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야기/필수교양 통일

통일이 되고 나서는 어떤 정치/경제 체제를 추구해야 하는가

inhovation 2018. 12. 14. 23:30

통일을 이야기 할 때 가장 민감한 주제를 고르자면 단연 정치와 경제이다. 바로 권력과 돈이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특히 정치는 조금이라도 이상한 발언을 하면 옛날엔 빨갱이, 요즘은 종북이라 불리며 사회에서 거의 매장 당할 분위기에 처하기 십상이다. 사실 ‘통일 꼭지’를 맡게 되자 글을 쓰기 전부터 걱정되었던 주제가 바로 ‘정치와 경제’였다. ‘이 얘길 여기다 어떻게 쓰지, 이건 쓰지 말까?’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가장 중요하고 민감한 주제를 그냥 넘어갈 수는 없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했던가. 그래서 이 시간에는 통일과 관련된 빨갛고 파란 알록달록 정치·경제 이야기를 풀어보고자 한다.


우선 남북의 정치·경제에 대해 간략히 정리하면 이렇다. 북한은 중국과 소련의 영향으로 공산주의를 표방한 사회주의와 계획경제 노선을 선택했다. 김일성을 중심으로 한 공산당이 집권하고 평등한 사회를 꿈꾸며 모든 사람은 협동농장에 참여하였다. 초기 북한은 ‘천리마를 탄 기세로’ 엄청난 경제성장을 이룩했지만 공산주의 체제의 구조적 모순과 사회주의 국가들의 몰락, 연이은 자연재해로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못사는 국가 중 하나가 되었다.


반면 남한은 미국의 영향으로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일명 시장경제 체제를 선택했다. 간접선거를 통해 이승만 대통령이 선출되었지만 북한과 같은 협동농장은 없었고, 따라서 부의 배분도 일어나지 않았다. 처음에는 북한에 뒤처지는 모습을 보였으나 국제사회의 원조를 등에 업고 북한이 몰락의 길을 걷기 시작할 때 폭발적인 성장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아주 간단하게 설명했지만 결론만 보더라도 70년 가까이 대립해온 두 정치·경제 싸움의 승자는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로 보인다. 그러나 이것이 진정한 승리일까. 완벽한 승자로 보이는 남한, 우리나라의 정치·경제를 자세히 살펴보면 꼭 온전한 것 같지는 않다.


OECD의 발표에 따르면 2014년 한국 정부에 대한 국민 신뢰도는 34%로 조사대상국 평균 41.8%보다 낮은 41개국 중 26위에 그쳤다. 국민 10명 중 6~7명은 정부를 믿지 않는다는 것이다. 1인당 GDP가 2만 5천 달러를 넘었다고 하지만 절대적 빈곤 뿐 아니라 빈부격차로 인한 상대적 빈곤까지 느끼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로 인해 다양한 사회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 분명한 것은 우리나라의 정치적, 경제적 상황이 북한보다 절대적으로 낫다고 해서 지금 우리나라의 체제가 정당화되고 합리화될 수 없을 뿐 아니라 앞으로도 정답은 아닐 수 있다는 점이다. (민주주의와 자본주의가 나쁘고 바꿔야 한다는 이야기가 절대 아니다!)


그렇다면 통일한국은 어떤 정치·경제 체제를 추구해야 하는가. 간단하게 이야기하자면 성경적 해석에 근거한 정치·경제 체제를 따라야 한다. 이를 통해 통일한국에서 하나님 나라가 실현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사명인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기독교를 국교로 하자는 논의가 아니다. 앞에서 언급한 어떤 특정 체제를 선택하자는 문제도 아니다. 통일한국에서는 그리스도인들이 기존의 정치와 경제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하나님의 말씀으로 비추어 다시 해석한 기독교 정치학, 기독교 경제학에 기반을 둔 체제를 실현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독교 경제학은 성경을 통해 경제를 향한 하나님의 뜻을 알고, 이를 경제학에 적용하려고 하는 것이다. 물론 성경이 경제를 주제로 한 책은 아니지만 인간 생활에 대한 하나님의 진리를 제시하기 때문에 기독교인은 성경이 경제 문제에 대한 올바른 이해의 기초를 제시한다고 생각한다.” (『기독교 경제학』, 9쪽)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생각을 덧붙이자면 통일한국에서는 정치와 경제의 재분배가 이뤄졌으면 좋겠다. 북한의 현재 기득권층을 무조건적으로 수용하기도, 배척하기도 현실적으로는 어려울 수 있다. 물론 수용에 앞서 성경적으로도 옳지 않고 역사적 사실과 다른 ‘김일성 신화’와 같은 것에 대한 정리(?)는 필요하다. 새로운 정치체제에 대한 합의가 마련된다면 남과 북의 지도자들이 함께 협력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어쩌면 북쪽 동네에 대한 정치는 북한 출신의 지도자가 더 잘 알뿐만 아니라 더 잘 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또한 어느 정도 부의 이동도 필요할 것이다. 이것은 직접적인 경제적 지원일 수도 있겠지만 경제 격차 해소를 위한 특정 정책 시행에 필요한 재원 마련을 위한 기금이 될 수도 있겠다. 물론 국가 주도의 강제적인 움직임은 오히려 남북 분열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소망하기론 가진 자로부터, 특히 그리스도인으로부터 시작되는 자발적인 나눔이면 좋겠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라는 말씀처럼, 새로운 한국은 지금과 같은 정치·경제 체제가 맞지 않을 수도 있다. 끊임없는 변화가 필요할 것이고, 동시에 그 변화는 안정을 추구하기 위한 것이어야 한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항상 기억해야 할 것은 통일로 가는 이 모든 과정이 하나님 말씀에 합당하게 실현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와 경제 논리가 주도하는 통일이 하니라 하나님 나라의 실현을 위한 성경적 논리가 주도하는 통일한국이 세워지길 기도한다.


꼭지명: 기독 청년의 필수교양, 통일 4

제목: 어떤 정치·경제 체제를 추구해야 하는가


2016년 7월 @QT Zine(Young20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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