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이야기/세온하온

[아빠가 쓰는 육아일기] 생후 363일(벌써 돌, 시간 참 빠르다)

inhovation 2017. 11. 15. 02:43

"곤충 팝업 북, 무당벌레는 지금 사라지고 없다."


"가끔은 내가 안아주는 것을 싫어한다."


"좋아 할 때도 있다. 아니, 많다."


"아빠와 다정한 한 컷"


"엄마 품에서 헤벌쭉 웃는다."


"명 연설중"


"블럭도 잘 갖고 논다."


"어푸어푸. 목욕은 항상 신난다."


"특기: 주방용품 꺼내서 만지기"


"그거 뜯으면 안되는데..."


"처음으로 손 안 짚고 섰던 순간을 포착했다. 8월 23일. 엇? 엄마아빠 만난지 10주년이네?"


"걷기 시작할까봐 얼른 돌 사진 예약을 하고 갔다. 처음 입는 한복"


"어리둥절. 뭐 하는 거지?"


"그러나 이내 분위기 적응 하고 웃기 시작한다."


"돌잡이로는 화살을 집었다."


"앞에서 엄마 아빠가 애교 떨어주니까 신났다."


"의자에 앉아서도 아주 신났다."


"뭐가 이리 기분이 좋을까?"


"촬영 마치고 기다리면서 한 컷"


"피곤했는지, 자는 줄도 몰랐는데 쳐다보니까 잠들었다."


"혼자 숟가락으로 먹는 척. 아직 숟가락질은 잘 못한다."


"서랍속에 있는 것은 다 꺼내야 한다."


"혼자 갑자기 요상한 표정 짓기"


"어린이 도서관에서 장난감 갖고 노는 중"


"북치는 세온이"


돌사진도 찍고, 돌잔치 아닌 돌잔치(가족과 식사만)도 하고, 실제 생일만 아직 안됐지 사실상 거의 1년이 지났다. 블로그는 100일 넘게 (오랜만에 로그인 하니 휴면계정이 됐다고 해서 깜놀) 못했다. 딱히 이유는 생각은 나진 않지만 집에서 세온이가 자는 시간도 늦어지고, 그만큼 더 활발하게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많이 놀아줘야 하고, 뭔가 피곤했던 것 같기도 하다. 가을 들어서는 이래저래 우리 가족에게 많은 일들도 있기도 했고.


흠...


매번 쓸 때마다 같은 말이긴 하지만, 일단 1년 동안 세온이가 건강하게 자라줘서 너무나도 고맙고, 또 이렇게 지켜주신 하나님께 감사하다. + 아내도 산후조리 잘 하고 요가도 수개월, 거의 5달? 잘 다니고 골반 틀어진 것도 잘 돌아와서 다행이다. 요즘은 세온이를 말로 다루기 힘들어서 그렇지, 이유식 먹이고, 기저기 갈고, 똥 싼거 닦아주고 하는, 물리적인 케어는 아내가 전문가가 다 되었다. 많이 도와준다고 도와줬지만 그렇지 못했을 때도 있어 섭섭하진 않았을까 걱정도 된다. 그래도 육아 초기의 우울한 감정들은 많이 사라진 것 같고 (때론 지쳐있긴 하지만) 밝은 모습으로 돌아온 것 같기도 하다.


시간이 어떻게 간 지 모르겠다. 아내와 만난지는 10년이 지났고, 결혼한지도 3년이 넘었는데, 아내의 말대로 가장 뭔가 큰(?) 1년을 지낸 것 같다. 10년의 시간 중에서 가장 강력했고 많이 성장한 지난 1년이라고 해야 하나? 모든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는 것 같기도 하지만 또 지나가버린 시간들이 기억 속에서 점차 희미해지면서 사라지는 것 같기도 해서 아쉽기도 하다. 예전에 목도 못 가눌 때는, 목욕할 때마다 잡고 있어야 해서 '언제 목 가누고 일어서 있을까' 했는데, 이제 욕조 안에서 서있기도 하고 물장구도 치는 모습을 보면 또 옛날이 그립기도 하다. 하지만 기억에서 지워버리고 싶은 시간이 있기도 하다. 조리원에서 나오자마자 세온이가 아파서 중환자실에 입원했었던 3일. 그 때는 사진도 남아있지 않지만 작은 핏덩이가 인큐베이터 안에서 주사바늘을 꼽고 움직이지도 못하고 누워있던 모습은 이상하리만큼 생생하다. 첫 면회를 갔을 때 얼마나 울었는지 목소리가 다 쉬었다며 가슴 아파했던 아내의 울음소리는 아직도 귓가를 때리는 것 같다. 세온이는 지금 다 잊었겠지...?



1년 전, 우리 가족은 이사를 왔다. 아내는 복직을 하지 않을 생각이었고, 당시 왕복 5시간에 가까운 시간을 출퇴근에 허비하는 나를 위해 회사 근처로. 새로운 동네로 이사 오려니 모르는 것도 많았지만, 그땐 또 무슨 생각이었는지 덜컥 대출을 받아서 집도 사버렸다. 그러나 이래저래해서 아내는 복직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고, 그리고 연고도 없는 곳에서 생활하는 것에 대한 여러가지 이유로 다시 우리는 이사를 가기로 했다. 우선 복직원에 서명을 하긴 했지만 여전히 고민중인 아내. 이유는 단 하나, 세온이를 어린이집에 어떻게 맡겨야 하는지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내년에 그동안 미뤄왔던 박사과정에 입학할 예정이다. (아직 최종 합격은 아니지만...) 출퇴근은, 대중교통과 회사셔틀을 이용하면 왕복 5시간이지만 길이 막히지 않는 시간에 운전을 해서 다니면 왕복 2시간이면 가능할 것 같은...


아내의 복직(or 새로운 일), 세온이 어린이집, 나는 장거리 출퇴근과 대학원. 지난 1년과 비교해봤을 때 결코 쉽지 않은 삶일 것 같다. 1년 전, 뭔가 새로운 희망을 갖고 이곳으로 온 거였는데... 뭔가, 아쉽기도 하고 그냥 만감이 교차한다고 해야 하나? 기분이 이상하다. ... (그래서 새벽 3시가 다 되어 가는데 4달 만에 블로그도 쓰는거겠지...)


...그래.


잘 할 수 있겠지. 나도, 아내도, 세온이도. 그럴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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