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이야기/세온하온

[아빠가 쓰는 육아일기] 생후 173일(한 아이의 아빠, 그리고 나의 아버지)

inhovation 2017. 5. 8. 23:30


2017.05.08.월 (생후 173일)

어버이날을 맞아 그동안 쓰고 싶었던 글을 써본다. 결혼을 하고도 느꼈던 것이기도 한데 아이를 갖고 아빠가 되어 보니 더 크게 느끼고 있다. 바로 나의 아버지에 대해.

결혼을 하고 가장이 되니 뭔가 어색하기도 하고 그 책임감이란 게 있었다. 물론 집안의 문제나 어려움을 아내와 같이 해결해 나가야 하는 거겠지만 그래도 '가장으로서의 책임'이라는 게 뭔가... 이 때마다, '아, 아버지도 결혼하고 이런 어려움이 있으셨겠구나' 하는 생각이 종종 들었었다. 그런데 아이를 가지니까 이건 조금 더 다른 차원으로 다가왔다. 내리사랑이라는 말처럼, 내 아이를 사랑하는 그 감정을 내가 느낌과 동시에, '아, 아버지도 나를 이렇게 사랑하셨겠구나' 하는 생각? ...ㅠㅠ

세온이가 조리원에서 나오자마자 RS바이러스로 중환자실에 입원하기 전, 끙끙 아파할 때 이런 생각을 했었다. '만약 이 아이가 나을 수 있다면 내가 대신 아플 수 있을까? 아니, 만약 이 아이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다면 내가 대신 죽을 수도 있을까?' 이 때 생각했다. 이런 게 아버지(부모)의 사랑이겠지? 이런 생각을 하고 나니 그동안 아버지께서 표현은 많이 하지 않으셨어도 그 사랑을 느낄 수가 있었다.


아버지는 이제 누군가에겐 할아버지가 되었다. 나에겐 여전히 아버지인데. 그런데 세온이와 함께 본가에 가서 아버지를 만나면 아버지는 할아버지가 됨과 동시에 아이가 된 것 같기도 하다. 세온이 앞에서는 같이 엎드리고 같이 웃는, 아이 같은 모습의 나의 아버지. 그 모습을 보고 있는 아버지의 아들이자 세온이의 아빠로 중간에 있는 나는 음... 뭔가 뿌듯하기도 하고 뭉클하기도 하고 그렇다. 뭔가 감동...ㅎ


... 6개월 동안 느낀 감정이 이정도인데, 30년 동안 아들을 키운 아버지의 마음을 이해하기엔 나는 아직도 멀었다. 그래도 결혼 전, 출산 전에 알고 느꼈던 아버지의 사랑과는 차원이 다른 건 확실하다. ...

아버지, 사랑합니다.


+ 아버지 = 어머니.
아내를 보면서는 어머니의 사랑에 대해서도 간접적으로 이해하고 있다. 아, 어머니도 날 이렇게 힙겹게(사랑으로) 키우셨겠구나...^^

어머니도, 사랑합니다.

++ 세온이가 할아버지, 할머니를 보고 방긋방긋 웃고 잘 안기고 그러면 좋았을걸, 엊그제 갔을 때는 찡찡거리기만 해서 괜히 마음이 좀 그랬다. 얼른 말하기 시작하면 "할아버지, 할머니" 단어 연습을 시켜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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