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만에 흙장난을 해 보는 것인지 모르겠다. 초등학교 때 동네 ‘나무놀이터’에서 흙장난 해 본 게 대략 초등학교 저학년일 것 같으니 거의 20년은 된 것 같다. 서른 살이 모래사장에 털썩 주저앉아 함정 파고 두꺼비집이나 만들고 있다니... 기분이 좋았다. 절대로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에, 가끔 옛 추억을 회상하며 가슴이 아릴 듯한 기분이 들 때도 있었는데, 오늘은 왠지 내가 과거로 돌아간 것만 같다. 나도 어린이였던 적이 있었는데...
아침에 숙소를 옮기는 길에 공항버스 정류장이 있어서 알아보니 10시인가가 첫 차라서 우리는 이용을 할 수 없었다. 택시를 물어보니 600밧이란다. 헐, 재차 확인하니 600밧이 맞다고 한다. 토요일에 간다고 하니까 그러면 금요일에 예약을 하란다. 헐. 완전 다행이다. 다른 곳에서 계속 800밧 이야기하고, 어제 투어 예약했던 곳에서도 750밧까지만 얘기했는데. 알겠다고 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다음 숙소로 향했다.
이곳 역시 깔끔해 보였는데 체크인이 2시부터라서 짐을 맡기고 기다리라고 했다. 그래서 2시까지 로비에 앉아서 블로그 쓰면서 시간을 보냈다. 체크인을 하고 숙소에서 짐을 풀고 수영복으로 갈아입었다. 오늘은 드디어 푸켓에 와서 처음으로 수영하는 날. 어제 완전 땡볕에 오토바이를 타고 다녀서 그런지 V넥 라인대로 목이랑 팔이 다 타버렸다. 따가울 정도로... 오늘 수영하면서 그냥 아예 상체 전체를 태워버려야겠다.
점심은 정실론 샤브샤브 무한리필집에서 먹기로 했다. 3시 정도에 아주 늦은 점심을 먹었다. 처음에는 회전초밥 무한리필집인줄 알았는데 들어가 보니 회전초밥 트레이에 샤브샤브 재료가 있었다. 문 앞에는 몇 가지 초밥과 롤, 튀김이 있었다. 1시간 넘게 엄청 먹었다. 개인 냄비를 주는데 국물까지 리필해서 먹었다. 사람들이 태국에 와서 MK수끼를 많이 먹는다고 하는데 비슷한 거 우리도 먹어보네. 아니, 뭐 똑같은 건데...
파통비치에 도착해서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아 호텔에서 받아온 비치타월을 깔았다. 그리고 바다 속으로 뛰어 들어갔다. 기분 짱 좋았다. 수영하다 흙장난하다 모래가 몸에 많이 묻으면 다시 수영하다가 나왔다가 그랬다. 해 질 때까지 놀았다. 어제랑 비슷하면서도 좋은 구경(?)을 했는데, 오늘은 비키니 상의를 안 입은 젊은 여자를 봤다. 처음에 아내가 깜짝 놀라서 나를 쳐다봤는데 왜 그런가 했더니 내 정면으로 이분이 당당히 걸어오고 있었다. 헐... 빠르게 돌아가는 눈동자, 어디로 시선처리를 해야 할지 모르겠는 난감함. 우리 근처 자리라서 이후에도 몇 번 봤는데, 이건 진짜 어제보다 더 심한 문화충격이었다.
숙소로 돌아와서 깨끗하게 씻고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오늘은 길거리음식. 반잔시장으로 가서 볶음밥과 쏨땀을 사먹었다. 쏨땀은 절구통 같은 곳에 재료를 넣고 섞어줬는데, 라임을 세 번이나 짜서 넣는 것을 보고 이상할 것 같다는 아내의 우려와는 달리 완전 맛있었다. 지금까지 먹었던 쏨땀 중에서 정말 제일 맛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어쩌면 이분이 해 주신 이 쏨땀이 원조가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 근처 계단에서 밥을 먹고 수박쥬스랑 코코넛빵도 먹었는데, 루앙프라방에서는 배가 아파서 별로 잘 먹지도 않았던 코코넛빵을 아내가 엄청 맛있다고 또 사먹자고 해서 또 먹었다. 이제야 코코넛빵의 세계에 들어온 것인가... 숙소로 가는 길에는 빅씨를 들려 락타소이 묶음과 내일 투어에서 먹을 여러 간식거리들을 샀다. 내일 먹을 라면이랑 똠양 컵라면도.