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이야기/세온하온

[아빠가 쓰는 육아일기] 생후 245일(양육에서 교육으로, 벌써?)

inhovation 2017. 7. 19. 23:09

"외출하기 전, 신나서, 헤-"


"외출하기 전, 넌 옷 다 입었으니까 누워서 기다려. 아빠 옷 좀 입자."


"밥은 항상 잘 먹는다."


"분유 먹다가 얼마나 남았는지 확인중"


"침대를 탈출하려고..."


"다리 힘이 생겨서 이제 곧 일어설 것 같다. 잘 기지도 못하면서."


"목욕하고 나서, 기분 좋아 :)"


"엄마가 항상 먹는 탄산수, 나도 먹고 싶다."


"밥 먹다가 늦게 주면(?) 알 수 없는 찡찡댐"


"생수통도 신기해서 입으로"


"다 먹었으니까 얼른 안아주세요."


"후식으로 배 먹는 중"


"침대 사이로 보이는 아빠 얼굴, 좋아."

곧 250일. 길기도 하고 또 생각해보면 순식간에 이렇게 시간이 흘러간 것 같기도 하고. 요즘 세온이가 말은 못해도 의사소통은 어떻게든 하고 있는 것 같긴 하다. 본인의 의사표현이 점점 더 확실해지며 대부분 가짜울음으로 기분을 표현한다. 진짜울음으로 넘어가는 경우는 거-의 없는듯. 진짜로 운다고 해도 안아주거나 하면 금방 그친다. 힘들다고 보면 힘든 거 같기도 하지만 점점 편해지는 게 맞는 듯?


얼마 전까지 집 앞 보건소에서 하는 문화센터를 아내가 다녀와서 마지막 시간에는 어떻게 키워야 할지 육체적인 스킬(?)이 아닌 교육적인 면을 알려줬다고 한다. 이때 어떻게 해야 나중에 떼쓰는 아이가 되지 않는다 같은. (근데 들었는데 까먹었다. 그냥 내 머릿속엔 잘 키워야 된다는 것만 결론으로 있는 듯. 여튼,) 근데 참 어려운 거 같다. 학교에서 교육학도 배우면서 아동의 발달단계를 이론적으로도 알고 있어도, 이건 현상해석이나 약간의 예측(이 시기에는 이런 게 발달하는구나. 오, 세온이도 이렇게 하네? 정도...)만 할 수 있지, 실제 아이를 키우면서는 마음먹은대로 전-혀 되지 않는다. (그래도 완전 모르는 것보단 아니까 좀 나은 것 같기도 하고? 구체적으로 뭐가 나은지는 잘 모르겠지만^^;) 안아주면 내려달라고 울고, 내려주면 안아달라고 울고, 안아주면 저기로 가라고 몸부림치고. ... 지금은 아직 언어적 소통이 안되니까 경험적으로 하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오~ 엄마 뭐 하는지 보려는 거였어?', '아~ 이게 만지고 싶었구나~' 같은. ...ㅋㅋㅋㅋㅋㅋㅋㅋ...ㅠㅠㅠㅠ


초반에는 단순한 욕구, 먹고, 싼거 치워주고, 졸리면 재워주고, 이런 게 주를 이뤘다면 이제 점점 정신적(?) 욕구가 생기는 것 같다. 장난감 갖고 노는 것도 보면 자기가 좋아하고 싫어하는 게 생긴 거 같고(이제 볼만큼 본 장난감들은 대강 흔들다가 던져버린다는...ㅋ), 엄마와 아빠 사이에서도 장난치거나 뭔가의 의사 표시를 확실히 하는 거 같다. 얼마 전에는 차에서 하도 울어서 우리가 아아아아 하면서 소리를 질렀는데 더 크게 울어서 결국 마트에 도착해서 내가 안고 진정을 시켰는데 엄마는 쳐다도 안봤...다. 완전 삐진 아이 처럼. 오라고 해도 몸까지 홱 홱 돌려가면서. 아마 엄마가 화를 내거나 한 거로 이해를 한 것 아닐까, 우린 추측했다. 내가 장을 보면서 아내가 세온이랑 수유실에 가서 분유를 먹이려고 하는데도 평소 200ml 먹던 걸 40ml만 먹고 입도 닫아버렸다고 한다. ...정말 너무 놀래서... 집에서도 퇴근하면 내가 오는걸 그렇게 반가워할 수가 없고(ㅠㅠㅠㅋㅋㅋ너무 좋아) 옆에 있기만 하면 조용히 혼자 장난감 가지고 잘 논다. 엄마랑 낮에 있으면 그렇게 찡찡대면서. 그리고 내가 안고 있다가 엄마가 오라고 하면 장난스럽게 웃으면서 고개를 돌린다. (이건 장난...ㅋㅋ) 그리고 목욕 시간도 물 받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흥분해서 기분이 완전 업되고. ㅎㅎㅎ 확실히 얘가 생.각.하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말만 못 할 뿐이지.


점점 커가니까 이제 어떻게 얘의 이런 욕구를 충족시켜주면서 키워야(교육해야) 할지가 고민이다. ...자주 안아주는 게 좋은 것인지. 적당히 울리는 게 좋은 것인지. 그럼 '자주'와 '적당히'는 어느정도인지. 하루 몇 회, 몇 분. 이런 가이드도 없고. 또 있다고 해도 애들마다 다~ 다른데 그걸 세온이한테는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 이런저런 고민이 정말 끝도 없지만, 아내와 나름 우리끼리 결론 내린 건, 그냥 함께 잘 하자. (잘 하는 건 어떻게 하는 건데? 'ㅡ'a) 아내도 힘들지만 내가 출근해 있는 시간 동안 세온이랑 잘 놀아주고, 나도 할 일이 많으면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면서(ㅋㅋㅋ) 무조건 칼퇴해서 육아에 동참하고. 이런 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잘 하는 육아 아닐까 싶다.


정신적인 발달(?)에 대해 썼는데 동시에 신체적 발달도 요즘 폭풍성장 중이다. 몸무게는 안재봤지만 거의 뭐 10kg는 될 거 같고(마지막이 9.몇이었으니까), 조금씩 기고 보행기도 완전 신체 일부처럼 자연스레 잘타고 서려고 다리 힘주고 하며 얼굴 살은 조금씩 빠지는 것 같기도 하다. 아직 팔, 다리 힘이 온전치 않아 기는 것도 50cm 가면 힘들어하고(몸이 너무 무거워ㅠ), 잡고 일어나려고 하지만 비틀비틀 술 취한 사람 같다. 곧 잘 기어다니고, 잘 붙자고 서겠지. 앉아있으면서, 누워있으면서는 힘이 너무 세다. 이제 세수시키고 머리 감길 때, 발로 내 배를 밀어내는 힘이 장난 아니다. 눈물샘을 왜 늦게 뚫으려면 마취를 해야 하는 지 알 것 같다. 힘으로 제압하려 해도 얘가 그 작은 공간에서 내는 에너지가 가히 폭발적이다.


회사 분이 첫 1년은 사랑으로 돌보고, 다음 1년은 위험으로부터 지키고, 다음 1년은 사회성을 갖게 해야 한다고 했는데, 이제 만 8개월, 두 번째 1년을 향해 가는데 위험으로부터도 지켜야 할 시기가 오는 것을 느꼈다. 기어다니고 하면서 전선이나 이런 것들을 잘 만지게 되서 얼마 전엔 몰딩 작업을 다 했다. 이제는 보행기를 타고 식탁 위에도 손이 닿아서, 며칠 전에는 밥그릇을 자기한테 쏟아서 아내랑 나랑 정말 깜짝 놀랐다. 보온밥이라 완전 뜨겁지 않아서 다행이었고, 보자마자 팔에 붙은 밥을 치워서 다행이었지 국이나 이런 거였으면 정말, 상상도 하기 싫다. 이런 건 아내나 나나 더욱 조심해야 하겠고, 세온이에게도 점점 알려줘야 할 듯. 선풍기 날개 보호망도 씌웠는데, 아내가 잠시 화장실 간 사이에 선풍기 날개쪽으로 손이 가서 아내가 '안되요~'라고 하니까 멈칫.하더니 잼잼을 하기도 했다고...ㅋㅋㅋ


휴, 여튼 이래저래 편해지는 것 만큼 새로운 힘듦들이 생겨난다...ㅠㅋㅋㅋ 그래도, 밤에 잠은 잘 자서 다행이다. 8시 반이면 잠들어서 9시간은 잔다. = 새벽 5시에 깸. ...'ㅡ'a ㅠㅠㅠ...하아...ㅠㅠㅠㅋ 그래도... 좋다. 얼른 컸으면 좋겠지만 또 이렇게 하루하루가 지나가는 게 너무너무 아쉽다. 정말 엊그제 갓난아기였던 게 눈에 선한데...ㅠㅠㅠ


그.래.도. 그동안 안 안프고 건강하게 잘 자라주는 것 하나만으로도 너무너무 고맙고, 사랑스럽다. :)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