딪혔다. 이후 1990년대 소련과 동구권 사회주의의 붕괴, 대홍수와 심각한 가뭄 등은 경제에 엄청난 타격을 입혔다. 산업시설 중단이 잇따르며 배급제가 원활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런 상황이 지금까지 수십 년 간 이어져온 것이다.


간략하게나마 ‘역사 이야기’로 꼭지를 시작한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 ‘무언가를 알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그것의 역사를 알아야 한다’는 개인적인 생각 때문이다. 기독교를 알기 위해서는 성경(=역사)을 알아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기도만 한다고 해서 알 수는 없다. 또한 비슷한 맥락에서, 다시 결혼 이야기를 하면, 아내와 소소한 다툼이 잦아들고 서로 이해하며 살 수 있게 된 것은 각자의 과거(=역사)를 알고 난 이후인 것 같다. 시나브로 서로가 살아온 삶의 과정과 경험 등을 알고 난 후에야 한 발 물러서서 서로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통일. 당신은 무엇을 기대하며 기도하는가. 이젠 북한을 위한 기본적이지만 막연한 기도에서 시야를 조금 넓힐 필요가 있다. 통일이라는 ‘이벤트’ 전에 우리와 뿌리는 같지만 한편으로는 다른 북한의 역사를 알아야 한다. 북한에 대한 정확하고 포괄적인 이해가 필요하다. 그러고 나서 우리는 기도해야 한다. 통일 전에, 통일 후에 남북이 서로를 이해하고 함께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21세기의 동반자’가 될 북한을 위해 기도한다고 할 때 그들의 과거를 알기 위한 노력도 함께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꼭지명: 기독청년의 필수교양, 통일

제목: 북한의 과거를 알고 기도하기


2016년 4월 @QT Zine(Young20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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