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야기/필수교양 통일

통일은 언제 시작될까

inhovation 2018. 12. 16. 23:30

북한학을 공부한다고 할 때 사람들이 나에게 꼭 던졌던 질문이 있다. “통일은 언제 될 것 같아?” ... 사실 이 말을 들으면 진짜 뭐라고 답하기 애매하다. 마치 신학생에게 “예수님은 언제 다시 오셔?”랑 비슷한 질문이다. 그래도 대답은 해야 하니까 “잘은 모르겠지만 곧 되지 않을까요?”라고 답하곤 했다. 그러면 사람들의 대답이 두 종류로 갈린다. 자기도 그렇게 생각한다는 사람과 과연 그럴지 의문을 갖는 사람.


재미있는 것은 더 깊은 대화를 나누며 ‘통일’이 뭐라고 생각하는지 물어보면 사람들마다 생각이 다르다는 것이다. 누군가는 남북이 정치와 경제에서 하나의 체제를 갖는 것을 통일로 본다. 어떤 사람은 국제사회에서 공식적으로 하나의 국가로 인정을 받아야 통일이 된 것이라 답하는 사람도 있다. 이외에도 우리가 통일의 기준을 무엇으로 보느냐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통일’을 정의할 수 있다.


‘통일’이라는 단어의 사전적 정의도 “나누어진 것들을 합쳐서 하나의 조직·체계 아래로 모이게 함”이다. 사람들이 각자 생각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는 않아 보인다. 그러나 ‘어떤’ 나누어진 것들을 합칠 것인지, 그리고 ‘어떻게’ 하나로 모이게 할 것인지는 쉽지 않은 문제다. 남북이 서로 지속적으로 교류하지만 남북연방제와 같은 형태는 통일이라고 할 수 있을까? 혹은 남과 북이 제도적으로 하나가 되고 국제적으로도 한 국가로 인정받았지만 차별이 존재하고 교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이처럼 ‘온전한 통일’이 되기까지는 충족되어야 할 조건과 넘어야 할 산도 많다.


그렇다면 우리는 ‘통일’이라는 것을 어떤 개념으로 인식해야 할까. 먼저 통일이라는 것을 이벤트가 아니라 과정의 개념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 물론 전체적인 과정 중에서 특별한 이벤트가 하나하나씩 발생할 수는 있다. 꼭지를 처음 시작하며 결혼 이야기를 했는데 다시 한 번 더 통일을 연애와 결혼에 비유해 설명하자면 이렇다. (괄호 속 단어는 대학원에서 배운 통일의 7단계이다.)


우리는 본격적인 연애를 시작하기 전 썸남썸녀를 가볍게 만나기 시작(①접촉의 확대)한다. 그러다 정식으로 사귀기로 약속(②관계 정상화)하고, 매일 전화하기 같은 간단한 연애 규칙(③관계 제도화)도 만든다. 그러다 어느 순간 서로가 없어서는 안 되는 관계(④상호의존 심화)가 된다. 여기부터는 결혼 비유와 꼭 들어맞지는 않지만 억지로 끼워 맞춰 보자면, 그리고 함께 살다가(⑤공동체 구축), 혼인신고도 하고(⑥제도적 통합), 결혼(⑦통일)까지 하는 것이다. 물론 남녀관계에 있어서는 7, 6, 5단계 순이 일반적이다. 통일 역시 7단계 이후 지속적인 전단계의 완성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언젠가 7단계가 오긴 하겠지만 지금 남과 북은 어디쯤 왔을까? 위 단계에 맞춰 본다면 아쉽게도 ‘6·15 남북공동선언’을 통한 ②관계 정상화,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과 같은 ③관계 제도화까지 넘었지만, 남북관계 악화로 금강산 관광 중단, 개성공단을 제외한 남북교류 전면 중단, 그리고 최근 개성공단 폐쇄까지 남북은 다시 1단계부터 시작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이런 암울한 상황들을 보면 통일은 곧 되긴 하는 것일까.


잠시 출애굽기 이야기를 하며 이번 글, 그리고 본 꼭지를 마무리 하려 한다. 출애굽은 언제 시작됐다고 볼 수 있을까? 성경적으로 다양한 관점이 있을 수 있겠다. 문자 그대로 애굽을 나온 시점이 출애굽이라고 본다면 출애굽기를 꽤 읽어야 이 시점이 나온다. “이스라엘 자손이 라암셋을 떠나서 숙곳에 이르니...”(출 12:37) 그런데 출애굽 했다고 할 법한 이 시점 이후에도 바로의 군대가 쫓아와 큰 위기를 겪었으니 이것도 사실상 완전한 탈출은 아니라고 볼 수도 있겠다.


출애굽기는 이스라엘 자손이 학대받는 이야기(1장)로 시작하여 모세의 탄생과 피신(2장)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3장에 이르러서야 하나님께서는 모세를 부르신다. “여호와께서 그가 보려고 돌이켜 오는 것을 보신지라 하나님이 떨기나무 가운데서 그를 불러 이르시되 모세야 모세야 하시매 그가 이르되 내가 여기 있나이다”(출 3:4) 개인적으로 출애굽의 시작은 이때가 아닌가 싶다. 하나님께서 모세를 부르시고 모세가 하나님께 대답하는 바로 이 순간.


사람들이 나에게 그렇게도 물어봤던 통일이 언제 될지에 대한 대답을 나는 출애굽기에서 찾았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통일이란 이벤트가 아니라 과정으로 보아야 한다. 그렇다면 통일은 언제 되는 것일까? 바로 출애굽의 역사를 이루신 하나님이 모세를 부르신 바로 그 순간이 출애굽의 시작인 것처럼, 통일을 위해 하나님께서 우리를 부르시고 우리가 응답하는 그 순간이 바로 통일의 시작 아닐까? 그렇다면 누군가에게는 이미 통일이 시작되었을 수도 있겠다.


꼭지명: 기독 청년의 필수교양, 통일 6

제목: 통일은 언제 시작될까


2016년 9월 @QT Zine(Young20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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